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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68화 (68/148)

〈 68화 〉 새로운 동료 (2)

* * *

솔직히 말하자면 남자 두 명과 검 한 자루끼리 하는 여행이었다.

그 사이에 여자가 추가된다면 귀찮아지지 않을까, 강현은 조금 걱정했었다.

그리고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다행이라 해야 할지 좀 애매했다.

왜냐하면 그 예상은 절반만 들어맞았기에.

성별의 차이에서부터 오는 불편함은 분명 존재했으나, 아주 약간만 신경 쓰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엘리스도 있었기에 평소와 큰 차이도 없었고.

하지만 성녀, 아리아와 엘프, 라비 자체가 문제였다.

물론 아리아는 라비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용사가 어쩌고, 세계 구원이 저쩌고.

성녀인 아리아의 목적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으며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은 충분히 본받을 만했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강현은 조금 아리아를 귀찮아하고 있었다.

열정이 과하다.

뜨겁다 못해, 옆에 있으면 녹아내릴 수준으로.

헤르피아가 수녀가 아닌 성법사였던 아리아를 성녀로 선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리라.

그리고 진짜 문제, 라비.

엘리스와 전생에 무슨 악연이라도 있었던 건지, 사이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다.

성격도 잘 맞고, 생각도 자주 일치하는 그녀들이었기에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도 둘 다 성인인 만큼, 직접적인 싸움은 거의 없었다.

그녀들의 기싸움에 휘말릴 때면 진땀을 빼야 했지만.

그렇다 해도 아리아와 라비가 훌륭한 동반자라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4 위계의 신성 마법을 사용하는 아리아는 성녀라는 칭호에 걸맞게, 어딜 가서든 약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모습들 때문에 푸스탄트도 아리아를 꽤 마음에 들어 했고.

또한 라비는 각기 다른 5개의 속성을 지닌 중급 정령 다섯 마리를 부리는 정령 검사였다.

몇 차례 대전을 치러본 봐로, 아마 소드마스터 중위권에서 중상위권 사이의 실력자였다.

또한 정령들이 상급 정령으로 진화한 순간, 검성의 경지에 오를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물론 대전 기록을 5대 0으로 강현이 압도하고 있었다.

또한 투박하고 거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음씨가 따듯하며 정이 깊고 감정표현에 서툰 엘프일 뿐이었다.

흔히들 츤데레라고 하던가.

함께 여행을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오다 주웠다면서 정령의 축복이 깃든 반지를 건네줄 땐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트려 버렸다.

틱틱거리고, 가끔씩 화를 내긴 해도 동료로서 신뢰하고 친애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3년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평화로운 일상이 지속되었다.

‘어떡할까….’

17살이 되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겠다는 목표는 아직도 건재했으나, 조금 생각이 바뀐 부분이 존재했다.

작위를 얻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아카데미는 대부분의 귀족 출신의 생도들로 이루어진 만큼, 온갖 정치와 권모술수, 중상모략이 판을 지는 작은 정치판이다.

그 작은 정치판에 뛰어들기 위해선, 작위를 지니고 있는 편이 낫다.

최소한 평민 출신 생도라고 무시당하거나 따돌림당하는 게 훨씬 덜할 테니까.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변했다.

전생과 달리, 회귀한 후의 강현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자신의 이름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강해진다.

회귀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약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단 한순간도 바뀌지 않은 제1 목표.

강현은 자신이 충분히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아직 스스로의 힘만으로 검기를 발현하지도 못했으나, 소드마스터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1년 전 6 위계를 달성한 뒤, 현자의 경지인 7 위계를 바라보고 있으며.

물론 만족하지는 않지만.

하지만 결국 몸은 하나다.

푸스탄트의 비전 마법인 표식을 전수받았으나, 이 또한 만능은 아니다.

그렇기에 제2 목표를 수립했다.

자신만의 세력을 일군다.

‘귀족이 되면 독립적인 병사들을 산하에 둘 순 있어도 여러 가지 제약에 걸릴 텐데. 차라리 용변단 같은 단체를 구축하는 게 어떠려나.’

당연히 귀족이 된다면 여러 가지 제약에 걸리게 된다.

귀족이 된다는 것은 제국의 정치판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고 무슨 행동을 취하든 간에 정치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평민 신분은 어떨까.

강현은 더 이상 푸스탄트의 제자라 불리지 않게 되었다.

물론 푸스탄트의 명성이 너무나도 강한 탓에 땔 수 없는 꼬리표가 되었지만. 푸스탄트의 제자가 아닌 의약성인(?藥?人), 이강현이라 불리게 되었다.

강현은 그 칭호에 관해 조금 부끄러워했지만.

그런 만큼, 수많은 귀족들은 강현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어 행동했다.

같은 등급의 약과 포션, 영약이라도 효과가 천지차이라고 대륙에 소문난 강현의 약제술을 노리고 접근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어찌됐든 수많은 이들에게 존경받고 약제사들의 귀감이 된 것 자체는 사실이었다.

또한 ‘평민’의 신분이기에 자신의 명성이 더 빛나고 있으리라.

강현은 생각했다.

‘어쨌든 황실과 연을 쌓아두는 게 최선이겠지.’

어찌 되었든 작위의 수여는 전적으로 황실에서 결정한다.

독자적인 무력 단체를 만들기 위해서도 황실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물론 푸스탄트와 황제는 어릴 적부터 함께 성장해온 죽마고우(?馬??)다.

그런 만큼 황실과 오랜 연을 쌓아왔고, 제조한 약들은 황실 직속 상당인, 금호상단의 상단주에게 물건 위탁하여 판매대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푸스탄트의 연이다.

조만간 푸스탄트에게서부터 독립할 계획인 강현은 푸스탄트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만의 것을 쌓아 올리고 싶었다.

“흐으음….”

그리고 그 기회는 다가오고 있었다.

‘슬슬 때가 됐을 텐데.’

강현은 전생에서 육각성의 장로들과 황제로부터 브로치를 수여받았다.

무슨 이유에선지 정신이 나가버린 백작가의 기사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억제력이 되어주진 못했지만, 브로치를 수여받고 여러 가지 상황에서 엄청난 이득을 봐온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관세와 통행료, 숙박비와 같은 금전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라, 무뢰배들 조차 브로치를 본 순간 겁먹고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럼 그 브로치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가.

17살이 되던 해, 큰 병에 걸린 황녀를 치료해줌으로써 얻게 되었다.

“푸스탄트도 없는데, 언제쯤 오려나.”

푸스탄트는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전생도 푸스탄트가 고향으로 향했을 때, 황실의 시종이 찾아와 황녀의 치료를 부탁했다.

참고로 이 일에 관해 푸스탄트에게 말해주었다.

강현이 치료해줬었다는 사실을 듣고는 그냥 가버렸다.

뭐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거겠지.

전생에서 강현이 알아서 사건을 해결했었다.

자신의 목적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푸스탄트였기에 이번 일을 맡기고 간 걸 테고.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고 계시나요?”

아리아가 다가와 강현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흐, 흠흠. 그냥 별생각 없어.”

상트리움에서 처음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분명 어린 소녀였는데.

3년이라는 시간만큼 성장한 아리아는 어느새 소녀의 앳됨과 여인의 성숙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풀기 시작했으며 어느새 성숙해진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팔에서 느껴졌다.

잠시 당황하며 강현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괜찮으니 말해주세요, 성녀는 용사님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드려야 하는 걸요.”

옆에 앉은 아리아가 더욱 밀착함과 동시에 강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더욱 넓은 범위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반짝이는 그녀의 눈빛의 부담스러움을 느낀 강현은 고개를 돌렸다.

“아니 뭐…. 항상 여러모로 도와주는 건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데, 내가 용사인 지 확실한 건 아니라니까?”

“확실해요,”

용사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그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용사다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 않나 싶다.

용사라 고하면 본디, 세계를 집어삼키려 하는 마왕과 싸워야 하지 않는가.

마왕은 무슨.

강현에게 있어 최대의 적은 매일 밤마다 유혹해대는 엘리스였다.

원래는 속살이 비치던 얇은 슬립을 입고 잠자리에 들던 엘리스였지만 이제 슬립도 안 입는다.

브래지어와 팬티, 단 두 개의 속옷만 입으며 유혹해대는 게 아니겠는가.

사실 엘리스가 마왕이 아닐까.

지금까지 숨겨왔던 그녀의 진짜 정체는 서큐버스이며 색욕의 마왕인 거지.

‘말이 되냐.’

“왜 확실한 건데?”

“그, 그건…. 왜 그런 걸 물으시나요…!”

툭, 툭.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린 아리아가 강현의 팔뚝을 치며 말했다.

“아니….”

최소한 확신하는 이유는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

착실하고 고운 성품을 지녔지만 머리가 살짝 이상한 여인.

그래도 귀여우니 괜찮은 여인

그게 아리아였다.

“둘이 뭐하냐?”

그리고 이번에는 라비가 나타났다.

여전히 평소처럼 시원시원한 복장이었다.

녹색의 민소매 티와 갈색의 미니스커트.

거기에 방금 막 씻고 나온 것인지 살짝 달아오른 순백의 피부와 물기가 남은 머릿결은 눈 둘 곳이 없었다.

“아주 헤벌쭉해져서, 응?”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라비가 말했다.

이상하게 아리아와 붙어있을 때면 항상 어딘가 불만스러워 보이는 눈치였다.

아리아가 소중한 건 알겠는데, 강현은 아리아에게 별 관심 없었다.

애초에 성녀인 아리아의 순결을 깨트리는 순간, 헤르피아의 심판은 받을 수도 있다.

진심으로.

“저를 그런 눈으로 보고 계신 건가요?”

재밌다는 듯.

씩, 미소를 지으며 아리아가 물었다.

“아니거든. 것보다 라비.”

“뭐.”

시큰둥한 태도로 짧게 답했다.

왜 저렇게 자신에게만 유독 쌀쌀하게 구는 건지, 강현은 아쉬울 뿐이었다.

“흠흠, 단추.”

“응?”

“단추, 채우라고.”

강현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라비가 고개를 숙였다.

강현과 아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탓에, 서둘러 나오느라 깜빡하고 잠그지 않았던 단추 사이로 가슴골이 보이고 있었다.

“….”

라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변태 새끼.”

그리고 욕을 뱉으며 서둘러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리아만 이상한 게 아니다.

라비도 이상했다.

“후후, 라비도 참 솔직하지 못하네요. 그렇지 않나요?”

“그러니까.”

저렇게 쌀쌀하게 대해도, 사실 동료로서 신뢰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딱히 불쾌하진 않았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꽤 익숙해지기도 했고.

‘그래도 뭐, 즐거우니까.’

강현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지루하고 심심할 틈 없는 일상은 마음에 들었다.

“주인님?”

그리고 이번엔 엘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와서 자야죠.”

방문 앞에 선 엘리스가 말했다.

평소처럼 검정색의 속옷 차림으로.

그녀의 시선은 아리아를 향해있었다.

“그래, 아리아. 잘 자.”

시간이 늦었기에 강현은 수면을 취하기로 했다.

“네….”

강현의 말에 대답하고 있었지만 아리아의 시선은 엘리스의 시선과 공중에서 충돌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황성의 시종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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