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입학 시험 (7)
* * *
부족한 시간으로 인해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끝내 남았다.
하지만 강현은 아쉬움과는 별개로 시험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고, 작지만 브룩에게도 상처를 먹여줬으니.
수고했어요.
관객석으로 돌아가기 위해 선수 입구를 지나치던 중, 머릿속에서 엘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도와줘서 고맙다.
당장 마나의 검기와 생력의 검기를 발현시키는 것만 하더라도 엘리스의 보조가 있었다.
중간마다 검술을 교환하는 것도 신살자의 검인 엘리스의 능력이고.
뭘요, 아직 부족하죠.
뭐가 부족해?
음…, 생력이 조금 아쉬워서요. 저도 생력을 다뤄본 적은 없어서 많이 어렵더라고요.
강현이 사용하는 생력의 검기는 불안정하다.
완전한 생력의 검기와 여러 면에서 놓고 봤을 때 절반 정도의 성능을 보이고.
그런데 그 조차도 엘리스의 덕이다.
그녀의 보조가 아니었다면 2할 정도의 성능이 한계였겠지.
뭘 그런 걸로 아쉬워해. 지금도 충분하다 못해 과할 정돈데.
뭐… 그렇긴 하죠. 잘 아시면 저한테 잘하세요.
강현의 말에 엘리스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지금으론 부족해?
그런 엘리스에 말에 피식, 웃은 강현이 되물었다.
으음…, 그렇네? 그럼 딱 현상유지할까요?
그래, 그러자.
가벼운 대화 덕일까.
많은 생력을 소모한 탓에 느끼고 있던 피곤함이 조금 사라진 기분이었다.
3층에 도착하고, 입구를 넘어섬과 동시에 오른쪽에는 레이가 서있었다.
“시험 보고 왔어.”
∴
객석으로 돌아와 다른 학생들의 시험을 관람했다.
검신인 엘리스와 대륙 제일 검인 레이와 함께 다른 학생들의 검술을 직접 보며 이런저런 분석과 의견을 나누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검술에 관한 지식을 넓혀주는 기회.
강현은 아카데미에 오겠다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찾아오고 레이와 함께 식사를 한 뒤, 오후에 진행되는 다른 학생들의 시험을 또 관람했다.
모든 학생들의 시험이 끝났을 때는 어느새 해가 저물기 직전이었으며 여인들과 만나 저녁식사를 한 뒤, 숙소로 돌아가 수면을 취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이강현 학생. 74번입니다.”
전날 아침과 마찬가지로 한결 울의 추위로 인해 코 끝이 붉어진 교직원들을 학생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 추운 날에 밖에서 고생하고 있는 교직원들에게 약간의 안쓰러움을 느끼며 번호표를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네, 다음 학생.”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
교직원은 상당히 급해 보였다.
“오늘은 또 마지막 번호네요?”
번호를 받은 뒤, 시험장 내부로 들어가던 중 레이가 말했다.
“그러게.”
극단적으로 치우 져진 두 개의 번호를 받으니 절로 의미부여를 하게 된다.
브룩의 호전적인 성격상, 학생들의 실력에 따라 순차적으로 번호를 부여했다.
그건 게임 속 입학시험에서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이 74번이라는 마지막 번호는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걸까.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니겠지.’
그냥 마지막 순서라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될 거다.
“여기가 시험장….”
레이가 작게 읊조렸다.
그리고 어느새 시험장에 도착했다.
전체적으로 숲 속에 위치한 넓은 공터가 떠오르는 공간이었다.
넓은 원형의 흙바닥과 그 주위를 둘러싼 나무들.
아카데미의 마법 훈련장이었다.
‘마나 농도가 높아.’
역시 아카데미의 마법 훈련장이라 그런 걸까.
겉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이더라도 마나 농도만큼은 숲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숲보다 마나 농도가 조금 더 짙다 봐도 무방하겠지.
이 정도면 마법 훈련장으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도 남으리라.
물론, 마나를 흡수하는 것이 아닌 몬스터를 사냥함으로써 마나를 늘리는 강현에게는 별 의미 없는 공간이었지만.
“일단 앉자.”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레이에게 말했다.
“아…, 네.”
레이와 함께 대기석에 앉았다.
대기석이라고 해봐야 의자를 일자로 세워뒀을 뿐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한번쯤 본, 생전 처음 보는 학생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강현에게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였다.
“….”
벨라 칸트 루스.
나무로 둘러싸인 입구 사이에서부터 마치 인형같이 차가운 무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시험장을 살펴보고 있었고.
‘인사라도…, 아니. 됐다.’
지난 필기시험 날.
벨라는 강현을 피했었다.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
뭘 그런 걸 신경 쓰는 건가 싶었지만 그녀를 난처하게 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넘기기로 했다.
어느새 더 이상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전부 모였다는 뜻이겠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새로운 출입이 끊겼던 훈련장의 입구 사이로 한 중년 여성이 나타났다.
“마법 시험의 시험관 로라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나긋나긋한 인상과 부드러운 목소리.
야겜이었던 [페론티아 온라인]의 특성상 중년 여성인 로라의 비중은 거의 없다 봐도 무방했지만, 화면 너머로 몇 번 본 적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로라의 인사에 학생들이 대답했다.
그들의 힘찬 목소리를 들어서일까, 로라는 기분 좋은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네에~. 그럼 시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들께 시험에 관한 안내를 드릴게요.”
로라와 브룩.
시험관이라는 역할은 똑같을 텐데.
분위기나 진행방식은 천차만별이었다.
“마법 시험은 총 3가지로 나뉠 거예요.”
3가지로 나뉘는 시험.
그 말을 들은 강현은 곧장 무슨 시험인지 떠올 릴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지원자분들의 마나를 측정하고 시작할 거예요. ‘고룡 부르노스의 심장’이라는 아티팩트를 통해서 말이죠.”
로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에서부터 거대한 구슬이 나타났다.
마치 백색의 옥구슬처럼 생긴 구슬의 겉면에서 마치 파도치듯 푸른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또한 지름만 해도 2M쯤 되어 보이는 엄청난 크기까지.
초대 대현자, 알 리케스가 사냥한 고룡의 심장인 만큼 외형부터가 가히 압도적이었다.
“고룡의 심장….”
“방금 차원 마법 아니야?”
“가장 간단한 아공간 마법도 5 위계부터라고 들었는데….”
학생들은 ‘고룡 보르노스의 심장’과 로라가 사용한 마법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정식 마법사의 경지인 5 위계 마법만 하더라도 평균 2 서클인 학생들의 기준에서는 엄청난 경지였으니.
“자자, 다들 집중해주시겠어요?”
로라에 말에 잠시 소란스러워졌던 학생들의 침묵하고 다시 그녀에게 집중했다.
감탄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일지라도 결국 시험을 위해 모인 학생들이었기에.
그리고 그녀의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도 잘 들려왔다.
“흠흠, 두 번째 시험은….”
마력 증폭 시험.
그녀의 말에 훈련장 끝부분에 위치한 허수아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없었는데.
아마 그녀가 소환한 거겠지.
“인당 2번. 오직 매직 미사일을 사용하여 허수아비를 타격하시면 돼요. 그를 통해 마력 증폭, 제어의 실력을 확인할 거랍니다.”
0 위계 무속성 마법, 매직 미사일.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가장 처음 익히는 가장 기본적인 마법이다.
모든 마법은 시전을 위한 소모 마나가 고정되어 있다.
더 적거나 많은 마나를 사용한다면 마법은 파괴되니.
매직 미사일도 마찬가지.
그런 기본적인 마법이라 할 지라도, 그 파괴력이 전부 같은 것이 아니다.
제한된 마나를 얼마나 증폭시킬 수 있는지, 얼마나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지.
마법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당장 푸스탄트의 매직 미사일만 하더라도 작은 마을 하나쯤은 통째로 날려버리는 것이 가능하다.
“마지막은 자유 마법. 여러분들이 사용하실 수 있는 마법들 중 가장 자신 있는 마법을 펼쳐주시면 된답니다.”
마나를 측정하고 기량을 파악한 뒤, 마법사로써의 경지를 확인한다.
가장 확실한 시험 과정이었다.
“혹시 제 설명에 이해가 안 되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시는 분은 손 들어주세요.”
그런 만큼, 로라의 말에 손을 드는 학생은 없었고.
“네, 그럼 시험을 시작하도록 할게요. 여러분들 모두 시험장에 들어오시기 전에 번호표를 받으셨죠? 1번 학생부터 나와주시면 된답니다.”
로라에 말에 한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장 중앙에 선 로라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렇게 시험이 시작되었다.
30번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높은 서클이 2 서클 마법사.
그중 1 서클의 학생들도 빈번하게 보였다.
‘역시, 학생들의 수준이 그리 높은 건 아니네.’
물론 어디까지나 그들은 평균적인 수준이었다.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강현의 입장에서는 그저 그래 보였지만.
이런 느낌이라면 분명 마법 시험도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음 차례가 찾아왔다.
“35번 학생.”
로라가 말했고.
“네.”
벨라 칸트루스의 차례가 찾아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