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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32화 (132/148)

〈 132화 〉 첫등교 (1)

* * *

강현이 메이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레이에게 넋을 놓고 있던 것도 잠시.

함께 등교하기로 약속한 아리아와 라비 또한 강현의 방 앞에 도착했다.

“평안한 밤 보내셨나요, 강현 님?”

단정한 교복을 차려입은 아리아가 물었다.

흰색 셔츠 위로 어깨를 덮은 짧은 망토.

군청색의 스커트.

그저 단정하게 차려입은 아카데미의 교복은 그렇게 특별한 것이 전혀 없지만, 아리아의 육감적인 몸매와 아름다운 외모는 아카데미 내에선 흔하디 흔할 교복조차 특별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으, 응….”

가슴이 얼굴보다 큰 레이보다 더욱 풍만한 가슴을 자랑하는 아리아.

흰색 셔츠가 튀어나온 것에 절로 시선이 향하려 할 때마다 자중하는 것이 꽤나 고역이었다.

“후후.”

그런 강현의 시선을 느낀 아리아는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다른 남자들 시선은 별 감흥 없었지만 강현의 시선을 받을 때면 기분 좋았으니.

“어떤가요? 잘 어울리려나?”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그르 돌며 아리아가 물었다.

“응, 엄청 잘 어울려.”

고작 이 정도 말로 아리아의 아름다운을 표현하기엔 턱도 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레이와 엘리스라는 연인들 앞에서 너무 과하게 칭찬해선 안 되겠지.

‘… 가슴.’

엄청 쳐다보고 있구나.

아리아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단 한 번도 크기로 밀린 적이 없어 가장 자신 있는 부위였는데.

조금…, 아니 좀 많이 커지지 않으려나.

레이는 생각했다.

“그래서 언제 출발할 건데?”

그리고 뒤편에 서있던 라비가 한발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와….”

그 순간 강현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검은색의 바지와 셔츠, 조끼와 마이까지.

단정한 집 사복을 차려입은 라비는, 말이 필요가 없었다.

집 사복은 보통 남자가 입는 건데, 어떻게 여자인 라비가 저렇게 잘 어울릴 수 있는 걸까.

길쭉한 다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바지와 튀어나온 가슴 부근.

가슴 때문에라도 핏이 죽어야 하지만 라비가 입으니 조화로울 뿐이었다.

“뭐…! 왜?”

그런 강현의 시선을 느낀 라비가 말했다.

“아, 아니… 그냥. 너는 왜 집 사복이냐?”

“내가 그런 하늘하늘한 옷 입을 수 있겠어?”

“그렇… 겠네.”

라비의 메이드복을 보지 못했단 사실을 아쉬울 수밖에 없었지만 집 사복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그, 그럼 갈까…?”

“… 나는 뭐 없어?”

“뭐가?”

“아니… 뭐…, 잘 어울린다든가?”

“어, 어…. 잘 어울리네.”

그 순간 레이와 아리아는 깨달았다.

졌다는 걸.

아멜이라의 교복차림은 이미 게임 속에서 질리도록 봤다.

그래도 현실에서 보는 것과 모니터 너머로 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강현과 아멜리아는 키스까지 하며 연인 사이가 되었지만 아직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하고 있으니.

우연을 가장하여 지나치다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왔네?”

그리고 첫 등교.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간 강현은 자신들이 가장 먼저 등교했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게요. 살짝 긴장된다.”

“긴장할 게 뭐 있어. 그냥 열심히 수업 들으면 되는 건데.”

“그게… 사람들이랑 잘 어울릴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서요.”

하긴, 낯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새롭게 형성될 복잡한 관계.

긴장이 안되려야 안될 수가 없다.

“포기하면 편해.”

하지만 강현은 이미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다.

신분의 문제로 소외받을 것이 뻔한 상태.

괜히 좋은 관계를 만들어보려 했다가 호구가 될 바엔 능력으로 증명하는 것이 백배 천배는 낫다.

“그렇겠죠?”

참고로 아리아의 위장신분은 평범한 마을 주민이다.

즉, 평민이라는 별 볼이 없는 신분.

“어차피 실력이 제일 중요한 장소야. 자기들한테 득이 될 거라고 생각되면 알아서 붙으려 하겠지. 애초에 여기서 맺는 관계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관계보단 수지타산 계산하는 관계니까.”

강현은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으며 말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미 진작에 깨달았을 거다.

자기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순수한 우정인지 이득이 되는 관계인지.

그 둘은 공존할 수 있다 해도 순수한 우정을 여기서 찾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현대에서도 보통 성인이 돼서 친구를 사귀기보단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계속 사귀지 않던가.

비슷한 거다.

“나로는 부족해서 그래?”

아리아가 앉은자리 옆에 라비가 앉으며 물었다.

“당연히 아니에요. 라비 님, 강현 님, 레이 님, 엘리스 님이 계셔주시잖아요.”

용사를 찾는 여행은 많이 외로웠을 거다.

지금까지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니.

하지만 그들이 있어줬기에 전혀 외롭지 않았다.

아리아는 그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등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례시간이 시작되기 직전, 릴 리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딘가 피곤한 듯 퀭해 보이는 상태.

그녀는 강현과 눈을 마주친 후, 한숨을 푹 내쉬더니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왜 저러지?”

의아함을 느끼던 중, 담임교사.

브룩이 들어왔다.

“어서 와라 제군들.”

항상 해왔던 인사말을 학생들에게 건넨 그는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지각생은 없었다.

“좋아, 앞으로도 이렇게 성실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그리고 첫 수업이 시작되기 앞서 간단한 조언만 하겠다. 조심해라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 이미 평가는 시작되었으니.”

브룩의 한마디에 엄숙했던 분위기가 한층 더 낮게 가라앉았다.

학생들은 의자에 앉은 자세를 신경 썼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임시 반장은 교무실로 따라오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럼 수업 열심히 들어라.”

브룩을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갔고, 강현은 그의 뒤를 따라 교무실에 도착했다.

“이강현.”

“예, 선생님.”

자리에 앉은 브룩 옆에 선 강현이 대답했다.

“일단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임시 반장은 1만의 개인 점수를 추가로 얻는다. 학생증을 주거라.”

“예, 알겠습니다.”

강현은 바지 주머니에 넣어뒀던 학생증을 브룩에게 건넸다.

그리고 그는 마나가 느껴지는 깃펜을 들더니 학생증 위로 20000이라는 숫자를 적어 넣었다.

“받아라.”

“예.”

만점이 추가 도어 2만이 된 개인점수.

식사부터 순조로웠다.

“너에게 임시 반장으로써의 역할을 알려주겠다. 선생이 없을 때에는 네가 해당 시간을 담당하는 교사의 권한을 자동으로 위임받아 학급 분위기를 적절히 조절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네가 책임지게 될 것이고 개인 점수가 깎일 거다.”

임시 반장 기간인 오늘부터 4월 첫째 주 월요일까지.

이 임시 반장의 대가로 얻은 1만의 포인트를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는 가.

그것이 관건이었다.

“그리고 뭐…, 좋게 말해야 반장이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교사들의 심부름 꾼이다.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임할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학생회에서 너를 일원으로 받고 싶다고 하더군.”

학생회.

현대에서 아무런 힘도 없는 학생회가 아니다.

학생 대표들로 이루어진 자치기구로써 아카데미 내에서 교직원 회의를 제외한 최고의 의결기구다.

그들은 모든 단체들 중에서 유일하게 총장에게 직접 건의문을 올릴 수 있으며 1년에 한 번씩 아카데미 행사을 직접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아카데미 내에서 상당한 권력을 지닌 단체.

그것이 학생회였다.

“학생회에서 말입니까?”

“그래.”

학생회에선 항상 새로운 입학생들이 들어올 때마다 그들 중에서 신입을 고른다.

근데 그런 건 보통 4월에서 5월 사이에 진행되는 데.

“생각 없다고 전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흠? 임시 반장도 하는 걸 봐선 꽤 야망이 있어 보였는데, 학생회는 안 하겠다는 거냐?”

“예.”

학생회.

게임 속의 미래가 상당히 바뀐 지금, 과연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학생회는 뿌리부터 썩어있다.

들어가 봤자 좋은 것이 없다.

만약 깨끗하다고 할 지라도 학생회까지 신경 쓸 정도로 성적이 궁한 것도 아니며 시간이 여유롭지도 않으니.

그것이 강현이 내린 결정이었다.

“알겠다. 그럼 그렇게 전해두도록 하지.”

“예, 그럼 이만 가보겠….”

“아니, 마지막으로 할 말이 하나 더 남아있다.”

“네.”

“푸아스를 조심해라.”

푸아스?

강현은 그 이름에 관한 기억을 되짚어 봤다.

“역사 교수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동시에 네가 신고한 불법 노예를 유통했던 가문의 장남이지.”

기억난다.

푸스탄트를 암살한 흑막을 찾기 위해 노예시장에 대하여 조사하던 중 어쩌다 알게 된 것을 제국의 수사관들에게 신고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책잡고 망신을 주려 할 거다. 너의 점수 또한 깎으려 할 테니 절대 빈틈을 보이지 않은 게 좋을 거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상관없다.

푸아스가 뭘 하든 간에 책 잡힐 일이 없을 것이며 그는 어차피 곧 강제퇴직당할 사람이니까.

‘슬슬 계획 좀 짜 봐야겠네. 미래가 바뀌었다고 해도 그만큼이나 바뀌진 않았을 테니까.’

게임 속, 푸아스는 황녀, 릴리에게 첫눈에 반하고 선생이라는 신분을 활용하여 그녀를 겁탈하려 든다.

물론 지금은 강현에게 마음을 먹기도 전에 들킨 상태였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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