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와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별다른 무장을 하고 있지 않아 앞길을 가로막는 스켈레톤들을 치우며.
네크로맨서에게 다가가고 있는 타이밍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블하임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자신의 노예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포위해라.”
블하임이 내린 명령에 그저 앞에서 돌진을 막기 위해 서있던 놈들 중 일부가 뒤로 빠졌고.
놈들이 포위하려는 움직임을 확인한 아르칸은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바짝 따라오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포위당하는 순간 우리는 순식간에 당할 거다.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괜찮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도 많이 온 거니까요. 다들 조심하세요.”
“걱정하지 말거라 네가 준 포션도 있으니 우리도 쉽게 죽지는 않을 테니. 모두들 조를 짠 대로 산개를 준비해라!”
포위당하는 순간 아직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후방부터 휩쓸려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생기자.
아르칸은 더 이상의 전진을 포기하고 조를 이룬 대로 사람들을 흩뿌려 내가 더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난전을 유도했다.
서로 짜인 조대로 사람들이 움직이고 아르칸이 혼자서 앞에 나서는 스켈레톤을 맡을 무렵.
이제 혼자서 싸워야한다는 생각에 길게 숨을 내쉰 나는 곧바로 발에 힘을 주고 앞으로 달려갔다.
아직까지 블하임과 나 사이의 거리는 꽤 떨어져 있었지만 진화된 육체의 힘 덕분에.
스켈레톤의 몸과 부딪히면서 무식하게 전진한 나는 빠르게 놈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 셋이 놈의 약점.’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면 곧바로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도착해 놈의 뒤에 좋아 보이는 갑옷을 입은 채 가만히 서 있는 언데드들을 바라보았다.
놈들 중 한 마리만 처리해도 블하임의 멘탈을 건드릴 수 있기에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검을 뽑아들어 놈에게 달려들었다.
블하임은 자신의 앞으로 검을 뽑아든 채 달려오고 있는 인간을 보며 생각했다.
‘한 수는 있어 보이는데...’
쐐기 진형 안에서 혼자 보호를 받으면서 자신에게 달려오던 한 인간.
멀리서 봤을 때 혼자 달려오는 속도도 속도지만 자신의 마력으로 일으킨 단단한
스켈레톤을 마력 없이 그냥 맨몸으로 부수는 것을 보자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란 것을 알았다.
그렇게 검을 뽑은 놈이 앞에 도착할 무렵 블하임은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마법을 사용했다.
[다크 플레임]
영창을 하자 순식간에 생겨나는 검은 불꽃을 오른손에 두른 블하임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인간을 향해 그 불을 던졌다.
빠르게 날아가는 마법을 바라보며 아무리 실력자라고 해도 고작 이런 촌구석 마을에 있는 인간이 자신의 마법을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뭣?!”
평소 말수가 없는 그가 육성으로 토해낼 만큼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마력을 사용하는 기사들이라도 쉽게 대처할 수 없는 자신의 마법을 고작 조그마한.
마을에 살고 있는 훈련조차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것 같은 인간이 간단하게 피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도시의 기사급으로 추정되는 인간은 없을 거라 생각해.
이번 침공에 대해 쉽게 생각한 블하임은 놈을 상대하기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생각보다 할 만 할 것 같은데?’
초반 튜토리얼 단계라 성장을 할 수 없는 시기이기 때문에 도시를 무너뜨린 네크로맨서가.
고작 100기가 조금 넘는 스켈레톤 워리어만 가지고 온 것도 그렇고 원래라면 눈에 보이는 순간.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놈이 사용하는 마법에 죽을 평민이 마법을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다니.
그동안 어떻게든 해보려 발버둥쳐도 손끝하나 대지 못했던 놈을 상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인생 첫 전쟁으로 인해 바짝 긴장하고 있던 몸이 점점 부드럽게 풀려갔다.
몸이 풀려감에 따라 내가 낼 수 있는 속도는 더 올랐고 진화된 육체 덕분에.
더 자유롭게 몸을 사용할 수 있는 나는 마법을 사용하느라 다음 마법까지 빈틈이 있는 사이.
다리근육에 힘을 가득 줘 빠른 속도로 블하임에게 접근했다.
전쟁으로 인한 아드레날린 때문인지 평소보다 빨라진 몸에 감탄하며 놈에게 다가간 후.
그동안 몇 시간이고 단련한 검을 놈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 닿으려는 순간.
놈의 뒤에 가만히 서있던 갑옷을 입은 엔데드 중 가장 덩치가 큰 언데드 하나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챙!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튜토리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강한 힘이 실린 내 검격은 놈이 입고 있는 투구에 그대로 막혔고.
생각보다 강한 반탄력으로 인해 놈과 나는 서로 살짝 뒤로 물러났다.
‘가장 소중한 언데드들은 튜토리얼 난이도와 별개라는 건가?’
원래 튜토리얼 기간에 이정도 힘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적이든 그냥 휘두르는 순간 갑옷 째 반갈죽해야 정상인데.
스토리 중반에도 등장하는 놈이라 그런지 입고 있는 갑옷이 상당히 단단한 듯 했다.
[다크 스피어!]
생각과는 다른 상황에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옷을 입은 언데드가 내 공격을 막아주는 사이 미리 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블하임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검은색 창을 하나 소환해 나를 향해 날렸다.
놈과 살짝 거리가 벌어진 사이 날아오는 창을 바라본 나는 이미 LV.2를 달성해.
상당히 높아진 동체시력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놈의 마법을 쉽게 피해냈고.
내가 피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블하임은 거리가 벌어지자마자 곧바로 흑마법사들의 특기인 저주를 사용했다.
[블라인드] [스트렝스 다운] [바인드]
역시 일인단신으로 도시를 함락시킨 자답게 순식간에 세 개의 저주가 나를 향해 날아오자.
대상을 지정으로 한 저주는 마법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어쩔 도리도 없이 그대로 놈의 저주에 적중 당했다.
“크흐흐흐...”
이진석이 저주에 모두 맞는 것을 확인한 블하임은 음산하게 웃으며 그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에 불꽃을 피워냈다.
‘아니 이거 진짜 깰 수 있는 거 맞나?’
튜토리얼이라 마력도 사용할 수 없는데 마법을 사용하는 마족이 침공하지 않나.
뒤에 있는 시체 세 구 중 한 구는 스토리 중반쯤 올릴 수 있는 ‘상’의 힘으로 날린 일격을 버티지를 않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조건에 나는 일단 놈의 저주를 해주하기 위해 상점에서 해주포션을 구매했다.
[입에 바로 넣어드리겠습니다.]
바인드에 당한 터라 내가 움직일 수 없는 걸 알고 있는 시스템의 도움으로 저주를 해제한 나는 곧바로 내게 날아오는 검은 불꽃을 땅에 몸을 던지며 피해냈다.
‘진짜 스킬이랑 시스템 없었으면 도전할 엄두도 못 내겠네.’
시스템 덕분에 저주를 해주하고 놈의 마법을 피한 나는 설마 자신의 저주를 해주할지 몰랐는지.
후드에 가려져 살짝만 나온 입을 벌린 상태로 잠시 멍하게 있었고.
그런 놈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다시 한 번 다리에 힘을 가득 실어 놈에게 달려갔다.
정면에는 언데드 하나가 튼튼한 갑옷을 입고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
어떻게든 놈을 뚫어야지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언데드의 바로 앞에 서서.
검을 휘두르는 시늉을 한 번 해 놈의 무게중심을 한쪽으로 이동시킨 뒤 곧바로 검을 거둬.
놈이 실은 무게중심의 반대쪽으로 돌아 블하임에게 접근해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설명은 길었지만 일련의 과정이 5초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얼빠져 있던.
블하임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격을 인식하고 곧바로 방어막을 몸에 펼쳤다.
채애애앵!!
‘정체가 뭐지?’
마력이 실리지 않은 검격이라 간단하게 방어막을 펼쳤는데도 얼마나 강한 힘을 실었는지.
놈의 검격은 자신이 펼친 방어막을 일격에 금이 가도록 만들었고.
고작 이런 촌 동네에 도저히 있을 만한 인물이 아닌 자를 깨진 방어막 너머에서 바라보던 블하임은 일단 거리를 벌리기 위해 마법을 하나 더 사용했다.
[바인드]
금방 저주를 풀어내기는 했지만 자신이 사용한 마법 중 놈에게 가장 효과가 있었던.
저주를 사용한 블하임은 놈의 움직임이 덜컥거리는 순간 거리를 벌려 뒤로 물러나 그는 곧바로 저주를 해주하고 움직이는 놈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네놈은 누구지?”
놈이 말하는 사이 시스템에게 말해 해주포션을 구매하여 곧바로 저주를 해제한 나는 놈의 질문에 대답 대신 검을 휘둘렀다.
쨍!
아까 휘두른 검격보다 더 강한 힘을 실은 검격.
놈이 두른 배리어를 뚫은 정도로 무식하게 힘을 쥐어짜내 휘두른 내 검격은 단번에 놈의 배리어를 깨트려 몸을 노리고 다가갈 때.
어느새 재친 나를 따라왔는지 뒤에 놓고 온 언데드가 내 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커헉!”
체력 힘 모두 ‘상’인데도 척추가 짜릿해질 정도의 묵직한 충격에 침음을 내뱉은 나는 드디어 놈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리까지 울리는 고통을 꾹 참고 그대로 검을 내지르자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놈의 뒤에 있는 언데드 한 구가 자신의 팔을 희생해 검로를 비틀었다.
써걱
마치 썩은 통나무를 자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급소를 보호하는 흉갑과 투구보다 상대적으로 연약한.
갑옷으로 보호되는 팔부분이 꽤나 커다란 저항감을 가져다주면서 결국 잘려나갔다.
완전히 힘을 실어 휘두르는 중간에 걸린 팔 때문에 어깨부터 사선으로 노린 내 검로는 놈의 팔을 살짝 베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유효타를 맞추기는 했지만 아쉬운 결과에 내가 다시 놈을 노리려는 순간.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언데드가 된 가족 중 하나의 팔이 잘리는 모습을 본 블하임의 눈깔이 돌아갔다.
“가아암히!!!”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목에 쇳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고함을 지른 블하임은 두 손을 펼쳐 마법을 하나 사용했다.
[다크 봄버]
순식간에 끝난 영창 이후 마력으로 이루어진 검은색 덩어리가 놈의 손에서 나타났고.
그 검은색 덩어리를 눈으로 본 나는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자마자 옆으로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해 마법을 피했다.
직선으로 달려가는 와중에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어 허벅지 근육이 짜릿거리는 느낌과 함께.
날아오는 마법을 겨우 피해낸 뒤 어떤 위력을 가졌길래 어지간한 위험에는 반응하지 않은 진화된 육체가 반응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뒤로 돌리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검은 마력덩어리가 아무도 없는 허공에 폭발했다.
쿠콰카캉!
군대에서 자주포들이 연달아 포탄을 쏠 때와 비슷한 수준의 굉음이 들리고.
검은 마력덩어리가 폭발한 그 자리 주변에는 마치 포탄이 몇 개나 겹쳐서 터진 것처럼 주위에 모든 물체들이 박살났다.
땅은 장정 수십 명 들어가도 무리가 없을 만큼 커다랗게 구멍이 났고.
폭발에 휩쓸린 주변에 있는 집과 목책 나무들은 모두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소멸해있었다.
‘미친...?’
튜토리얼 기간에 고작 마법 하나로 수십 미터를 초토화시켜버린 상황을 목격하자.
나는 온몸에 소름이 쫘르륵 돋으며 누가 봐도 맞는 순간 한 방에 처리될 것 같은 마법을 피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처음 접근 할 때까지만 해도 할 만하다고 안일한 생각을 한 나 자신을 저주했다.
이후 들뜬 마음을 최대로 가라앉혀 다시 냉정하게 생각하기로 한 나는 땅바닥에서 몸을 곧바로 일으킨 후 튜토리얼 기간인데도.
이 정도로 강한 위력의 마법을 사용한 놈이 멀쩡할 리 없다고 생각해 놈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흐으으...흐으...”
예상대로 자신에게 허락된 그 이상의 힘을 사용해서 힘이든 건지.
아니면 자신이 아끼는 가족의 팔이 잘려서 그러는 건지 로브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느라.
놈의 표정이 보이지 않아 최대한 살펴보기 위해 놈의 상태를 확인하려 할 때 블하임이 자신의 후드를 벗어 모습을 보였다.
“케스퍼...케스퍼어!!!”
후드를 벗은 놈의 얼굴은 뱀파이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상당히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후드를 벗어.
자신의 모습을 보인 놈은 두 번째로 한 생각이 맞았는지 안색이 창백한 얼굴로 눈에서 피눈물을 줄줄 흘리고 자신의 옛 연인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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