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 새로운 바람 (2) 1부 마무리
* * *
“정확히는 20년보다 조금 더 되었지요. 제가 교직을 관둔 지 25년이나 흘렀으니 말입니다.”
“그렇군요.”
역시, 마녀들의 세계에서 생활할 때면 시간 감각이 애매해진단 말이지.
샤렌은 생각했다.
뭐, 20년이나 25년이나.
고작 5년 차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마녀에게 있어선 시간이란 길든, 짧은 다 거기서 거기였으니.
“그런데 무슨 용건으로 찾아온 걸까요? 듣기로는 은퇴한 뒤로 세계여행을 떠났다고 하던데, 겸사겸사 옛 스승을 보러 왔나요?”
“능글맞으신 건 여전하군요.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말, 빈말이라도 해주면 어디 덧나는 걸까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꽤 심각해 보이네요. 일단 앉으세요.”
“죄송합니다만 제가 정신없이 바쁜 터라, 그저 한 가지만 여쭙고 싶습니다.”
뭐, 당연히 바쁘겠지.
샤렌은 전부 알 수 있다.
그가 누구를 쫒고 있는 것인지부터 지금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지까지.
“흐음…, 그건 안 될 거 같네요.”
그리고 그의 질문에 답해주지 못할 거란 사실까지.
마녀였기에 전부 알 수 있었다.
“….”
푸스탄트의 표정에 어둠이 드리웠다.
“아시지 않나요, 이건 지식의 보고에서 꺼내온 사실이란 것을. 아니면 혹시…, 반쪽짜리 데미갓에서 진정한 데미갓으로 거듭나셨나요?”
기대감이 서린 샤렌의 목소리.
하지만 푸스탄 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현자와 검성의 경지를 초월하여 반신의 경지에 오른 그였지만, 그는 내면세계를 현현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한 탓에, 되려 더욱 정말적이었다.
“아직 이계인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역시…, 그렇군요.”
“괜찮습니다. 제가 묻고자 하는 것은 샤렌님이 아시는 것과는 살짝 다를 터이니.”
“음?”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듯한 샤렌의 눈빛에 푸스탄트가 입을 열었다.
“강현이는…, 저보다 특별합니까?”
지식의 보고에서 꺼내온 지식이 아닌, 샤렌에게 묻는 그녀의 감상.
완벽한 질문이었다.
“물론이죠.”
∴
바람이 불어왔다.
잔잔하고 부드러운 바람은 마치 부드러운 손길처럼 뺨을 쓰다듬어준 뒤, 아련하게 사라져 버린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기억을 되짚고 떠올린다.
강현과 처음 만났던 날을.
그와 함께 여행을 시작했던 봄날에 느꼈던 선선한 바람이.
아카데미에서 나와,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거리를 거닐며 푸스탄트는 자신의 왼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심장 박동.
푸스탄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의 끝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
푸스탄트에게 편지를 보내고 5일.
여전히 답장은 없었다.
뭐, 푸스탄트가 답장 안 하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이던가.
강현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지금 당장은 아카데미에서부터 온 편지가 먼저였으니.
“됐어요…!”
밀랍 도장을 뜯고 편지를 꺼내 읽은 아리아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됐네요. 차석이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아멜리아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강현의 차례.
“나도 합격이고…, 수석은 저네요, 아멜리아 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