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8 스카디·아셰라드 (1)
다음날.
당돌하고 잔망스런 태도로 내 입술을 훔쳐가놓고, 아이리스는 태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숲을 떠나며 내게 퍽 조신스럽게 굴었다.
“아카데미에서 다시 보지요, 체페슈공.“
“그…러지요.“
소악마 같던 아이리스와, 지금의 아이리스 사이의 거리감에 내가 떨떠름하게 대답하자, 아이리스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다 살풋 웃곤.
꼬옥.
“제대로 마중해줘, 오라버니.“
내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
이쪽을 향한 시선이 강렬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아이리스를 마주 안아주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다시 뵙지요, 전하.“
“후후. 네.“
뭐가 그리 즐거운 지, 싱긋싱긋 웃으며 떨어진 아이리스가 그렇게 대수림을 떠난 뒤.
나는 마무리를 위해 다시 궁전으로 돌아왔다.
“놈은?“
“감옥에 구금돼 있습니다.“
계약한 악마를 잃고, 평범한 엘프로 돌아와 버린 왕자는,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숨이 붙어 있었다.
부알도 소환 해서 소멸 시켰겠다, 놈을 그대로 처형했어도 상관 없긴 하나….
“데려오도록.“
나는 여왕을 시켜 놈을 부르게 했다.
아이리스를 돌려보내고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밤이 되려면 반나절은 남은 시간.
나는 스카디 여왕의 침실에 있었다.
목욕 시중을 받고서, 얇은 가운 한 장만을 걸친 채, 그간 여왕이 혼자 사용해왔을 넓은 침대에 걸터 앉은 채.
여왕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얇은 소복 차림의 여왕이, 걸레짝이 된 몰골의, 구속 당한 아들을 끌고서 침실에 들어왔다.
“왔나.“
“데려왔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아들의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팽개치곤, 고개를 조아리는 여왕의 작태.
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모자를 내려다 봤다.
“후회는 없나?”
“일말의 후회조차 없습니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매끄럽게 나오는 아부…일테지만, 아주 거짓말도 아닐 것이다.
그녀와 피의 맹약을 맺는 것과는 별개로, 스카디 여왕의 권력욕만 잘 채워준다면 그녀는 배신 따위는 생각조차 않을테니까.
나는 턱을 까딱 흔들었다.
“이리 오도록.”
“예.”
두 번째로 넓은 대수림을 평정한 엘프의 여왕이, 내게 고개를 조아리며 기어온다.
농익은 여인의 풍만하고 탐스러운 몸뚱이가 나를 유혹하듯 흔들리고, 발치까지 다가온 여왕이 나의 발 끝에 입을 맞췄다.
“복종하겠나이다.”
쪽.
복종의 맹세.
굴욕적이기 짝이 없는 짓거리조차,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인간적인 면이 남아있었거늘, 아들과 절연하며 그마저도 씻어냈는가.
조금 재미가 없었다.
“목을 내밀어라.”
“네.”
허나 상관 없었다.
애초부터 그녀와 감정의 교류 따윈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성욕풀이 오나홀로 다룰 따름이었다.
그것으로 그녀는 권력을 얻는다. 서로 간에 그런,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입을 벌렸다. 눈 앞으로 다가온 뽀얀 살결, 음란한 여인의 향기.
곧바로 송곳니를 박아넣었다.
푸욱.
“읏….”
여왕의 낮은 신음. 나는 눈 앞의 여체를 끌어안았다. 부드럽고 풍만한 감촉이 마음에 들었다.
꿀꺽.
목으로 넘어가는 신선한 핏물에, 정신이 맑게 깨이는 듯 했다.
“읏, 흐.”
그때였다.
여왕이 잘게 몸을 떨며, 내게 육신을 바치고 있던 중.
“으우윽. 윽.”
하고.
묶여있던 놈이 고개를 뒤흔들며 이쪽을 응시하는 것 아닌가.
츕.
마저 피를 빨아내고서, 하얀 피부 위로 붉은 문양이 꼭 물감 번지듯 자리 잡는 것을 보곤 송곳니를 빼냈다.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군.”
“후으…네?”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는 여왕에게, 그녀의 아들이 자리한 곳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우그윽! 으으으!”
눈을 부릅 뜬 놈이, 만신창이가 된 몸을 펄떡펄떡 튕기며 이쪽을 향해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아….”
그 꼴을 본 여왕의 반응은.
“…치울까요?”
경멸이었다.
그것이 참으로 우스웠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됐다.”
제 어미는 진즉 놈을 버렸거늘, 놈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 했다.
마음 같아서는 놈의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준다거나 해주고 싶었으나, 그것은 여왕이 되려 질색할 것 같았기에 하지 않았다.
치우지도 않고, 그렇다고 풀어주지도 않은, 말 그대로의 방치.
‘남의 여자를 탐냈다면, 네가 잃을 것도 각오했어야지.’
어느 정도 상황을 의도한 바는 있었다.
감히 나의 누님에게 손 대려 했던 놈에게 어떤 벌이 가장 적합할까를 고민하다 내린 결론.
“내려가라.”
“네….”
여왕이 순순히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왔다.
얇은 가운 하나만을 걸친 상태였기에, 부드러운 여왕의 살내음을 맡은 시점에서 터질 듯 부푼 좆기둥이 여왕의 안면 위로 드리웠다.
“아….”
“뭘 그리 놀라지.”
잠시 말 없이 자지를 올려다보는 여왕에게 심드렁하게 묻자, 꼴깍, 침을 삼킨 여왕이 말을 더듬었다.
“처음. 보았습니다….”
“자지를 처음 본 것은 아닐테고. 이런 크기는 처음인가?”
“네. 네…. 경험은 남편과 한 게 끝이었기에….”
그렇군.
나는 말을 잇는 대신 그녀의 입술에 귀두 끝을 부볐다.
“그럼. 봉사하겠습니다….”
경험상대가 남편 뿐이라길래 혹시나 했더니, 그래도 펠라치오가 뭔지 모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능숙하게 귀두를 입에 머금었다가, 이윽고 곤혹스런 표정으로 멈췄다.
“왜 그러지.”
내 물음에 조심스럽게 나를 올려다본 여왕이, 이윽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자지를 손으로 감싸더니 찬찬히 삼켜넣었다.
“우읍, 읍, 쮸읍…. 츄르릅….”
버거운 듯 눈가를 살짝 찌푸리는 걸 보아하니, 아까 잠깐 멈췄던 것도 생각보다 큰 사이즈에 놀라서 굳었던 것 같았다.
그래도 괜히 미망인이 아닌 듯 숫처녀이던 데이지나 크리스티나보단 훨씬 능숙하게 자지를 삼키며, 손으로 기둥을 삭삭 훑어가고 있었다.
면간으로 단련한 누님이랑 비교하면 손색이 좀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여왕의 입구멍을 즐기며, 흘깃 왕자를 바라봤다.
“으그으으으윽….”
아직도 파닥 대는 중인가.
악마와의 계약도 없는 몸으로 어디서 저런 힘이 나는지.
다시 밑을 내려다보자, 커다란 좆기둥을 물고서 고개를 흔드는 여왕의 음란한 몰골이 자리하고 있었다.
“츄릅, 츕, 쪽…. 쪼옵, 쮸릅.”
미망인의 입으로 봉사 받고 있자니, 짜릿한 정복감이 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누님이나 데이지, 크리스티나와 교감하며 섹스할 때와는 또 다른, 순수하게 여자를 발 아래 두고서 성욕을 푸는 대상으로 볼 때 느낄 수 있는 지저분한 충족감.
게다가 대수림으로 오고 나선 꽤 오랫동안 정액을 빼지 못 해서인지, 순식간에 사정감이 치달았다.
“읏.”
내 작은 신음을 신호로 알아들은 듯, 여왕이 고개를 더욱 깊게 파묻었다.
츄르릅, 자지를 삼킨 채, 꼴딱 꼴딱 목울대를 울려대며 자지를 조이자, 나는 참지 못 하고 여왕의 입 안으로 정액을 분출했다.
“하읍, 크흣, 큽….”
여왕의 태도는 사무적이었다.
처음 자지의 크기를 보고 놀랄 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오직 자지에게서 정액을 뽑아내기 위해 그 아름다운 얼굴을 음란히 망가뜨리며 자지를 빨아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눈만큼은 무뚝뚝한 게 또 음심을 자극해서, 나는 여왕의 입에서 자지를 뽑아냈다.
“흡. ….”
꼴깍.
잠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여왕의 목이 울리고, 정액을 삼킨 그녀가 나를 무덤덤하게 올려다봤다.
다만.
“얼굴이 좀 붉어졌군.”
흡혈귀의 매료 탓인지, 아니면 생전 처음 보는 크기의 자지를 빨아서인지, 그 뺨에는 옅은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
“…조금. 더워서 그런 듯 합니다.”
“그런가.”
나는 여왕의 변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침대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올라가도록.”
“…네.”
지금까지 망설임 없이 내 명령에 따르던 여왕이, 이번에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한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부디, 마음껏 사용해주시길.”
침대 위로 올라가서, 얇은 소복을 벗은 채 다리를 벌린 그녀가 조용히 읊조렸다.
무척 사무적인 태도였으나, 나는 그녀의 음부가 촉촉하게 젖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피임구는 있나?”
“….”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여깄습니다.”
하고, 미리 준비해뒀는지 침대 옆 서랍에서 콘돔을 꺼냈다.
“준비해뒀나?”
“언제고 제 몸을 바치라고 명하실 것이라 생각하여.”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그녀가 건네준 콘돔을 받아들고 자지에 씌웠다….
“…작군.”
신축성이 워낙 좋아 들어가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언제 터질 지 모를 정도로 꽉 꼈기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남편과 옛날에 쓰던 것이랑 같은 사이즈입니다.”
그렇군.
나는 혀를 차곤, 그녀의 다리를 활짝 벌렸다.
“중간에 찢어져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네.”
찔걱.
젖어든 음부를 벌리고, 허리를 밀어넣었다.
“흡….”
찌걱, 찌걱.
허리를 움직이자, 여왕의 안색이 변했다. 처음엔 버거운 듯 잔뜩 찌푸려졌던 얼굴이, 어느 샌가 달콤한 숨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흐읏, 흡…. 하악….”
다만 어떻게든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는 속셈인지, 최대한 신음을 참으며, 제 얼굴을 팔로 가리거나, 손바닥으로 입을 막거나 했다.
당연하게도.
그런 모습이 또 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