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화 〉 보물 찾기 (1)
* * *
하우로스 백작가의 영애가 어찌 됐든 간에 지금은 아멜리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한 순간.
괜히 분위기를 깰 수도 없고. 회귀와 전생에 관한 사실을 아멜리아에게 말할 순 없었기에 강현은 적당히 넘겼다.
그렇게 아멜리아와 함께 밤을 보낸 뒤, 다시 등교했고, 그렇게 1주일이 흘렀다.
“시험에 관한 공지사항을 전달하겠다.”
조례 시간.
교탁에 선 브룩이 반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곧장 학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의 첫 시험은 보통 학생들이 적응할 시간을 갖기 위해 입학 후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시작된다.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을 어느 정도 숙지해온 학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강현 또한 마찬가지.
‘… 다르네.’
게임과 달라졌다.
게임에서도 이때 첫 시험은 1달이 지난 후였는데.
“흠, 다들 놀란 모양이었군.”
그중에서 오직 교사인 브룩 만이 재밌다는 듯이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걱정 마라. 첫 번째 시험인 만큼 간단한 시험이니.”
가장 중요한 시험의 정체.
학생들은 숨죽여 브룩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첫 번째 시험은, 보물 찾기다.”
“…?”
보물찾기.
어린 동네 꼬마들이 놀 때나 하는 놀이.
그걸 지금 아카데미의 수업이랍시고 하겠다고?
학생들의 표정은 의문과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설명해주겠다.”
그렇게 브룩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아카데미의 부지 안에는 1부터 100까지의 숫자가 적힌 주먹 정도 크기의 작은 구슬들이 숨어있다. 그걸 찾아오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시험이지.”
1학년 학생은 총 100명.
고작 100개의 보물로는 학생들마다의 정확한 등수를 내릴 수가 없다.
누군가가 5개의 보물을 얻는다면 다른 4명의 학생은 보물을 얻지 못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면 이 시험의 유형은 조금 더 세부적인 평가들이 존재하거나 반별 시험이리라.
“100개의 보물들을 습득하여 담임교사에게 전달 시 각 반에 100점의 점수를 추가한다.”
매월 1일마다 정산받는 반점수.
비율을 1대 1.
그 반점수를 준다는 것은 3가지의 큰 갈래들 중, 반별 시험에 해당한다는 뜻이었다.
“그 경우, 보물은 즉시 시험에서 제외되며 더 이상 얻을 수 없게 된다.”
반별 정산을 받을 수 있는 건, 4월부터 시작하여 내년 2월까지.
총 11번을 정산받을 수 있으며 보물 한 개당 개인점수 1100점을 얻을 수 있단 의미였다.
5개의 반이 20개씩 보물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총 22000점.
‘너무 적은데….’
첫 시험이라 점수가 박할 수도 있지만 이건 적어도 너무 적었기에 강현은 의문을 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닐 거란 확신과 함께.
“또한 보물을 담임교사가 아닌, 교환소에서 대기 중인 검술 학과 교수인 아델에게 가져다준다면 개인 점수 200점을 얻게 된다. 교환소에선 11시까지 보물을 교환할 수 있으며 익일 오전 2시에 새로운 위치로 재배치된다.”
그 순간, 시험이 엄청나게 복잡해졌다.
개인점수와 반 점수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 줄을 얼마나 잘 탐으로써 많은 점수를 챙기는지가 관건이리라.
그리고 그 줄타기의 난이도는 분명 높겠지.
학기초부터 개인 점수를 챙기기 위해 하는 행동은 다른 학생들에게 이기적으로 비추어져 반감을 사기 좋을 테니.
만약 개인 점수를 얻고 재배치된 보물을 다른 반 학생이 챙긴다면 반 전체의 손실일 테고.
개인 점수는 200점인 반면 100점의 반점수를 20명이 받으면 2000점이고 11번의 정산을 받으면 총 22000점이니까.
“마지막으로 무력을 사용해 타인의 보물을 강탈하는 것은 금지고 시험은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 시작되었으며 총 7일에 걸쳐 진행된다. 시험 종료 시간은 오후 6시. 그럼 다들 잘해보도록. 마지막으로 질문받겠다. 이 시간이 끝나면 더 이상의 질문 시간은 없으니 서둘러라.”
시험에 관해 물을 마지막 기회.
“어떤 식으로 숨겨져 있나요?”
학생들 중 하나가 물었다.
“비밀이다. 다음.”
간결하게 대답한 브룩은 다음 학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주인공은 릴리.
“그렇다면 만약 수업에 불참하고 보물을 찾으러 다니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미 알고 있는 대로, 개인점수 차감이다. 교수로부터 불이익을 얻진 않겠지만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겠지.”
그 리스크들을 감당할 수 있다면 수업을 빠지고 보물을 찾아도 괜찮다.
브룩의 말을 그렇게도 해석이 가능했다.
‘한번 불참할 때마다… 500점씩 차감이니까….’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이 총 한 시간이란 사실을 고려해봤을 때, 1시간 내로 총 10의 보물을 찾아내야만 간신히 본전이다.
7일 동안 넓은 아카데미에 숨겨진 보물의 개수는 고작 100개.
웬만해선 불가능하겠지.
“다음은 반장이 물었다.”
그렇게 강현의 차례.
“혹시 소환수나 사역마를 사용해서 찾는 건 괜찮습니까?”
“물론이다. 그건 개개인의 능력이니.”
“수업 시간 중이라도 상관없는 거겠죠?”
“교칙에 소환수와 사역마가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항목이라도 있는가?”
“감사합니다.”
그런 교칙이 있을 리가 없다.
강현은 속으로 호재를 불렀다.
그와 반대로 탄식하는 학생들도 존재했다.
소환수와 사역마는 오직 마법 학과의 학생들만 사용한다.
그렇기에 다른 학과의 학생들은 벌써부터 자신들이 뒤쳐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닙니까?”
글로리아의 백작가의 삼남이자 망나니로 유명한 펠로스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그와 나란히 앉아있던 추종자들은 그에게 동조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브룩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나는 아직 네게 질문하라 말하지 않았다. 이번이 처음이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지만 다음부터 조심하도록.”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브룩.
그러게 질서는 잘 지켰어야지.
“… 죄송합니다.”
“음, 그럼 질문에 대답해주겠다. 불공평이라 했지?”
“예, 그렇습니다. 저와 같은 검술 학과 학생들은 뒤처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네 말이 맞다.”
의외로 깔끔하게 인정하는 브룩.
살짝 예상외였다.
“하지만 그 불공평함을 어떻게 대처하는 지도 개인의 역량이지.”
아카데미의 시험은 1차원적인 시험이 아니다.
귀족가와 명문가의 자제로써 미래에 제국을 이끌 이들에게 불공정을 극복해야 할 순간은 언제든지 찾아온다.
수 싸움과 정치. 선동과 권모술수.
교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모든 수를 동원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네가 검술 학과이기에 더욱 유리한 시험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불공정을 논할 처지가 아닐 텐데. 너, 그리고 다른 학생들 뿐만이 아닌 나 조차도.”
“….”
귀족가와 명문가에서 유복하고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배움의 기회는 훨씬 더 많았고, 그 덕에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작은 마을의 농부로 태어났다면 글자와 검을 배우는 것이 아닌 농사를 배웠을 테니.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고 싶습니다.”
강현이 손을 들어 말했다.
“물어라.”
“그럼 점수가 정산되는 것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겁니까?”
“반 점수는 시험이 끝나는 즉시 정산되어 공지될 예정이다. 개인점수는…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할 것이고.”
그렇게 마지막 질문이 끝났다.
“그럼 더 이상의 질문은 없어 보이니 여기서 조례를 마치겠다. 일 교시 전에 나가서 보물을 찾든, 반장 주도하에 작전을 세우든 뭐든 서두르는 것이 좋을 거야. 담임으로서의 조언이다.”
브룩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갔다.
∴
브룩이 교실에서 나가고 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 앞에 섰다.
“다른 반들보다 많은 보물을 얻기 위해 간단한 작전을….”
임시 반장의 신분으로써, 다른 반보다 더욱 많은 보물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쯧.”
하지만 강현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펠로스는 강현을 보더니 불쾌한 표정을 지은 채, 혀를 차며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의 추종자들 또한 뒤를 따랐다.
시작부터 4명의 이탈.
“작전을 세우기 위해 잠시 논의할까 하는데, 집중 부탁한다.”
이 정도는 의미 예상한 상황.
당황할 것 없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강현의 말을 들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펠로스 패거리를 제외한 6명의 남학생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강현을 바라본 채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으니.
여학생들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눈빛 자체는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서둘러 보물을 찾고 싶어 하는 눈치.
그들을 집중시킬 방법이 필요했고, 강현은 이미 생각해둔 게 있었다.
“아, 그리고 도움이 조금 필요할 거 같은데…, 릴리님.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까?”
“그럼 물론이죠.”
스스로의 힘으로 안된다면 타인의 힘을 빌리면 된다.
황녀인 릴리라면 학생들이 집중할 수밖에 없을 테니.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제가 하는 말을 칠판에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아요.”
릴리는 분필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적, 시간도 없는데. 빨리 나가서 찾는 게 좋지 않겠어?”
“2분 내로 끝나.”
남학생들 중 한 명이 하는 말에 대답했다.
2분이라는 시간에 타협한 건지, 남학생은 초조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시험은 보물이 많으면 그만이야. 그러기 위해선 더 오랜 시간 동안 보물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아까 설명에서 들었다시피 사역마나 소환수를 부리는 마법사가 많으면 더 좋지. 그런데 내가 알기론 우리 반에는 마법 학과 학생이 나랑 릴리님까지 해서 총 3명으로 엄청 적은데 사역마랑 소환수를 부릴 수 있는지도 모르고.”
임시 반장이 끝나도 계속 반장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같은 반 학생들의 인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시험은 그 인정을 받기 위한 기회였다.
“… 그래서 어떡하자는 거야?”
여학생들 중 한 명이 물었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이번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없어.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다른 곳에 집중할까 해.”
“다른 곳이라…, 뭘 말씀하시는 거죠?”
릴리가 강현에게 물었다.
보물을 찾아야 하는 시험.
보물을 찾지 않는다면 어쩌겠다는 말인가.
“우리가 사들이는 거지. 교환소에서 개인점수 200점으로 바꿀 수 있는 보물은 300점 정도에.”
“으음…, 그걸 사들인다라…. 괜찮은 방법이긴 하네요. 보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개인점수는 하나당 총 1100점이니까. 물론 구매할 수 있기만 하다면요.”
불공정함이 문제가 되지 않는 지금, 강현이 속한 1반은 다른 반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고 그걸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보물의 구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이 팔 지가 문제다.
다른 학생들 또한 보물 하나의 총 개인 점수가 1100점이란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까.
“릴리님이 보시기엔 어떠십니까? 어려울 거 같습니까?”
“으음…, 아뇨. 생각보다 엄청 쉽게 흘러가겠네요.”
“좋아요, 그럼 간단하게 설명해줄 테니까 이거 듣고 보물 찾으러 가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