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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28화 (128/148)

〈 128화 〉 아프지 마, 도롱아. (1)

* * *

마법의 힘을 빌려 정사의 흔적으로 더러워진 방을 청소하고 몸을 씻었다.

“엘리스, 혹시 내가 등교할 때까지 못 일어나면 억지로라도 깨워줘. 물을 뿌리든 뺨을 부리든, 뭐든지 해서.”

“걱정마요. 주인님을 어떻게 깨워야 좋은지 잘 알고 있으니까.”

강현과 만지도 어느새 8년이 다되어간다.

그 8년이라는 시간의 대부분을 그와 동침했고 매일 아침마다 깨워줬다.

그를 깨우는 것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었기에 엘리스의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

고룡, 브루노스의 심장을 흡수했을 때, 강현은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은 용왕, 라드삭스의 심장 흡수를 앞에 둔 상태.

혹시라도 등교에 지장이 생겼다가는 아카데미 생활의 첫 단추부터 꼬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나중에 밀자니 2일 이상의 여유시간을 얻기 위해선 최소한 방학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고.

“응, 애들한테도 이미 말해둬서 가끔 찾아와서 상태 살펴보고 갈 수도 있거든? 그럼 홍차라도 좀 내줘.”

“알겠어요.”

엘리스의 마지막 대답을 들은 강현은, 인벤토리에서 꺼내 둔 용왕, 라드삭스의 심장 앞에 섰다.

브루노스의 것과 비슷한 사이즈의 백색 옥구슬의 겉면에는 붉은색, 아마 생력을 상징하는 색이 일렁이고 있었다.

지름 2M의 엄청난 크기의 압도된 것도 잠시.

‘그럼 도롱이도 라드삭스라고 불러야 하나…?’

아쉬움이 앞섰다.

브루노스가 그랬던 것처럼, 심장을 흡수하게 된다면 아마 라드삭스일 도롱이도 본명으로 불러줘야 할 테니.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어도 꽤 정을 붙인 이름이었고 귀여워서 좋았는데.

쩝, 강현은 아쉬움을 삼키고 심장에 손을 얹었다.

“그럼 다녀올게.”

우웅….

고룡의 심장이 작게 진동하기 시작한 것을 느끼며 엘리스에게 말했다.

“잘 다녀오세요. 애들 이름 좀 꼭 고쳐주고 오고요.”

이름이 어때서.

살짝 불만을 가진 순간이었다.

접착된 것처럼 손이 떨어지지 않았고.

콰드득, 쩌억….

옥구슬에 서서히 금이 새겨지기 시작하더니 점차 더욱 굵어지고 많아지기 시작했다.

쩌어억…, 챠아앙!

이내, 백옥의 구슬은 산산조각 나 수많은 파편은 공중에 흩뿌렸고.

“아….”

구슬의 조각들이 강현의 손을 통해 흡수됨과 동시에 정신을 잃었다.

암전 했던 시야가 점멸됐다.

산뜻한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가고 따스한 햇살이 세상을 밝게 비춘다.

바람과 함께 춤을 추는 들판의 풀과 나무의 나뭇잎.

“도롱아, 어딨어.”

자신의 내면세계에 도착했음을 깨달은 강현은 곧장 생력의 드래곤 도롱이….

아니, 라드삭스라는 이름의 용왕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네….”

평소라면 부르자마자 저 먼 하늘에서부터 날아와야 하는데.

‘말투가 잘못됐나?’

용왕.

드래곤들 사이에서 신분사회가 형성되진 않았지만 어떤 뜬, 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이상 예를 갖출 필요가 있는 걸까.

“… 도롱이님? 어디 계십니까?”

여전히 묵묵부답.

뭐가 문제길래 안 오는 걸까, 강현이 고민하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먼 하늘에서부터 드래곤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푸른색의 드래곤, 브루노스와 다용이, 나롱이, 아용이, 하롱이, 우롱이, 사롱이었으나 이름의 어감 삼의 문제로 보류된 6번까지.

“음…?”

그리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나의 드래곤들이 품은 감정이.

그들은 걱정과 불안함을 느끼며 상당히 서두르고 있었다.

“왜?”

의문이 든 순간, 마나의 드래곤들이 강현 앞에 착지했다.

“무슨 일이야?”

강현은 마나의 드래곤들 중에서 유일하게 심장을 흡수한 브루노스에게 말했다.

그는 직접 말할 수 있기에 의사소통이 편했으니.

“그, 그게…! 도롱이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도롱이가? 도롱이가 왜.”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왕께서 심장을 흡수하신 직후에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음…, 모르겠는데, 일단 알겠으니까 가보자.”

짚이는 구석은 딱히 없다.

일단 직접 확인해봐야 할 필요가 있겠지.

시야가 다시 반전했다.

이번에는 구름 위로 솟아오는 바위산.

“일단 도롱이가 있는 곳으로 오긴 한 건데 제대로 온 거 맞지?”

내면세계는 강현이 직접 구축한 공간이다.

이 안에서 만큼은 신과 마찬가지인 존재.

공간 이동 같은 건 그저 하고자 하는 ‘의지’만으로 충분했으나,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살짝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7 위계 마법이자 최고의 이동 마법인 텔레포트도 이동 장소를 정확히 특정해야만 한다.

그저 누군가의 옆으로 가겠다는 것이 아닌.

“예, 맞습니다.”

“음…, 그런데 안 보인다?”

분명 도롱이의 존재가 느껴지긴 했으나, 평소의 거대한 몸체가 보이질 앉았다.

수많은 나뭇가지와 목화솜으로 이루어진 저 둥지에 누워있어야 할 텐데.

“아뇨, 저기 있습니다.”

브루노스는 둥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알겠어.”

강현은 둥지를 향해 다가간 후, 몸을 뛰워 둥지 위로 올라갔다.

안쪽이 움푹 파인 둥지.

“왜 저런 모습이냐.”

그리고 그 안엔 분명 도롱이가 확실한 무언가가 있었다.

평소 거대한 몸체는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날개와 쏘리는 팔뚝 정도의 크기로 엄청나게 작아져 있었으며 몸을 덮고 있던 비늘 또한 가슴과 등 쪽에만 났을 뿐, 다른 곳은 반들반들했다.

아직 진정한 드래곤으로 거듭나기 전의 모습.

헤츨링이었다.

상태가 좀 많이 이상하긴 했으나 위급 상황까지는 아니었기에 강현은 안심할 수 있었다.

아니, 안심한다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었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내면세계 속이기에.

“야, 너 왜 그래?”

둥지에 누운 작은 헤츨링 옆으로 다가간 강현이 물었다.

“와, 왔어…?”

돌아오는 도롱이의 대답은 어딘가 힘이 없어 보였다.

“응, 뭐가 문제길래 그래. 아픈 거야?”

“아니…, 그냥 힘이 없어….”

“으음…, 고룡에 심장이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그런 거… 같아….”

“무슨 문젠데.”

푸스탄트가 가져다준 고룡의 심장.

“힘이… 부족해.”

“힘이 부족하다고? 심장에 담긴 힘 말하는 거야?”

끄덕끄덕, 도롱이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브루노스.”

“예, 왕이시여.”

“일단 고룡의 심장에 대해서 설명해봐. 너희가 그걸 흡수하는 것부터 진짜 드래곤이 되는 과정까지 알려줄 수 있는 만큼 전부.”

아무래도 도롱이에겐 뭔가 물어볼 상태가 아닌 듯했기에 브루노스에게 물었다.

그는 가장 먼저 진짜 드래곤이 된 마나의 드래곤이니까.

“네… 일단. 심장에는 저희의 힘이 담겨있습니다. 그 힘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저희의 기억을 되돌려줍니다. 또한 주인님의 마나에 의지하여 임시로 구축된 형태가 아닌 스스로의 육체를 구성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흐음…, 그럼 도롱이가 이렇게 된 이유는 원래 있어야 할 힘의 일부분이 빠져 있어서 그런 거겠네. 성체가 아닌 헤츨링이 된 것도 그래 서겠고.”

“네,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마나, 도롱이는 생력이죠.”

그렇다면 그 힘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었다.

“그럼 그 심장의 힘이 사라진 이유는 뭐야? 오랜 시간이 흘러서 저절로 사라진 건 아닐 거고. 아니면 생력이라서 차이가 생긴 거라던가.”

브루노스는 정상적으로 심장을 흡수하여 제대로 된 드래곤이 되었다.

시간으로 인한 마모라고 보기엔 애매했지만 생력과 마나라는 차이점을 짚고 넘어가야 했다.

“으음…, 아마 그렇진 않은 겁니다. 분명 힘의 근원이 다르긴 하나, 그걸 보관하고 있던 심장은 똑같으니.”

“그럼… 누가 중간에 빼갔다고 볼 수밖에 없겠네.”

“네.”

누가? 어째서? 강현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으나 아무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답을 얻을 수 없겠지.

그렇다 해도, 최소한 단서만큼은 얻을 수 있으리라.

“그럼 일단 몇 가지 좀 확인해보자.”

“네,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심장에 담긴 생력을 빼가는 게 간단한 일이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 안에 담긴 것들을 빼내어가기 위해선 옥구슬을 뚫어야만 합니다.”

“아니, 그럼….”

고룡의 심장은 초대 현자가 자신의 생명과 맞바꾸어 사용한 10 위계 마법, 메테오 스웜을 맞고도 흠집 하나 없었다.

그런 옥구슬을 뚫어낸다고?

최소한 제대로 된 반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그럼 할아버지가 빼간 건가? 확률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절대 단정 지을 수 없어.’

현시대에 반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오직 푸스탄트 한 사람이다.

잠시 그가 한 일일 가능성을 생각해봤으나 아직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

어두운 밤의 전쟁이 끝난 후, 5000천 년간.

수많은 영웅들이 존재해 왔으니까.

“좋아, 그럼 전설이 하나 있는데.”

“예.”

“정말 라드삭스의 심장에 감긴 생력은 죽은 사람조차 살릴 수 있다는 전설이 사실이야?”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그렇다는 건?”

“죽은 육체를 다시 살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떠나간 영혼조차 다시 돌릴 수는 없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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