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에서 야설을 주웠다-6화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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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할 것이 있다.

새벽에 가정해보았던 최선의 상황.

그러니까, 이 적갈색 노트가 귀족들 중 누군가의 욕망을 적어놓은 노트일지도 모른다는 망상은, 아직까지도 내 머릿속에서 추악한 욕망을 자극하고 있었다.

"어, 어때? 이렇게 핥는 거 맞아?"

"……."

"……으으…. 너무 기뻐서 말문이 막혔나…?"

남자라면 누구든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르페아스 아카데미에서의 한 달.

필요할 때마다 자유로이 바깥세상과 왕래하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나는 이곳에서 막힌 하수구를 빨리 뚫는 법이나 공부하고 있었으니까.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공부.

30분을 간신히 넘을 정도의 수련.

나머지 시간은 수업료를 벌기 위해 아카데미 전역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그렇게 고된 일상을 보낸 뒤엔 허름한 기숙사로 돌아와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져 재충전.

이후 다음날이 되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쉬는 시간은 없었다.

꿈을 위해 강해질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고.

점점 쌓여가는 성욕을 맘껏 토해낼 시간도 없었다.

입학하기전 고향에 있던 시절엔 하루에 최소 3번씩은 해결할 수 있었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지금은 겨우 일주일에 한두 번 즈음이 고작이었다.

답답했다.

자위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짬을 내야 한다는 내 신세가 무척이나 애처로웠다.

고작 성욕 따위에 사람이 미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일이 너무 힘들었던 날엔 성욕마저 사라지는 걸 기뻐하는 내가 있었다.

그렇게 강제로 성욕을 쌓아두기 시작한 지 2주일쯤 지난 시점이었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날부터 내 시선은 문득 그녀들에게 향하는 일이 잦았다.

누군가의 날 괴롭힐 때마다 살며시 올라가는 가학적인 입꼬리도.

누군가의 너 같은 하등한 것과 말 섞기 귀찮다는 듯 오만한 태도도.

누군가의 나따윈 '실험체 1' 쯤으로 보는 그 무신경한 시선도.

마음에 드는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그녀들의 유일한 장점.

그녀들은 아름다웠다.

지금껏 보아온 그 어떤 여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배출구 없이 쌓여만 가는 성욕.

갖가지 방법으로 날 괴롭혀오는 여자들.

그 사이를 어설프게 이어주는 화려한 미모.

결국 마음속 깊은 곳엔 그녀들을 향한 삐뚤어진 욕망이 추적추적 쌓여가기 시작했다.

한번 즈음은 내 마음대로 그녀들에게 명령을 내려보고 싶었다.

한번 즈음은 내 마음대로 그녀들에게 흔적을 남겨보고 싶었다.

더럽히고 싶었다.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싶었다.

절대 이루어질 리 없는 욕망을 마음 속에 숨겨두고 있는 것은 예상보다도 더 힘겨운 일이었다.

어느새 망상은 그저 망상일 뿐 실수하지 않도록 그녀들 앞에선 언제나 골똘히 생각하며 말을 뱉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청소하다 우연히 발견한 야설 노트엔 평소 내가 상상하던 가학적인 욕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심지어 소설의 작가는 그녀들 중 한 명이라 추정되는 상황.

절대 그럴리 없다 고집하면서도,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카엔에게 가학적인 내용물을 들켰을 때도.

백야에게 잠시 적갈색의 표지를 보였을 때도.

성녀에게 작가님이라 놀림 받았을 때도.

혹시 그녀가 노트의 주인이 아닐까.

자기가 직접 쓴 소설에 나온 대로 내게 강간당하고 싶어서.

아닌 척. 모르는 척.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쿡, 박혀 자꾸만 떠올랐다.

"맛 이상해……. 짜……."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껏 본적 없을 정도로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

그 밑에서 카엔이 후드를 푹 뒤집어쓴 채 고개를 위아래로 조금씩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새카만 후드.

새카만 머리카락.

당장 이 짓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것처럼 혐오감이 가득 들어찬 미간.

연보랏빛의 눈동자.

그리고, 힘껏 내밀어 진 새빨간 혀.

"헤읍…. 읏……. 하아…."

살면서 처음 느끼는 오싹한 쾌락이 몸을 덮쳤다.

저게 무슨 뜻인진 알고 저러는지.

나 따위에게 스스로가 봉사하고 있단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설마 카엔이 노트의 주인일까?

글쎄. 아무리 그래도 카엔은 진짜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이 상황이 너무 이상해서, 새벽에 있었던 일부터 지금까지 모든 게 다 꿈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벌써부터 허리가 부들부들 떨려올 정도의 쾌감만 아니었다면.

분명 꿈이라 생각하고 눈앞에 놓인 여체를 마음대로 다루었을 것이다.

"헤에… 헤…. 야. 변태.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책엔 이런 식으로 쓰여 있던데."

"…글쎄요. 저도 잘……."

"뭐? 글쎄요? 장난해?"

휙, 내 얼굴을 향해 올라오는 시선.

카엔의 입가엔 자신의 침이 이리저리 들러붙어 반짝이고 있었다.

"너, 너가 먼저 책에다 귀족한테 이런 걸 받아보고 싶다고 썼잖아…! 여기까지 와서 딴소리하기야?!"

뺨을 붉게 물들인 카엔이 내 자지를 쥔 양 손에 힘을 주며 으르렁거렸다.

뒤에 보이는 바짝 부풀어 오른 꼬리가 카엔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는듯했다.

그래도 순수함 이전에 손에 쥐고 있는 게 남자로서 중요한 부위인 건 잘 알고 있는 건지, 어느 정도 힘 조절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막…. 귀족이 이 더러운 걸 핥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이 정도까진 어떻게든 참을 수 있으니까 해준 건데…!"

"그게, 지금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나는 조금 전 카엔과 몸싸움을 하다 구겨진 셔츠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언제나 날 하대하던 여인이 스스로 자세를 낮춰 내 자지를 핥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당장 눈 앞의 카엔을 덮치고 싶다는 욕망에 넘어가지 않은 것만 해도 칭찬받을 일이었다.

"머리? ……아. 그건가."

이해한듯이 눈을 몇 번 깜빡이다 서서히 아래쪽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카엔.

그 끝에 카엔의 침 때문에 끄트머리가 번들번들해진 내 자지가 보였다.

"기분 좋나 보네. 머리가 잘 안 돌아갈 만큼."

제멋대로의 결론.

하지만 썩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마 80점짜리 답안 정도 될까.

머리가 복잡한 건 그 때문이 아니었지만, 굳이 정정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이걸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히죽히죽 웃는 카엔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이제부터 간단하게 하자!"

"간단하게요?"

"자. 이렇게."

카엔은 다시금 내 자지 밑으로 엎드리듯이 내려가더니 혓바닥을 귀두 밑에 가져다 대었다.

마치 주인 앞에 앉은 강아지같은 자세.

혀 특유의 뜨겁고도 축축한 감각이 자지 밑에서 여실히 느껴졌다.

"어해?"

"……네?"

"어허야고."

"…어떠냐고요?"

"응."

따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기분 좋았다.

이대로 카엔의 혀 위에 마구 정액을 싸지르고 싶을 정도로.

굵은 핏줄이 오돌토돌 돋아난 자지 밑에서 순수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카엔.

고작 이것만으로도 수컷으로서의 정복감이 가득 차오르는데, 거기에 카엔 스스로 혀를 써가며 봉사하고 있다니.

아마 오늘 이후로 자위하게 되면 이 기억을 몇 번이고 떠올리겠지.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기분 좋습니다."

"조아. 그러…. 이건 어해?"

카엔의 혀가 가죽을 따라 조금씩 밑으로 내려갔다.

종착지는 귀두와 장대 사이의 가느다란 선.

카엔은 그곳부터 귀두 끝까지 부드럽게 핥아 올리며 물어왔다.

"이거도? 조아?"

"예."

"다으믄……."

차츰 밑으로 내려가며 끊임없이 기분 좋냐고 물어오는 카엔.

어딘가 평소의 그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지금 카엔이 내 자지를 핥고 있다는 상황 자체도 그러했지만, 목소리에서 무언가 다른 게 느껴졌다.

열기, 라든가.

끈적함, 이라든가.

나만의 착각일까.

침대 시트를 짚고 있던 손에 힘을 꾹 주었다가 마지못해 놓아주었다.

성욕이라는 핑계 하나로 카엔과 일선을 넘어버리기엔, 그럴만한 용기가 내게 없었던 탓이다.

"……카엔 님."

"응."

"그, 여기까지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왜? 여긴 기분 나빴어?"

혀를 떼어내곤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천진난만하게 물어오는 카엔.

"아뇨, 기분은 좋았는데."

"그런데 왜?"

"더 이상 했다간……. 쌀 것 같아서요."

그도 그럴게 하도 바쁘다 보니 딸을 안 친 지 오늘로써 일주일이나 된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미 카엔의 혀가 몇 번 움직였을 때부터 '잘못하면 쌀 것 같은데?' 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대로 카엔의 얼굴이나 입안에 뿌려버리면 당근이고 뭐고 곧장 죽을때까지 채찍을 휘둘러 버리겠지.

오늘은 그녀의 혀가 어떤 감촉인지 알게 되었으니, 좋은 기억만 갖고 헤어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지 싶다.

어쩌면 다음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으음……. 남자는 성적인 기분이 좋아지면 정액이라는 하얀 액체를 내거든요."

"알아. 나는 뭐 성교육도 안 받은 줄 알아? 그냥 싸면 되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예? 하지만 그렇게 되면……."

카엔은 이상한 곳에서 의문을 가졌다.

차라리 그게 뭐 얼마나 많다고 그러냐 했으면 설명하기 편했을 텐데.

저렇게 싸면 되잖아? 라고 역으로 물어오니 어떻게 답을 해야 좋을지 고민이다.

"네가 쓴 거 보니까 맛있게 먹던데?"

"……제가요?"

"기억 안 나? 귀족한테 정액을 마시게 한 뒤에 다 마셨나 손가락을 넣어서 확인하는 장면, 그거 네가 억지로 보여준거잖아!"

내가 범인.

아니, 소설을 쓴 작가 놈이 범인이었다.

그게 그런 장면인 줄은 몰랐는데.

급히 보여줄만한 문장을 찾다보니 앞뒤 상황을 못보고 카엔에게 들이댄 모양이다.

"맛없을 겁니다."

"억어본 거야?"

"아뇨!!"

"그럼 소설에선 왜 그렇게 표현해놨어?"

"제가 그걸 어떻게…. 후……. 작가가 그런 이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나 보죠."

"이상한 취향. 음. 확실히 이상하긴 한데…."

카엔은 손목으로 입술을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진짜 작가가 누군지 알아내기만 해 봐.

소설에 써놓은 것보다 더 빡세게…….

"그런데 그거…. 그렇게 맛없어?"

"…예?"

"어느 정돈 참아볼게. 아기를 만드는 데 쓰는 거니까 더럽지도 않을 거고. 애초에 나도 거기까진 참아줄 생각이었으니까."

부드러워보이는 볼을 긁적이며 말하는 카엔.

그녀의 시선 끝엔 내 얼굴이 아니라 쿠퍼액을 흘려대며 움찔거리는 자지가 놓여있었다.

저 조그마한 입에다가 마음껏.

한 가득. 볼이 부풀때까지.

더러운 욕망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모조리.

"…할거지? 다시 핥아줄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이리저리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잡념 들이 뚝 끊겨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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