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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33화 (133/148)

〈 133화 〉 첫등교 (2)

* * *

“앞으로 1년간 너희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게 된 푸아스 달루네다.”

브룩에게 푸아스를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교실로 돌아온 뒤 시작된 첫 번째 수업은 운명의 장난일까.

시작부터 푸아스가 담당하고 있는 역사과목이었다.

비쩍 마른 몸과 찢어진 눈매.

지저분한 수염까지.

‘게임에서 봤던 그대로네.’

그렇다면 여러모로 비호감인 성격도 그대로겠지.

학생들은 향해 인사한 푸아스는 반을 살펴보았다.

그의 시선은 여학생들과 메이드들을 바라볼 때마다 멈춰 섰으며 마치 여인들을 평가하듯 끈적하고 더러운 무언가였다.

“뭔가…, 불쾌한 눈빛으로 쳐다본 거 같지 않나요…?”

강현의 옆에 앉아있던 아리아는 그의 시선을 직접 느끼고 강현에게 작게 속삭였다.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맞는 거야. 그냥 무시해.”

“내가 가서 눈깔을 그냥 확….”

“라, 라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려던 라비를 아리아가 다급하게 멈춰 세웠다.

“저 사람은….”

“왜 그래?”

“… 한 3년 전쯤인가? 저한테 청혼하셨던 분이거든요.”

레이의 천의 여인이라는 이명으로도 불린다.

무려 천명 달하는 사람들에게 청혼을 받았던 탓에.

“당연히 거절하긴 했는데, 계속 귀찮게 구셨던 분이에요.”

“하필 여기서 딱 만나네.”

그래 봤자 레이에게 차였던 천명 중 한명일뿐이지만… 레이에게 만약 손이라도 된다면.

‘아니. 됐다.’

황녀에게 그랬던 것처럼 레이에게 수면제를 먹이더라도 뭔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실질적인 무력이 전무한 푸아스가 레이한테 손을 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래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으리라.

달라졌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겠지만 게임 속에서의 전과가 있었으니.

‘그건 그렇고 양심도 없네.’

이제 40 후반 다 돼가는 중년이 17살짜리 레이한테 청혼을 하다니.

보통 귀족 가문의 가주가 어린 첩을 들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거의 30살 차인데 양심이 있어야지.

푸아스의 시선은 마지막으로 황녀에게 머물렀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넋을 잃은 푸아스.

첫눈에 반한 순간이었다.

“흠흠…. 그럼 일단 수업을 시작할 테니 교과서를 펼쳐라. 창세기부터 시작하지.”

그렇게 다소 불쾌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태초의 존재이자 우주의 주인, ‘절대적인 의지’로부터 창세기가 시작되었다.”

역사학은 신학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

우주와 별, 하늘과 땅. 그리고 모든 생명들은 신에게서부터 시작되어왔으며 실존하는 ‘신’들은 긴 역사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써 등장하니.

정확한 명칭 없이. ‘절대적인 의지’라고 불리는 신들의 주인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6 주신의 최초의 문헌이라 불리는 ‘6대 성경’에 기독 되어 있다.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진짜 신들만 알고 있겠지.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마치기로 하고 수업시간이 끝나기 전, 수업에 제대로 집중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문제를 내겠다. 임시 반장, 일어나라.”

올 것이 왔구나.

강현이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 네가 임시 반장이라니.”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는 푸아스.

그는 학생들 앞에서 강현의 면전에 대고 헛웃음까지 쳤다.

신분과 개인적인 원한으로 무시하는 거겠지.

“제가 수석으로 입학해서 말입니다.”

임시 반장의 선정 여부는 오로지 성적순.

“뭐, 그러면 얼마나 똑똑한지 들어보기나 할까.”

그렇기에 푸아스의 비아냥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성적이라는 자신감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현대, 전생, 그리고 현재까지.

총 76년의 세월을 살아온 강현이 고작 저 정도로 불쾌해하기엔 한참이나 부족했다.

“‘절대적인 의지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무엇이냐.”

“천신과 사신으로 분열하여 천신과 명계를 창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6대 주신의 탄생은?”

“‘절대적인 의지’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부산물, 또는 천신과 사신의 자식들이라는 여러 가설이 존재하지만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6대 주신들의 이름이 무엇이며 무엇을 관장하는지 말해라.”

“사랑과 평화를 관장하는 헤르피아. 승리와 전투의 신 베가, 땅과 풍요의 신 가이아. 바다와 흐름의 신 타이데, 행운과 도박의 신 크리푸스. 밤과 달의 신 루나입니다.”

방금 수업에서 푸아스가 직접 설명해준 사실일뿐더러 입학시험을 치르고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상 모를 수가 없는 간단한 질문.

강현은 당연하게 막힘없이 대답했다.

“흠, 다행히 귀는 잘 뚫려있는 모양이군.”

­말하는 싸가지 봐라. 진짜, 죽여버리고 싶네.

그리고 강현은 엘리스에게서부터 분노의 감정을 느꼈다.

­그냥 무시해. 신경 쓰는 사람만 피곤하니까.

“앞으로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질문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만약 답을 말하지 못한다면 개인 점수가 깎일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

탁탁.

자신이 챙겨 왔던 책들을 정돈하고 옆구리에 끼운 푸아스가 교실 밖으로 나가면서 수업이 끝났다.

그리고 쉬는 시간.

학생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향할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

황녀, 릴리의 자리 앞이었다.

앞으로는 이 풍경이 일상이 되겠지.

“다음 수업이…, 사회네요.”

그리고 레이는 강현이 더욱 편하게 다음 수업시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확인하여 필요한 교과서를 꺼내 강현의 책상 앞에 놓아줬다.

“내가 직접 해도 괜찮은데.”

“아뇨, 저는 지금 강현 씨의 사용인이니 이런 거라도 챙겨드려야죠.”

레이는 강현에게 사용인으로써 고용된 상태다.

그가 자신을 생각하여 직접 하려 하는 마음 자체는 고맙지만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인 만큼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야만 했다.

“뭐…, 알겠어. 그럼 쉬는 시간 동안 나갔다 오자.”

“어디로 가시려고요?”

“2반, 공녀님 슬쩍 보고 오려고.”

강현과 아멜리아는 입장상의 문제로 비밀연애를 하는 중이다.

그녀의 교복차림이 궁금했지만 직접 찾아간다면 많은 학생들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기에 강형은 몰래 가서 슬쩍 보고 오기로 했다.

“네. 알겠어요.”

그렇게 강현은 레이와 함께 2반을 지나가며 창문 사이로 아멜리아를 보고 다시 반으로 돌아왔다.

1교시부터 4교시.

필수과목의 수업들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적당한 가게에 들어가 레이, 아리와, 라비와 점심식사를 한 강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 잘 먹었다.”

뭔가,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온 거 같아 그리우면서도 익숙한 느낌.

“계산 부탁드립니다.”

“따로 계산하시는 거죠?”

“예.”

“네, 총 11점이시고, 학생증 부탁드릴게요.”

강현은 계산대 점원에게 학생증을 건네주었다.

그는 아침 조례 후, 브룩이 교무실에서 사용했던 마나가 담긴 깃펜을 들었다.

깃펜의 마나가 반응하여 신분증의 개인점수가 지워지고, 그 빈 공간에 새로운 숫자를 적어 넣었다.

“네, 계산 끝나셨고 받아가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학생증을 받아 들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으음….”

5교시, 선택과목의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

“레이야.”

“네?”

“도서관 갈 건데, 같이 갈 거야?”

“당연히 그래야죠.”

레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행을 선택했다.

“응, 그럼 아리랑 라비는 어떻게 할래?”

“저도 갈래요. 라비도 갈 거죠?”

“뭐…, 네가 가는 곳이면 따라가야지.”

그렇게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은 본관에서부터 식당가를 지나 헬스장과 대련장, 훈련장 등 여러 시설들이 모여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뭐야, 처음 보는 얼굴이네?”

그리고 도서관 출입구 앞에 서자. 사서로 보이는 사람이 세상 따분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올해 입학생이야?”

“네, 맞습니다. 도서관을 이용하려 하는데….”

“학생증 좀 줘봐. 열람권은 따로 없네?”

도서관은 책과 논문, 문헌의 복제본과 신문들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지만 아카데미의 도서관은 조금 특별하다.

마법과 검술에 관한 정보가 적힌 책.

즉 스크롤과 검술서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

강현이 아카데미에 입학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가 이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네.”

“하긴, 오늘이 첫 등교일 텐데 당연히 없겠지. 그럼 스크롤, 검술서 보관소는 1층까지만 이용할 수 있어.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려다가 적발되면 개인 점수가 깎이거나 정학받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

“알겠습니다.”

아카데미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은 포인트를 사용하는 곳들 중 하나가 바로 도서관의 열람권.

열람권의 등급에 따라 더욱 높고 좋은 마법과 검술들이 위치한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열람 군은 개인 점수를 사용하여 구매하거나 여러 이벤트의 보상으로 얻을 수 있고.

“응, 그럼 들어가 봐. 뒤쪽에 계신 아가씨도 도서관?”

“네, 맞아요.”

“아휴, 우리 딸내미처럼 참하게도 생겼네. 학생증 줘봐.”

사서의 딸이 도대체 얼마나 예쁘길래 저런 말을 하는 거지?

강현이 생각하는 사이 아리아도 학생증을 확인받았다.

그리고 들어간 도서관.

역시나.

1학년부터 3학년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강현 씨, 혹시 필요하신 책 있으세요?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아니, 이번엔 내가 직접 살펴보면서 골라야 하거든. 마음만 받을게.”

“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알겠어요.”

레이는 사뭇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그럼 어디 한번 찾아볼까.’

게임 속에서 존재했던 히든 피스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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