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 만지실래요? (1)
* * *
“아멜리아 님.”
로라에게 개인 점수를 받아 교무실 밖으로 나온 강현은 주변에 다른 학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아멜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꺗…! 왜, 부부, 부르시나요…?”
고작 이름 한번 불렀다고 새된 비명을 내지른 아멜리아는 평소보다 훨씬 심하게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너무 굳어계시는 거 아닙니까? 오늘따라 평소보다 심해 보이십니다. 연락에 답장도 안 해주시고.”
“그,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을 잃은 동안 성기를 주무른 것을 전부 들켜버렸다.
치료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지만 사심이 전혀 섞이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 물컹하고 뜨거움 남근의 감촉이 아직도 손바닥에서부터 느껴져 온다.
그렇기에 아멜리아는 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평소에도 강현의 앞에만 서면 말조차 제대로 못하겠는데 그런 일까지 있었으니, 어떻게 괜찮겠는가.
아멜리아는 자신이 강현의 통신 스크롤을 무시하는 날이 올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고.
‘괜찮아요,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고 그냥 적당히 이래저래 바빴다는 말로 넘기면 되니까요.’
계속 강현을 피해 다닐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건가.
이러는 와중에도 다른 여자들은 점점 강현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을 건데.
“혹시, 제가 기절했을 때 있었던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렇게 평정을 되찾기 위해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정하던 중에 훅 들어오는 강현의 질문.
“그게에…. 저기…, 그러니까….”
지금 말하려고 했는데!
아멜리아는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않은 강현이 원망스러웠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너무 뜨겁게 달아오른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평소라면 백지장이 된 머릿속을 다시 채우기 위해 적당한 말로 시간을 벌었을 테지만 강현의 앞에선 그저 어버버 거릴 수 없는 자신이 더 원망스러웠다.
“나, 나중에 봬요…!”
이 자리에서 벗어나 강현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고 싶었던 아멜리아는 도망치기를 선택했다.
어쩔 수 없다.
도저히 스스로 해결할 수 없으니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어딜 가십니까.”
하지만 그건 강현이 용납하지 않았다.
이미 한번 도망친 전적이 있는 아멜리아를 지금 놓아줬다가 또 어느 세월에 다시 대화를 나누겠는가.
강현을 이번에도 놓칠 생각은 없다는 의미를 담아 아멜리아의 손목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
“가, 강현 님…. 노,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오…? 저 부끄러워서 죽어버려요….”
궁지에 몰린 아멜리아는 앙탈을 부리며 강현의 자비를 구했다.
하지만 강현이 도무지 놓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녀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히엘을 바라봤다.
“… 공녀님, 저는 먼저 가 있겠습니다.”
어쩌다가 자신이 섬기는 주인이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고작 남자 앞에 섰다는 이유로 사람 자체가 변해버리다니.
히엘은 안타까운 감정을 느낌과 동시에 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잘 해결하기 위해선 자신이 자리를 비켜 주는 것이 좋겠지.
“강현 님, 잘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히, 히엘!? 어디 가시는 거죠! 다, 당장 돌아와요…!”
아멜리아의 처절한 목소리에도 마지막 인사를 건넨 히엘은 다시 들을 돌리지 않았다.
“일단 자리를 옮겨 잠시 대화 좀 나눠주시겠습니까?”
“그게에…, 저 진짜 죽을 거 같다고요오….”
“그 정도로 안 죽으십니다. 그리고 계속 공녀님께서 저를 피해 다니시면 마음이 너무 아프단 말입니다.”
“… 아, 알겠어요. 그, 그러니까 그런 슬픈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 줘요….”
자신의 행동에 강현의 마음이 아파한다.
그 말 한마디로 아멜리아는 도망칠 힘을 상실하고 결국 그를 따라나서기로 했다.
∴
강현은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아카데미 구석에 위치한 대련장으로 향했다.
그 사이, 둘이서 잘 해결하라는 말을 남기고 레이가 떠나간 탓에 남은 사람은 오직 강현과 아멜리아 단 둘.
“….”
대련장 옆에 배치된 의자에 앉은 아멜리아는 앉은 채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으며 허벅지 위로 올린 영 손을 쉴 새 없이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아멜리아 님.”
“네, 네에…. 강현 님.”
“키스하고 싶습니다.”
“키, 키스 말인가요? 이렇게 갑자기…?”
갑작스러운 강현의 물음에 고개를 들어 올리며 아멜리아가 물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고 붉은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아멜리아는 바로 도망치듯이 시선을 피했다.
“네, 평소에는 매일 했는데 지금을 벌써 삼일이나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렇긴 하죠….”
“그러니, 허락해주시죠.”
“어… 그, 그게….”
아멜리아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입술을 맞대고 그 사이로 혀를 섞는 달콤한 키스.
분명 황홀한 기분이겠지만 지금은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지 않던가.
“그냥 제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네, 넷…? 읏…! 하움….”
아멜리아가 자신의 허리에 팔을 두르는 강현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찰나의 순간, 강현은 아멜리아의 허리를 끌어당기고 입술을 포개었다.
대답을 하느라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들어간 혀.
“흐읏…, 후아, 하움.”
갑작스러운 침투에 놀라 굳어버린 혀를 애무하듯 천천히 핥아나갔다.
“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현의 혀에 화답하는 아멜리아의 혀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입술 사이에 얽히고설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3분 정도 지났을까.
“후우….”
뜨거운 한숨을 내뱉으며 서로의 입술이 천천히 떨어져 나갔다.
그 사이, 타액으로 이루어진 투명한 실은 쭉 늘어지다 뚝 하고 끊겼다.
“뭐예요, 각잡, 읏…! 갑작스러게에….”
혀가 꼬이자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아멜리아.
“혹시 싫으셨습니까?”
“그, 그건… 당연히 좋았어요.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요.”
“제가 아멜리아 님의 연인이기에 허락을 받기도 전에 키스해도 괜찮은 것처럼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와 아멜리아 님은 서로 미래를 약속한 사이인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성기를 주무른 게 무슨 문제입니까.”
부끄러운 건 당연한 일이다.
아멜리아가 공 작가의 공녀로서 많은 일을 해왔다고 해도 교제경험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하지만 강현은 그 일을 죄스럽게 여기지는 않았으며 했다.
“강현 님의 말이 맞아요. 그, 그런데 제가….”
“제가?”
“사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마치 쥐어 짜내듯이 외친 아멜리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사심이라면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 네?”
“사실 조금 아쉽습니다. 제가 정신을 잃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아멜리아 님의 손길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겠죠. 솔직히 아멜리아 님께서 다시 사심을 가득 채워주셨으면 합니다.”
“읏…! 무, 무슨 말을 하시는 건가요! 강현 님!”
얼굴을 넘어 목과 귀까지 붉게 물든인 아멜리아가 말했다.
“흐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실 거 없다는 말입니다. 저와 아멜리아 님은 남이 아닌 연인 사이니까요.”
“무, 문란한 여자로 보이지 않나요오…?”
“고작 이 정도로 문란함을 따질 정도면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모두 문란한 여성분들인가요?.”
“그, 그런 의미는….”
“그렇잖습니까. 그분들은 성기를 손으로 주무르는 걸 넘어 성교를 맺을 텐데요. 그리고 언제가 아멜리아 님과 제가 해야 말이기도 하고요.”
아멜리아도 아내로 맞이한다면 분명 성교를 맺고 아이를 가질 거다.
고작 이 정도로 이러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 그게 무슨…!”
“혹시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겁니까? 저는 미래에 아멜리아 님과 혼인하고 아이를 가질 거라 생각했는데.”
“읏….”
강현과 가정을 꾸리고 산다.
분명 행복할 거다.
이미 여러 번 해왔던 상상이기에.
그의 말대로였다.
언젠가 결혼을 하면 당연히 성교를 맺을 거다.
그리고 연인끼리의 성관계는 당연한 일이고.
“아, 알겠어요! 이제부터 안 피해 다닐게요.”
“정말이십니까?”
“… 네, 그, 그 대신 좀 부끄러워하는 건 이해해주시길….”
“물론이죠. 약속하신 겁니다?”
끄덕끄덕.
아멜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 다행이네요.”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물론이죠. 뭐…, 저는 만지지 못한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요.”
강현은 농담 섞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음 선택과목인 검술 수업을 들으러 가야 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으니 여유롭게 걸어가면 되겠지.
“자, 잠시만요.”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강현의 손목을 이번엔 아멜리아가 붙잡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아귀에는 큰 힘이 들어가 있진 않았지만 많은 긴장이 들어간 것만큼은 확실하게 보였다.
“왜 그러십니까?”
“강현 님도 만지실래요…?”
“… 뭘 말하시는 겁니까?”
“제, 제 가슴이요…. 방금 아쉽다고 하셨잖아요.”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됐고, 그제야 아멜리아의 머리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했던 농담이었지만 강현은 설명하려던 입을 꾹 다물었다.
“만지고 싶습니다.”
아멜리아의 가슴을 만질 절호의 기회였으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