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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16화 (116/148)

〈 116화 〉 새로운 바람 (1)

* * *

샤렌과 만난 새벽이 지나고 맞이한 아침.

강현은 곧바로 남은 마법 시험을 치르기 위해 마법 훈련장으로 향했다.

마법 증폭 시험과 자유 마법 시험.

실수 없이 성공적으로 시험을 끝마친 뒤, 점심식사를 하고 수도, 페론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

강현은 ‘고룡, 브루노스의 심장’을 흡수하고 나서 갔던 내면세계와 총장실에서 있었던 일과 들었던 이야기들을 여인들에게 말해주었다.

그 덕에 잔뜩 걱정하고 있던 연인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다.

“뭐…, 여기까지야. 얘기가 끝났을 때는 갑자기 찾아오지 말라면서 텔레포트 써버 리더라.”

그렇게 강현의 설명이 끝났다.

깊은 고민에 빠진 듯,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여인들 중,

“그럼…, 고룡의 심장을 흡수하시고 나서 뭔가 달라지신 건 없나요?”

레이가 물었다.

“달라진 거? 으음…, 그러고 보니….”

하도 정신이 없었다.

샤렌과 만난 후,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엘리스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자 마자 곯아떨어졌고, 일어났을 때는 고작 마법 시험을 치렀기에.

분명 고룡 브루노스의 심장을 흡수하고, 내면세계에 진짜 드래건이 생긴만큼 분명 무언가라도 변화가 있어야 할 텐데.

“딱히 없네? 마나가 조금 늘어난 정도?”

어째서일까.

서클에 존재하는 마나 말고는 아무런 이변도 느껴지지 않았다.

“달라진 게 있긴 해.”

그런데 라비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강현도 모르는 것을 라비가 어떻게 안다는 걸까.

마차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라비에게 향했다.

“정령들이 엄청 무서워하는데? 가까이 가기도 겁난다고.”

“… 내가?”

“응.”

“왜?”

“몰라.”

“….”

정령이라는 존재들이 상대를 판단하는 조건은 단 한 가지뿐이다.

오직 상대의 내면이 얼마나 선한 지에 따른다.

솔직히, 푸스탄트의 제자로써 전생과 현생에서 선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강현은 정령들이 무서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절로 아파졌다.

선(?) 카르마만 무려 15000가 넘은 그였기에.

물론 정황상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브루노스가 원인일 거란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 무서운 이유가 뭔지는 얘기 안 해줘?”

“당연히 물어봤었지. 근데 자기들도 왜 무서운지 모르나 봐. 그냥 무섭다는 말만 계속해.”

정령과 드래건의 사이가 좋지 못했다는 설정이 있었나?

기억을 되짚어봤으나 떠오로는 기억은 전무했다.

“으음…, 그럼 내면세계에 갖다와야겠다.”

당장 브루노스에게 물어보면 뭐라도 얻을 수 있겠지.

“저기…, 가, 강현 님.”

내면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명상을 시작하기 직전.

아멜리아가 말을 걸어왔다.

“왜 그러십니까?”

“그…, 드래곤들의 이름은 그대로… 하실 건가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고룡들 이름이 다롱이랑 우롱이는 좀 너무하지 않나…?”

“동감이랍니다. 나중에 낳을 아이의 이름은 제가 지어야겠어요.”

그런 그녀의 말에 곧바로 엘리스와 아리아가 동의했다.

그런데 아리아의 말이 좀 이상했는데.

“아리아, 낳을 아이라니?”

“…!”

곧장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아리아는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표정을 점점 굳혔다.

강현과 아리아의 관계는 아직 연인이 아니다.

그런데 벌써 2세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

“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변태!”

결국 이 상황에서 도망치길 선택한 걸까.

갑자기 이상한 말을 내뱉으며 머리에 덮고 있던 베일로 얼굴을 가리며 외쳤다.

자기가 말해놓고 뭐 하는 거지.

귀여우니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 어쨌든, 나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귀엽고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괜찮지 않아? 이름도 쉽고.”

“정겹고 귀엽기만 해서 문제지. 안 어울리는 이름이라도 적당히 안 어울려야 하지 않겠어?”

아리아를 바라본 채, 작은 한숨을 내쉰 라비가 말했다.

이게… 따돌림이라는 것인가?

강현은 유일한 아군인 레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이라면 분명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기에.

“저, 저는… 그게…. 헤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멋쩍은 듯, 웃는 레이.

“… 알겠어.”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는 모양이었다.

이름이라, 확실히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지.

“일단 다녀올게.”

강현은 명상을 시작했다.

To, 친애하는 할배에게

세상에는 못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야.

우리 아빠도 엄청 나쁜 사람이고.

매일 놀아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안 놀아주잖아.

어느 날 문득 어린 꼬맹이가 했던 말이 떠오르더라.

아빠한테 나쁜 사람이라고 하는 건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혼냈었지 분명.

근데 정작 내가 그 꼬맹이의 입장이 되니까 되게 미안해지더라?

약속이라는 게 말이야, 분명 지키라고 있는 거니까.

상대의 신뢰를 배신한 건 분명 나쁜 짓이겠지.

물론 그 아빠라는 사람도 분명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겠지.

뭐가 됐든 한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을 지닌 사람이니까.

그건 분명 이해해줘야겠지.

말 못 할 사정쯤은 누구한테나 있는 걸 테니까.

할배도 아마 비슷한 이유로 답장을 안 해주는 거겠지.

은퇴하고 세상이나 여행하겠다는 할배한테 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 좋은 할머니라도 만나서 늦은 사랑을 시작한 걸지도 모르겠네.

나 말이야.

어제 아카데미 시험을 마치고 페론으로 돌아가고 있어.

뭐…, 당연히 수석으로 입학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조금 큰일이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마법 시험 때 사용하는 ‘고룡, 부르노스의 심장’.

뭔지 알지?

그게 갑자기 파괴되더니 나한테 흡수되더라고.

그 탓에 기절하고 내면세계에 갔을 때 내가 뭘 본 줄 알아?

드래곤이었어.

그저 마나가 드래곤의 형상을 띈 게 아닌 이름 그대로의 드래곤.

날개도 꼬리도, 머리도 제대로 달려있더라고.

그런 게 왜 내 내면세계에 있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더라.

분명 뭔가 잇는 거 같긴 한데.

근데 그걸 알아낼 방법을 찾았어.

샤렌 리케스.

아카데미의 총장의 이름인데 사실 마녀라고 하더라도.

할아버지가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녀들의 세계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지식의 보고라는 곳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전부 알 수 있데.

근데…, 자신만의 내면세계를 현현시켜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 하더라고.

그래서, 일단 대현자가 되려고.

드래곤들이 왜 있는지.

할배를 암살하려 했고 레이를 조종했던 놈의 정체가 누구인지.

전부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고룡의 심장을 찾아볼 생각이야.

2개 정도는 위치를 알고 있긴 한데…. 나머지 것들은 몰라서.

혹시 아는 거 있나 싶어서 연락해봤어.

아는 게 없어도 상관없으니까 답장 좀 해줘.

살아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

P.S. 만약 진짜로 좋은 할머니 만나서 늦은 사랑 시작하느라 바쁜 거면 나한테도 소개해줘야 한다?

From. 단단히 벼르고 있는 제자, 이강현이.

칼리우스력 83년. 2월 15일에.

푸스탄트는 ‘고룡, 라드삭스의 심장’을 인벤토리에 챙긴 후, 곧장 근처의 마을로 향했다.

자신의 얻은 아티팩트의 기능과 다른 이의 흔적을 살펴보기 위해서.

그리고 역시나.

“흔적이 남아있다.”

생력이 일렁거리고 있는 백옥의 구슬.

하지만 그 내부에 가득 차있어야 할 생력이 살짝 비어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분을 뽑아간 것처럼.

푸스탄트가 한 발자국 내딛게 된 순간이었으며….

‘역시….’

곧장 자신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제자, 이강현을 떠올렸다.

그의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드래건들은 전부, 생력과 서클이 형상화한 모습이었다.

그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면세계에서 형상화된 마나를 직접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으니.

하지만 어째서일까.

강현의 생력과 서클은 드래곤의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수많은 서적들과 오랜 세월 속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경우.

애초에 강현은 하도 특별했던 아이였기에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푸스탄트는 오늘 오후에 받은 편지때문이라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

직접 확인해봐야겠군.

푸스탄트는 생각 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으며, 푸스탄트는 곧장 저장해둔 좌표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제국의 아카데미.

“푸스탄트님이십니까.”

푸스탄 트는 등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로 고개를 돌렸다.

달빛을 받아 생긴 그림자에서부터 한 남자가 나타났다.

마치 수면 위로 떠오르듯이.

그는 항상 눈을 감고 있으며 무테안경을 낀 아카데미의 부총장이었다.

“오랜만이구나.”

“네, 분명 은퇴하셨다 들었는데, 꽤 강녕하셨던 모양이시군요. 샤렌님을 만나러 오신 겁니까?”

“그래.”

푸스탄트는 부총장의 말을 기다렸다.

“… 오라고 하시는군요. 가시죠.”

잠시 침묵한 부총장이 말했다.

그렇게 도착한 아카데미의 본관 최상층, 총장실의 문 앞.

마치 손님을 환영하 듯이 총장실의 문을 절로 열였다.

“들어가시죠.”

“그래, 고맙구나.”

작은 인사와 함께 총장실로 들어간 푸스탄트.

그와 동시에 문이 닫혔다.

“오랜만에 보는군요. 예언의 아이였던 자여. 음, 20년 전이 마지막이었던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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