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에서 야설을 주웠다-14화 (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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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최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다시금 처음부터 하나하나 찬찬히 되짚어 보아도 결과는 똑같았다.

네가 먼저 잘못을 저질렀으니, 나도 네 몸을 맘대로 다뤄보아야 직성이 풀리겠다.

여기까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기승전결의 '기'는 가볍게 통과.

하지만.

"그러니까,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말씀이시죠?"

바로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응. 그냥 그…. 손으로 쓰다듬으면 돼."

"……."

왜요? 라는 질문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물론 야한 상상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보통 이럴 땐 내 몸을 가지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던 걸 실험해보는 흐름으로 흘러가야 정상 아닌가?

예를 들어 사람이 어느 정도의 고통까지 참을 수 있을까, 라든가.

하다못해 저 조그마한 주먹으로 날 때리며 어젯밤에 왜 그랬냐고 욕이라도 시원하게 하든가.

그런데 부탁받은 게 고작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것뿐이라니.

분명히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다.

찾아야 한다.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해선.

"정말 쓰다듬어도 괜찮은 건가요?"

"응."

"부드럽게 쓰다듬기만 하면 되는 거죠?"

"알아서 해. 바쁘다며."

"머리카락이 조금 흐트러질 텐데, 괜찮으신 거 맞죠?"

"변태. 너 그냥 나 화 풀릴 때까지 두드려 맞을래?"

몇 번의 질문을 거치자, 바로 앞에 있던 카엔의 뒤통수가 툭, 툭, 내 쇄골을 두드렸다.

대충 묶어내린 포니테일 탓에 주먹으로 가볍게 때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쩔 수 없지.

여전히 카엔을 쓰다듬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진 알아내지 못했지만, 일단은 조심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을 듯하다.

조심하자.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그럼…. 하겠습니다."

"…그래."

마음의 준비를 마친 뒤 천천히 손을 옮겼다.

목적지는 카엔의 머리.

아무래도 자세가 이렇다 보니, 마주 본 채로 헝클어질 정도로 훑는 그런 쓰다듬은 불가능하다.

대신 부드럽게 카엔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어째 품에 안은 애완동물을 쓰다듬는 듯한 느낌.

나는 그것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며 앞뒤로 조심스레 손을 움직여 보았다.

"……."

시작한 지 3초경과.

곧장 내 머릿속에서 세 가지 생각이 빙글빙글 돌았다.

조용하다.

부드럽다.

그리고, 이상하다.

언제나 시끄럽던 카엔이 내 품속에서 숨죽인 채 쓰다듬어지고 있단 사실에, 조용하다는 생각이.

평소 활발한 이미지와 달리 관리를 열심히 해온 것마냥 매끄러운 머릿결에, 부드럽다는 생각이.

그 두 가지 생각이 합쳐져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마침표를 찍는다.

이런건 내가 아는 카엔이 아니다.

최소한 쓰다듬어지며 '너 따위가 내 머리를 쓰다듬게 되다니 영광인 줄 알아' 같은 말이 들려와야 하는데.

지금 내 품에 꾸욱 몸을 붙여오는 카엔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나는 카엔보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야 하나 고민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조용한 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 방식이 틀리진 않았다는 것이다.

이걸 원한 게 아니었다면 진작에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을 테니까.

왜 이런 걸 요구했는진 여전히 의문이긴 하다만 이대로 시간을 보낸다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윽

천천히.

귀에 손이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카엔의 반응을 살피며 머릿결을 따라 부드럽게 손을 움직였다.

앞머리는 숱이 많을망정 묶여있지 않아 편했으나, 뒷머리는 한데 꽉 묶여있다 보니 손가락이 머리카락에 한 번씩 걸리곤 했다.

그 탓에 머리카락 몇 가닥이 치즈처럼 늘어졌지만 카엔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 정도까진 아슬아슬하게 괜찮은 모양이다.

조금 더 요령이 붙으면 저런 잔실수도 없어질 테니 시간이 약일 듯하다.

─스윽 스윽

적막한 침실 안.

카엔의 부드러운 머릿결과 내 손이 만나 자아내는 조용한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사실 쓰다듬는 것 자체는 별일 아니긴 한데, 이걸 실수하지 않도록 온 신경을 기울여 집중한 채 하고 있자니 생각보다 피로도가 대단했다.

남아있던 정신력을 죄다 갉아 먹히는 느낌이다.

이러다간 또 어젯밤처럼 이상한 생각이 훅 피어오를지도 모르겠다.

이성의 끈이 뚝, 끊기는 듯한 그런 멍한 감각.

지금 상황에 그런 일이 다시 한 번 벌어졌다간, 분명 펠라치오 따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조심하자.

"후우…."

이제 얼마나 지났지?

3분 정도는 지났나?

그렇게 바라본 벽시계가 고작 30초 지났음을 알려주고 있을 때.

─툭

"꺅…?"

결국 자그마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손끝에 닿아온 부드럽고도 복슬복슬한 느낌.

카엔의 새카만 늑대 귀에 내 손가락이 쿡 닿아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나는 곧장 머리에서 손을 떼고 사과했다.

수인들에게 있어 귀와 꼬리란, 아이덴티티이자 동시에 가장 민감한 신체 부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꼬리는 어릴 때부터 하도 여기저기 부딪히다 보니 결국 성인이 되어선 감각이 둔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귀는 그렇지 않다.

예민한 부위였다.

무척이나.

굳이 다른 신체 부위와 비교하자면.

성기 바로 다음일 정도로.

과장을 좀 보태면, 카엔의 젖꼭지를 건드린 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됐어.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다행히 카엔은 내 손에 닿았던 귀를 몇 번 쫑긋거리는 것으로 관대히 넘어가 주었다.

자기가 먼저 머리를 쓰다듬으라 시켰으니 어느 정도의 실수는 묵인해줄 생각인가 보다.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 것보다,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자."

"다음이요?"

"이제 쓰다듬어지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았으니까."

부모님께 쓰다듬어지신 적 없으세요? 라는 말을 급하게 삼켰다.

하마터면 의도치 않게 개소리를 뱉을 뻔한 나는 그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저기, 카엔 님."

"응?"

"자꾸 여쭈어봐서 죄송한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쭈어봐도 될까요?"

"뭔지 들어나 보고."

"…제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죠?"

그 말 그대로였다.

내 몸을 마음대로 써보겠다 하더니, 다짜고짜 다리 사이에 쏙 들어와 머리를 쓰다듬어달라 하고 있고.

이젠 쓰다듬어지는 느낌을 알았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도대체 지금 나는 카엔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뭐라 딱 '이거다!' 하고 생각나는 단어조차 없었다.

그나마 비슷하다 할만한 게 '성접대' 정도가 있긴 한데….

그런 단어를 붙이자니 지금 하고 있는 건 너무 소꿉놀이에 가깝지 않은가.

"별거 아니야."

뒤를 살짝 흘겨보며 말을 잇는 카엔.

어느새 그녀의 눈동자에선 피곤한 기색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오히려.

조그마한 불씨가 엿보이는 것 같았다.

"궁금증 해결."

"궁금증…. 이요?"

"응. 북부. 그러니까, 알티오레에 있을 땐 이 정도로 남자랑 가까워진 적이 없었거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카엔에게 펠라치오받은 첫 남자라는 뜻 아닌가?

묘한 정복감이 피어올랐으나, 일단은 가슴 한 켠에 고이 모셔두었다.

"네가 쓴 야설 같은 게 아니라, 로맨스 소설 같은 걸 보면 이렇게 애인끼리 붙어있는 장면이 나오잖아? 우, 우리가 애인이라는 뜻은 아니고."

"그렇… 겠죠. 아마도. 본 적은 없지만."

"서로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꽉 끌어안아 주기도 하고…. 뭐, 그런 것들."

"……."

"소설에선 그렇게 기분 좋다고 하던데, 얼마나 좋은지 궁금해서."

"…아."

"그, 그냥 그것뿐이야. 다른 뜻은 없어."

카엔은 그리 말끝을 흐리곤 슬쩍 고개를 돌렸다.

허튼 생각 말라는 듯 내 허리를 꾹 조여오는 잿빛의 꼬리.

아까 만져진 감각을 떨쳐내려는 듯 파닥파닥 움직이고 있는 묵빛의 늑대 귀.

어째 늑대보단 고양이를 닮은듯한 그 모습을 보며, 머릿속에 차오르는 온갖 잡념들을 열심히 짓밟았다.

그 동안 카엔이 내게 짓궂게 굴었던 이유.

귀족을 상대로 한 천박한 야설을 발견하고서도 눈감아 주었던 이유.

내가 작가일 수 없다고 설명해 줬음에도 카엔이 내가 야설 작가라 확신한 이유.

야심한 밤 그녀가 내 방을 들려 스스로 무릎을 꿇은 이유.

흥분해버린 내가 머리를 잡고 억지로 자지를 들이밀었는데도, 침대에 거꾸로 내리꽂는 것 정도로 끝내준 이유.

그리고.

어젯밤 내 잘못을 핑계로, 오늘 이렇게 '애인'같은 행동을 부탁받은 이유.

"다음은…."

"……."

"한 번 끌어안아 볼래…?"

침을 꿀꺽 삼켰다.

더 이상 입 안을 적시지 못하게 혓바닥을 억지로 밑바닥에 고정했다.

그럼에도 자꾸만 새어나오는 침을 삼켜내며, 천천히 카엔 쪽을 향해 허리를 구부렸다.

분명 여기까진 허락했으니까.

기본적으로 직각이되, 조금은 앞으로 구부려도 된다고.

그러니 지금 이 모든 게 내 착각일 뿐일지라도,

여기까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다.

"어…?"

조금 더 카엔의 엉덩이에 달라붙게 된 나는, 조심스럽게 양팔로 카엔의 배를 감쌌다.

이대로 힘만 주면 꽉 끌어안을 수 있을 정도로.

선을 넘어 버리면 카엔의 몸을 더듬을 수 있을 정도로.

그런 행동들은 확신이 생긴 뒤 해도 늦지 않다.

"…흐앗? 어? 자, 잠깐? 루크?"

"왜요?"

"그, 너무 가깝지 않나…."

오랜만에 들어본 내 이름.

평소라면 평민이나 변태라 부르지 않은 것에 쓴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은 아무런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점점 가까이.

내 손길 탓에 삐죽삐죽 새어나온 카엔의 머리카락에 코끝이 간질거릴 정도로 다가가고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었다.

"궁금하다고 하셨잖아요. 끌어안는 거."

"힉…."

아직은 고작해야 옷 끼리 맞닿은 정도일 뿐이지만 카엔의 몸이 흠칫 거리는 것 정돈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달라붙어 있는 부위가 한두 군데가 아니니 당연한 일이다.

점점 내 통제를 벗어나 피가 돌기 시작한 고간 앞에서도.

살포시 감싸진 카엔의 배에서도.

코끝에 맞닿아있는 카엔의 머리조차 움찔거렸으니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이 병신이다.

"할… 거야? 이렇게?"

"27분."

"뭐?"

"27분 남았다고요."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30분이란 여유시간은 처음 카엔에게서 빠져나가기 위해 대충 둘러댄 시간이었으니까.

원한다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잔뜩 늘려도 된다.

하지만 굳이 시간을 강조한 이유는, 조금 더러웠다.

카엔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이 짧은 시간 내에, 네가 원하는 걸 말해보라는 의미에서.

내가 원하는 대답이 카엔의 입에서 흘러나오길 바라면서.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던가.

'야설 작가가 소설처럼 강제로 당하고 싶어서, 모른 척 딴청 피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라고.

엉덩이 무거운 마녀들이라면 모를까, 검사인 카엔이 책상 앞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는 모습은 상상으로 구현해내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괜찮아. 어제 같은 실수만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

하나씩. 하나씩.

증거를 모아 범인을 밝혀내면 된다.

그리고, 소설 속 여주인공처럼 만들어주면 된다.

아직 그녀가 내 품속에서 가만히 있는 것을 근거 삼아, 조금 더 카엔의 몸을 끌어안았다.

"잠깐, 꺅…."

뻣뻣한 재질의 제복이 내 팔 안에서 가볍게 흐트러졌다.

기껏해야 가져다 대고 있는 수준의 힘으로 안고 있을 뿐이니 그 정도가 한계였다.

하지만 카엔과 나 사이의 거리가 아까보다 훨씬 더 가까워진 탓에, 서로의 체온이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끔 쌀쌀하다 느낄 정도의 화창한 봄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덥다고 생각할 정도로.

"……."

제대로 된 대답은 없었으나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몸을 맡긴 카엔.

천천히.

그녀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더해갔다.

제복이 흐트러지며, 그 안에 감싸고 있던 카엔의 살결이 꾹 짓눌렸다.

단단한 근육이 이곳저곳 붙은 나와 달리 무심코 빠져들 정도로 부드러운 육체였다.

여자의 몸은 이렇구나.

지금껏 이렇게 꼭 안아본 여자는 엄마나 어린 시절 동네 여자아이를 달래주다 안아준 것이 전부였기에,

점점 그 부드러운 감각에 빠져들었다.

고작 배에 닿아있을 뿐이었던 손이 옆구리를 쓰다듬고.

자세를 바로잡는 척하면서, 카엔의 살결을 옷 위로 한 차례 더 훑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카엔은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자그마한 숨소리조차.

귓가에 얼핏 잡히는 것은, 꼴깍 삼키는 자그마한 침소리 뿐이다.

의심은 여전히 의심으로 남아 자리를 지켰다.

카엔을 야설 작가라 확신할 증거도.

야설 작가일 리 없다고 확신할 증거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기에.

그 상태로 3분이란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냈다.

남은 시간 24분.

"루… 벼, 변태."

카엔이 입을 연 것은, 분침이 세 번 까닥인 이후였다.

"네. 카엔 님."

"……잠깐만…. 잠깐만 떨어져 봐."

그리 말하면서도 카엔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분명 직접 손으로 내 팔을 밀어내며 품에서 빠져나왔을 텐데.

"계속 붙어있으니까, 더워서…."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카엔을 품속에서 놓아주었다.

허리를 감고 있던 꼬리를 풀어주고선 곧장 자리에서 벗어나 방 한 켠에 놓인 책상으로 다가가는 카엔.

가만 보니, 물이 반쯤 담긴 투명한 물컵 하나가 거기에 놓여있었다.

"푸하아…."

"……."

안 되겠다.

카엔을 작가라 의심한 채로 이러고 있으려니,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스러워서 나쁜 생각이 머리를 채운다.

조금은 진정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언제나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야 하니 말이다.

가령, 정말 카엔이 순수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나를 애인 대행으로 앉혀놓은걸 지도 모르니까.

평정심. 평정심.

낯가죽을 양손으로 쓸어내린 뒤, 고개를 숙이고선 입고 있던 셔츠 목 부분을 붙잡아 조심스레 펄럭였다.

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에 머릿속이 좀 맑아진다.

그래. 신경쓰지 않기로 결심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이러고 있냐.

가만히 있다 보면 글 쓴 년이 먼저 티를 낼 텐데.

그렇게 숙이고 있던 고개 앞에 새카만 그림자가 다가왔다.

"…?"

손이 있어야 할 부분에, 무언가 펄럭이고 있는 새카만 그림자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왜 그런 형태의 그림자가 생겨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카엔 님?"

"앉을 거니까… 손 치워……."

제복.

답답하게만 보이던 남색의 빳빳한 제복이, 얇은 셔츠만 입은 카엔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렇게 보니 생각보다 가슴이 있다.

라는 감상은 곧바로 이어진 생각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땀에 젖어 조심스레 비치는 새카만 속옷.

그녀는 정말 저 상황을 몰라서 이대로 내게 다가온 걸까.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는 내 바람과 달리, 자꾸만 아래쪽에 피가 몰린다.

"이, 이제 좀 시원하네…."

카엔은 그대로 침대 구석으로 대충 제복 상의를 던져버렸다.

그런 뒤 곧장 내 다리 사이에 착석하고는, 다시 꼬리를 써서 내 몸을 옭아맸다.

분명 땀이 났으면 기분 나쁜 냄새가 나야 하는데.

체향은 또 왜 이리 달큰한지.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것 같아 숨결이 가빠진다.

"……안 하고 뭐 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나는 카엔의 목덜미를 향해 떨리는 한숨을 뱉어낸 뒤, 다시 한 번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첫 번쨰 감상은 촉촉하다.

두 번째 감상은 생각한 것보다 더 살결이 부드럽다.

세 번째 감상은.

이제 고작 23분밖에 남지 않았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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