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데이지 (3)
뜨겁다.
마력 때문에 체온이 올라간 건지, 아니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괜히 속이 갑갑해져 걸치고 있던 옷자락을 풀었다.
스륵ㅡ 소리와 함께 흘러내린 옷, 팬티 한 장만 남겨놓고 드러난 맨 몸에 위로 열기 속에 흘러내린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흡혈귀가 되고 나서 땀이란 걸 흘려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제 보니 이렇게 흘리는 체액마저 매료용의, 그러니까 몽마나 다룰 법한 색정의 마력이 맺혀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 체향부터 체액까지 최음제랑 똑같은 종족이라는 뜻이다.
이거 뭐, 진짜 몽마도 아니고.
심지어 몽마는 마왕 휘하의 마족이라, 인외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사람' 취급 받는 흡혈귀랑은 다르게 토벌 대상이다.
게다가 몽마의 매료가 교단 지정으로 '사악한 마법'으로 분류되는 것에 반해, 흡혈귀의 매료는 남용 했을 경우 처벌 받을 수도 있지만 사용 자체가 금지되진 않았다.
그나마, 아무리 약한 개체여도 인간 하나쯤은 우습게 매료할 수 있는 몽마와 달리, 흡혈귀는 일정 수준 이하에서는 지성 없는 동물조차 조종하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생각만큼 악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긴 했다.
아무튼.
격 낮은 흡혈귀에게 매료가 소용이 없다면, 반대로 격 높은 흡혈귀라면?
그 대답이 눈 앞에 있었다.
“히우으으으…. 헤엑, 헤에엑….”
자지러진 채, 허벅다리를 경련하는 데이지.
그나마 결박 당하지 않은 채였다면 또 모를까, 사지를 단단하게 묶인 채로 미칠 듯이 달아오른 몸을 해소하지 못한 채 조금씩조금씩 아랫배에서 올라오는 열감에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다.
손을 뻗어 흥건하게 젖어든 보짓살을 꾹, 누른다.
“흐유웃…! 하응…. 쥬인니임….”
애달파 보이는 게 꼭 더 해달라고 조르는 것 같으면서도, 지쳐서 축 늘어진 것 같기도 했다. 풀린 발음 때문에 더욱 그랬다.
팬티를 벗기기보단 옆으로 젖힌 채라, 음부에서 울컥울컥 새어나오는 보짓물로 팬티가 촉촉하게 젖어 얼룩이 져 갔다.
그러고도 한참 남아서는, 주룩 흘러내려 엉덩이살을 타곤 뚝 뚝 바닥에 떨어진다.
“죠아요…. 더, 더어 예뻐해주웃…! 후앗. 앗…. 하우읏!”
이미 푹 젖어든 침대 시트는 말할 것도 없다. 얼룩이 져 갈아끼워야 할 정도로 쉼 없이 애액이 흘러넘쳤다.
그럼에도 데이지가 더 해달라 아양을 부리기에, 고민 없이 클리토리스에 손가락을 대고 살 문질러주었다.
일반적인 여성도 아주 약한 자극에 흠칫흠칫 몸을 떨 부위인데, 잔뜩 매료 당해 발정난 채로, 발정나게 만든 주인의 손길이 닿으면 결과야 뻔 했다.
“히윽! 읏, 하우…. 아응. 응… 그웃…!”
아까부터 쭈욱, 자극을 길게 이어주기보단 짧게짧게 톡톡 건드려주고만 있으니, 데이지는 간헐적으로 들이닥치는 쾌락에 정신을 반쯤 놓으면서도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해 불만족스러운 듯 발가락 끝을 꼼지락댔다.
“아앙…. 주인니임…. 조, 금만 더…. 네? 해쥬세요오….”
이젠 부끄러움도 잊고 앙탈을 부려댄다.
귀여워서 또 톡톡, 손가락으로 클리를 문질댔다.
“흐그윽…!”
또 한 번 자지러진다.
지금 걸로, 가벼운 절정의 횟수만 따지자면 일곱 번 가량 될 것이다.
퓨 퓨ㅡ 하고, 보짓물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만 헤아린 것이니 정확하게 따지면 횟수가 좀 더 될테지만.
“흐에우…. 쥬인님, 미워….”
밉다는 소리까지 듣고 말았다. 이해는 하지만.
일반적인 여성은 오르가즘을 겪을 일이 드물다고 한다.
그나마 데이지가 방금 겪었던 수준의 얕은 절정 정도가 평범한 여성들이 겪어보는 절정과 비슷할 것이다.
정확히는 이 정도 수준의 쾌감만 느껴도 보통은 만족하고선 “이만하면 됐지….” 하고 만다고.
이것보다 더 큰, 제대로 된 오르가즘을 맛 본 여자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 한다. 암컷의 본능이 진짜 쾌락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에.
그런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엇나가게 된다. 흔히 치녀라고 불리는 여자들이 그런 부류다.
“안 대여…. 더ㅡ 더어ㅡ… 해쥬셰요….”
데이지는 둘 다 아니다. 아직 '진짜'를 겪어본 적은 없으나, 발정난 몸뚱아리가 본능적으로 아는 것 뿐이다.
이게 아니다ㅡ 라고.
명백하게 발정 난 상태다. 미지의, '진짜'를 갈구하는 몸에 얕은 절정만 더해줘봤자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그리고 그걸 나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데이지를 애태웠다.
“보지, 찌걱찌걱 해줄까?”
“네, 네에…! 데이지 보지, 찌걱찌걱 해쥬세요…!”
내가 운을 띄우자, 득달 같이 대답한다.
욕정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엔 미약한 광기마저 서린 것 같았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무뚝뚝하고 차가운 인상이면서도 귀여운 여자였는데, 지금은 수컷한테 박히길 간절히 바라는 치녀가 다 됐다.
일단 데이지의 기대에 답하듯 손가락을 보짓구멍에 찔걱 밀어넣었다.
“히윽!”
애태운 보람이 있다는 듯 넣자마자 반응이 왔다. 손가락을 꼬옥 꼬옥 감싸는 축축하게 젖은 질벽을 느릿하게 문지른다.
고작 첫 마디 뿐인데도.
“흐앗, 응. 앗…? 아. 후에…. 후응…. 응. 응….”
영문을 모르겠단 듯, 데이지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어리둥절한 듯 어딘가 둥둥 떠 있는 목소리가 꽤 귀여웠다.
그러기를 잠시. 두 번째 마디까지 찔걱 소리 내 밀어넣고, 가볍게 질벽을 긁었다.
촉촉하면서도 따뜻한 육벽이 요동치는 와중에, 쉬이 약한 곳을 찾아냈다.
옳지.
“히으. ……읏. 아. 아! ──흐그으으으으으윽…! 앗. 아, 후아…! 안 대. 안 대여…! 안…! ──…!”
퓨웃!
고작 손가락 두 마디 째에, 칠칠 맞은 데이지의 보지가 성대하게 가버리고 말았다.
아랫배가 꾹꾹 당기더니 단숨에 쌓여있던 것을 터뜨리듯 조수를 퓨우 퓨우 내뿜고는, 침대며 바닥이며 음란한 암컷즙으로 더럽혀댔다.
“착하다.”
“누, 르지…마세욧…! 흐으윽!”
쪼르르, 뿜어져 나오던 조수가 잦아들 때쯤, 자궁을 마사지라도 하듯 손바닥을 아랫배에 대고 꾹 꾹 눌러주었다.
철저하게 매료에 당해서, 이 정도면 각인 같은 거라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상태인 데이지는 그것만으로도.
퓨우!
다시 한 번 세차게 조수를 뿜었다.
물론 오랫동안 애태워 안쪽을 잔뜩 달아오르게 한 상태라 가능했던 거지만. 나중에는 진짜로 아랫배를 꾹꾹 눌러주는 것으로 가버리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음습하고 음란한 생각에 즐거워진 채로 아랫배를 꾹꾹 눌렀다.
“흐앙! 그만…, 그마안…! 싸구, 시퍼요…!”
성대한 절정에 정신을 못 차리던 데이지가, 아랫배 마사지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항의했다.
꾹꾹 눌러대면 퓨퓨 물이 나오는 게 부끄러운가보다.
절정 직후엔 눈이 살짝 뒤집힌 거 같던데. 회복이 빠르다.
이대로 가만 놔두면 저절로 회복할 거 같고, 실제로 누님이 오기 전 잠깐만 예뻐해주기로 했던 거라 슬슬 끝내야겠다 싶긴 한데.
“후읏….”
여기저기 찢어지고 흐트러진, 정숙한 메이드복은 어디 가고 음란하기 짝이 없는 차림새에 보지는 절정의 여운에 잠겨 뻐끔 거리는데 어떻게 참겠어.
“자, 잠깐. 주인님…. 흐앙. 안 돼요…!”
조금만 더 하자.
*
레티시아 체페슈는 사랑하는 동생의 문 앞에 우뚝 선 채,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여성의 달뜬 신음소리….
아니. 희미하다는 건, 그녀 본인이 피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이렇게나…, 생생하게 들려오는걸.
“흐앙! 앙…! 주인니임, 후앗…. 죠아요….”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불과 몇 시간 전에도 들었던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그 상대는 아마도, 그녀의 동생.
가슴이 꼬옥 조여오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어서, 오도 가도 못한 채 그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들을 뿐.
혼란스러웠다. 분명, 동생과 그런 짓을 하는 건 좋지 못한 짓이니까…. 포기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야, 동생에게 그런 마음을 품는 건 이상한 짓이고. 아니, 애초에 이건 사랑처럼 숭고한 감정도 아니었다.
“내가 변태같은 년이라….”
그저 동생을 딸감 삼아 자위하는 변태년일 뿐. 동생을 상대로 발정하는 치녀가, 동생을 사랑할 자격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괜히 자리를 떠나지 못 한 채 망설이는 그녀였다.
레티시아 체페슈는 동생을 사랑했다. 사랑하게 됐다.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정확히는 인정하려 들지 않아도.
그녀는 이미 동생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에, 주저 없이 자리를 떠나지 못 하고 망부석마냥 멈춰 있는 것이다.
“….”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한층 격해졌다. 거의 짐승이나 다름 없지 않을까 싶은, 그런.
그렇게 기분 좋을까. 아니, 좋겠지. 그도 그럴게 사랑스런 동생의 것이다. 그것을 제일 잘 아는 건 다름 아닌 레티시아 본인이었다.
두근두근.
손 끝이 떨렸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레티시아는 손을 뻗었다.
끼익.
분명 아무 소리도 안 날텐데, 괜히 문을 열자 그런 소리가 나는 듯 해서 레티시아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손은 착실하게, 느릿느릿…, 방문을 아주 약간 열었다. 문틈으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만.
그렇게 벌어진 문틈으로 레티시아는 방 안을 살폈다.
그리고.
“흐구으윽. 히윽. 에윽…. 흐웃. 응극…. 헤으으윽…! 후아, 힛…. 히윽. 오극…!”
“아….”
천박하고 추잡한 신음을 뱉으며 음란한 몸뚱이를 파르르 경련해대는 데이지와, 그런 그녀를 희롱하는 동생.
침대와 난잡하게 흐트러진 이불, 캐노피에 가려져 자세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방 안의 상황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레티시아는, 가슴 속 어딘가 찢어지는 듯 아팠다.
살면서 처음 느껴본 고통이었다. 너무 아팠다. 아랫 입술을 꾹 깨물자 핏물이 뚝 흘렀다. 그런데도 가슴이 더욱 아팠다.
그리고.
너무 아파서. 잊고 싶은데 잊을 수도 없어서. 포기할 수도 없어서.
너무 괴로운 나머지,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레티시아는 아랫배가 꾹 당기는 것을 느꼈다.
“읏…?”
이게 무엇인지, 레티시아는 알았다. 그녀가 사랑하는 동생과 꼬옥 포옹했을 때, 쓰다듬어줬을 때, 그리고….
순식간에 허벅지까지 촉촉해진 것을 느꼈다.
레티시아는 순간 자괴감을 느꼈다. 동생의 정사를 보고 발정하는 누나 따위가 세상에 어딨겠느냐고.
그럼에도. 손은 움직였다. 문틈 너머, 짐승 같은 행위를 지켜보고, 스커트 자락 손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살짝 스친 음부가 민감하게 찡 울렸다.
“흐윽!”
한 없이 음란해진 구멍이었다. 동생이 그렇게 만들었다. 더 이상 동생이 없으면 안 됐다. 자위를 하더라도 동생을 떠올리며 해야했다. 장난감을 써봤자 이젠 아프기만 했다.
동생이 필요했다. 하다 못해 동생이 손으로 만져준다면, 저기서 울고 있는 데이지보다 훨씬 더 음란하게 울어줄 수 있을텐데.
그녀는 서글펐다.
그런데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