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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14화 (114/148)

〈 114화 〉 입학 시험 (13)

* * *

“솔직히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친절한 설명을 선호하는 강현의 입장에서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어딘가 되게 거창한 말들에 살짝 흥미가 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리고 권유해주신 것은 감사합니다. 분명 저를 높게 평가해주시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샤렌은 리케스 백작가의 가주이자 아카데미의 총장이다.

거기에 더해 본인의 입으로 스스로를 마녀라 칭했으니.

무엇보다 고룡의 심장이 소유권을 지닌 주인.

뜬구름 잡은 권유는 어이없을 뿐이었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저는 이미 푸스탄트님을 스승으로 섬기고 있을뿐더러, 이루어내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에 샤렌님을 섬길 수 없습니다.”

강현이 설기는 사람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오직 스승이자 아버지인 푸스탄트 뿐이다.

또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힘을 기르겠다는 목적이 있는 이상, 누군가의 휘하로 들어갈 생각은 절대 없었고.

“역시 거절하는군요. 아쉬울 따름이네요.”

강현은 샤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어딘가 운명론자 같아 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자신의 권유를 거절당한 그녀가 무슨 반응을 보일지 잠시 걱정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꽤나 의외였다.

마치 예상했다는 말투와 동시에 어딘가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었으니.

“그래도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찾아와도 된답니다.”

“뭐… 알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샤렌의 말투에는 묘한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럼 이제 고룡의 심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드디어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강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한 가지 오해를 정정할 필요가 있겠네요.”

“오해…,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고룡의 심장은 저, 리케스 백작가, 아카데미. 그 누구의 것도 아니랍니다.”

‘어두운 밤의 전쟁’ 당시 브루노스를 사냥한 초대 대현자, 알 리케스의 전리품이자 유산이다.

그 아티팩트의 소유권인 리케스 백작가가 대대로 지녀왔으며 아카데미의 입학 시험일 때만 외부로 공개되는 귀한 물건이고.

그런데 자신의 것들이 아니라고?

강현은 샤렌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분명 고룡의 심장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었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내면세계에 존재하고 있던 강현의 마나들은 그저 드래건의 형상을 취한 것이 아니었다.

고대에 존재했던.

악신들에게 조종당한 끝에 동지였던 인간들에게 추락당한 비운의 절대자들.

고룡, 그 자체였다.

심장을 흡수한 뒤, 용용이…, 아니.

브루노스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되찾았고.

“이미…, 깨달은 모양이네요.”

샤렌의 말투에는 약간의 감탄이 섞여있었다.

“뭐, 어쨌든 그런 거랍니다. 저희 리케스가는 초대 가주님의 유언대로 고룡의 심장을 잠시 동안 맡아두고 있었을 뿐이죠. 그런데 책임을 묻는 건 이상하지 않겠어요?”

“그렇… 군요.”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지만 어째서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자신의 내면세계에 왜 고룡들이 존재하는 것인가.

“사실…, 강현 학생을 포박해둘 필요도 없었지만 다른 학생들과 교수들의 눈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답니다. 부디 이해해주시면 고맙겠네요.”

“그건…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샤렌님. 어디까지 알고 계신 겁니까?”

“흐음…, 그렇죠.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강현 학생에게 무엇을 알려드릴 수 있을까. 그게 궁금하실 테죠.”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샤렌이 말을 쏟아냈다.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은 채, 강현을 바라보고 있었고.

“마녀들은 말이죠…, 많은 걸 알고 있답니다. 사소한 것부터 알아선 안될 ‘금제’들, 출생의 비밀, 감정과 생각들 뿐만이 아니죠. 마법과 주술, 기적과 권능. 그 모든 것들을 초월한 ‘정체불명의 힘’과 과거와 현재, 어떤 때에는 미래조차 알 수 있죠.”

즐겁다는 듯이.

기대된다는 듯이 말했다.

“….”

샤렌의 말을 받아들이고 머리가 처리하기까지.

강현은 이해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가 말한 이야기들은 현실감이 없을뿐더러 너무나도 방대했으니.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넋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일단은 천천히 머릿속을 정리하며 하나씩 물어봐야겠지.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겠군요.”

강현이 고민하던 중, 샤렌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혹시 몇 가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안돼요.”

“… 네?”

“뭐…,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느껴보시는 편이 낫겠죠.”

예상치 못한 대답에 강현이 당황하고 있자, 잠시 고민한 샤렌이 말했다.

뭘 느껴보라는 거지.

“현현해라, 내면세계여.”

푸른 초원의 풀들이 시원한 바람을 타고 흩날린다.

아름다운 밤하늘이 보였다.

자색과 청색으로 이루어진 은하수는 밤하늘을 뒤덮고 있었으며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늘에 뜬 거대한 달은 시안 색으로 물들어 순백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무슨 달이 저렇게 커.

크기 때문일까.

그 달의 강렬한 빛은 가히 태양 이상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반짝이고 나타난 혜성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소멸해버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달조차 흐릿하게 보이던 현대에서 이 세계로 넘어온 뒤로 처음 봤던 밤하늘.

그때도 이 아름다운과 웅장함에 압도당했었지.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모양이네요.”

샤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현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 등 뒤로 고개를 돌렸다.

“…?”

강현은 의아함을 느꼈다.

은하수가 새겨진 것처럼 아름다운 자색의 눈동자와 목소리는 분명 샤렌의 것이었다.

하지만 신체는 아니었다.

분명 평범한 성인의 신체였는데, 지금의 샤렌은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샤렌님…?”

“네, 이것이 저의 본모습이죠. 놀라셨나요?”

“아뇨, 그냥 귀엽다는 생각 정도 밖에.”

강현은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놀랄 수가 없었다.

외형을 바꾸는 마법쯤이야, 그리 흔한 것은 아니라할 지라도 존재 자체가 없는 것은 아녔으니.

“어머, 영광이네요.”

또한 감정이 요동치지 않는다.

수많은 의문들과 생각들이 사라지고 완벽한 평정과 이성을 유지하는 공간.

“여기는 내면세계입니까?”

“네, 맞아요. 이곳은 저의 내면세계이자.”

샤렌은 가슴 앞으로 모은 양손으로 한차례, 짝.

박수를 쳤다.

그리고 그녀의 등 너머로 석문(?門)이 나타났다.

풀과 넝쿨이 무성하게 자라난 석문이.

“마녀들의 세계와 지식의 보고로 통하는 문이죠.”

그리고 그 석문 사이로 두 장의 문짝이 생성되었다.

굳게 닫힌 문은 손잡이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마녀들의 세계… 지식의 보고….”

강현은 샤렌이 했던 말을 작게 읊조렸다.

그녀가 말했다.

마녀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그렇다면 이 문 너머에 있는 마녀들의 세계 속 지식의 보고라는 곳에 간다면 수많은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강현의 의문에 답하듯, 샤렌이 입을 열었다.

“강현 학생이 무엇을 궁금해하든 간에, 이 문을 넘어서기만 한다면 모든 의문들을 해결하실 수 있을 테죠.”

“그렇군요.”

강현은 그녀의 말이 진실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저 문에서부터 형언할 수는 없으나, 마치 자신을 불러들이는 것만 같은 기운이 전해져 왔기에.

“괜찮은 겁니까?”

그렇기에 물었다.

저 문을 열고 지식의 보고로 직접 나아가도 괜찮은 것인지.

“그건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오로지 강현 학생의 몫. 이 문을 열 수만 있다면 마녀들의 지식을 탐독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말 성일 것은 없겠지.

강현은 곧장 들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샤렌을 지나친 뒤, 그녀의 등 뒤에 위치해있던 문 앞에 섰다.

그러자 석문을 뒤덮고 있던 풀과 넝쿨들이 마치 자리를 비켜주듯 천천히 치워지기 시작했다.

‘밀어서 열면 되려나.’

손잡이가 없는 이상 당길 수는 없다.

두 장의 문짝으로 봤을 때, 옆으로 미는 것도 아닐 테고.

강현은 밀기 위해 문에 손을 얹었다.

그와 동시에.

“윽…!”

손을 뗐다.

“…?”

순간적으로 일어난 몸의 반응.

의아함을 느낌과 동시에 다시금 문 위로 손을 얹었다.

그리고 느껴져 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반발이며 거부감이다.

두려움이자 아득함이었다.

본능과 무의식이 외치고 감정이 요동치며 신체가 반응한다.

절대 이 문을 열고 그 너머로 나아가서는 안된다고.

이 이상의 것을 들여다보려 하지 말라는 듯이.

“이게 뭡니까?”

강현은 손을 떼고 샤렌에게 물었다.

“제가 강현 학생의 의문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이유라고나 할까요. 당신의 수준으로는 아직 허락받지 못한 것들이죠.”

“….”

수준이라.

20살, 소드마스터이자 6 위계 마법사.

그것은 절대 가벼이 볼 경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는 마녀 샤렌이다.

아카데미의 총장이며.

그녀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겠지.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아직도 원하는 것을 이루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하다는 말인가.

“엄청난 재능이죠. 20살의 나이임에도 그 정도나 되는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저도 인정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오해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무시하고자 했던 말이 아닌 사실 그대로일 뿐이란 것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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