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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서 야설을 주웠다-60화 (6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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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진 모르겠다만,

일단은 저 정액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

"천신님. 도대체 저한테 왜 이딴 일이…."

차라리 카엔이나 백야처럼 실수를 저지른 기억이라도 남아있으면 모를까, 이번엔 그런 것도 없었다.

기억의 끝과 끝이 무척이나 깔끔했다.

유즈가 내 눈앞에서 로브의 목 부분을 만지작거리다가, 가득 질내사정 당한 채 고꾸라지기까지.

그 사이에 꼭 있어야 할 중간 단계가 전혀 기억나질 않았다.

"헤…. 헤……."

"……."

무엇을 했는진 확실하지만.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미치겠다.

성녀의 차가 문제였을까.

확신에 가까운 의심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낮에 있었던 일로 미루어보아, 향기만 가득 들이마셔도 머릿속 어딘가가 저릿저릿해지는 찻잎이다.

만약 카엔이 나를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교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진 무척이나 뻔하다.

유즈가 아니라, 성녀를 이렇게 만들어버렸겠지.

그때 어떻게든 씹어 삼켰던 성욕이 얼떨결에 유즈를 향한 걸까?

…다른 가능성은 떠오르지 않았다.

짜악──!

짜악──!

제발 꿈이라 빌며 몇 번 더 뺨을 후려쳐 보았으나 바뀐 것은 없었다.

새하얗고 도톰한 살결 위를 내 정액으로 더럽힌 채 바닥에 고꾸라져 나지막하게 「좋아」 「좋아해?」 두 단어만 중얼거리는 유즈가 시야에 비칠 뿐.

왜 저런 말을 하고 있는진 잘 모르겠고….

나는 빨개진 뺨을 쓸어내리며 유즈의 뒤에 무릎을 꿇었다.

움찔거리는 유즈의 가랑이 사이로 끈적한 실이 늘어진다.

"…화장실. 1층에 분명 화장실이 있었던 것 같은데…."

화장실엔 당장 쓸 수 있는 휴지도 있고 물도 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그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일단 휴지 정도야 당장 고개를 들면 책상 한구석에 보이고.

게다가 나는 들고 다니지 않지만, 유즈는 어딘가에 손수건을 챙겨 두었을 것이다.

문제는 물.

보지에 물을 넣어도 되나?

애초에 물로 씻을 수 있긴 하나?

여자가 욕조에 들어가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안쪽에다 일부러 물을 집어 넣어볼 리는 없잖아.

아니지. 애초에 상대는 그 '유즈 베르나'인데, 함부로 몸에 손을 댔다간 또 화염으로….

아니야. 그래도 이대로 내버려두었다간 내 씨앗으로 임신을….

"……."

…임신.

그래. 이럴 때가 아니다.

일단 긁어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임신을 막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긁어내야 한다.

"…죄송합니다."

"……히익…?!"

모계유전이란 상식이 퍼진 인간, 수인, 그리고 용인 등등과 달리,

엘프는 다들 세계수 내에 콕 박혀 엘프들끼리만 인연을 맺는 경우가 잦다 보니 이런 '성'상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때문에 엘프도 타종족의 정액으로 임신할 수 있나? 라는 의문이 잠시 스치긴 했지만….

다른 종족들은 전부 가능하니까.

아마 엘프도 가능하겠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자그마한 가능성에 기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천천히, 최대한 가볍게 유즈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엉덩이만 높게 치켜든 채 움찔, 움찔, 경련하는 중이었기에 여기까진 쉽다.

불에 타죽을 각오만 있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안에 있는 정액을 빼내려면, 결국 '무언가'를 이 안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응…. 응읏…."

…자지까지 박아놓고서 이런 말을 하긴 뭐하지만,

일단은 최대한 안쪽을 헤집지 않는 선에서 정리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결국엔 '무언가'를 넣을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예를 들자면, 손가락이라든가.

나는 질구 위로 꿀럭, 솟아나온 정액을 손가락 끝으로 훑어내렸다.

자연스레 유즈의 보지와 내 손끝이 정액으로 이어진다.

쥐고 있는 유즈의 살결이 따뜻하기 때문일까.

정액은 생각만큼 따뜻하진 않았다.

오히려 미지근하다거나 차가운 편에 가깝다.

그리고 이 미끈거리면서도 달라붙는 촉감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유즈의 허벅지에다 손가락을 비벼서 닦아내려다, 책상 위 휴지를 가져와 정액을 닦아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책상 앞은 깨진 유리 조각, 그리고 유즈의 글씨와 발자국이 찍힌 종이로 가득했다.

이것도 뭐… 나중에 내가 치워야 할 것 같고….

설마 내 사비로 갚아야 하려나.

그런 생각과 함께 자리로 돌아오자 어느새 닦아냈던 만큼의 정액이 안에서 흘러나와 조용히 늘어지고 있었다.

휴지로 닦기엔 양이 좀 많다.

분명 푹 젖어서 손끝에 이리저리 들러붙을 것이다.

"혹시 손수건 있으세요?"

"하으으…."

"…그러고 보니 로브가……. 아. 저기 벗겨져 있네."

의자 옆.

싸늘하게 식어가는 로브가 보였다.

유즈가 직접 벗었을 리는 없고.

아마 내가 강제로 벗겨 내지 않았을까 싶다.

"가져올게요. 잠시만요."

"후으…. 하…."

대답대신 야한 숨소리만 들려주는 유즈.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유즈도 지금 제정신은 아닌 듯 같다.

나랑 몸을 섞은 직후 카엔이 침대 위에서 반쯤 실신해서 보여주던 모습을 꼭 빼닮아 있었다.

하긴 질내사정까지 듬뿍 해버렸으니, 그동안 내게 이런저런 일을 잔뜩 당한 모양이다.

당장 유즈의 붉게 물든 엉덩이만 보아도 내가 얼마나 열심히 허리를 박아댔는지 얼추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니까.

옷이라기보다는 걸레처럼 나뒹구는 로브를 뒤적거리자 금방 손수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무런 특색도, 무늬도 없는 새하얗고 깔끔한 손수건이었다.

유즈답다.

"닦아 드릴 테니까, 잠시만요…."

"으읏…."

허락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어차피 질내사정도 허락 없이 했을 텐데 허락 없이 뒷정리하는 것쯤은 괜찮지 않을까… 하고 천천히 질구에 손수건을 가져다 댔다.

새하얗던 손수건 위에 피어난 회색 자국이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다.

치덕치덕 닦아내며 쓸데없는 자극을 주는 것보단, 이렇게 조심스러운 편이 생존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고위 귀족에게 질내사정 해버린 상황에 아무 의미 없는 짓이지 않나 싶기도 한데, 그래도 최대한 살고 싶다.

"히읏, 응…."

벽 맨 아래를 짚은 손.

그 밑에 고개를 처박은 유즈의 입에서 가쁜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혹시 나도 모르게 손수건을 세게 짓눌렀나 싶었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남은 손으로 뒷목을 벅벅 긁었다.

"……."

그러고보니 유즈는 어쩌다 이런 자세로 고꾸라지게 된 걸까.

두 손으로 짚은 채 퍽, 퍽, 뒷치기 섹스하다가 결국 여기까지 미끄러지게 된 걸까?

오랫동안 하다 보니 팔에서 힘이 빠진 걸지도 모르겠다.

축축하게 젖은 부분 대신 마른 부분으로 바꾸며 연구동 벽면을 바라보자 시계는 아직 11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시간이면 뭐…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싶었다.

당장 카엔도 침실에서 고작 5분 만에 베개에 머리를 박고 움찔거리기 시작했으니까.

아까 휴지를 가지러갈 때 책상 밑엔 유리 조각, 책상 위엔 구겨진 종이랑 정액 자국, 땀 냄새, 침 냄새로 가득하던데.

거기서 시작해서 즐기다가 마지막은 여기 이 벽에서 박아댄 모양이다.

눈 앞의 결과물을 토대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지 상상하며, 정액을 닦아냈다.

"…손수건으로는 택도 없네."

청소할때처럼 반듯하게 접어 알뜰살뜰 적셔보려 했으나, 도대체 얼마나 싸지른 것인지 아무리 닦아내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성녀가 차를 건네줄 때 자꾸 '몸에 좋은 차' 라고 강조하던 게 이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간 '몸'에 좋은 차는 맞으니까.

이럴거면 차라리….

유즈가 정신을 차려서 화내기 전에 빨리 긁어내는 게 오히려 낫지 않으려나.

"유즈 님."

"헥… 헥…."

대답이 없다.

꼴깍, 긴장 섞인 침을 삼켜낸 나는 정액투성이가 된 손수건을 대충 옆에다가 던져두었다.

어차피 허락이 필요한 일이라기보다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안 하면 유즈가 해야 하고, 그 후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

심호흡을 마친 뒤,

조심스럽게.

나는 유즈의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헥…?"

규칙적으로 헥, 헥, 내뱉던 숨결이 우뚝 멎는다.

그리고는 불규칙적으로 손가락을 꾹꾹 조여오기 시작하는 유즈.

살다살다 유즈의 보지에 손가락을 집어넣게 되는 날도 오는구나.

기억엔 없지만, 자지도 뿌리까지 박아댄 것 같고.

탄력있게 자지를 받아들이던 카엔의 것과 달리, 이쪽은 꽤나 비좁다.

손가락 하나까진 가뿐한데 두 개를 넘어서면 그때부턴 움직이기 힘들 듯하다.

"……."

…조금 전의 난 이런 보지에다가 자비 없이 뿌리까지 박아대곤 끝에 질내사정까지 해버린 건가.

몹쓸 상상에 축 늘어졌던 자지가 살짝 두툼해지려 할 무렵.

"흐읏…."

"……?"

가만히 움찔거리고만 있던 유즈의 엉덩이가 살랑살랑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박하지는 않되, 유즈 스스로 흔들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순 있을 정도로.

"유즈 님?"

방향은 앞뒤.

오로지 정액을 긁어내기 위해 들어갔던 손가락이, 가볍게 유즈의 질벽을 긁어내렸다.

질내사정한 정액을 긁어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질벽에 손가락이 닿을 수밖에 없긴 하다만….

닿는다, 라고 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살짝 구부려진 내 손가락 끄트머리에,

유즈가 직접 질벽을 꾸욱 가져다 대고선.

"좋아…. 좋아아…."

찔걱,

찔걱,

비벼대고 있었으니까.

"흐극, 흐…."

이게 도대체 뭐지.

뇌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했다.

나는 아마 기억을 잃은 시간 동안 유즈를 강간했다.

루크 '님'의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낮에 보았던 성녀의 수상한 행동으로 보아 유즈는 야설 작가가 아닐 확률이 높다.

유즈는 그냥 정말 순수하게 내 마력을 연구하고 싶었을 뿐.

나는 그런 유즈의 안에다가 마음껏 질내사정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왜 유즈는….

"……."

잠깐만.

나.

왜 아직까지 안 죽었지.

"으읏…. 응…!"

내게 강간을 당했다.

당연히, 싫을 것이다.

당연히, 반항할 것이다.

당연히, 마법을 쓸 것이다.

당연히,

이렇게 멀쩡할 순 없다.

점차 찰박, 찰박, 소리가 날 정도로 손가락을 삼켜대기 시작하는 유즈.

질구를 넓히며 들어가 있던 손가락 위로, 미끈미끈한 정액이 몇 번이고 새어나왔다.

그 싸늘하던 여인이 직접 허리를 흔들어 내 손가락으로 자위하는 모습은 장관이었지만,

계속 이렇게 구경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유즈 님."

"…왜, 왜애…계속, 불러어…."

"그게, 어…."

왜 절 안 죽이셨어요?

지금 가장 궁금하긴 하나 너무 중간과정이 생략된 질문이다.

왜 제 손가락으로 자위하고 계세요?

진실도 모른 채 이번엔 진짜진짜 태워질지도 모른다.

이런 뇌를 거치지 않은 질문들보다, 지금 당장 내가 던져야 할 질문은….

"발정제, 아니죠?"

"몰라, 발정제 같은 거, 몰… 으긋……."

"……소설…."

"뭐…?"

"소설… 쓰신 적 있으세요?"

"…소설? 발정제 다음은, 소설…. 흐…."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듯 내 쪽을 힐끔 돌아보는 유즈.

손가락을 꾹꾹 짓누르던 엉덩이가 제자리에 멈춘다.

"그런거, 몰…."

천천히 사그라지는 유즈의 목소리.

그녀의 시선이 어째 내가 아니라 나보다 '뒤'를 향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살짝 고개를 뒤로 돌려보았다.

"……?"

대단한 건 없고.

시계가 있었다.

11시 13분을 가리키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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