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48화 (148/148)

〈 148화 〉 보물 찾기 (3)

* * *

고대하던 2일 차가 찾아왔다.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수업시간이 모두 끝난 하굣길.

강현이 릴리에게 물었다.

“순조로워요.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죠. 저기 보세요.”

릴리가 턱짓으로 가리킨 장소로 시선을 돌렸다.

아델이 서 있는 보물 교환소.

그 앞에는 숫자가 적힌 수정구를 든 학생들이 줄 서 있었다.

대략 20명.

현시점까지 강현이 찾은 보물의 숫자가 총 60개.

이제 하루 지났을 뿐인데 벌써 최소 80개의 보물이 찾아졌다는 의미였다.

또한 릴리가 퍼트린 소문이 재 기능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었고.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저 보물들은 개인점수가 되어 오늘 새벽에 재배치된다.

그렇다면 1반이 습득하여 반점수를 올릴 기회가 생기는 거겠지.

“다만 다른 반 반장들은 상황을 수습하려 하고 있어요. 소문의 근원지를 찾고 학생들을 다시 하나로 모으려 하고 있죠.”

“음, 소문 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제가 누군데. 절대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 손을 써뒀죠.”

“다행이군요. 그리고 괜찮을 겁니다. 다른 반의 반장들이 다시 학생들을 모으기 전에 보물은 전부 저희가 가지고 있을 테니까.”

학생들을 설득하려면 최소한 그들 중 절반이 한번씩은 개인 점수를 얻어야만 할 것이다.

왜냐면 손해 보기 싫을 테니까.

그리고 과반수 이상이 재결합에 찬성하는 순간. 다시금 반점수를 위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보물을 점수로 교환하지 못한 학생들 조차도.

하지만 그건 오래 걸릴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시험이 끝날 때까지 재결합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

이미 최소 80점의 보물이 소진된 상태이며 나머지 20점 중 대부분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지만 눈치를 살피고 있는 중이고 나머지는 아직 찾지 못한 걸 테니까.

“그리고 펠로스 님과 그 친구분들까지 포섭해뒀어요.”

“오, 감사합니다.”

계획을 듣기 않고 보물을 찾으러 나갔던 펠로스와 그의 패거리들.

강현은 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기에 릴리가 알아서 잘 처리해줬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아멜리아 님에 관해선 잘 해결하셨겠죠?”

“물론입니다. 기존에 말했다시피 30개에서 협상했습니다.”

릴리 또한 아멜리아를 경계하고 있었다.

제국 제일의 천재이자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업의 일부분을 맡아왔던 그녀인 만큼 실무 경험과 정치 경험은 릴리보다 앞서고 있었기에.

그런 아멜리아와 가까운 친분을 유지 중인 강현에게 그녀를 맡겼고, 잘 처리한 모양이었다.

“방심하지 마세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니까.”

“뭐…, 알겠습니다.”

아멜리아와 협상했을 당시를 떠올린 강현의 대답을 살짝 애매했다.

설마 입으로 하는 걸 제시할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해 당황해 버렸다.

아마 아멜리아의 성격의 문제겠지.

또한 기존에 예상했던 대가를 약속해뒀고.

“좋아요. 그럼 보물의 매입은 언제부터 시작할 생각이신가요? 사람을 구해놨답니다.”

대신 보물을 매입해줄 사람.

1반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어야만 했고, 릴리는 아카데미 내 상점가에 위치한 작은 잡화점 직원을 매수해뒀다.

대가는 1천 점의 개인 점수.

“내일부터 시작할 겁니다. 보물 한 개를 구할 때마다 15점씩 보내주시죠.”

점당 300점에 매입할 보물.

20명이서 나눠 내기에 명당 15점씩 지불하면 되고 점수 관리는 임시 반장인 강현이 맡기로 했다.

“좋아요. 혹시… 보물 찾으신 거 있으신가요?”

“제가 일이 바빴던 터라. 이제 겨우 10개밖에 못 찾았습니다.”

“10개 밖에라뇨. 엄청난 숫자 아닌가요.”

“뭐…, 아쉬움이 느껴지는 터라.”

10개라는 엄청난 숫자에 릴리의 의심의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된다면 50개의 여유분은 편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저는 바로 보물 찾으러 가봐야겠네요.”

강현은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잘 되셨어요?”

먼저 숙소로 보냈던 레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강현에게 물었다.

“응, 10개 찾았다고 하니까 딱히 의심하진 않더라.”

“당연하죠. 다른 학생들이 찾아봐야 한 두 개일 텐데.”

그런 상황에서 10개랄 찾았다는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더 확률이 높을 거다.

“그래서, 그 보물들은 어떻게 한 건데요?”

강현의 허리춤에 매달려있던 검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엘리스가 강현에게 물었다.

평소 그녀가 즐겨 입는 검은색의 화려한 속옷 차림.

그 고혹적인 몸매에 강현의 시선이 잠시 돌아갔다.

“후후.”

그 시선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는 엘리스.

“후우…, 덥다.”

하지만 레이는 어딘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작게 중얼거리며 메이드복의 카라 사이의 리본을 풀고 가슴팍의 단추를 살짝 풀었다.

그렇게 드러난 가슴골.

그리고 그 가슴 밑으로 살짝 팔짱을 끼니 그녀의 가슴골과 풍만함이 더욱 부각되었다.

3월 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와 서서히 따듯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꽃샘추위라 하는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강현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바로는 살짝 쌀쌀한 것이 현재의 날씨.

그렇다면 레이의 행동을 엘리스에게 대항하고 있는 것쯤으로 해석할 수 있으리라.

“흠흠…, 보물은 가져다 교환해야지.”

강현에게 있어선 눈호강일 뿐이다.

연인들의 가슴을 눈으로 잠시 즐긴 뒤, 정신을 차리고는 헛기침과 함께 엘리스의 물음에 대답했다.

보물은 점당 200점.

현재 50점의 여유분이 있으니 총 1만 점이다.

이제 그 보물들을 팔아서 다시 찾고, 다른 학생들이 습득한 것은 반 학생들과 포인트를 나눠 매입하여 담임에게 제출한다.

이번 시험의 최대 수혜자는 자신이 될 것이라, 강현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교환하시려고요? 교환소 앞에 다른 학생들 많을 텐데.”

“새벽에 토견 시킬 거야. 적당한 가죽 주머니에다가 내 이름이랑 같이 써서 보내면 되겠지.”

토견은 흙 안으로 스며들 수 있다.

토견의 내부에 보물이 들은 가죽 주머니를 집어넣으면 은밀하게 이동할 수 있겠지.

교환소는 새벽 1시까지 열려있으니까.

강현은 50개의 보물을 개인점수로 교환받아 1만의 점수를 챙겼고, 3일 차 새벽 2시에 50개의 보물이 재 배치되었다.

다음날, 3일 차 방과 후까지 토견들이 환수해온 보물의 개수는 총 43개.

또한 릴리가 섭외한 대행자가 매입한 보물은 총 5개.

고작 75점의 개인점수로 500점의 반 점수를 확보했다.

개인 점수와 반 점수,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강현은 여유로웠고, 도서관에서 히든 피스, 푸른 보석을 찾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

역시 시험이 시작돼서 그런 걸까.

많은 학생들로 붐볐던 도서관에서 1학년 학생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비밀의 공간으로 이동시켜주는 책 또한 찾을 수 없었고.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은 아니었지만 정식적으로는 상당히 피로했다.

책 한 장한장에 마나를 깃들여, 이동주문이 존재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했기에.

또한 하루가 지나면 진행사항이 전부 무로 돌아간다는 심리적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으음….”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엘리스도 숙소에 두고 혼자 온 강현에게 누군가가 인사했다.

여인의 목소리에 강현은 고개를 들었다.

‘얘가 왜….’

그리고 강현은 잠시 침묵했다.

안면 근육에 신경을 써, 표정조차 바꾸지 않고.

“안녕하십니까. 세릴 님.”

평소처럼 자연스러움을 연기하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회귀 후, 오랫동안 지켜봤기에 모를 수가 없는 얼굴.

하우로스 백작가의 영애, 셰릴 하우로스였다.

어째서 지금 보물은 안 찾고 도서관으로 와서 자신에게 인사를 건넨 걸까.

강현은 일단 침착을 유지하기로 했다.

“어머, 저를 알아주시는 건가요?”

“네, 다른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두는 편이라서.”

“그렇군요. 기억력이 되게 좋으신가 봐요. 저는 자주 덜렁대는 성격인지라.”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말하는 셰릴.

살가운 그녀의 태도의 강현의 경계심이 더욱 올라갔다.

진성 사이코.

황실의 브로치를 지니고 있는 사람을 죽일 만큼의 뭔가가 있는 여인이었기에.

“그렇군요. 그런데 제겐 무슨 용무십니까?”

“용무 같은 건 없어요. 그냥… 책을 빌리러 왔다가 혼자 괴로운 표정을 짓고 계시길래 그만.”

헤헤, 티 없이 맑은 웃음.

외모는 대부분의 귀족들이 그러하듯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미인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웬만해선 남성들에게 호감을 사기엔 충분할 정도.

그런 부분들을 고려한다면 너무 딱딱하게 대해선 안 되겠지.

“이해가 힘들어서 말이죠. 먼저 인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론을 내린 강현은 자연스러움을 연기하며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뭘요. 아, 참고로 저는 4반인데. 1반 맞으시죠? 듣기로는 임시 반장을 맡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다. 부족한 몸이지만 반을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죠.”

“후후, 듣던 대로 근사한 분이시네요.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많으시더라고요.”

“그… 렇습니까?”

“네. 잘생기셨잖아요.”

따듯하고 부드러운 성격.

신분에 상관없이 상대를 친근하게 대해주며 기분 좋은 화법을 사용한다.

그게 셰릴 하우로스에 대한 세간의 평가.

역시 그 평가는 정확한 모양이었다.

속을 알 순 없었지만.

“감사합니다. 셰릴 님도 아름다우십니다.”

강현의 아름다움은 기준이 상당히 높다.

그럴 수가 밖에.

둘째 가라면 서러울 레이, 엘리스, 아멜리아라는 3명의 여인들과 연애하고 있으며 성녀인 아리아 또한 굉장한 미인.

라비의 같은 경우는 태생적으로 신이 빚은 외모라는 찬사를 들는 엘프로 태어났다.

그렇기에 마음에 없는, 예의 상의 말일뿐이었다.

“과찬이십니다. 강현 님의 사용인 또한 천의 여인 아니시던가요.”

“… 레이를 알고 계십니까?”

“물론이죠. 워낙 유명하신 분이니까요.”

세이브 리스의 영웅, 천의 여인.

귀족 정도나 되는 사람이 레이의 명성을 모를 수가 없다.

그 사실을 강현 또한 알고 있었고.

하지만 강현이 셰릴에게 물은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레이에 관해 말할 때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조와 표정, 안명의 작은 근육과 눈썹을 사람의 감정에 맞춰 움직인다.

강현은 그 부분을 자세히 보았고, 별 다른 미동이 없었다.

‘하긴… 당연하겠지.’

지금은 전생의 아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가질 만한 연도 없는 사이.

그래도 직접 확인해보니 한 시름 놓인다고 해야 할까.

‘조심해야지.’

그렇다고 전생에서 봤던 본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 당시에는 25살이었으니 5년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강현은 셰릴의 경계순위를 1등이었던 역사 교수 푸아스와 2등, 망나니 펠로스를 제치고 1순위로 올렸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앞으로 지나가다 마주치면 인사라도 해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셰릴이 떠나가고 도서관에 혼자 남은 강현.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끼고 도서관을 나가 숨을 죽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