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역 영애의 남동생이 되었다-114화 (114/140)

EP.114 루나, 첫날밤 (1)

루나의 두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분위기가 이상야릇 했다. 몸이 뜨거웠다. 서늘한 스칼렛의 손이 닿으니 더더욱 그랬다. 스륵, 긴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그의 손이 등을 쓰다듬었다.

“힉.” 새어나온 신음. 그녀는 괜히 부끄러웠다. 겨우 등을 좀 만지는 게 뭐라고.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려다, 아까 스칼렛이 막았던 게 떠올랐다.

‘아 씨.’

겨우 입술을 씹는 것도 동생의 눈치를 봐야 한다니.

이럴 순 없었다.

무척 굴욕적이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루나는 다짐했다. 보란 듯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주기로.

입술을 벌리고, 하얀 치아로 아랫입술을….

….

“씨발.”

스칼렛이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 이유만으로, 루나는 감히 반항하지도 못하고 도로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잘 했다는 듯. 기특하다는 듯이, 그의 커다란 손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으으응….”

나른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자기가 듣기에도 무척이나 달디 단 숨결이어서, 루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꽉 주무른다거나, 아니면 뭐, 때리는 것도 아니고.

겨우 살살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는 것 뿐인데도 이런 소리라니.

뭔가 이상했다.

분명 이 발칙한 놈이, 자신의 몸에 뭔가를 저지른 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루나는 부끄러워서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두 눈에 쌍심지를 켜서는 스칼렛을 노려봤다.

“뭐 했어?”

“뭘.”

물론 정말 아무 짓도 안 했기에 결백한 스칼렛은, 오히려 이 여자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싶을 뿐이다.

하지만 루나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 스칼렛은 발칙하게도 누나를 따먹기 위해 수작을 부린 나쁜 놈이 되어있었으니까.

“내 몸에 뭔 짓 했어.”

“아무짓도 안 했어.”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럼 내가 동생놈 손길만으로 좋아서 저런, 저런 소리를 냈단 말인가?

보나마나 이놈의 거짓말이리라. 루나는 씨익대며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팍을 찰싹 때렸다.

“왜 때려?”

그는 이제 아주 황당할 지경이다. 이 여자가 진짜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서.

솔직히 하나도 아프지 않지만, 그래도 한 대 맞았으니 되돌려줘야 했다.

짝!

“꺄악!”

상냥하게 엉덩이를 살살 어루만지던 손이, 기어코 매섭게 그녀의 둔부를 찰싹 때렸다. 루나의 몸이 튀어올랐다. 엉덩이가 화끈거리고, 눈물이 찔끔 나왔다.

“야!”

그녀는 분했다. 내가 때려봤자 하나도 안 아픈 놈이 복수랍시고 이렇게 세게 때려?

게다가 가장 분한 것은.

그러니까.

“…씨발 존나 이상해.”

분명 이 시발새끼한테 엉덩이를 맞은 게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내 몸에 무슨 짓 했냐고 개새끼야!”

이상하게도, 좋았다는 것이다.

그 사실이 너무 분하고 부끄러워서, 인정하기가 싫었다. 분명 눈 앞의 이 새끼가,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아무 것도 안 했다니까.”

그럴 리가 없다.

분명, 분명.

“이거 봐.”

“뭐, 흣…!”

뭐를. 하고 되묻기도 전에, 루나는 허리를 비틀어야 했다. 제 아래에 파고든 길다란 손가락에, 입을 억지로 틀어막고, 새어나오는 신음을 삼켰다.

미친 새끼!

멋대로 손을 집어넣은 미친 놈에게 한 마디 하려던 찰나, 그녀는 제 눈 앞에 보이는 그의 손가락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

“젖어 있네.”

“…닥쳐.”

보기 낯뜨거울 정도로 흥건하게 젖어든 손가락. 루나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수치심으로 인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막상 두 눈으로 보니 심장이 쿵쿵 뛰어대기도 했다.

‘내, 내가 지금 이 정도라고?’

겨우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맞은 정도로 이렇게 젖었다고?

존나 변태 같잖아, 그럼.

‘아, 아니야.’

키스도 했잖아. 키스도 하고…. …키스도 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젖은 거야.

그것도 상당히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결론이긴 하나,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않도록 피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떻게든 자기 합리화를 하는 데에 성공하긴 했지만, 결국 루나의 태도는 한풀 꺾이고 말았다. 으르렁 대긴 하여도, 오히려 그게 꼭 경계하는 고양이 같은 태도라 스칼렛은 희미하게 웃었다.

“엉덩이 좀 들어볼래?”

“누나한테 못 시키는 게 없네….”

이런 식으로. 투덜대면서도, 시키는대로 엉덩이를 살짝 들어올린다. 허벅지 위에 올라타 있던지라, 허벅지에 얼룩이 선명하게 남았다.

루나는 모른 체 했지만, 귀까지 붉어진 것을 숨길 순 없었다.

“아 뭐 할 건데…. 빨리 해….”

결국 그녀가 택한 것은 재촉이었다. 부끄러워서 미칠 것 같으니까, 뭐든 빨리 했으면 좋겠단 심정이었다.

다만 스칼렛의 손가락이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자, 그녀는 생각을 빠르게 고쳐먹었다.

찌걱.

“흑! 아, 아, 야, 잠깐만. 잠깐 하지 말아봐. 아, 아! …아읏!”

미약한 몸부림. 두 팔을 스칼렛의 어깨에 기대고, 허벅지에 앉아있던 자세에서 그대로 엉덩이만 들어올렸으니, 자세의 균형이 잘 잡기가 어려웠다.

그 상태서 가랑이 사이로 서늘한 손가락이 들어온다.

그러곤, 머리에서 아예 폭죽이 펑펑 터지는 게 아닌가.

“후읏, 야, 야아, 잠깐만…!”

빨리 하고 말았으면 좋겠다니. 그런 생각을 할 게 아니었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고 마니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다….

길다란 손가락이 팬티 속으로 들어와서는 클리를 살살 어루만진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곤 했다.

“후으으. 흐으, 흐, 으으으응! 야아…!”

정신을 쉬이 차릴 수가 없었다. 투정이라도 부리듯, 힘 빠진 손으로 그의 가슴팍이나 팔을 꾹꾹 밀어내보지만, 밀릴 리 없으니 결국 투정일 뿐이었다.

질척한 소리. 클리를 문질문질 손가락으로 비빌 뿐인데, 아랫배가 화끈화끈 거렸다. 저가 느끼기에도 액이 왈칵 나오니, 자연스럽게 질척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더욱 커졌다.

“아응! 응, 아! 씨발, 씨발! 존나 부끄러어…!”

그러니까 제발 좀.

봐달라고.

개새끼야!

속으로만 맴도는 소리. 뱉으려다, 다시 삼킨다. 이 미친 놈이, 한 소리 들었다가 화나서 자기를 더 괴롭히면 어쩌나 싶어서.

그래도 이대로 당하기만 하는 건 좀 그랬다. 그래서 가슴팍을 마구 두들기면서 욕하다, 부들부들 떨리는 허리에 그만 주저 앉고 만다.

“하윽, 흐욱…. 시발, 아, 아아앙…. 하지말라구… 쪼옴…!”

주저 앉아 허벅지 위에 가랑이를 댔는데도, 집요하게 따라온 손가락이 질척질척 클리를 괴롭혔다. 이제는 아주 미칠 것 같았다. 머릿속이 몇 번이고 하얗게 점멸했다.

루나의 두 눈이 표독스러워졌다. 이 나쁜 새끼. 복수할 거야. 그러곤 손길이 아래를 살살 만져주면, 또 금세 녹아내려선, 앙앙 소리가 나온다.

아랫배가 이제 아주 꾹 꾹 당겨서는, 아플 정도였다. 간질거리기도 하고. 그게 또 부끄러웠다. 뭐 얼마나 했다고 이런 꼴이란 말인가.

“십새기…!”

목소리에도 힘이 빠졌다. 욕설을 하면서도, 힘이 빠진 채, 간드러지는 숨소리가 곁들어지니 아양에 가깝다. 그게 또 존나 부끄럽고 짜증이 났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루나는 씩씩 거리며 손을 뻗었다. 스윽, 스칼렛의 가랑이 위에 손이 올라갔다.

“흐읏….”

만져본 적 있으니까, 아무렇지 않게 만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 만졌을 땐 그야 말도 안 되는 크기에 겁을 먹기도 했지만.

그래도 경험이 있으니까, 의연하게 만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에 손을 댔건만.

단순히 상황이 좀 달라진 것만으로, 손에 잡힌 기둥의 크기, 단단함, 그런 것 따위에 압도되는 자신이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그만 어쩔 줄 모르고 굳어선 침을 꼴깍 삼키고 있을 때.

“으흐응…!”

퓻.

안으로 파고들어온 손가락에, 참지 못 하고 그녀의 허리가 풀리고 말았다.

허리에 힘이 빠졌다. 파르르, 몇 차례나 경련하고는, 그의 손가락을 흠뻑 적시고 만다. 그녀가 생생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물줄기가 뿜어졌다.

“씨, 바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하다하다 동생 손에 싸지르기나 하고. 뭘 어떻게 하고 싶어도, 허리 뿐 아니라 전신에 힘이 빠졌다. 절정을 겪고 나니 그랬다.

한 손은 스칼렛의 자지를 붙잡은 채, 아예 상체가 그의 가슴팍에 기대어져 있었다.

“개새끼이….”

루나는 힘 빠진 목소리로 욕설을 뱉었다. 자기가 들어도 아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목소리였으나, 이젠 될 대로 되어라 하는 셈이었다. 허리에 힘이 풀려 기울어진 상체 덕에, 눈 앞에 자지가 보였다.

…씨발.

나도 이제 몰라.

루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스칼렛과 눈을 마주했다.

“그럼 누나는.”

나는?

순간 그녀의 생각이 멈췄다. 무슨 소리지? 했다가, 뒤이어 “아.” 하고 반응이 나왔다.

그러니까.

내가 개새끼라고 매도했으니까, ‘개새끼랑 놀아나는 중인 너는 뭐냐.’ 그런 의미인가?

“…무슨.”

그야 개새끼라구 해도, 당연히 비유적인 욕설이지, 누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말한단 말인가? 루나는 어이가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잠시 할 말을 찾는 중이었다.

“읏!”

찌걱, 소리와 함께 서늘한 손가락이 빠져나왔다. 자신의 액으로 흠뻑 적신 그것이 보임과 동시에, 루나는 아랫배가 미칠 듯이 꾹 꾹 당겨오는 게 느껴졌다.

“뭐어어….”

칭얼대듯 말하기가 무섭게, 가슴팍에 기대어져 있던 제 몸이 슬쩍 뒤로 밀렸다. 자연스럽게 눈 앞 가까이 다가왔던 그의 기둥 역시 멀어졌다.

왜, 왜?

…설마 대답을 안 해서?

루나는 당황해서, 고개를 슥 들었다. 스칼렛과 눈을 마주했다. 차분한 얼굴 속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보였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멍.”

사람이랑 개가 하는 건 이상하지만, 개랑 개가 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루나는 소심하게 짖었다.

그리곤 다짐했다.

언젠가 오늘의 굴욕은 꼭 갚아주겠다고.

지금은 그냥.

그냥….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우니까….

그래.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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