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입학 시험 (1)
* * *
시간이 흘러 2월 10일.
아카데미의 입학시험 날이 찾아왔다.
초대 대현자, 알 리케스가 창립한 아카데미는 과연 그 명성에 걸맞게 입학 희망자들의 수준부터 보통이 아니었다.
수많은 귀족가의 자제들.
가문의 이름만 말해도 어디서든 인정받을 만한 명망 높은 검사, 마법사 가문들의 자제들 또한 마찬가지.
뛰어난 실력과 기대되는 성장 가능성으로 유명한 사람들까지.
섬 위에 위치한 아카데미로 향하는 다리 위에 수두룩 빽빽했다.
하지만 역시 그중에서도….
“저기 공녀님이야.”
“옆에 의약 성인도 있는데?”
“핏빛 칼날까지.”
강현의 일행이 가장 눈에 띄었다.
함께 다리를 건너는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강현의 일행은 일부로 태연한 척, 그들의 수군거림을 무시하고 걸었다.
“역시 많군요.”
강현이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다리 위에서 보이는 입학 희망자들만 해도 대충 400명 정도.
미리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갔을 학생들과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생각한다면 그것보다 훨씬 많을 거다.
“예, 올해의 지원자수가 역대 최고라고 하더군요. 듣기로는 지원자만 5천 명이 넘는다고 들었답니다.”
“그렇게 많이 지원하는 게 가능하긴 한가요? 제가 알기로는 제국의 귀족 가는 800개 정도인데.”
아무리 평민들도 지원이 가능하다지만 5천 명을 채우기엔 무리가 있었다.
일단 시험권만 해도 장당 금화 한 닢이다.
기본적인 가격이 있는 만큼 아무나 지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네, 원래라면 말도 안 되겠죠. 지금까지 아카데미의 평균 지원자는 많아봐야 1천 명 내외였으니 말이에요.”
“올해는 황녀님께서 입학하시는 날이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아….”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무려 제국의 제1 황녀가 입학하는 해.
그로 인해 입학을 미뤄뒀던 사람들이 단숨에 몰렸다.
귀족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명망 높은 가문들의 가주들까지.
평소라면 아카데미에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로 인해 5천 명이라는 엄청난 지원자가 몰린 거고.
오로지 황녀와의 연을 쌓기 위해서다.
지금은 공작들보다 서열이 낮다고는 하나, 황위 계승권 1순위니까.
“경쟁률이 엄청 올랐겠네요.”
“뭐…, 그렇겠지. 근데 우리가 탈락할 일은 절대 없을걸.”
살짝 긴장한 듯한 아리아의 모습을 본 강현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응시자는 총 3명.
강현, 아멜리아, 아리아.
강현과 아멜리아는 말할 것도 없다.
강현은 반드시 전 과목 만점을 얻어 수석 입학을 목적으로 두고 있으니까.
제국 제일 천재라고 불리는 아멜리아 또한 마찬가지.
마법에 재능 또한 분명히 있다.
현재 아멜리아는 4 서클의 마법사.
20살 평균이 2 서클이란 걸 생각했을 때, 엄청난 재능이었다.
아리아 또한 필기를 반드시 만점 받을 거란 확신은 없었지만 신성 마법이 있다.
그녀의 신성 마법은 5 서클.
6 서클의 경지를 바라보고 있는 상태인 만큼, 같은 나이의 성직자.
아니, 현존하는 대부분의 성직자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실기는 무조건 100점일 테니, 필기만 40점을 받으면 합격이다.
“….”
아멜리아는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시선을 피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선 안됐기에 일부로 대화를 피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아직 안심하기엔 이를 거예요. 분명 사람들이 많이 몰린만큼, 필기시험으로 합격자를 간추릴 수 없을 테니까요. 아마 추가적인 시험이 존재하겠죠.”
그렇기에, 아멜리아는 강현이 아닌 아리아에게 말했다.
“하긴….”
아카데미는 지금까지 오직 100명의 합격자만을 선별했다.
과연 5천 명 중에서 점수 달성자가 겨우 100명밖에 나오지 않을까?
그건 말도 안 되겠지.
제국은 넓고 인재는 많으니까.
“뭐…, 추가시험이 아무리 어렵다 한들, 저희가 떨어질 거라 생각하긴 힘들겠지만요.”
아멜리아도 결국엔 긍정적인 전망을 입에 담았다.
∴
다리를 건너 섬 위에 도착한 뒤, 곧장 아카데미 정문에서 지도와 수험표를 받은 뒤, 내부로 들어왔다.
그리고 새삼 느끼는 거지만 아카데미는 정말 넓었다.
오직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도시 그 자체였으니.
다양한 음식점들과 상점들이 위치해 있었으며 공원과 극장, 도서관 같은 여가생활을 위한 공간들 또한 준비되어 있었고.
다만 지금은 아카데미가 방학인 상태라, 재학생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방학에도 아카데미의 남은 것처럼 보이는 몇 명을 제외하면.
“진짜 넓네요… 으음, 시험장은 저 쪽이래요.”
레이는 아카데미 정문에서 받은 지도를 펼친 뒤에 말했다.
강현의 사용인.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응.”
강현은 이미 게임에서 봤던 ‘맵’을 기억하고 있기에 지도 같은 건 볼 필요도 없었지만 레이의 안내를 받기로 했다.
처음 와본 아카데미의 지리를 완전히 꿰고 있어도 이상할 뿐이다.
레이도 본인의 역할을 하고 싶을 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장에 도착했다.
강현은 B반.
아멜리아와 아리아는 각각 A, C반으로 각자의 반 앞에서 헤어졌다.
사용인의 신분으로 온 레이와 라비, 히엘도 마찬가지.
그녀들은 대기실로 향했다.
방학을 맞이해 고향으로 돌아간 학생들이 비워둔 교실들.
여전히 같은 교실이었다.
중앙에 위치한 교탁 뒤에 달린 커다란 칠판.
그를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는 교실과 책상, 의자들.
강현은 벌서 합격한 뒤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어떤 새로운 마법들과 검술들을 보고 배우게 될지.
“강현 님…, 아니신가요?”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강현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맑은 하늘에서 보이는 하늘색 머리카락과 짙은 사파이어가 떠오르는 반짝이는 눈동자.
수려한 외모 속 차가움이 느껴질 정도의 무표정.
벨라 칸트 루스였다.
“오, 벨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네, 강현 님께서 시험을 치르실 거라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는데, 같은 반이었군요.”
그녀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신기하다는 감정이 행동으로 드러난 모습이었다.
“이거…, 아는 사람이 없어 긴장하고 있었는데, 다행입니다.”
“네.”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벨라의 모습을 본 강현은 대화는 여기서 끝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같은 반의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강현과 벨라를 향했다.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은 날카롭게 벨라를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끼리끼리 모여 앉아 서로 차근차근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고.
강현은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마주친 다른 학생들은 놀란 듯 시선을 돌리고는 딴청 피웠다.
딱히 좋은 얘기를 나누고 있던 건 아니겠지.
‘아마 나한테 뭐라 하는 건 아닐 테고….’
귀족들 사이에서 칸트 루스 자 작가가 받는 취급을 알고 있던 강현이었기에 들리지는 않았지만 대충 대화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여기서 괜히 벨라를 부담스럽게 만들 생각이 없었던 만큼, 강현은 다시 몸을 돌려 칠판 쪽을 바라봤다.
따분한 시간이 어서 흐르고 시험 시간이 시작되길 바라며.
콰앙!
교실의 문이 힘차게 열렸다.
얼마나 힘이 넘치는 건지, 문이 부서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
요란한 등장과 함께, 강현은 감독관이 누군지 단번에 깨달았다.
“어서 와라 제군들!”
2M가 훌쩍 넘어 보이는 거대한 체구.
자신의 얼굴보다 두꺼운 팔뚝은 하얀 붕대로 둘둘 말려있었으며, 턱에 자라난 검은색 수염은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검술 교수들 중 한 명인 브룩이었다.
“제군들의 시험을 감독하게 된 브룩 아그니스다!”
자신의 신체보다 거대한 두 자루의 대검을 휘둘러 모든 적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난도질을 하기에 ‘분쇄자’라는 칭호가 붙었다..
제국의 서쪽을 다스리는 공 작가의 장남이며 초대 용사이자, 태초의 영웅. 한의 자손.
그게 바로 브룩 아그니스다.
“분쇄의 브룩….”
그를 보니까 어딘가의 있을 브래든이라는 캐릭터가 떠올랐다.
호전적이며 열정적인 캐릭터로 아그니스가 의 소공자.
조심해야겠지.
강현은 생각했다.
브래든과 엮이면 이래저래 피곤하기만 할 테니까.
“다들 알고 왔겠지만 한 과목당 시험 시간은 총 40분! 쉬는 시간은 20분으로 총 8과목의 시험을 치른다! 4번째 과목의 시험이 끝난 뒤 1시간 동안은 점심시간! 알아들었나!”
브룩이 학생들을 향해 외쳤다.
““네!!””
절로 힘찬 대답이 터져 나왔다.
그의 패기에 몸이 절로 반응한 느낌.
“그리고 부정행위하다 걸리면 어디 하나 부러질 테니 그럴 줄 알아라!”
∴
용사 학과 영웅학.
역사.
사회.
정치.
총 4가지 과목의 시험을 마친 강현은 여인들과 합류하여 점심을 챙겨 먹고 나머지 4과목의 시험을 치렀다.
강현과 아멜리아, 아리아는 본인들이 사용했던 시험지를 들고 모여, 가채점의 시간을 가졌다.
아직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강현과 아멜리아는 전과목 만점.
아리아는 평균 63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실기 시험.
강현은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될 실기시험을 위해 곧장 숙소로 향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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