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 첫등교 (3)
* * *
히든 피스.
현재 강현은 페론티아 제국과 드넓은 대륙을 직접 살아가기 전, 게임에서 즐겼었다.
도전과제를 올 클리어하는 것이 목표였던 강현은 인터넷을 뒤져가며 여러 가지 정보들을 모았고, 그 과정에서 숨겨진 아이템들에 관한 정보도 알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아카데미의 도서관.
이 도서관 어딘가에는 숨겨진 아이템을 입수할 수 있는 비밀의 공간으로 이동시켜주는 책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럼 나도 책 좀 골라서 올게.”
강현은 책을 골라온다는 핑계를 대고 여인들과 잠시 헤어졌다.
“으음….”
그리고 길게 늘어진 책장을 빼곡하게 채운 책들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약 1만 권에 달하는 책들.
그뿐이면 다행이다.
일단 책을 찾아 비밀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총 1만 권의 책 들 중에서 하나를 찾아야 하며 이동주 문이 적힌 페이지를 직접 찾아내야만 한다.
지속적으로 책에 마나를 불어넣어야지만 그 이동 주문을 직접 볼 수 있고.
그뿐이라면 다행이다.
시간을 투자한다면 언제 가는 반드시 찾을 수 있으니.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매일 밤 0시 정각이 되면 이동 주문은 또 다른 책으로 이동해 버린다.
또한 도서관의 책은 대여가 불가능해, 도서관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매 점심시간마다 많은 학생들이 모이는 만큼 괜한 시선을 끌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히든 피스를 얻기 위한 방법은 단 한 가지.
운이 좋아야 한다.
아니면 하루 만에 만 권의 책을 전부 살펴볼 수 있을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존재하고.
‘하지만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히든 피스의 성능 자체는 별 볼일 없다.
기억에 따르면 그저 많이 아름답고 영롱해 보이는 파란색의 보석일 뿐.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분명… 고대, 하늘의 지배자를 찾는 방법이라고 적혀있었지.’
고대, 하늘의 지배자.
그건 분명 고룡을 뜻하는 말이리라.
당시 게임에서는 고룡과 고룡의 심장은 설정상으로만 존재할 뿐 비중도, 얻는 방법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중에 추가될 DLC의 떡밥이란 설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세계 어딘가에 숨어있는 고룡의 심장을 찾을 유일한 방법.
‘무조건 찾아야 한다.’
그동안 착하게 살아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선(?) 카르마.
선 카르마의 효과인 행운 증가가 활약해주길 기도했다.
∴
아쉽게도 첫날부터 수확을 얻을 순 없었다.
겨우 하루 만에 찾을 거란 기대는 처음부터 전혀 없었기에 아쉬움은 그다지 없었고, 이제는 다시 수업에 집중할 차례.
“어서 오세요, 여러분. 1년간 여러분들을 가르치게 될 로라라고 한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찾아온 선택과목 시간.
강현은 자신이 선택한 과목인 마법 학과의 수업을 들으러 왔다.
담당 교사는 입학시험 당시, 마법 시험을 진행해주었던 중년의 여성 로라.
‘잘 됐네.’
성격 좋은 선생을 만나 다행이었다.
“일단 출석부터 부를 테니 호명된 학생은 대답해주세요.”
그렇게 출석체크가 시작되었고 정원 출석을 확인한 로라는 깃펜을 내려놓고 자신의 완드를 들었다.
“그럼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앞서, 간단한 질문을 하겠어요.”
와드의 끝에서부터 작은 구체가 형성되었다.
그 구체 마치 불이 켜진 형광등처럼 백색의 빛을 방출하여 광원이 되었다.
1 위계의 빛 속성 마법, 라이트.
하지만 그녀가 사용한 라이트 주변, 대기에 속한 마나에 남겨진 술식의 흔적에선 여러 문제점들이 절로 보였다.
“제가 사용한 라이트.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마법사라면 알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간단한 질문.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거기에 신학기 특유의 낯가림이 가미되어서일까.
그런 쉬운 문제에 선뜻 답을 말하는 학생은 없었다.
“제가 말하겠습니다.”
“제가….”
그리고 강현은 그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로라는 수업이 시작될 때마다 학생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내리고 대답한 학생에게 소량의 점수를 부여하였으니.
하지만 아쉽게도, 마법 학과를 선택한 아멜리아에게 차례를 뺏기고 말았다.
레이를 사이로 두고 같은 열에 앉은 강현에게 아멜리아는 작은 눈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아멜리아 학생. 말해보세요.”
“마법을 증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과다 증폭으로 인한 마나 손실을 줄이기 위한 억제장치의 부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마법을 시전 하는 과정은 꽤 복잡하다.
지금 로라의 라이트는 술식에 적힌 마법 증폭이 너무 과한 것이 문제.
술식이 감당할 수 없는 마나들 결국 소멸해버린다.
그로 인해 필요한 것이 일정량 이상의 마나가 증폭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억제장치.
로라의 술식에는 그 억제장치가 바쪄있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소모하는 마나 대비 지속시간이 너무 적어집니다.”
“완벽한 대답이네요.”
그리고 그 정도는 4 위계 마법사, 아멜리아에게 간단한 문제였다.
“그렇다면 이 라이트의 문제까지 말씀해보세요.”
로라가 가장 먼저 사용했던 라이트가 사라지고 새로운 라이트가 형성되었다.
“음…, 전체적인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술식에 투입하는 마나의 양이 적은 것에 반해 증폭을 위한 술식이 너무 깁니다.”
“맞아요. 그로 인해 증폭을 위한 술 식들을 전부 활용하지 못하고 증폭을 위해 사용한 마나만 낭비하는 꼴이 되죠. 좋은 대답이네요, 아멜리아 학생. 이만 앉도록 하세요.”
“네.”
로라의 말에 아멜리아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여러분들이 방금 보셨듯이, 같은 종류의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술식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마법의 효과와 효율, 지속시간은 크게 변해요. 마법은 선대에서 만들어졌지만 사용하는 것은 우리죠.”
침묵 속에서 로라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교실을 가득 메운다.
학생들은 그녀가 말하는 한 글자에도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런 학생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띤 채 로라는 다음 말을 이었다.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정답이 무엇이 무엇일까.”
로라 말은 그런 의문을 학생들에게 제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점을 유의하여 수업에 임해주신다면 분명 여러분들은 더욱 훌륭한 마법사가 되실 수 있을 거예요.”
그 후, 학생들의 대답.
“그런 의미에서 강현 학생.”
“네.”
“앞으로 나와 학생들에게 라이트 마법을 시연해주세요.”
“저… 말입니까?”
“네, 6 위계 마법사인 강현 학생의 마법이라면 분명 학생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겠죠.”
아카데미 마법 교사, 로라는 5 위계 마법사.
그녀의 지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라이트를 보여주세요.”
강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칠판 앞으로 나가 교탁 앞에 선 그는 1 위계 마법, 라이트를 사용했다.
안 그래도 밝았던 교실을 더욱 환하게 비추는 라이트.
그 빛은 너무나 강렬했던 탓에 절로 눈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눈을 강현이 사용한 술식을 살펴보기 위해 환한 빛 속에서도 분주히 움직인다.
“이제 됐어요.”
로라의 신호에 강현은 라이트를 없앴다.
원래의 밝기로 돌아온 교실이 상대적으로 어두워 보이는 착각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할 때쯤.
“훌룡해요. 술식의 시작에서 끝까지 제 눈엔 흠잡을 곳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이 정도 구성력이라면 자유자재로 라이트를 조절할 수 있겠죠.”
로라의 극찬.
평소 강현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학생들조차 자신이 올라가야 할 경지에 위치한 강현에게 감탄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한 단점이 있었죠, 강현 학생이 직접 말해주시겠어요?”
“네, 제가 방금 사용한 라이트의 마나 소모량입니다. 지속시간과 밝기를 얻기 위해 많은 마나를 술식과 증폭에 투자했죠. 대충… 4 위계 마법과 맞먹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좋아요, 여러분. 이제 아시겠죠?”
로라의 말이 의미하는 바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아무리 완벽한 마법이라 할 지라도 크고 작은 결함이 생기는 건 마법이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
그녀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거겠지.
강현은 생각했다.
“그럼 강현 학생은 다시 들어가고 수업이 끝난 후, 아멜리아 학생과 함께 절 따라오도록 하세요. 그리고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할 테니 교과서를 펼쳐주세요. 가장 먼저 술식의 종류와 이해를 배우겠어요.”
그렇게 로라의 수업이 시작되었고, 수업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나긋나긋하고 잔잔한 로라의 목소리와 복잡한 수업의 내용.
졸음이 오기 딱 좋은 상태였으니.
하지만 책상에 엎어지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 흘러 수업이 끝났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할게요. 그리고 강현 학생과 아멜리아 학생, 따라오세요.”
강현과 아멜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교무실로 향했고, 그들의 뒤를 사용인인 레이와 히엘이 뒤따랐다.
도착한 교무실에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선생들이 자리에 앉아 무언가가 빼곡하게 적힌 문서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수업 듣느라 고생 많았아요. 지루한 탓에 많이 버티기 힘드셨죠?”
이미 알고 있는 걸까.
하긴, 아카데미에서 몇 년간 교사로 지내온 그녀인데 모를 리가 없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여기서 대놓고 졸음을 버티느라 애먹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후후, 말이라도 고맙네요. 수업은 좀 어땠나요?”
“좋았습니다. 요점이나 핵심을 확실하게 짚어주기고 복잡한 부분은 조금 더 단순하게 풀어서 설명해주시기에 훨씬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그랬다니 다행이네요. 강현 학생과 아멜리아 학생, 학생증을 주세요.”
강현과 아멜리아가 로라에게 학생증을 건넸다.
그녀는 학생증을 수정하는 깃펜을 쥐었고 공백이 된 개인점수에 새로운 숫자를 적어 넣었다.
개인점수: 19999
19989점에서 10점이 증가했다.
그렇게 큰 숫자는 아니었으나, 고작 시범 하나 보이고 얻은 대가로는 쏠쏠했다.
“질문에 대답하고 시범을 보여줬기에 주는 개인 점수예요. 앞으로도 수업에 성실하게 임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물론이죠.”
강현과 아멜리아는 함께 대답한 뒤, 이만 가보라는 로라의 말에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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