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187)

머리를 쓸어넘기곤, 물을 다시 들이켰다.

몸이 축 늘어진다.

너무 긴장한데다 너무 지쳤다.

이대로 한숨 자고싶네, 씨발.

......좀 차분해지자.

걱정하고 난리쳐서 이 일이 해결되면 얼마든지 하겠는데, 그럴리가 없고 도움도 안 된다.

차분해지자.

"후우...후우..."

종말이다.

지금, 세상에 종말이 찾아온거다.

"후우...하아-후우..."

차분하게.

하나 하나 되짚어보자.

아까 내가 본건 뭐였지?

변해버린 인간들을 봤고, 그 다음엔 경찰서. 그리고 눈 앞에 뭐가 여러개 나타났었어.

분명히......

"...상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선택받은 자

[전문화 - 시간조정자] [레벨 - 1]

[호칭 - 일반인]

스테이터스

[체력 - 1/6] [감각 - 2/2]

[힘 - 2/5] [민첩 - 1/4]

[정신 - 1/7]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0]

스킬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디버프

[피로감 - 모든 스텟 시간당 -1] (03: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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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거다!

......잠깐.

스텟이 좀 변한거 같은데?

체력이 아까는 3인가 4였던 것 같은데......

1밖에 남지 않았어.

힘이랑 민첩도 떨어졌네.

......디버프...... 때문이구나.

제기랄.

그나저나 시간조정자라......

뭐지 이건?

전문화?

뭐가 뭔지 모르겠네.

액티브 스킬......

가속......

아까 경찰이 공중에서 갑자기 느려졌지.

가속......

......경찰이 느려진게 아니구나.

내가 빨라진거였어.

가속 아니었으면 아까 아마 붙잡혀 뒤졌을지도 모른다.

"하아..."

다행이라고 할까.

난 가속을 톡톡 두드려줬다.

이게 있어서 다행이다.

[가속 - 5 초간 가속. 정신력 5 소모.]

...정신력 5?

잠깐만.

지금 정신력 7인데?

...한번밖에 못 쓴다는거야?

아니, 정신력은 그럼 어떻게 회복시키는건데?

설명 더 없냐?

젠장.

불친절하네, 진짜.

후우, 안 되겠어.

너무 지친데다 생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저 위에는 좀 조용해 보이니 조금만 올라가서 쉬었다가......

그 다음 일은 쉬고나서 생각하자.

몸을 일으키니 온 몸이 뒤질것같다.

전속력으로 한참 달리는건 몸에 안좋다.

으윽.

앉았던 자리가 젖어서 축축하다.

기다시피 계단을 짚고 2층을 더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뻗어버렸다.

이 건물은 뭐하는데지?

사람 사는 건물인건가, 아니면 상가건물인건가.

"하아, 하아."

아아, 모르겠다.

조금만 쉬었다가......

* * *

춥다!

난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났다.

아, 추워! 씨발!

"흐으으, 흐으으."

어둡다!

젠장, 밤인가?

얼마나 잠든거지?

그때 멀리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늑대가 하울링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아니다.

이건... 비명소리다.

폰을 들어볼려다 말았다.

본능에 가깝다.

내가 앉은 계단은 바깥쪽 벽이 통유리다.

그래서 도로가 보인다.

여기서 폰을 들어버리면, 내가 있는 자리만 환해진다.

밖에 누가 있든, 이 빛을 못 볼리가 없다.

"......씨발......"

소리내지 않고, 입모양만으로 욕을 뱉았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 낯설다.

도로는 꽤나 이질적이었다.

가로등 환한 도로에 차들이 아무렇게나 정차되어 있고,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흔한 배달 오토바이 하나 없다.

다들 어디로 숨어버린건가?

아니면 전부 그 짐승으로 변해버려 사람들 물어뜯으러 달려간건가?

......잠깐.

차라고?

......차......

"후우......"

젠장.

마음을 단단히 먹어!

평생 계단에 갇혀있을 순 없잖아!

아, 그렇지.

"...상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선택받은 자

[전문화 - 시간조정자] [레벨 - 1]

[호칭 - 일반인]

스테이터스

[체력 - 5/6] [감각 - 2/2]

[힘 - 5/5] [민첩 - 4/4]

[정신 - 5/7]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0]

스킬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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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디버프도 없어졌고, 스텟도 제법 회복됐는데?

층간에 뻗어 꽤 자버린 모양이네.

씨발, 자는 동안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다.

잠깐만.

체력이랑 힘이랑 정신이 전부 5네?

그럴리가 없는데?

아까 봤을땐 힘이 2였는데?

...아.

뭔가를 기준으로 회복되는거다.

그렇다면...

체력이겠지.

체력을 기준으로 다른 스텟들도 같이 회복되는 모양인데.

매뉴얼 같은게 있어서 좀 친절하게 설명 좀 해주면 좋겠는데 이놈의 메세지창은 이젠 나오지도 않고.

아무튼, 대충은 알겠다.

아?

잠깐.

명령어가 하나 더 있지 않았나?

상태, 그리고...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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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1/???]

1. 첫 전문화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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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1/???

업적이 뭐가 많은 모양인데.

1번이 계속 깜빡거린다.

뭐지?

1번에 손가락을 가져가봤다.

[1. 첫 전문화 획득.]

[보상 - 저장고.]

?!

뭐야 이건.

"저장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칸......인가?

저장고라니, 뭘 저장하는거지?

물통을 들어 빈칸에 가져가봤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이 저장고는.

설명 좀 해달라고, 좀!

"후......"

됐다.

모르는건 모르는거고,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는게 우선이다.

고개를 홱 돌리니 저장고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끄는 방법 같은건 없고 그냥 딴데를 보면 사라지나보네.

자......

대충은 알겠고.

나가보자.

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시원한 바람이 훅 불어온다.

가로등 불빛을 향해 걸음을 옮겨갔다.

삼단봉을 들고,

벽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며,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오른쪽 벽에 기대어, 밖을 내다봤다.

길게 이어지는 길.

차들이 늘어선 도로.

인기척은 없다.

벽에서 조심스럽게 등을 떼고 게걸음을 걸어봤다.

정면이 환히 드러난다.

오르막 도로를 낀 삼거리가 코앞에 있다.

도대체 여긴 어디지?

길도 낯설고 건물도 낯설다.

평소라면 한 번 눈여겨 보지도 않고 아는 길이 나올 때까지 태연히 지나갔을텐데, 지금은 모든게 낯설다.

왼쪽 벽에 붙었다.

길게 늘어선 가게들과 인도에 늘어선 가로등, 그리고 도로 위에서 깜빡이는 신호등만 색깔 입힌 빛으로 거리를 물들이고 있다.

조용하네.

"하아...하아..."

숨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삼단봉을 꼭 쥐고, 천천히 건물을 나섰다.

귀를 기울이고.

무슨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지.

어디서 무슨 기척이 있진 않나.

좌우를 계속 둘러보며 도로로 들어갔다.

도로엔 온갖 차들이 서있었다.

그런데 문이 죄다 닫혀있네.

운전자들이 도망치면서도 문은 또 잘 닫고 갔네.

젠장.

차와 차 사이를 조심스레 걷다가, 문이 열려있는 차를 발견했다.

그렇지!

흰색 신형 아반떼! 좋아!

창틀을 잡고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으면 꽤 큰 소리가 날거다.

차 문닫는 소리라도 잘못 나면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정도로 고요하다.

개짖는 소리 정도는 씨발 좀 있어도 되는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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