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입학 시험 (6)
* * *
지금까지는 그저 몸풀기에 불과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검사는 어떻게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가.
자신의 검술을 갈고닦음으로써 검사로써의 한계를 뛰어넘고 검기를 발현함으로써 소드마스터가 된다.
힘의 상징이자 모든 검사들의 꿈,
검기.
강현과 브룩은 드디어 자신들의 검기를 발현시켰다.
객석의 학생들은 숨죽인 채 그들을 바라봤다.
고작 몇합 만으로 차원이 다른 전투를 보여준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검기까지 발현시켜 진짜 대련을 시작하기 직전이었으니.
‘역시, 연속 공격을 제일 조심해야겠지.’
분쇄자, 브룩 아그니스.
강현은 기억을 떠올렸다.
브룩 아그니스는 거대한 체구보다 더욱 거대한 두 자루의 특대검을 마치 나뭇가지 흔들 듯이 휘두른다.
압도적인 공격은 상대를 마치 분쇄시키는 것 같다 하여 분쇄자라는 칭호가 붇었다.
중력 속성을 지닌 브룩의 검기 덕이였지.
그는 검기에 내재된 중력 속성을 조절한다.
검을 움직일 때는 가볍게 함으로써 무기에 맞지 않는 속도를 내며,
적에서 휘두를 때는 무겁게 함으로써 무기와 어울리는, 그 이상의 파괴력을 자랑하고.
‘상성은… 내가 유리해.’
쾌속을 추구하는 수호의 검인만큼, 강현의 검기에는 풍 속성이 깃들어있다.
검기에 깃든 속성에 따라 상성이 나뉘고, 전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중력 속성과 풍 속성.
상성에서는 강현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강현은 신살자의 검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수호의 검, 오검.
역(?)
공기의 흐름이 일변하고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마치 주인을 감싸듯, 강현의 근처로 모여 영역을 생성해냈다.
수호자의 검의 진가는 검사 본인만의 영역은 전개함에 있다.
모든 공격을 막는 수호의 영역.
강현은 자신의 풍속성을 더함으로써 수호의 영역을 바람의 영역으로 재구축하였다.
“얼마나 보여줄지 기대되는구나…!”
브룩이 땅을 박찼다.
공중에 뜬 그는 엄청난 속도와 함께 일직선으로 접근해왔다.
높게 치켜든 양팔.
그와 동시에 브룩의 검기가 일렁였다.
중력 속성에 변환이 생겼다는 뜻이리라.
‘온다…!’
충분히 회피할 수 있지만, 그래선 안 된다.
이 공격을 회피하더라도 곧바로 그의 주특기인 연속 공격이 시작될 것.
그의 연쇄 공격이 시작된다면, 분명 위험할 거다.
방어와 회치에만 급급해지기에 앞으로 남은 시험 시간 동안 무언갈 더 보여줄 수 없을 테고.
그렇다면 역시, 맞받아쳐야겠지.
숨을 들이마시며 자세를 취한다.
시선은 상대에게 단단히 고정한 채, 무릎과 발목에 힘을 실었다.
무게감과 힘이라면, 강현도 충분히 자신이 있었으니.
땅을 박찼다.
브룩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 찰나의 순간.
브룩의 표정이 변했다.
당혹감이 서렸던 표정은 기대감이 깃들었어 강현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양손에 쥔 대검을 내려쳤다.
양손으로 잡은 신살자의 검을 올려쳤으며.
콰이앙!!
세 자루의 검에서부터 발생한 막대한 충돌음이 콜로세움을 진동시켰다.
“그읏…!”
역시나, 엄청난 무게감이었다.
특대 검.
브룩의 괴물 같은 힘과 몸무게.
거기에 더해지는 중력 속성의 힘까지.
절로 꽉 깨문 이빨 사이로 침음이 흘렀다.
충돌한 3자루의 검은, 점점 강현의 방향으로 밀리고 있었으며, 강현이 선 자리의 땅이 갈라지며 가라앉기 시작했다.
팔에서부터 몸까지.
전부 다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냐…!”
브룩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정도일 리가.
강현은 더욱 힘을 실었다.
그와 동시에 영역을 전개하고 있던 바람들이 강현의 검을 향해 모여들었다.
바람의 힘이 실린 검은, 강현을 짓누르고 있던 브룩의 검을 천천히 밀어내기 시작했다.
시작된 힘 겨루기는 치열한 접점이었다.
충돌된 힘을 아주 살짝씩 흔들리고 있을 뿐, 중앙에서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서는 끝이 없다.
먼저 체력이 빠지는 쪽이 패배할 싸움.
하지만 이제 1분의 시험은 20초도 남지 않았겠지.
이제는 승부를 봐야 한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좋았겠지만.
강현은 검에 모였던 바람을 검 등으로 응축시켰다.
그리고.
퍼어엉…!
응축했던 바람을 터트림과 동시에 허리와 아랫배, 어깨의 힘을 끌어올렸다.
“크흑…!”
두 자루의 특대 검이 위로 튕겨지고 브룩은 숨을 삼켰다.
힘겨루기의 승리와 승자에게 주여진 기회.
‘교환….’
“큭…!”
브룩이 통나무 같은 다리를 찼다.
곧장 뒤로 물러서, 그의 발차기를 피해냈다.
역시, 체술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검이 튕겨지며 드러난 허점을 체술로 막는다니.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짧은 순간에 빠른 판단을 내릴 줄이야.
타고난 싸움꾼이라는 걸까.
전투 센스가 뛰어났다.
“앞으로 15초.”
멀어진 강현에게 브룩이 말했다.
아직 보여줄 것은 산더미처럼 많은데.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교환, 핏빛 칼날.’
[교환: 수호의 검 → 핏빛 칼날]
푸른빛의 검기가 사라짐과 동시에 강현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던 바람들이 흩어졌다.
그 대신, 붉은색.
생기의 검기가 미약하게 일렁였다.
검기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준이었으나, 이 정도만 되더라도 마나의 검기와 충분히 호각을 이룬다.
“흠…!”
강현은 땅을 박차고 달렸다.
브룩은 강현을 향해 대검을 내려쳤다.
옆으로 굴러 피해냄과 동시에, 바닥과 충돌한 대검이 진동을 일으켰다.
중심을 잃지 않고, 다음 공격을 기다린다.
“그 읏차…!”
내려친 대검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휘두른다.
왼쪽 옆구리를 향해 날아오는 검을 뛰어오름으로써 회피했다.
옆구리에서부터 허벅지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대검.
드디어 공격의 순간이 찾아왔다.
핏빛 칼날. 제1식.
굽이치는 적화(赤花)
강현이 검을 휘둘렀다.
마치 굽이치는 파도처럼 곡선을 그렸으며, 검이 날은 궤적 위로 아름다운 붉은색의 선이 피어났다.
목에서부터 시작.
왼쪽 가슴의 심장과 명치.
오른쪽 옆구리에 까지 상대의 몸통을 베어버리는 검술.
검을 휘두르는 방향이 일직선이 아닌 탓에 많은 힘이 실릴 수는 없었지만, 검의 궤적을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장점이 존재했다.
“흐읍…!”
숨을 삼킨 브룩은 땅을 박참과 동시에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 선 안된다.
계속 나아간다.
발을 내딛고, 검을 휘두른다.
브룩이 피해냄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방어와 회피.
공격이 닿지는 못했으나, 브룩을 점차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
이제 한 기술을 마지막으로 시험이 막을 내리겠지.
그렇다면 최소한.
그럴싸한 상처 하나는 새겨주리라.
핏빛 칼날, 제7식.
연화난격(?花??).
브룩의 품 속으로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올려치기.
뒤로 물러서며 회피했다.
그를 향해 뛰어들어 횡 베기.
대검에 막혔다.
오른쪽 어깨와 다리를 뒤로 뺀 뒤, 찌르기.
다시금, 대검에 막혔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난격.
사선 올려베기.
내려치기.
횡베기.
회전베기.
초식에 맞춰 순차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브룩은 점차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으나, 큰 피해는 주지 못했다.
아직이다.
허리를 숙여 발목 베기.
그의 검이 방어를 위래 아래로 향한 틈을 노려 목을 노린 상단 베기.
고개를 뒤로 젖힌 탓에 무게중심이 뒤로 쏠렸다.
놓치지 않고 정면 찌르기.
브룩이 몸을 왼쪽으로 돌려 검을 피해냈다.
왼 다리를 뒤로 쭉 빼낸 뒤, 오른손으로만 잡고 있던 검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붙잡는다.
허리를 회전시킴과 동시에 횡베기.
연화난격의 마지막 공격.
그리고.
“크윽….”
브룩의 오른쪽 볼에서부터 붉은 선이 하나 그어지고 그 사이로 한 방울의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강현은 자신의 패배를 깨달았다.
최후의 공격은 브룩의 검에 막혀 더 이상의 상처를 주지 못한 것에 반해, 꽤 많은 생력을 소모한 탓에 자신의 체력은 바닥난 상태였으니.
옛날에 먹었던 최상급 생력 포션 덕에 좀 쉬면 회복되겠지만.
“엄청나군. 후우…, 이제 20살에 이 정도 실력이라니.”
브룩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강현은 거친 숨을 몰아내 쉬며 답했다.
“그래, 설마 이 정도로 몰아붙여질 줄이야.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강현의 실력을 익히 들러왔던 브룩은 다시금 감탄했다.
소드마스터라 해도 다 같은 소드마스터가 아니다.
그들 사이에서도 명백한 실력의 차이가 존재하니.
브룩은 그중에서 중상위권의 실력자였다.
그런데 이제 20살이 된 소드마스터에게 상처를 입다니.
브룩은 자신의 20살 때를 떠올렸다.
그때 나는 무엇이었던가.
이제 막 정식 기사가 되었던 풋내기였을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수련이 부족한 몸,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흐음…, 그래.”
브룩은 흥미가 생겼다.
그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왜 아카데미에 입학하려는 것인지.
어떻게 두 개의 검술을 지니고 있는 건인지 등등.
잠시 물어볼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시험 진행 중이었다.
어차피 얼마 뒷면 학생과 교수로서 재회할 텐데, 그때 궁금증을 해결해도 괜찮겠지.
“시험은 여기까지 마치도록 하지. 관객석에서 다른 지원자들의 대련을 관람하든, 숙소로 돌아가든. 너의 자유다.”
“예, 알겠습니다.”
강현은 기왕 여기까지 오기도 했고, 다른 검술들도 직접 보고 싶었기에 관객석으로 돌아가길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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