EP.136 천칭 (3)
천칭이 반응했다.
천칭의 양 저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쪽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기울어지거나 하며, 그 거대한 천칭이 균형을 맞췄다.
무게를 재는 추는 바로 나와 누나.
어느 한 쪽의 저울이 내려갔다.
“…저게 네 저울이야.”
명백하게 균형이 맞지 않는 상태. 누나는 천칭의 모습에 아랫입술을 잘끈 씹곤, 내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자존심 상해.”
나는 새삼 깨달았다. 내 상대가 누나 뿐이 아니라, 세 명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세계의 흐름을 비틀 수 있을 운명을 가진 세 사람을 합쳐야, 겨우 나 한 명 분이 나오기 때문에.
다르게 말하자면, 나 한 명 분의 무게를 누나든 레티 누님이든, 아니면 아이리스든, 세 사람 중 그 누구도, 한 사람만으론 감당할 수 없다는 뜻.
그것이 못내 분하고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누나는 나를 쏘아보았다.
“나 혼자서 다른 두 명의 것을 합친 정도로는 해줘야 성이 풀리겠어.”
두 사람을 합친만큼이라는 건, 두 사람의 분량보다 많이 받아내겠다는 뜻인가?
내 표정을 읽었는지, 나를 내려다 보던 누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내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곤, 씨근거리며 제 옷의 단추를 하나씩 툭툭 풀어내렸다.
“…그런 게 아니라. 천칭의 저울을 움직이는 무게를 말하는 거거든? 하여튼 머릿속에 그런 것밖에 없지?”
눈동자를 굴렸다.
오해할 법 하게 말한 사람 잘못이 아닌가.
스륵, 스륵, 옷가지를 벗어내리곤, 뽀얀 살결과 검은 속옷을 드러낸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내가 다 할테니까, 넌 얌전히 있어.”
익숙한 대사다.
얼마 전에, 아이리스한테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물론 입 밖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대신 손을 움직여서, 누나의 허벅지를 살살 어루만졌다.
“으응.”
얕은 콧소리. 분위기가 썩 무드 있다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아무튼 아주 나쁘진 않은 듯 누나 역시 호응해주듯 살짝 허리를 움직였다.
문질문질. 내 아랫배 위에 앉아서, 가랑이를 살짝 부비면, 팬티 너머 은근한 촉촉함이 느껴진다.
“…나더러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닌데.”
“뭐래.”
퉁명스레 대답한 누나이지만, 고개를 휙 돌려버리고 만다. 나한테 머릿속에 그런 생각밖에 없냐며 타박해놓곤, 자기도 이렇듯 아래를 촉촉히 적신 상태이니까.
그렇게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피한 채 살살 허리만 돌리던 그녀가, 다시 나와 눈을 마주했다.
“부끄러워서 피하더니. 이제 안 부끄러워졌어?”
“…조용히 해. 부끄럽거든?”
괜한 장난으로 살짝 쿡 찔러봤더니, 앙칼진 반응이 돌아왔다.
하지만, 앙칼진 반응만큼, 새빨개진 얼굴로도 나를 똑바로 마주한 그녀가 두 팔로 나를 끌어안았다.
화악 풍겨오는 달콤한 향기. 촉촉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부끄러워도, 오늘만큼은 피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가히 듣는 사람이 낯부끄러워질 정도로 저돌적인 맹진이었다. 누나도 그걸 모르지는 않는지, 나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꾹 줘서, 내가 고갤 움직여 제 얼굴을 못 보게 하려는 듯 했다.
그야 보고자 한다면 이 정도쯤은 간단히 풀어버리고, 부끄러워 하는 얼굴을 볼 순 있을테지만.
별로 내키진 않았다. 나는 대신, 손을 움직여, 아담한 가슴 사이즈와는 대조적으로 참으로 크고 예쁜 곡선의 골반을 쓸어주며 둔부에 손을 올렸다.
“피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지금 내 눈 안 마주치고 있는데?”
그리고 도발.
엉덩이를 어루만지는 내 손길에 한 차례 흠칫 떨린 누나의 몸이, 뒤따라 내 도발이 이어지자 아예 들썩거렸다.
직후.
“앙.”
“윽!”
귀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 무방비하게 당해서인지, 짧게 신음을 뱉고 말았다. “앙”이라는 귀여운 목소리와는 달리 송곳니로 씹었는지 귀가 따끔거렸다.
“아파?”
“그럼 아프지, 안 아프겠어?”
“크흐흣. 그래. 아프겠지 당연히.”
내가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투로 대답하자, 누나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곤, 스륵─ 내 옷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넣는다.
“아프게 해서 미안하니까, 호 해줄게.”
내가 평생 이 여자한테서 들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해본, 상냥한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어딘가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마력이 있어서, “그거랑 내 옷에 손 넣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려던 나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츄읏….
부드러운 입술이 내 귀에 닿았다. 빠는 듯, 아닌 듯, 애매하게 입술이 내 귓불을 머금었다.
“읏.”
간질간질한 기분. 낯설지만은 않은 감촉이지만, 그것을 해주는 사람이 다름 아닌 내 누나라는 점에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츗, 츄우.
다른 곳도 아니고, 귀에 직접적으로 닿는 입맞춤. 한층 가깝고, 적나라한 소리가 들려오면 올수록, 내 몸도 반응했다.
“기분 좋은가봐?”
“…이건 호오가 아니지 않나?”
그게 뭐 어떠냐는 듯, 내 상체를 쓰다듬던 누나의 손길이 다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내 바지춤 안으로 파고들어서는, 빳빳하게 선 좆기둥을 붙잡는다.
“진짜 존나 커.”
그렇게 투덜거리곤, 다시 내 귓불에 “쪼옥, 쪼옥….” 하곤, 입술을 맞춰온다. 그러며 스윽, 스윽, 좆기둥을 천천히 손가락으로 훑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왜 이래….”
내가 그렇게 말하면, 내 귀에 대곤 “흐흥….” 하고 웃어버리곤, 대답 없이 다시 쪼옥 쪽… 입맞춤을 이어간다.
탁, 타악, 자지를 쥐고 흔드는 손도 멈추지 않는다. 길고 가느다란, 부드러운 손가락이 적절하게 좆기둥을 훑어댔다.
“흐.”
결국 나도 체념하고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이런 느낌의 플레이도 나쁘지 않았다.
문질문질…. 길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애무해주는 시간이 길어지자, 송글송글 쿠퍼액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느낀 누나의 얼굴에 뿌듯함이 감돈다.
“좋아?”
“좋지.”
솔직하게 대답하자, 이젠 옆에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쮸읏, 쭙. 귓불을 빨고, 핥고, 그 와중에 손으론 착실하게 대딸을 이어간다.
파르르. 자극이 이어짐에 따라, 사정감이 점차 조금씩 올라왔다.
“야.”
“야?”
황당하단 얼굴이다. 나는 아랑곳 않고 말했다.
“어디로 받을래.”
“이 씨. 누나한테 버릇 없게. …싸지 말고 기다려 좀.”
그러곤 꾸물꾸물 상체를 움직여, 머리를 내 하체쪽으로 움직였다. 굳이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입에 싸달라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스윽, 스윽. 하반신에서 느낌이 왔다. 내 바지를 완전히 풀어 자지 기둥을 꺼내고는, 그 자그마한 입으로 냉큼 머금은 것이다.
“하읍….”
오물오물. 입에 머금고는, 입술을 살짝 오므린 채 혀로 귀두를 삭삭 핥는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지를 삼켜가며, 손가락을 고리처럼 만들어 좆기둥을 스윽스윽 흔들어 간다.
“얼굴 좀 보여주지.”
상체에서 하체로 향한만큼, 뒷통수밖에 보이지 않으니 느껴지는 감촉만으로 유추할 뿐이다. 아쉬운 마음에 손을 뻗으니, 어떻게 알았는지 뒤로 손을 뻗어 내 손을 쳐낸다.
얼굴 보이기는 부끄럽다는 건가.
“안 피한다며.”
그렇게 말했더니, 흠칫 어깨가 떨리고는, 이쪽을 슬쩍 돌아본다. 입에 자지를 문 채, 측면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커다란 자지를 힘겹게 삼켜 눈물이 그렁한 눈동자와, 음란하게 자지를 삼키기 위해 벌린 입을 보면 그것만큼 꼴리는 게 또 없었다.
“흐읍, 응, 쯥….”
나를 노려보는 눈동자가 꼭 “슬슬 싸는 게 어때?”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누나의 바람대로, 깨끗한 입 안을 나의 정액으로 더럽히고자 했다.
꾸욱. 새카만 머리칼을 틀어쥐고서, 뒷통수를 눌렀다.
“흐큽…!”
순식간에 목구멍까지 밀고 들어온 자지에 두 눈을 크게 뜬 그녀이지만, 이윽고 두 눈을 질끈 감고 받아들였다.
나는 참지 않고 그 안에 정액을 싸질렀다.
울컥, 울컥. 내 안에서 빠져나간 정액이, 누나의 입을 더럽혔다.
“흐윽, 흡. 크흣. …헤윽.”
꼴깍, 꼴깍…. 입 안으로 싸질러 댄 정액을, 누나는 눈을 감고서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겼다. 진득하고 끈적한 좆물을 혓바닥 위로 받아내, 냉큼 그것들을 삼켜내며, 손가락은 내 불알을 애무한다.
“푸흐….”
길고 긴 사정이 끝나면, 주욱 자지를 입에서 빼낸다. 침으로 범벅이 된 그것을 노려다 본 누나가, 좆기둥에 뺨을 대고선 축 늘어진 채 나를 올려다봤다.
“목 아파.”
“아파?”
“존나 크다고.”
내가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던 찰나, 누나가 씩씩대며 다시 내 자지를 손으로 잡았다. 그리곤 귀두 끝을 입에 머금고서, 천천히 입을 오물거렸다.
“뭐냐. 커서 목 아프다며.”
“그거랑… 쯥. 이거는 별개…. 쪼옥….”
뭐 하는가 했더니, 청소를 하고 있었다. 원래 같았으면, 내가 먼저 해달라고 해도 질색을 하다 한참 뒤에나 “…그렇게 원하면 해줄까?” 따위로 반응할 사람인데.
솔직하게, 피하지 않기로 하는 것만으로 사람이 이만큼이나 변한단 말인가.
“쪽, 쪽…. 무, 뭐. 왜 그렇게 보는데.”
자기도 내심 알고 있는지 나를 흘겨다 봤다.
그것도 지금은 무척 귀여웠다.
“참 내…. 진짜….”
쮸읏. 쯉…. 한참을 그렇게 귀두를 빨고, 자지 기둥을 구석구석 핥아가며 청소한 그녀는, 이윽고 내 위에 다시 올라탔다.
나는 누나가 올라탄 내 아랫배가 흥건히 젖음을 느끼곤 웃고 말았다.
“…아, 뭐! 좀 젖을 수도 있지.”
귀여워서 웃은 거다, 귀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