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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13화 (113/148)

〈 113화 〉 입학 시험 (12)

* * *

내 이름은요!!

엄청난 분노와 함께 생력의 드래곤의 생각이 전해져 왔다.

머지않아, 붉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드래곤이 형상이 내 뒤에 착지했다.

‘점점 커지는 거 같다?’

약 2개월 정도 전일까.

생력의 드래곤은 마지막으로 내면세계에 들어왔을 때보다 조금 더 커져 있었다.

“네 이름이 왜?”

그걸 몰라서 묻는 거냐.

마치 따지는 것 같은 생각과 함께 어이없어하는 감정이 느끼지만, 강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귀엽고 예쁜 이름 아니야? 솔직히 도롱이가 제일 잘 지은 이름 같은데.”

강현은 진심이었다.

도롱이라는 이름을 딱 떠올렸을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짜릿한 쾌감이 마치 날카로운 전류같이 머리를 관통할 때의 전율을.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하지만 강현은 심각할 정도로 낙관적이며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해왔다.

왜냐면 그 말이 잘못되었음이 지금 이 자리에서 여지없이 증명되고 있었으니까.

아니거든요!!!

“야야, 살살 말해도 되잖아.”

머릿속에서 울리는 강렬한 감정에 살짝 두통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내면세계 내에서는 무감각해지기 그럴 일은 없었지만.

맨날 이상한 검술 쓴다고 고생이란 고생은 전부 시켜놓고는…!

확실히, 생력을 소모하는 검술인 ‘핏빛 칼날’을 사용할 때면 생력의 드래곤의 힘이 소모된다.

“항상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어.”

… 몰라, 저 찾지 마요.

생력의 드래곤은 두 날개를 넓게 펼치더니 다시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름이 어때서.

강현은 섭섭했다.

“그…, 안 따라가 보셔도 괜찮습니까?”

브루노스가 물어왔다.

“왜 따라가? 찾지 말라잖아.”

“….”

역시.

내면세계에서 무감각해지는 것은 오직 장점만 존재하는 게 아니구나.

브루노스는 다시금 깨달았다.

“뭐…, 그러면 슬슬 일어나야겠네.”

강현은 이제 내면세계 밖으로 나가,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음을 느꼈다.

“나중에 보자 애들아. 서로 이름에도 익숙해지고.”

강현은 드래곤들에게 재앙을 남겨둔 채, 원래 세계로 돌아갔다.

“으음….”

천천히 눈을 떴다.

곧장 백색의 천장이 눈에 들어온 뒤,

“일어났어?”

부드러운 미성이 귓가에 스며들었다.

비몽사몽 한 정신 속에서 고개를 돌린 강현은 자신의 옆에 라비가 앉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응.”

주변을 살폈다.

둥근달과 은하수들이 수놓아진 창문 밖의 하늘.

붉은 불꽃이 일렁이는 랜턴.

새벽 5시임을 알려주는 시계까지.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라비는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몸은 괜찮긴 한데….”

오히려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상당히 상쾌했고 몸은 가벼웠다.

하지만 자신이 현재 무슨 상황 속에 놓였는지를 기억해낸 강현의 마음은 한 없이 무거웠다.

아카데미의 보물. ‘고룡, 브루노스의 심장’을 파괴하고 흡수해버렸으니.

“상황이 안 괜찮네.”

그래서일까.

강현은 자신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음을 깨달았다.

“충분히 불쾌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부디 이해해주시길.”

그 순간.

침대 주변의 천막이 쳐지고 한 남성이 나타났다.

무테안경과 감고 있는 눈.

실눈캐로 유명했던 아카데미의 부총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저희의 입장에서도 강현 학생이 도주하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했으니까요.”

“뭐…, 괜찮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대접이다.

고룡의 심장이라는 보물을 파괴한 만큼, 원래라면 지하감옥에서 쇠사슬에 둘둘 묶인 채로 눈을 뜨는 것이 정상이겠지.

“강현 학생이 고룡의 심장을 파괴했단 사실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와 관련되어 총장님께서 호출하셨습니다. 동행해주시죠.”

역시 게임 속과 마찬가지로 딱딱한 성격은 여전했던 것일까.

대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하면 됩니까?”

“예, 몸은 괜찮아지셨다고 하셨으니.”

부총장의 대답을 들은 강현은 총장실로 향하기 위해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죄송합니다만 개인적인 면담입니다. 간호인께서는 동행하실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강현을 따라 일어서려던 라비에게 부총장이 말했다.

원래부터 무덤덤한 인간이라고는 하지만, 말투에서부터 약간의 차가움이 느껴져 왔다.

“….”

라비의 날카로운 시선이 부총장에게 향했고.

­아까 전에 수갑을 채우다가 잠깐 말싸움이 있었거든.

그 둘 사이에서 흐르는 차가운 기류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쯤.

엘리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침대 맡, 서랍장에 걸쳐져 있었구나.

누워있을 때는 각도 상의 문제로 보지 못했었다.

“라비, 잠깐만 기다려줘. 금방 다녀올 테니까.”

“… 알겠어. 다녀와.”

강현은 부총장을 따라 총장실로 향했다.

손목을 속박하고 있던 수갑도 진작에 풀어준 상태였다.

어차피 평범한 강철로 만들어진 수갑은 강현을 제대로 속박할 수도 없었지만.

그에 관련되어 강현은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내가 무슨 짓을 벌여도 걱정 없을 정도로 여유롭다거나…, 이미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돼서 구속할 필요가 사라졌거나.’

뭐가 됐든, 강현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이렇게 큰 사건이 자신으로 인해 벌어졌으며 고룡의 심장의 가치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니까.

만약 돈으로 변상하라고 시킨다면 답도 없다.

변상을 위해 노예시장에 팔려가는 최악의 상황조차 벌어질 수 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여기입니다.”

아카데미의 본관의 7층.

최상층에 위치한 총장실 앞에서 멈춰 선 부총장이 말했다.

‘아카데미 총장이라….’

그러고 보니 게임 속에서조차 얼굴 한 번 본 적 없던 인물이었다.

존재 자체만 알고 있을 뿐.

그렇기에 더더욱 긴장됐다.

똑똑똑.

“강현 학생을 데리고 왔습니다. 샤렌님.”

문을 세 번 두드린 부총장이 말했다.

그리고 문이 저절로 열렸다.

“들어가 보십시오.”

“… 알겠습니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며 강현이 대답했다.

먼저 들어가라는 것처럼 옆으로 살짝 비켜준 부총장의 옆을 지나 총장실로 들어갔고.

쿵….

문이 저절로 닫혔다.

부총장은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잘 찾아왔어요.”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현은 고개를 돌렸다.

백발의 여인이었다.

키는 160 정도 될까.

검은색의 넓은 챙모자와 로브를 걸쳐 입은 그녀는 서류더미와 여러 가지 책 들이 놓인 책상 뒤에 위치한 거울 앞에 서서 창 밖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은은한 달빛 사이에 선 모습에서는 어째서인지 고고함이 느껴져 왔다.

“꽤나 큰 일을 벌여주셨더군요.”

샤렌 리케스는 뒤를 돌아 강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인의 기준은 전부 갖추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작을 얼굴과 새하얀 피부.

붉은 입술, 오뚝한 코, 커다란 눈동자의 오밀조밀한 이목구미.

또한 은하수를 그대로 새겨 넣은 것처럼,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것 같은 보라색의 눈동자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눈을 마주하고 있을 뿐임에도 아름다운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듯이 점점 빠져들어가는 기분이었다.

“… 죄송합니다.”

잠시 그녀의 눈동자에 매료되어할 말을 잃었던 강현은 어렵게 입을 뗐다.

일단 사과하는 게 맞을 테니까.

“후후, 괜찮답니다. 운명이란 감히 예언할 수 없는 것. 일단 앉으실까요?”

싱긋, 아름다운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샤렌이 말했다.

다른 여인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

달의 여신이 내려와 미소를 지어주는 것만 같았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외모를 감상하고 있을 때가 아님을 알고 있다.

강현은 곧장 그녀의 외모에서 관심을 떼어낸 후, 자신이 벌인 사건의 해결에 집중하기로 했다.

엄무용 책상 앞에는 테이블과 소파가 놓여 있었다.

테이블 가운데에는 아름다운 백색의 꽃들이 꽂혀있는 꽃병이 놓여있었고.

“많이 당황했겠죠. 고룡의 심장이 그렇게 어이없이 파괴되어버렸으니.”

부드러운 음성이 스며들어온다.

긴장한 탓에 굳어있던 심장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듯한 감각.

지금의 두근거림도 그로 인한 것이겠지.

“걱정하실 거 없답니다. 고의가 아닌 사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알고 있으니.”

지금까지 착하게 살아온 덕을 보는 걸까.

아무래도 기본적인 신뢰도 덕에 오해를 피할 수 있었던 듯했다.

“그리고 지금, 고룡의 심장을 파괴한 당신과의 만남도 저의 운명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운명은 또 무슨 소리인가.

역시 아카데미의 총장쯤 되는 사람이면 어디 하나 이상한 건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으려나.

“… 그렇습니까?”

조금 사 차원적인 캐릭터였구나.

이대로 고룡의 심장도 잘 처리되면 좋을 텐데.

“이해하기 힘들겠죠. 당연한 거랍니다.”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샤렌이 말했다.

“하지만 고룡의 심장은 먼 옛날부터 자신의 주인을 기다려왔죠.”

그녀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즐거운 눈빛으로 강현을 바라보며 말했고,

“… 예?”

강현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주인을 기다렸다는 샤렌의 말.

마치 고룡의 심장이 자신에게 흡수됐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는 것처럼.

“당신, 저를 섬기지 않겠어요?”

“…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넓은 챙모자를 벗고 자신의 옆에 내려놓으며 말을 시작했다.

“잔혹한 자들과 탐욕스러운 자들을 추락시킬 몰락의 길을 찾고 있으며 오만한 자들에게 신성모독을 저지를 자. 마녀 사렌 리케스. 그게 제 이름이죠.”

잔혹한 자, 탐욕스러운 자의 몰락.

오만한 자들에게 저지를 신성모독.

무슨 소리인지 당최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것보다 마녀는 또 웬 말인가.

아카데미의 총장의 청제가 마녀였다는 건가?

“어떤가요, 꽤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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