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아르칸의 말이 모두 끝난 순간 사람들은 방금 전까지 혐오를 가지고 바라보던.
해골모양 조각을 두려움에 물든 눈으로 바라보며 경악하기 시작했다.
“그,그럼! 그놈이 우리 마을에 쳐들어온다는 거요?!”
“저도 확신을 가지지는 못하겠지만. 아마 그럴 확률이 높을 겁니다.”
“…….”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아르칸의 말에 사람들은 점점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고.
마족과 마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해 놈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곧 피난을 결정했다.
“놈들이 이곳으로 오기 전에 어서 도망갑시다. 어서!”
“잠깐!!!”
한 마을 사람의 도망가자는 말에 사람들이 꼬리에 불 붙은 망아지마냥 흩어지려는 순간.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던 아르칸이 침울한 얼굴로 고함을 지르며 행동을 저지했다.
“놈이 목표를 이미 정한 이상 도망가봤자 소용없소.”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맞아! 지금부터 도망가면 따라오지 못할 거야!”
얼마나 패닉에 빠졌는지 평소 그를 존경하던 마을 사람들은 말을 듣자마자 악을 쓰며 소리쳤다.
“놈은 이미 우리 마을을 목표로 하고 있소. 아마 이 주변에 움직임은 모두 확인하고 있겠지.”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데!”
이제 도망가서 살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조차 없애버리는 아르칸의 발언에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던 아르칸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살기 위해 놈과 싸워서 이기는 수밖에 없소.”
“도시 하나를 혼자 무너뜨린 놈이라는데 그런 놈을 무슨 수로!”
도시 하나를 홀로 함락시키는 괴물과 싸우라는 그저 자살하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 아르칸의 말을 듣자.
사람들은 완전히 희망을 잃어버린 듯 점차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울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어차피 도망가도 죽는다는데 그냥 싸우다 죽죠?”
“뭐? 어린놈이 뚫린 입이라고...!”
이렇게 해도 죽을 거고 저렇게 해도 죽을 거면 차라리 싸우다 죽자는 내 말에 꼰대로 유명한 로딘이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달려들었다.
주저앉아 있다가 내 멱살을 잡을 생각인지 팔을 내밀어 내게 달려오는 로딘의 움직임에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옆으로 피한 뒤 반대로 그의 멱살을 잡아 땅에 매다 꽂았다.
“커헉!”
딱딱한 흙바닥에 등부터 떨어지자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숨을 내뱉은 로딘을 제압한 나는 그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럼 그냥 뒤질 거예요? 아저씨 가족들도 다 죽을 텐데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허무하게 뒤질 거냐고요.”
“커헉! 크흡...!”
아직도 고통이 심한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헐떡거리는 그를 잠깐 노려본 나는 고개를 들어 마을사람들을 바라봤다.
“고작 한 놈한테 찍혔다고 겁먹은 개 마냥 꼬리 말고 도망칠 거예요? 차라리 그냥 물어뜯어보는 게 낫지.”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도시 하나가 당했다고 하잖아! 도시조차 보지도 못한 네가 뭘 알아!”
그래도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평소에 불평불만이 많은 사이라 아줌마가 소리쳤다.
“도시요? 당연히 본 적 있죠. 제가 거기서 왔는데요.”
이 몸으로는 당연히 본 적 없지만 어차피 내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거 그냥 거짓말로 말했다.
“네가 도시에서 살다가 왔다고?”
“네, 도시에서 있다가 마족들한테 당하고 흘러흘러 여기로 온 건데요?”
마족들에게 도시가 함락당해 여기저기 거쳐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는 내 말에 사이라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데도 그 놈들이랑 싸우자는 거야?”
잠깐 굳은 표정으로 있다 이내 안색을 회복한 그녀가 내게 물었다.
“그럼 이대로 도망가다가 다 죽을 거예요? 어차피 죽을 거 싸워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내가 그렇게 그들을 설득하고 있을 무렵 사람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루이가 일어나며 말했다.
“저도 진석이 말에 동의해요!”
갑자기 내 말에 동의한다는 말에 루이를 바라본 나는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윙크를 하는 것을 보고 웃었다.
‘역시 조교한 보람이 있는 히로인이야.’
루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눈을 마주치자 에리카도 그 모습을 봤는지.
그녀 또한 일어나 나를 바라보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저도 진석이 말에 동의해요!”
대부분의 어른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젊은 아이들이 그것도 마을에서 가장 예쁜 여자아이들이 말하자.
옆에서 어른들의 눈치를 보고 있던 남자아이들이 여자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과 더 잘 보이고 싶다는 허세가 섞여 모두 일어나 소리쳤다.
“저도 동의합니다! 도망만 가봤자 어차피 체력이 가장 떨어지는 사람들 먼저 당할 텐데 그럴 바에 싸우다 죽을래요!”
이미 마물들에 대한 공포를 직접 겪어본 어른들과 달리 아직 마물들의 위험이라고는 저번에.
쳐들어온 오크가 끝인 아이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하자 어른들이 난감해했다.
“네들이 뭘 안다고 그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자리에서 일어나 싸우자는 의견에 동의하기 시작하자.
마을사람 중 한 사람이 그들을 바라보며 외쳤지만 이미 싸우기로 마음을 굳힌 그들을 말릴 수는 없었다.
“그럼 다들 도망가세요. 저희는 여기 남아서 마을을 지킬거니까.”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모든 어른들이 떠나더라도 마을에 남겠다는 아이들의 말에 고민하던.
어른들은 이내 점점 부정적인 의견보다는 어떻게 싸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찌저찌 루이와 에리카의 선동 덕분에 마족과 싸우겠다는 흐름으로 이어지자.
이제 자신이 나설 때라고 생각했는지 아르칸이 다시 앞으로 나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우리보다 어린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른이 되어가지고 애들보다 겁쟁이일 수는 없지 않겠소.”
아르칸의 말을 들은 어른들은 고민에 빠진 듯 침묵하고 있다가 마음을 정했는지.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아르칸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승산이 있는 거요?”
“승산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오. 하지만 저희가 도망을 가는 순간 놈은 아마 끝까지 쫓아올 거라 생각하오.”
마물들은 인간보다 월등히 높은 체력을 가지고 있어 고작 마을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훨씬 행군에서 유리할 거라 생각한 아르칸이 그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건 이제부터 차차 논의할 생각이오.”
모두가 싸우겠다는 분위기로 정해지자 아르칸은 마을에서 무력을 담당하거나.
짐승들을 잡아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사냥꾼들을 데리고 촌장의 집으로 들어갔다.
마물들에게 피해를 입어 겨우 정착한 곳이 다시 마족에게 침공당한다고 생각하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우울해져 있었는데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 나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무조건 막는다.’
그동안 침공을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단 한 번도 막아본 적 없어 오기가 생겼던.
나는 스킬을 가진 이번 기회에 꼭 완벽하게 막아내기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시스템 마을을 기준으로 최대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침공을 확인할 수 있지?”
[10km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은 불가능한가?”
[정확하게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보를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10km이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시스템의 말에 나는 더 욕심 부리는 것을 포기하고 그 정도만 되면 알려 달라 부탁했다.
그렇게 시스템에게 경계를 부탁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무렵.
마을에서 내 말에 동의하며 아이들을 선동시켜준 에리카와 루이가 내게 다가왔다.
“주...! 진석아!”
“진석아!”
멋있게 마물들과 싸우자고 말하는 진석이에게 다가가던 에리카는 자신의 뒤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루이를 뒤돌아봤다.
루이의 표정은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나 잘했죠? 같은 의사를 피력하듯.
자랑스러운 얼굴로 진석이를 불렀는데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자 에리카는 뭔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이러지...?’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을 질투한 적 없어 이게 질투라는 감정인 것을 모르는 에리카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커다란 가슴 안에서 무언가가 꽈악 조이는 느낌과 함께 루이를 빤히 바라봤다.
그런 에리카의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루이도 느꼈지만 이미 둘의 사이를 알고 있는 그녀는 그저 마음속으로 웃으며 에리카의 시선을 넘길 뿐이었다.
‘오늘 밤 드디어 에리카와 함께 주인님에게 안길 수 있어!’
머릿속에는 오늘 드디어 에리카와 함께 주인님에게 안길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자신의 주인님에게 다가간 루이는 살짝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런데 정말 마물들이 저희 마을로 올까요...?”
내 의견에 동의하기는 했지만 그녀도 아직 반신반의 한지 꽤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그런 루이의 얼굴을 보고 웃어준 후 어느새 옆에 다가와 있는 에리카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거의 100퍼센트 확률로 온다고 볼 수 있겠지. 주변 마물들의 행동도 오늘 좀 이상했고.”
물론 마물들은 그런 수상한 행동을 한 적 없지만 어차피 놈이 이곳으로 침공하는 건.
정해진 수순이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긴장할 수 있도록 거짓말을 했다.
“진석이 너는 괜찮아?”
내가 마물들의 습격으로 인해 이곳으로 왔다는 말을 들어 걱정됐는지.
에리카가 풍만하고 말랑말랑한 가슴 사이에 내 팔을 넣고 슬슬 비비면서 물어봤다.
‘크으...!’
양쪽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가슴의 느낌에 잠깐 취한 나는 곧 정신을 차리고 에리카의 말에 답해주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 뭘. 지금은 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게 만족스러워서 이곳을 꼭 지키고 싶어.”
그런 내 말에 루이와 에리카는 감동을 받았는지 둘 다 내게 몸을 바싹 붙여.
그렇지 않아도 이미 내 팔에 일그러져 있는 가슴을 더욱 더 비벼왔다.
나와 몸을 비비느라 살짝 흥분했는지 노브라 상태로 빨딱 선 꼭지와 함께 물컹한 가슴을 모두 맛 본 후.
이대로 있다가는 둘 다 그냥 들고 박아버릴 것 같아 저녁의 즐거움을 위해 그들이 잡고 있는 팔을 풀고 말을 전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볼 게 아직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게 있거든.”
“내가 도와줄게!”
“저,저도!”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너희는 집에서 쉬고 있어.”
함께 도와주겠다는 그들을 거절한 나는 그들이 잡고 있는 팔을 뱀이 땅위에서 움직이듯 부드럽게 빼낸 뒤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이진석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에리카는 자신보다 먼저 그의 의견에 동조해준 루이에게 시선을 돌리며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설마...!’
마치 자신과도 같이 사랑에 빠진 것처럼 진석이를 바라보는 꿀 떨어지는 시선.
그 시선을 보자 루이가 진석이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여자의 직감이 발동한 에리카는 곧 루이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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