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11화 (111/148)

〈 111화 〉 입학 시험 (10)

* * *

성인군자 푸스탄트의 하나뿐인 제자인 그의 명성은 이미 스승과 비견될 만한 경지에 이르렀으니.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생력을 치료하는 세계에서 제일의 약제사.

소드마스터이자 대마법사의 경지에 인접한 6 위계 마법사.

그뿐 만이 아니다.

누구나 인정할 수려한 외모.

스승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대가 없이 약자들을 돕는 고운 심성까지.

의약 성인(?藥?人).

제국에서 태어나 살아온 이상 그 명예로운 칭호를 알아듣지 못하는 이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고룡, 브루노스의 심장’을 강현이 파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아카데미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지금.

“그게…, 말이 되는 겁니까?”

동그란 뿔테 안경을 꼈으며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사내, 아카데미의 약제학 교수가 말했다.

“그 심장은 메테오를 맞고도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으나 머나먼 옛날.

마신의 조종으로 인해 미쳐버린 드래곤들은 인간을 공격하여 전쟁이 벌어졌다.

그것이 바로 수많은 역사책들에서 언급되는 어두운 밤의 전쟁.

“맞습니다. 초대 대현자 알님께서 목숨과 맞바꾸어 쓰신 반신의 마법에도 멀쩡했던 심장. 그걸 파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귀걸이부터 목걸이.

모든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는 마도구 교수가 말했다.

초대 대현자, 알 리케스는 자신의 모든 생력을 소모하여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의 마법의 10 위계 마법, 메테오 스웜으로 고룡 브루노스를 사냥했다.

고룡의 육신은 산산조각이 났으나, 그의 심장만큼은 흠집 하나 없이 멀쩡했다고 전해졌는데…, 그런 고룡의 심장을 6 위계의 마법사인 이강현이 고작 손을 댄 것 하나만으로 파괴했다고?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지금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

그렇기에 교직원들 중, 유일하게 현장에 있었던 로라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원래 착한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섭다고 하던가.

지금의 로라가 딱 그런 상태였기에, 교직원들은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흥, 역시 옛날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니까. 그렇게 잘난 놈이 아카데미 시험을 보겠다고 한 것부터가 충분히 의심스러운 일 아닙니까? 분명 더러운 술수를 사용한 것이겠죠.”

삐쩍 말은 몸.

쫙 찢어진 눈매가 지저분한 수염.

역사 교수가 말했다.

그의 말투에는 강현을 향한 반감이 서려 있었다.

“흥, 웃기지도 않는군.”

그런 역사 교수에 말에 콧방귀를 뀐 브룩이 말했다.

“뭡니까, 브룩 아그니스 경.”

“분명 너희 가문이 유통하던 불법 노예를 발견하고 신고한 게 이강현이라고 했었지.”

“… 그 이야기가 왜 지금 나오는 겁니까. 그리고 분명 그 사건은 상단주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판명되었을 텐데요.”

“하하….”

브룩은 비웃었다.

그 웃음 속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에 교직원들이 숨을 삼켰다.

“네놈들같이 썩어 빠져 귀족이라는 이름에 먹칠하는 쓰레기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 아니던가? 죄를 뒤집어 씌운 다음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 말이야.”

“말조심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제 아무리 공작가의 장남이라 하셔도 더 이상의 모욕은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날카로운 시선이 브룩을 향했다.

하지만 브룩은 태연했다.

“모욕인지 아닌지는 두고 볼 일이지. 그런데 푸아스. 그 불법 노예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알고는 있나?”

“흥, 뇌까지 근육으로 이루어진 누구와 달리 그딴 천민을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사람입니다만.”

더 이상의 대화가 이어지길 바라지 않았던 역사 교수, 푸아스는 대충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렸다.

“일단 들어 보라고. 지금 우리 가문에서 메이드로 일하고 있는데 말이야…, 저번 주였던가. 암살자 놈들이 칩입했었지. 물론 내 손에 곤죽이 되어 감옥에 갇힌 상태지만.”

브룩의 말에 푸아스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우리 가문의 고문 기술자들의 실력이 또 그렇게 뛰어나기로 유명한데 말이야.”

“하, 하하…. 어쩌라는 겁니까? 적당히 하시죠. 아, 아카데미가 아닌 법원에서 저를 만나고 싶으신 게 아니라면.”

“뭐…, 그렇게 덜덜 떨며 말하지 말라고, 너는 아무런 죄가 없을 테니까. 안 그런가? 나는 그저 사사로운 감정으로 섣불리 판단을 내리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게…!”

“쓸데없는 대화는 거기까지입니다.”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아카데미의 부총장이 나섰다.

“지금은 파괴된 고룡의 심장과 이강현 학생의 처분을 결정짓기 위해 모인 자리입니다. 사적인 대화는 부디 밖으로 나서서 나누시길.”

그는 흰색의 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무테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그가 왜 안경을 끼지 않는 것인지는 학생들과 선생들 사이에서 온갖 가설이 쏟아져 나오는 미스터리였다.

어쨌든, 부총장의 중재에 브룩과 파우스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후우…, 아델 루이스플경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침묵이 가라앉았다.

남들 몰래 작게 한숨을 내쉰 부총장이 마침 바로 앞에 앉아있던 또 다른 검술 교수.

북구의 지배자인 루이스플 가문에서 가출한 공작가의 장남.

아델에게 물었다.

“저… 말입니까?”

“예, 아까 전부터 골똘히 생각하시고 계시던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델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부총장의 말마따나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이강현과 고룡의 심장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스쳐 지나가며 본 한 여인.

15년 만에 재회한 자신의 여동생, 아멜리아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그, 그렇군요…. 흐음….”

하지만 딴생각하고 있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도 없는 상황.

아델을 머리를 굴렸다.

“제국의 수사관들에게 사건을 넘기는 게 어떻습니까? 지금 당장 사건과 사고를 구분지을 단서가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만….”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흐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죠.”

그리고 아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카데미의 총장, 샤렌 리케스가 입을 열었다.

“아델의 말대로 판단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고 가능하면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편이 좋겠죠. 일단 이강현 학생이 깨어나길 기다리도록 하죠.”

그렇게 샤렌은 회의를 폐회시켰다.

교수들은 각자 자신들의 위치로 돌아갔고, 회의실에는 총장과 부총장만이 남았다.

“후후후….”

샤렌은 왼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린 채, 작게 웃었다.

“기쁘신 모양입니다. 주인님.”

“그럼요. 드디어 찾았는걸요.”

기뻐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드디어 찾은 예언의 아이다.

젖탱이 좀 크다고 지가 제일 잘난 줄 아는 분홍머리 마녀보다 훨씬 먼저 찾은 거겠지.

“어서 빨리 만나보고 싶네요. 일어나자마자 곧장 총장실로 데려와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한 넓고 싱그러운 초원.

그 위를 수놓은 무성한 나무들.

세상을 따사롭게 감싸는 햇빛과 푸른 하늘.

그 안을 수놓은 순백의 구름들까지.

“내면세계?”

강현은 자신이 내면세계로 들어왔단 사실을 깨달았다.

어째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분명….

‘고룡의 심장이 부서지고 나한테 흡수된 다음에 기절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절을 하면 자동으로 내면세계에 들어와 지는 건가.

고룡의 심장은 어째서 파괴되었으며 흡수된 것인가.

수많은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생겨났다.

‘뭐, 그걸 어떻게 알겠어.’

내면세계 안에서는 무슨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평정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즉, 최소한 마음 편히 있을 수는 있다는 말.

현실 속 자신이 무슨 상황에 놓여있는 지를 아는 만큼 강현은 행운으라 여기기로 했다.

“아무도 없어?”

곧장 강현은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리고 뒤에서부터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점점 가까워졌다.

드래곤이 날아오고 있는 것이겠지.

강현은 뒤를 돌아보았다.

“뭐냐?”

이상하네.

눈이 잘못된 건가.

아닌데.

드래곤 한 마리가 날아오고 있었다.

드래곤의 형상을 취한 붉은, 푸른 기운이 아닌 말 그대로의 드래곤이.

두 날개를 퍼덕이고 푸른색의 비늘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네 개의 다리와 날카로운 발톱.

기다란 꼬리.

두 개의 뿔과 거대한 입까지.

말 그대로 드래곤 그 자체였다.

그 드래곤은 빠른 속도로 강현에게 날아왔으며, 다른 드래곤들이 그를 뒤따랐다.

‘다른 애들은 또 그대로네?’

전부 다 푸른 기운이 드래곤의 형상을 취하고 있을 뿐, 완전한 드래곤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드래곤들이 모였다.

그들은 강현의 앞에 착륙했고, 머리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의 왕이시여.”

그리고 진짜 드래곤이 말했다.

그냥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것도 아니고.

두 귀를 통해 드래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용용이냐…?”

그와 동시에 절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진짜 드래곤의 정체가1번 마나의 드래곤,용용이라는 사실을.

“이름 좀 제발….”

다른 마나의 드래곤들의 웃음 속에서 용용이가 말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