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크리스티나 (3)
“아….”
얕은 숨소리. 탄성과도 같은, 여인의 숨결. 뻗은 손이 여인을 희롱하듯 둔덕을 주물렀다.
손아귀에서 흘러넘칠 듯 커다란 살갗이, 우악스런 남성의 손길에 파르르 떨렸다.
“읏.”
크리스티나는 다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작은 신음만을 뱉으며 내 머리를 끌어안을 따름이었다.
쓰다듬, 쓰다듬…. 마치 어미가 아이를 대하듯 어루만지는 그 손길에 괜히 간질거리는 것 같아, 그녀의 치맛자락을 걷어올렸다.
커다란 젖가슴에 고개를 파묻은 채라, 치맛단을 팔랑이며 드러낸 엉덩이를 두 눈으론 볼 수 없었지만, 나는 능숙히 손가락으로 반죽하듯 엉덩이를 희롱했다.
“읏, 웃….”
꽤 반응이 좋았다.
지난 날들 데이지를 탐하면서, 패시브로 흘리는 매료도 꽤 능숙히 조절이 가능해져서, 지금에 와서는 거의 완전히 억누르고 있는 중인데도.
손가락이 탄력 있는 엉덩이를 희롱할 때면, 크리스티나는 착실하게 몸을 떨며 내 머리통을 꼬옥 끌어안고는 했다.
“후응…. 읏. 스칼렛님….”
애달픈 목소리.
머리를 끌어안고 자애롭게 쓰다듬어 준 대상이 이렇듯 그 상냥함을 이용해 제 몸을 희롱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녀도 이를 바라고 있었을까.
나는 그것을 묻는 대신, 그녀를 희롱하는 데에 열중했다.
꾸욱, 꾸욱. 엉덩이를 주무르는 것을 과연 애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엉덩이가 성감대인 여자가 아니고서야, 애무가 아니라 그냥 수컷의 성욕을 해소하는 희롱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엉덩이가 성감대인, 민감한, 그런 여자라면 어떤가?
“읏, 거긴. 응….”
알기 쉬운 반응이다. 손가락으로 둘레를 꼭꼭 누르거나, 쫙 펼쳐서 단숨에 꽈악 움켜쥐어 주무르거나….
단순히 커다란 살덩이에 흥분하는 수컷의 욕망만을 해소하는 손놀림에도, 크리스티나는 확실히 반응해주었다.
마치 어떤 욕망이라도 받아내겠다는 듯이, 그녀는 자애롭게도 내 모든 손길에 기뻐해주었다.
하얀 눈밭을 보면 더럽히고 싶어지듯, 나는 그런 크리스티나를 철저하게 암컷으로 타락시키고 싶었다.
“좋, 아요. 스칼렛님의, 모든 것을…, 흐앗?!”
물론 지금의 사랑스런 그녀의 모습은 남겨두어야겠지. 자애롭고, 상냥한,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주인의 욕정을 받아내며 황홀해 하는, 아랫도리는 항상 주인을 위해 적시고 있는 암컷.
참으로 배덕적인 광경이 아닌가. 나는 은밀하게 매료의 강도를 슬쩍 올렸다.
나는 팬티를 잡아, 얇게 조여든 그것이 보짓구멍 사이에 파고들어 문질문질 부비게끔 했다.
“거, 긴. 응…. 아아, 앗….”
아랫도리에서 살금살금 올라오는 쾌감에 당황한 듯한 크리스티나는, 내 머리를 끌어안던 손으로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 와중에 토닥토닥이라니. 참으로 귀여운 여자다.
“후읏…!”
“얌전히 있어.”
허나 그녀도 나도 멈출 생각은 없었다. 이미 활활 타오른 불길은, 무엇이라도 태워버리고서야 꺼질 성 싶었다.
나는 크리스티나의 팬티를 옆으로 젖혔다. 얇게 보짓구멍 속으로 파고들어 속살을 간지럽히던 그것은 촉촉하게 젖어든 채였다.
찔거억ㅡ.
길다란 검지 손가락 하나가, 그녀의 비부에 파고들었다.
“읏!”
낯선 감각에 허리가 살짝 휜 그녀가, 이내 파르르 몸을 떨었다. 슬쩍 눈을 위로 치켜뜨니, 어쩔 줄 몰라 하며 새빨개진 얼굴로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참는다고 참아지는 게 아닐텐데. 이토록 살갗을 맞대고 밀착한 채였다. 비록 옷가지를 껴입은 채라고는 하나, 내 체향을 쉼 없이 들이키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찔걱, 찔걱.
숫처녀인 그녀의 속살을 깊이 헤집지는 않았다. 아직 일렀으니까. 대신 첫 마디만 밀어넣은 채, 앙 다물린 보짓구멍을 살살 부비며 그녀의 아랫도리를 애태웠다.
“흐앙…, 아, 이런 거, 몰라요….”
“정말?”
“모, 몰라요…. 묻지 말아요, 그런 거….”
부끄러워 하며 모른 척 하는 게 신선했다. 뭐든 물어보면 아무리 부끄러워도 솔직하게 대답해주는 데이지와는 다른 맛이 있었다.
게다가 데이지는 아주 극진하니까. 같은 백작가의 딸이면서도 데이지는 완전히 메이드 모드라, 말투는 물론 행동거지조차 메이드스러운 면이 있었다.
크리스티나는 쭉 '귀족 영애'와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되려 괴롭히는 맛이 있다.
“자위 안 해봤어?”
“흑! …나, 나빠요. 숙녀한테 그런 걸 묻나요, 원래? …아읏! 말하고, 있는데…!”
슬그머니 아랫도리를 만져주다, 보짓살을 벌리고 클리에 손가락을 톡 스치자 소스라치게 놀라 타박하는 모습까지.
나는 들으라는 듯 웃음소리를 흘리곤, 그녀의 어깨에 송곳니를 들이밀었다.
“…아.”
푸욱.
일말이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송곳니가 여인의 새하얀 어깨에 파고들었다.
“흐…. 으으응….”
천천히, 핏물이 입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달디 단 숫처녀의 혈액. 혓바닥으로 느릿하게 음미하다,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긴다.
꼴깍ㅡ. 유난히 목 울리는 소리가 컸다. 그것은 크리스티나에게도 마찬가지였는지, 내가 그녀의 혈액을 삼키자 여린 몸뚱이가 경련하듯 떨었다.
“아ㅡ. 아…. 후아….”
흡혈귀에게 혈액의 섭취는, 성교와 같이 번식 행위에 포함 된다.
특히 동족이 아닌 타 종족과의 성교에서 태어난 아이는, 흡혈귀가 아니라 다른 한 쪽의 종족을 따라 가기 때문에ㅡ, 흡혈귀에게 있어 '흡혈'이란 행위는 특히 중요했다.
흡혈을 통해 동족을 늘리고, 종복을 늘린다.
마치 죽음을 목전에 둔 수컷이 번식을 위해 자지를 세우는 것처럼, 흡혈귀의 흡혈은 번식행위의 하나이기 때문에,
“후아…. 후아…. 이상해요….”
이렇듯, 물린 대상을 흥분시키게 된다.
게다가 크리스티나는 이미 내게 종속 된, 피의 맹약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응, 응…. 맛있어요…?”
몽롱한 얼굴로, 고개를 파묻고 쮸웁 소리 내 피를 빨던 내 뺨을 크리스티나가 어루만졌다.
실눈이 떠져 보이는 두 눈은 이미 상당히 흐릿해진 상태다.
“당신….”
애절한 목소리.
“아…. 맛있었으면, 좋겠어…. 당신이….”
뜨거운 숨소리. 발정난 암컷 그 자체인데도, 그녀는 꿋꿋하게 자애로운 여인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이기적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자지를 잔뜩 갈구하고 소유하고 싶어하는 이기적인 암컷으로.
츕. 송곳니를 뽑자, 언제 물렸냐는 듯 핏자국만 남긴 채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크리스티나. 내려가.”
“으응…. 네에. 네에….”
크리스티나느 내 명령에 꼭 떨어지기 싫다는 것처럼 잠시 응석을 부리더니, 이내 실실 웃으며 자리를 옮겼다.
아무것도 모르는 숫처녀 주제에, 매료와 흡혈 두 가지를 모두 당하고 나니 요녀가 된 양 구는 게 우스웠다.
저거 봐라. 살랑살랑 엉덩이나 흔들고.
“흐으응…. 여기요…?”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대고서, 내 허벅지에 뺨을 대고 살살 부벼댔다.
까끌까끌한 천의 감촉이 뭐가 그리 좋은 지 헤헤 실없이 웃는 그녀의 머리칼을 잠시 넘겨주다,
“손.”
“네에ㅡ.”
강아지 크리스티나. 멍멍 짖으라고 하면 짖겠지. 멍 대신 손을 달라고 하자 주저 없이 손을 내민다.
그녀의 손목을 잡고, 허리춤으로 확 당겼다.
“…으.”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좆이, 평생 그런 것과 연관이라곤 되어 본 적 없는 귀족 아가씨의 손에 잡혔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라 가볍게 걸친 얇은 가운과 속옷만을 그 사이에 남겨둔 상태로.
“뭔지 알지?”
“모, 모, 몰라요….”
“거짓말쟁이 아가씨 같으니라고. 똑바로 대답해.”
“…….”
순간, 퍼뜩 제정신이 돌아온 듯 고개를 도리도리─도리도리 하는 시점에서 제정신은 아닌 것 같지만─하는 그녀였지만, 말 없이 빤히 내려다보는 내 시선에 못 이겨 기 죽은 듯 입을 오물오물 열었다.
“그, …음…경.”
“다시.”
“음…경…이요.”
“그리고?”
“뭐, 가 그리고예요. 음경이면 음…경이지.”
뭘 더 바라냐는 듯 이쪽을 올려다보며 쏘아 보는 게 우습다. 말하는 와중에도 좆을 손으로 느릿느릿 주무르고 있었으니까.
발정난 몸은 아무래도 부끄럼 타는 마음과는 영 따로 노는 것 같아서, 나는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아가씨라 그런 것밖에 모르나? 그럼 내가 알려주지. 따라 해봐. 자지.”
“…사, 상스러워. 못 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자지를 만져대는 손은 흠칫흠칫 떨리고 있다. 변태 힐러 같으니.
“그래? 블랙우드의 아가씨는 상스런 말도 잘 하던데.”
“…읏.”
들으라는 듯 자극했더니 금세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실눈이라 잘 모르겠지만. 자지를 쥔 손에 힘이 꾹 들어가서는, 옷 너머로 찬찬히 흔들기 시작한다.
“좋, 아요. 자, 자… 자지요. 됐어요? 다른 여자랑 비교하다니…. 나빠요….”
“진짜? 용서 못하겠어?”
“…그런 말은 안 했잖아요. 나쁘다고만 했지….”
그나저나 아까부터 잘 버틴다. 흡혈까지 당해서, 치마를 까보면 보짓물이 줄줄 흐르고 있을텐데 아무렇지 않은 척 자지를 주무르는 게.
“벗겨봐.”
“….”
더 이상 붉어질 곳 없어 보이던 얼굴이 정말 터질 듯 새빨개진다.
이쪽을 올려다 봤다가, 터질 듯 팽창한 아랫도리를 봤다가, 다시 나를 봤다가….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
그리곤 자기가 부끄러워 한다. 아랫입술을 꾹 물더니, 내 가운을 풀고 팬티를 내렸다. 손길이 꽤 급한 게, 아닌 척 태연한 척 해도 아랫배가 꾹꾹 당기는 모양이었다.
“하아. 하아….”
옷차림을 벗기는 데에 열중하다 보니 숨소리도 어느새 다시 거칠어졌다. 필사적으로 음란하고 천박해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참고 있었단 게 특히 귀여워서, 그녀가 벗기자마자 튕겨나온 좆기둥을 선물이라도 쥐어주듯 그녀의 손바닥에 토옥 대주었다.
“아…. 이게, 이게, 자지….”
이젠 부끄러움도 잊은 듯, 홀린 듯 제 손에 들어온 좆기둥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크리스티나다.
그녀는 음란한 얼굴은 하고선, 불덩어리처럼 뜨거워져서, 당장이라도 암컷의 구멍에 박아달라는 듯 아우성 치는 좆을 찬찬히 붙잡고 살살 만지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앗…. 단단해….”
“어때. 감상이.”
홀린 채로 자지를 구경하던 크리스티나는, 내 질문에 멍하니 대답했다. 이젠 아주 무아지경에 빠져선,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주 크고, 단단해요…. 불처럼 뜨겁고…. 마치 불에 달군, 쇠처럼…. 몽둥이 같아…. 여기, 핏줄…, 마치 짐승 같아서…. 무서워…. 그런데, ….”
말을 잇던 그녀는, 무엇을 상상하기라도 한듯 입을 꾹 다물고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런데?”
내가 재촉하자, 느릿느릿 입을 연다.
“짐승 같은…, 걸로, 무서운데, …. 박, 박히는 걸 상상하니까…, 아랫배가 욱신거려요.”
“변태 같은 년.”
“히욱.”
내가 가볍게 매도하자, 크리스티나의 몸이 소스라치게 발발 떨렸다. 자지를 쥔 손에 힘이 꼭 들어가서는, 찬찬히 훑기 시작했다.
“변, 변태라 죄송해요. 이런 거, 처음 보는데…. 음란하게…, 기대해버리구….”
그리 말하면서도, 두 눈은 자지에 고정 돼 있다. 삭, 사악, 손길이 자지를 훑을 때마다 꺼덕거리는 기둥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에게 작게 말했다.
“그럼, 한 번 입에 넣어볼래?”
내 말에, 그런 건 상상도 못 했다는 듯 실눈이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입, 입에요? 세상에….”
그러면서도 제 입 크기를 가늠하듯 입을 살짝 벌리거나, 다른 한 손으로 입술을 꼭꼭 만져댄다.
자애롭던 물빛 머리칼의 미녀가 내 자지 앞에서 이것을 입에 머금을 수 있을지 없을지 따져보는 광경은, 실로 꼴리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응, 응…. 당신이, 스칼렛 님이 바란다면….”
그리곤 입을 활짝 벌려서,
하압.
귀두 끝을 입술로 머금었다.
“츄….”
“처음엔 버거울테니, 곧장 삼키지 말고, 천천히 향을 들이키며 얕게 뽀뽀하듯 해봐.”
“네헤…. 스읍…, 후으응…. 츄….”
자지라는 것을 음경이라 부르던, 생전 처음 수컷의 자지를 본 숫처녀의 입에 자지를 물리고, 자지 냄새 따위나 맡게 하다니.
존나 꼴렸다. 크리스티나는 또 성실하고 영리한 여자라, 제 입술에 부벼지는 귀두가 쾌락에 꿈틀거리는 걸 느끼곤 되려 신나서,
“츄, 츄, 츄…. 기분 좋은가요…?”
귀두에 연달아 키스하며, 이쪽을 올려다보며 제 뺨에 기둥을 부벼댔다.
“엄청.”
“기뻐라…. 좀 더, 해줄게요…. 하압. 움…. 쪼옥.”
이번엔 다시 입을 벌려서, 귀두를 입에 머금고 쪼옥 쪼옥 빨아대기 시작했다. 한 손으론 한참이나 남은 좆기둥을 잡고 살살 흔들며.
그리고 다른 한 손은….
그렇군. 가랑이 사이에 파고들어서 슬금슬금 움직이고 있다.
뚝 뚝. 어쩐지 아까부터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