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클럽에서 만났던 필라테스 강사 이세연
* * *
캡슐 밖으로 나온 나는 가장 먼저 휴대폰에 연락이 왔는지 확인했는데 딱히 특별한 연락은 오지 않았고
날짜를 확인하니 다음날 주말이라 이세연을 만나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녀에게 연락을 보냈다.
[내일 강남에서 4시까지 만나는 거 맞지?]
응, 나 거기서 일하고 있어서 퇴근하자마자 만나자.
그러고 보니 이세연의 직업이 필라테스 강사였다는 것을 기억한 나는 그녀가 강사로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 물었다.
[정확하게 위치가 어딘데?]
왜? 오려고?
[퇴근하자마자 온다는데 그냥 내가 가서 기다리면 편하잖아.]
그렇게 해주면 나야 고맙지.
이세연은 이진석의 배려에 웃으며 답했다. 그녀가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의 위치를 보내주었자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본 나는 생각보다 커다란 내부에 놀랐다.
‘강남이라 어느 정도 좋겠구나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좋은 곳이었네.’
정말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처럼 내부부터 상당히 고급스럽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회원제 가격도 다른 곳보다 세 배 정도 더 비싼 곳이었다.
[그럼 내일보자.]
도착하면 연락해줘.
이세연과의 대화를 모두 종료한 뒤 커뮤니티에 들어가 볼만한 내용이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으려는 찰나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진석아 복학 날짜가 어떻게 되니?
“2월에 신청하고 3월에 해.”
그래? 얼마 안 남았네, 꼭 복학신청하고 학교 잘 다녀야 해.
“걱정하지 마 알아서 잘 할게.”
그래 알았다. 복학하기 전에 얼굴 좀 비추고.
“응~”
전화를 끊은 나는 현재 2월이라 적혀져 있는 달력에 표시되어 있는 복학 날짜를 확인했다.
“다음 주면 신청해야하네.”
베타테스트 기간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게임을 해봐야 하는데 복학하고 나면 시간이 많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잘생긴 얼굴로 화장실에서 혼자 밥 먹는 불행한 복학생이아니라 여자 후배들과 함께 즐거운 점식식사와 즐거운 술자리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도 되었다.
‘OT에서 술자리를 가질 테니 그곳에서 미약으로 꼬셔볼 수도 있고 MT도 있고 종강파티도 있고 조별과제도 있고 캬! 미쳤다.’
학교를 다니지 않을 때는 직접 여자를 찾아다녀야 하는데 학교를 간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많은 이벤트가 발생하니 게임 시간을 줄여서라도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한 나는 습관처럼 커뮤니티를 들어가 올라와 있는 글들을 계속해서 확인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잘 봐야지.’
다른 플레이어들이 히로인들을 어떻게 공략하는지 어떻게 조교하는지 보면 다음에 더 많은 방법으로 즐겁게
공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하며 여러 공략 글들을 바라보다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음날 점심쯤에 일어난 나는 이세연과의 만남을 위해서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는 등 꼼꼼하게 몸단장을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비싼 필라테스 학원에 간다는 것을 떠올려 정말 오랜만에 머리에 왁스를 발랐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그 정도 얼굴이 괜찮지 않으면 한국에 있는 남자들은 90퍼센트가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닌 동물일 겁니다.]
아직 내 바뀐 얼굴과 몸이 적응되지 않아 아쉬운 말을 하니 기가 차다는 말투로 시스템이 말했다.
“그치?”
시스템의 말에 자신감을 얻은 나는 다시 백화점을 가기 귀찮아 인터넷으로 주문해두었던 옷 중 괜찮아 보이는 옷을 골라 차려입었고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자 이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강사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받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전화벨이 울린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그녀의 행동을 생각하니 생각보다 내 연락을 꽤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지금 뭐해?”
[나 이제 수업 하나 끝나서 쉬는 시간이야.]
“그래? 그럼 이따 보자.”
[알았어, 늦지 않게 와줘.]
이세연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끝은 나는 이번에 현실에서 처음 돌연변이 정자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거 현실에서도 잘 적용되겠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창조주님이 완벽하게 설계하셨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호언장담하는 시스템의 말을 들은 나는 어떻게 스킬을 사용해야지 티가 나지 않고 제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시간이 다 되어 집에서 출발했다.
이진석과 전화를 마친 이세연은 옆에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직장동료와 눈이 마주쳤다.
“누구에요?”
“그냥 아는 사람이에요.”
“정말요…?”
“네, 오늘 약속이 있어서요.”
“그런데 이세연 선생님이 그렇게 행복한 얼굴로 전화를 받는다고요?”
“네…? 제가 그랬나요?”
이세연의 말을 들은 지은하는 그녀와 통화한 사람이 남자친구거나 그에 준하는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강남에서도 돈 많은 고객층을 노려 다른 필라테스 학원과 차별을 느낄 수 있도록
훨씬 멋들어지게 만든 이곳은 여성들이 많이 다니기는 했지만 소수의 남성들도 다니기도 하는 곳이었다.
강사들이 모두 여자인 만큼 남성 회원들의 수업도 함께 진행했었는데 그로 인해 강사들은 남성 회원들에게 많은 대시를 받게 되었다.
돈이 많은 상류층을 노린 만큼 이곳에 다니는 남성들은 모두 재력이 있었고 그런 그들은 자신감 있게 강사들에게 고백을 했었다.
그 중 가장 많은 대시를 받은 사람이 이세연 강사였는데 같은 여성인 자신이 봐도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데다
몸매는 또 대다수의 남자들이 바라는 폭발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수강생들에게 공평하게 대하는 태도를 고집하던
그녀의 성격 덕분에 차갑고 고고하다는 이미지가 심어져 모든 남성들이 꿈꾸는 정복욕까지 돋구는 그녀였다.
‘그런 선생님이 남자랑 약속이 잡혔다고 저렇게 행복해 하다니.’
이세연 강사는 일을 할 때 언제나 사무적으로 사람들을 대했기 때문에 웃는 얼굴은 몇 번 봤어도 행복해 하는 얼굴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전화통화를 하면서 보이던 그녀의 얼굴은 사랑에 빠진 여성의 얼굴 정도는 아니었지만 만남이 기대되 참을 수 없어하는 여성의 얼굴 정도는 되었다.
“그렇게 반응하니까 더 궁금한데요?”
“에이,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은하의 물음에 자신이 그런 얼굴을 했다는데 믿겨지지 않아 얼굴을 몇 번 손으로 만져본 그녀는 지은하가 한 질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클럽에서 처음 만났는데 섹스를 너무 잘해서 빠졌다고 어떻게 말해...’
“그러지 말고 알려주면 안 돼요?”
“그냥 아는 사람이라니까요.”
옆에서 계속 지은하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이세연은 강사들 전용 휴게실에서 나와 개인 사무실로 도망갔다.
“빨리 만나고 싶다.”
헤어진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첫 만남에 이진석이 주는 엄청난 쾌락에 빠져버린 이세연은 자위를 해도 가라앉지 않는 성욕 때문에 곤란한 상태였다.
‘그런 자지를 알아버렸으니 평범한 자위는 이제 만족스럽지가 않아...’
자신의 질 내부를 구석구석 훑어주고 자궁까지 훅 뚫고 들어오는 그 엄청난 자지를 생각하니 아랫배가 찡하고 울리는 느낌에 이세연은 화들짝 놀라 생각을 멈췄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한 자지는 오히려 더욱 자세한 형태로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이대로는 여기서 자위를 해버릴 것 같은 마음에 컴퓨터를 켠
이세연은 이미 다 짜놓은 애꿎은 스케줄 표를 지웠다 썼다 하면서 머릿속에 있는 자지를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어차피 집에 있으면 계속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약속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출발한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세연이 일하고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여기란 말이지.’
도착해 건물 앞에 서있자 안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길거리에 지나다니며 보이는 흔한 일반인들이 아닌 딱 봐도 관리를 상당히 잘 받은 듯 귀티가 흐르는 사람들이었다.
얼굴에는 잡티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머리카락도 상당히 결이 뛰어나며 가지고 있는 가방도 전부 명품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보니 건질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상류층 사람들은 어떤 맛일까?’
원래는 1층에서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필라테스 학원 내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구경해보고 싶어서 곧바로 학원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고
엘리베이터에 내리자마자 눈앞에 보인 화려한 인테리어에 잠깐 시선이 빼앗겼다.
한 층이 전부 필라테스 학원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이루어진 복도가 눈에 보였고 복도 끝에는 불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자동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동문을 지나 학원으로 들어가니 세련되게 꾸며진 데스크에 있던 정장을 입은 여성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상당히 절도 있는 인사로 용건을 물어본 직원은 나에게 웃으며 다가왔고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요.”
“어떤 분을 기다리시나요? 말씀 전해드리고 오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러면 이곳에서 앉아 기다려주시겠어요? 혹시 원하시는 음료가 있으신가요?”
“어떤 종류가 있나요?”
“여기에 적혀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를 안내해준 직원은 정말 집사 수업이라도 받았는지 절도 있는 행동으로 나를 대하면서
받는 사람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적당하게 서비스를 이어나갔다.
“홍차로 하나 주시겠어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직원이 잠시 차를 타기 위해 떠나가자 편안한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주위를 둘러봤다.
‘와 이렇게 만들려면 이게 다 얼마야.’
바닥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상당히 깔끔하게 보였고 여기저기 놓여있는 장식품들이나 의자, 테이블들도 이런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가구들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기다리고 있을 때 직원이 홍차를 나에게 전해주었고 혹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자신을 찾아달라며 이야기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