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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80화 (80/148)

〈 80화 〉 타오르는 열정, 사나이의 기백 (3)

* * *

우든들이 터준 길을 따라 걸었다.

구조대로 모인 모두, 이 길이 분명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산’은 우리의 목적을 파악하고 유인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하지만 메르시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위험한 길을 선택했다.

멍청한 선택이라 할 수도 있지만, 강현은 요한과 레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만약 산에서 행방 불명된 사람이 메르시가 아닌, 레이나 엘리스, 아멜리아, 아리아, 라비였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았을 테니까.

‘위험하면….’

그렇다고 함정에 빠졌을 때, 마냥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강현은 구조대가 걸어온 길에 소견을 배치함으로써 퇴각할 경로를 확보해두었다.

또한 구조대원으로 모인 사람들 모두 수준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

산신령이 만약 특급 몬스터라고 해도, 레이는 검성을 뛰어넘은 실력의 소유자다.

강현과 요한, 라비도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실력자이고.

누가 나타나든, 이길 수 있다.

특급, 그 이상의 몬스터가 존재하는 게 아닌 이상.

드래곤정도는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

“다들 고마워요.”

길을 걷던 중, 레이가 말했다.

그녀는 강현과 아리아, 라비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도와주셔서.”

강현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요한도 자신의 길드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요한과 레이의 입장에선, 남의 일을 이렇게 도와주는 동료들이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해주는 건가.

고작 의리라는 이유 하나로.

“뭐….”

강현은 잠시 대답을 고민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곧 장모님 될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기에, 절대 남의 일이라 치부할 수 없었다.

강현은 오로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자 강해져 왔다.

만약 메르시를 구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레이를 본다면….

회귀 후, 살아온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선뜻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옆의 아리아와 라비가 있었으니까.

자신의 동료들 사이에서 팽팽한 기싸움이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아는 강현인 만큼 일거수가 투족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메르시님께 그동안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네가 슬퍼하는 모습도 보기 싫고. 서로가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주는 게 동료 아니겠어?”

“강현 씨….”

“그러니까, 너무 고마워할 필요도 없어. 모험가 길드에서 생활하면서 여러모로 많이 도와줬으니까 나도 도와야지.”

강현의 말에 레이는 감동했다.

매일, 매 순간 했던 생각이지만 강현과 만난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다.

어쩜 하루가 멀다 하고 더욱 멋있어지는 걸까.

“맞아요. 그리고 헤르피아를 섬기는 시종으로서, 당연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랍니다.”

아리아는 성녀스러운 대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강현과 여인들의 시선이 라비로 향했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그녀는 놀란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 나는 그냥 호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련하겠어. 하여튼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한 라비는 역시나 그녀 다운 대답을 내놓았다.

엘프인 만큼 그녀의 실제 나이는 알 수 없겠지만, 실력으로 보자면 꽤나 고령자일 텐데.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아, 아니라고!”

라비의 다급한 외침은 안타깝게도 무시당해버렸다.

말과는 달리 강현과 여인들은 그녀의 대답을 긍정으로 받아들일 뿐이었다.

“구조하고 되돌아가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서둘러야 할 거야. 요한 씨한테 전해줘.”

잠시 동안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제는 다시 긴장하고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때였기에 강현이 말했고,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뒤, 다시 압 쪽 대열에 합류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동쪽에서 뜬 해는 중천을 넘어 서서히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해가 지기 전에는 반드시 돌아가야 하는 구조대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탐색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른 듯, 우든들이 터준 길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조대는 더욱 서둘렀고 끝을 지났을 때는.

“여긴….”

산 속이라고 포기 힘든 넓고 평평한 공터가 펼쳐졌다.

마치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인 것처럼.

“어서 오렴.”

찐득하며 퇴폐적인 목소리가 구조대원들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어디선가부터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에 당황한 대원들은 곧장 주변을 살폈고, 가장 먼저 목소리의 주인을 발견한 건 강현이었다.

“위예요.”

강현은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검은색의 기다란 로브와 넓은 챙 모자를 머리의 쓴 여인은 빗자루에 걸터앉은 채, 하늘을 날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분홍색 머리카락은 그녀의 엉덩이 밑까지 내려와 있었으며 축 처진 오른쪽 눈꼬리 밑과 붉은 입꼬리의 왼쪽 밑에 각각 하나의 점이 찍혀 있었다.

커다란 눈과 오뚝한 코, 갸름한 턱선은 전형적인 미인의 이목구미였으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의 나른한 표정과 힘없는 눈빛은 특유의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튀어나온 가슴은 펑퍼짐한 로브를 입고 있었음에도 볼륨감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아름다운 곡선을 그려내고 있었다.

뭇 남성들의 음심을 사정없이 자극할 만한 매력을 지닌 미인이었지만, 그리 반가운 상대는 아니었다.

“무슨….”

“읏….”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녀에게 압도당한 것은.

정체불명의 여인과 눈을 마주친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경악과 동시에 침음 흘렸다.

위험을 느끼는 동물로써의 본능이 생명의 경종을 쉼 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손을.

누군가는 다리와 눈동자를 절로 떨고 있었으며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일었다.

“재밌는 아이들이 잔뜩 있구나….”

그런 대원들을 살펴본 여인을 나른한 말투로 기대된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할 뿐이었다.

여유롭게.

‘진정하자.’

어딜 보나, 같은 사람이다.

‘산’에서 나타났으며 본능이 느끼는 두려움으로 봤을 때,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만 최소한 말을 통할 것이 분명했다.

“누구십니까.”

두근거리는 심장과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억누른 강현이 물었다.

그와 동시에 여인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특수 스킬, ‘대현자의 눈’을 사용했다.

[특수 스킬: ‘대현자의 눈’의 발동이 실패하였습니다.]

평소라면 선과 악의 카르마와 스탯, 스킬이 나타나야 정상이었지만 나타난 것은 실패했다는 알림 창이 전부였다.

이 스킬의 사용이 실패했던 적은 단 한 번이었다.

시험 삼아 푸스탄트에게 사용했을 때.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재밌는 능력을 사용하는구나. 역시….”

심지어 스킬의 사용까지 눈치챈 듯한 반응에 강현은 그녀가 상상 이상의 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즐겁다는 듯이 강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강현은 그녀의 눈빛의 흥미가 깃들었음을 눈치챘다.

“숙녀를 그렇게 훔쳐보는 건 나쁜 버릇이란다. 적어도 대답할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니?”

여인의 다독이는 듯한 꾸중에 강현은 떨떠름할 뿐이었다.

“… 죄송합니다.”

대화가 통한다.

적의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런 만큼 강현은 빨리 판단을 내렸다.

괜히 상대를 자극하기보단, 빨리 꼬리를 내리는 편이 훨씬 나으리라고.

“누구나 실수하는 법이지 않니, 너무 기죽지 마려무나.”

눈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그녀가 말했다.

그와 공중에서 내려온 그녀는 땅에 발을 짚었고, 그녀가 타고 있던 빗자루는 아름다운 적색의 보석이 박힌 스태프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강현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그 시선을 받고 있는 강현은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본녀가 누구일까…. 하도 많은 이름으로 불린 탓에 딱 정하기 힘들구나.”

오른쪽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짚은 여인이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신이라고 찬양받았지, 시간이 흘러 악마라고 멸시당했으며, 시대가 바뀌고 영웅이라 칭송받았단다. 재밌는 건, 시간이 흐르니 괴물이라 욕하는 게 아니겠니.”

무슨 말이지.

강현은 여인의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짚이는 부분이 있었기에, 최대한 서둘러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존재가 떠올랐다.

고대 전쟁 때, 수많은 악마들과 몬스터들로부터 인간을 지켜준 존재들.

권력에 의해 타락한 인간들의 거짓으로 인해 악마라고 핍박받던 존대들이.

신, 악마, 영웅, 괴물.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 존재들은 오직 단 하나였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이렇게 불렸다.

“마녀님이십니까?”

“지금 시대에 이르러선 그런 식으로 불리는 거 같더구나.”

미소 지으며 대답하는 말에 강현은 긴장을 풀 수 있게 되었다.

마녀는 기본적으로 인간들에게 호의적인 존재다.

지금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것들을 봤을 때, 마녀라는 말이 절대 거짓은 아니리라.

“마녀님을 뵙습니다.”

곧장 강현은 예를 갖추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다른 구조대원들 도 마찬가지.

“어머, 부담스럽게 뭐 하는 거니, 어서 일어나렴.”

부담스럽다는 말과는 별개로 웃음기가 담긴 목소리는 즐거워 보였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단다.”

이제 서론이 끝났다는 걸까.

마녀가 말했다.

“분명 오크에게 납치당했던 금발머리 여자아이를 구하러 온 거니?”

역시나, 정령이 말했던 산신령은 몬스터가 아닌 마녀를 말하는 것이었을까.

“예! 제 소중한 사람입니다. 혹시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마녀의 말에 곧바로 반응한 요한이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서도, 1초라도 빨리 메르시를 구하고 싶은 요한에게 있어선 그저 애가 탈뿐이었다.

“그럼, 오크에게 끌러가고 있던 걸 구해준 게 본녀인 만큼, 잘 알고 있지.”

마녀의 말의 요한의 얼굴이 화색이 돌았다.

메르시를 걱정하고 있던 요한에게, 메리스의 안전이 확인되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호재였다.

“가, 감사합니다! 마녀님!”

요한은 당장에라도 무릎을 꿇을 기세로 인사를 건넸지만, 이어진 마녀의 반응은 다시 그를 긴장시켰다.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지 않겠느냐.”

“네…? 그게 무슨….”

“흐음…, 초월이 가까워졌구나. 이 또한 즐길 수 있는 유흥이겠지.”

잠시간 요한을 유심히 살펴본 마녀는 작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검은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무슨…!”

강현은 경악했다.

마녀가 생성됨과 동시에 숲에 존재하던 막대한 양의 마나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마나들은 마법진을 향해 빠른 속도로 모이기 시작했으며, 검은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이 사그라지기 시작할 때, 그 안에는 한 존재가 소환되어 있었다.

거대한 칠흑의 갑옷을 몸에 두른 암흑의 기사.

특급 몬스터이자 스켈레톤과의 최상위 몬스터.

데스나이트.

그 데스나이트는 거대한 검과 방패를 양손에 쥔 채, 요한을 응시하고 있었다.

“본녀를 즐겁게 해 보렴. 그럼 그 아이를 돌려줄 테니.”

그와 동시에 결계가 형성되었다.

투명한 결계는 내부에 위치한 요한과 데스나이트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듯, 넘어갈 수가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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