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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39화 (139/148)

〈 139화 〉 반말 (1)

* * *

황녀와 만난 뒤, 숙소로 돌아온 강현은 곧바로 아멜리아와 연결된 통신 스크롤을 확인했다.

아멜리아에게 답장이 도착한 상태였으며 오빠와 만난 뒤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 황녀와의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궁금해하는 엘리스에게 음료점에서 일을 들려주었다.

“그렇게 해서 같은 조로 활동할 예정이야.”

“잘됐네요. 황녀면 분명 쓸만할 테고.”

“불경죄로 잡혀간다.”

“저는 검이라서 사람들의 법이 적용 안돼요.”

흐흐, 엘리스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사람이잖아.”

“그럼 뭐해요, 임신을 못하는데.”

“….”

강현은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엘리스의 반론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갑자기 무거워지려는 하는 분위기를 지키고자 엘리스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혹시 몰라, 무슨 방법이 있을지.”

샤렌의 내면세계에서 봤던 마녀들의 세계와 그 안에 위치한 지식의 보고.

어쩌면 검에 부여된 엘리스의 영혼을 다시 사람으로 만들 방법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천지를 창조한 신들이 실존하고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니까.

“그러면 좋겠네요. 그런데 그만한 점수를 어떻게 모으려고요?”

“뭐하긴 약 팔아야지.”

개인 점수는 아카데미 내에서 통용되는 화폐로써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모든 시험에서 1등을 독차지한다 하더라도 도서관의 모든 열람권을 얻고 1등 성적으로 졸업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

그렇기에 점수를 얻을 다른 방법이 필요했고 다른 학생들에게 점수를 받고 영약과 포션, 약을 제조해서 파는 방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일단 점수를 얻어야지 공방도 얻고 재료도 구하겠지만.”

아직 본격적인 실행으로 옮기기엔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여 장기적인 계획으로 봐야겠지만.

“그럼 아멜리아는 뭐라고 해요?”

“음, 아델 교수님이 다녀가시면 연락 준다고 했어.”

“그럼…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기다려야겠네요.”

“그, 그래 주면 좋지.”

엘리스가 강현의 목선을 천천히 쓰다듬자 살짝 목소리를 떤 강현이 대답했다.

그리고 적당히 시간이 보내던 중.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답장 왔다.”

아멜리아와 연결된 통신 스크롤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왔다.

“빨리 확인해봐요.”

“어디 보자….”

강현은 통신 스크롤을 펼쳐보았고.

“… 오늘은 혼자 있고 싶다고 죄송하다고 하시는데?”

기대와 정반대.

예상했던 것과 딱 맞아떨어지는 연락이 도착했다.

“그래요?”

“응.”

아멜리아에게 있어서 아델은 소중한 가족이자 사랑하는 오빠임과 동시에 자신을 두고 떠난 사람이며 경쟁자이기에.

“흐음…, 어렵네.”

“갑자기 뭐가 어렵다는 거야?”

“아멜리아가 한 말이요.”

그게 어려울 게 있는 건가?

강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엘리스를 바라봤다.

“그런 경우 있잖아요. 여자들이 본심 하고 반대로 말하는 거. 나 화 안 났다고 하는데 사실 화났으니까 어서 풀어달라거나.”

“아, 뭔지 알 거 같아.”

연락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진짜로 연락 안 하면 더 화낸다와 비슷한 맥락의 글을 현대의 인터넷에서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실제로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지금 공녀님도 그런 거란 말이야?”

“으음…,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공녀님이 그러실 분도 아니고.”

아멜리아는 강현의 앞에선 수줍은 소녀의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나 독한 성격이다.

절대 자신의 문제를 남에게 기대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혼자 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말이 진심일 확률이 더 높겠지.

“공녀님이 만약에 찾아와 주길 바라시는 거면 직접 와달라고 하셨을걸.”

또한 그녀는 엘리스가 말한 경우처럼 불합리한 여인이 아니다.

차라리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지.

“역시 그렇겠죠?”

“응, 뭐… 나도 직접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긴 한데, 내일 만나 뵈야지.”

연인으로써, 힘들어하고 있을 아멜리아의 곁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혼자 있고 싶다는 사람을 억지로 찾아갈 수도 없었다.

“그럼 어떡하실 거예요?”

“뭐… 도서관이나 다녀올까.”

“저는 좋아요.”

지금 이 상황에서 아멜리아의 방을 찾아가지 못했을 때 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킬 순 없었다.

강현과 엘리스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일단 밖으로 나가고자 했고.

“그럼… 음?”

일단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순간이었다.

아멜리아와 연결된 통신 스크롤이 다시금 옅은 빛을 흘렸다.

“또 연락 왔나 본데요?”

“그러게?”

강현은 곧장 통신 스크롤을 펼쳐 아멜리아의 연락을 확인했다.

그리고.

“… 나 잠깐 다녀와야 할 거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니 강현 님과 함께 있고 싶다는 연락이 와 있었다.

“다녀와요.”

“응.”

강현은 곧장 기숙사 밖으로 나갔다.

아카데미 1학년 여기숙사.

남학생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아멜리아를 만나러 가는 길인 만큼, 정문을 통해 당당히 들어갈 순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기숙사 주변에 심어진 나무를 타고 올라가 창문을 통해 들어가는 것.

건물과 나무 사이에 거리가 꽤 있었지만 강현에겐 충분히 가능한 일었다.

“침묵의 장막이여.”

[4 위계 무속성 마법, 사일런트를 사용했습니다.]

“빛의 장막이여.”

[6 위계 빛 속성 마법, 은신을 사용했습니다.]

창문을 통해 다른 여학생들에게 들킬 수도 있으니 강현은 그들의 시선을 피할 마법을 사용하고 나무를 타고 올랐다.

남학생이 여학생 기숙사 옆에 있는 나무를 타고 올랐다가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바로 잡혀갈 테니까.

아멜리아에게 사전에 들었던 대로 건물을 따라 앞쪽에서부터 4번째에 위치한 나무.

그리고 3층 높이를 맞춰 올라갔다.

그렇게 정확한 위치에 도착하자 활짝 열린 창문 너머로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는 아멜리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흡…!”

굵은 가지를 박차고 뛰어올라 창문을 넘어 방 안으로 착지했다.

사일런트 마법 덕에 아무런 소음도 발생하지 않아, 아멜리아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고 강현은 마법을 해제했다.

“오, 오셨나요. 강현 님….”

평소처럼 얼굴을 살짝 붉히고 시선을 피하며 말하는 아멜리아.

하지만 평소와 비교했을 때, 목소리에 살짝 힘이 없어 보였다.

“예, 아멜리아 님의 부름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헤헤…, 고마워요…. 갑자기 말을 바꿔서 많이 당황하셨죠…?”

“뭐, 제가 완벽하게 알 순 없지만 아멜리아 님께서 심란하시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으니 너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너무 감사하네요. 이, 일단 와서 편히 앉으실래요?”

“네, 신발만 벗어두고.”

강현은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현관 앞에 내려둔 뒤 클린을 사용하여 바닥에 떨어진 흙을 청소하고 아멜리아가 앉은 침대 옆에 앉았다.

“아델 교수님은 다녀가셨습니까?”

“네…, 한 10분 전에 돌아가셨어요.”

힘없는 아멜리아의 대답.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그럴 리가요. 그냥 어떻게 지내왔는지만 얘기했답니다.”

“그런데 힘이 많이 없어 보이십니다.”

“그러게요. 저도 오라버니와 재회한다면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살짝 고개를 숙인 아멜리아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안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강현은 아멜리아가 부탁한 대로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아멜리아는 강현의 어깨 위로 턱을 얹고는 그의 등에 팔을 둘렀다.

“저도… 참…, 주책이네요.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 보이지 않겠다고 했는데 벌서 강현님께만 두 번째네요.”

12살.

그에게 처음 거절당했을 때.

그리고 지금.

“….”

강현은 잠시 뭐라 할지 고민한 끝에 침묵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금은 그저 가만히 있어주는 것이 심란한 아멜리아에게 있어 최고의 배려일 테니까.

“오라버니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무슨 말을 하셨습니까?”

“가문을 나오고 나서야 진정한 자신을 찾은 것 같다고 하셨어요. 공작가의 장남이 아닌 아델 그 자체를.”

“네, 듣고 있습니다.”

아멜리아는 잠시 침묵한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강현 님.”

“네.”

“강현 님은 저를 사랑하시나요?”

“물론이죠. 아멜리아 님께서 제 연인이란 사실을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헤, 헤헤….”

강현의 대답에 아멜리아는 수줍게 웃었다.

“흠흠.”

그리고 헛기침을 내뱉은 아멜리아가 다시 물었다.

“그, 그럼… 공작가의 공녀를 사랑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아멜리아를 사랑하시는 건가요.”

“예? 으음….”

잠시 고민한 강현은 아멜리아의 질문이 무슨 의도인지 생각해본 뒤 입을 열었다.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작가의 공녀가 곧 아멜리아 님이고 아멜리아 님이 곧 공작가의 공녀가 이니십니까.”

“그렇… 죠.”

“다만 공작가의 공녀란 이유로 아멜리아 님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아멜리아 님의 신분이 어떻든 간에 아멜리아 님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겁니다.”

강현은 자신이 헛다리를 짚었을 수도 있기에 살짝 걱정스러웠지만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 고마워요, 강현 님.”

아멜리아는 자신의 의미 없는 질문을 했단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강현이 신분에 연연하던 사람이던가.

하지만 그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고 강현은 아멜리아가 원하는 대답을 완벽하게 해 주었다.

“… 혹시 제 이야기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그렇게 아멜리아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공작가의 공녀로 살아온 삶.

부족할 게 없어보이지만 많은 것이 부족했던 이야기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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