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아프지 마, 도롱아. (3)
* * *
강현은 고작 아침에 발기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엘리스가 이상을 감지한 것은 일단 제쳐두기로 했다.
“그럼 내 사정량하고도 연관이 있는 건가?”
지금은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였으니.
항상 연인들과 관계를 맺을 때마다 생각했다.
성인 남성 평균 사정량을 아득히 초월한 강현의 사정량.
하루 종일 꾹꾹 참아낸 소변보다 훨씬 많은 양의 원인이 항상 궁금했으니.
“아마 그럴 겁니다.”
“오…. 그럼 나 혹시 발기부전 걸린 건가?”
생력을 담당하는 도롱이가 저 상태인 만큼, 충분히 의심해볼 만했다.
지금 당장만 해도 아침 발기가 되지 않았다고 했으니까.
내가 회복되기 전까진 그럴 거야.
머릿속에서부터 도롱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으로 말하기 힘들어서 텔레파시를 보내기로 한 건가.
알아듣기도 훨씬 편하고 좋네.
“회복이 정확히 어느 걸 말하는 건데? 아픈 게 회복되는 거야, 아니면 성체로 성장하는 거야?”
아픈 거.
그렇다면 성기능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내가 지금은 헤츨링의 모습이라고 해서 네가 원래 가지고 있던 생력이 줄어든 게 아니야.
“그래? 그럼 정확한 문제가 뭔데?”
브루노스의 용언처럼 내 힘을 사용할 수 없어. 아주 조금이라면 가능하겠지만.
“흐으음…, 그러면 네가 원래 가지고 있던 생력을 다시 되찾아오면 네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아마도 그럴 거야.
아마도라.
너무 애매한 대답이었다.
“되면 되는 거고, 안되면 안 되는 거지 아마도는 뭐야?”
생력이 어디에 있을지, 다시 흡수할 수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까.
“그건 그렇네… 그러면 시간이 흘러서 저절로 성장하는 걸 기대할 순 없으려나?”
가능해, 한 1천 년만 기다리면.
1천 년이라니.
그전에 죽겠다.
“흐음…. 알겠어. 그럼 일단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면 바깥에서 회복시켜주는 수밖에 없나?”
“네, 그렇습니다. 지금 성녀가 치유를 시작했습니다.”
“정확하게 상황 설명 좀 해줘 봐. 궁금한데.”
“그게….”
“왜 그러는데?”
살짝 말하기를 꺼려하는 브루투스의 모습에 강현이 물었다.
“지금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옷을 벗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네, 남성기의 문제부터 확인할 생각인지, 바지를 벗기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닐 텐데.
‘금방 알아차리겠지 뭐.’
성녀인 아리아는 치유 마법에 유능하다.
대충 확인해봐도 문제가 따로 있단 사실을 눈치채리라.
“그리고 다들 놀라고 있군요.”
“놀라다니, 무슨 문젠데?”
“그게…, 너무 큰 거 아니냐고….”
브루노스에게서부터 자괴감이 느껴져 왔다.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설명해야 하는 거냐고.
하지만 바깥의 상황을 알아야 하는 강현은 그의 감정을 무시했다.
미안함의 감정이 느껴지질 않으니까.
“흠…, 아리아 같이 순수한 애가 보기에는 좀 힘들 텐데.”
순수하다고?
저렇게 거친 콧김을 내뿜으며 입맛을 다시는 성녀가?
브루노스는 자신의 왕이 뭔가 잘못 알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럼 지금 아리아랑 엘리스만 있는 건가?”
“아닙니다, 왕의 검과 엘리스, 공녀와, 성녀, 엘프까지 전부 모인 상태입니다.”
다들 걱정돼서 와줬구나.
분명 내면세계 밖으로 나가면 고마움을 느끼리라.
아니지.
지금 상황 상 동료 전부에게 성기를 보였단 사실에 수치심을 느낄까.
‘내면세계 안이라서 다행이네.’
강현은 잠시간의 마음의 평화를 누리기로 했다.
“방금 막 치유가 시작되고…, 끝났습니다.”
“빨리 끝났네.”
별 소용없었겠지만.
“….”
“뭐야, 너 표정이 왜 그래?”
“치유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해보려는군요.”
그래, 빨리 확인해보고 생력을 치유해주면 될 거다.
다른 건 몰라도 성녀의 축복이라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 자기가 확인해보겠다고 다투고 있습니다.”
“누가 확인해보기로 했는데?”
“제비뽑기를 통해 공녀가 선택됐고 지금 왕의 성기를 손으로 주무르는 중입니다.”
“그래서, 섰어?”
브루노스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지금… 엘리스가 공녀에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세게 주무르는 중이긴 합니다만… 저는 인간이 아니라 뭐라 정확하게 설명해드릴 수 없겠군요.”
“응, 그 정도면 결국 못 설 거야. 다른 사람도 아닌 공녀님이 주물러주시면 저절로 서겠지. 아니, 손만 스쳐도 설걸.”
이로써 발기부전이 아님이 밝혀졌겠지.
“네…, 지금 확인이 끝나고 성녀가 전체적으로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력이 문제란 걸 알아차렸군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거래?”
“성녀의 축복을 사용할 예정인 듯합니다. 치료를 위해 나가 달라고 하는군요.”
“그럼 됐네.”
이걸로 첫 등교부터 지각할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이제 시작합니다.”
그 순간이었다.
내면세계의 하늘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구름의 흐름이 멈춰 섰으며 그 하늘 사이에서부터 빛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빛은 서서히 옅어져 갔으며.
“후우….”
그 사이에서 옅은 숨을 내쉰 아리아가 나타났다.
“어서 와, 아리아.”
강현은 그런 아리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가, 강현 님?! 여, 여긴 어떻게, 아니. 그것보다 여긴 어디인가요?”
크게 당황한 아리아가 마치 말을 쏟아내듯이 말했다.
“내 내면세계야. 처음 와보는 거지?”
“여, 여기가 강현 님의 내면세계….”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조금 휑한 곳이네요…?”
“구름 위라서 그래, 아래쪽은 꽤 봐줄 만하거든.”
구름 위로 솟아난 바위산의 꼭대기.
지평선 너머까지 구름과 하늘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기에 휑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 그렇군요…. 제가 진짜로 내면세계에 들어오는 날이 생기다니.”
“원래 축복을 사용하면 내면세계로 들어오는 거야?”
“네…, 원래 내면세계에 생력이랑 마나, 영혼이 모여있는 장소거든요. 물론 내면세계를 개방되야지 들어갈 수 있지만요.”
“그렇구나.”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그런데 제가 축복을 사용한 건 어떻게 아시는 건가요…?”
“아, 일단 인사부터 해. 내가 말한 내면세계의 드래곤들이야.”
나는 그녀의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고.
“드, 드래곤…!!”
브루노스의 입 앞에 서 있던 아리아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무서워할 거 없어. 좋은 애들이니까.”
“그런가요…?”
“응, 어쨌든 그 앞에기 브루노스거든? 걔가 바깥 상황 알려주는 건 듣고 있었어.”
강현은 주저앉은 아리아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손을 내밀며 말했고, 아리아는 강현의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만요.”
그런데 갑자기 표정이 굳은 아리아.
“왜 그래?”
“그, 그럼… 어디서부터 보고 계신 건가요?”
“내 바지 벗길 때부터 듣고 있었어.”
“…. 죄, 죄송해요 강현 님.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지만 소중한 부위를 함부로 봐서….”
“괜찮아.”
딱히 수치심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부끄러워하며 미안해하는 아리아에게 강현이 답했다.
‘… 무서운 여자군.’
아까 전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순수한 처녀의 모습으로 왕을 속이는 아리아의 모습에 브루노스는 감탄과 경악을 동시에 느꼈다.
“너 왜 그래?”
“아, 아닙니다….”
어이없어하는 브루노스의 감정을 느낀 강현이 묻자 브루노스는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지금 내 생력에 문제가 있는 상태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긴 하는데 등교 전에 깨어나야 해서, 부탁 좀 해도 괜찮을까?”
“네, 물론이죠! 생력은 지금 어디 있나요?”
“네 왼쪽에 있어.”
“왼쪽이요?”
자신의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 아리아.
그리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읏…! 뭐, 뭔가요!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도마뱀은!”
“걔가 내 생력이야, 이름은 일단 도롱인데 라드 삭스가 될 수도 있어.”
“라, 라드 삭스요…? 그 용왕 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맞아.”
아리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더니 딱딱하게 굳었다.
그 사이에서 유일하게 격하게 흔들리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눈동자였다.
“죄, 죄송해요….”
됐으니까 빨리 치유 좀 해달라고 해줘.
아리아가 사과하자 도롱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자긴 괜찮으니까 치유 좀 해달래.”
“네, 네에…!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도롱이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아리아.
과연 성녀의 축복을 사용한 치유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강현은 아리아에게 집중했다.
“굽어살피소서, 성스러운 빛이여.”
아리아가 영창….
아니, 신성 마법이니 짧은 기도를 끝마친 순간이었다.
그녀의 등에서부터 두 짝의 날개가 솟아났다.
아름다운 순백 깃털의 날개.
그녀의 날개는 둥지에 누워 앓고 있던 도롱이의 몸을 감 쌓다.
주변을 뒤덮은 성스러운 황금의 빛.
그 따스함이 느껴져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아리아의 날개가 금색 빛 무리로 변하여 흩어졌다.
“이제 다 끝났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