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새벽 (1)
* * *
솔직한 것이 능사가 아니다.
물론 거짓을 두둔하려는 것 또한 아니다.
솔직함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상대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종은 방법 중 하나다.
대인관계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유치원생들도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한창 순수할 때인 유치원생들은 절대 거짓을 입에 담지 않는가?
아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배워도 결국 거짓말은 한다.
왜인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본능, 또는 경험이 사람이 거짓을 말하게 하는 거다.
그렇다면 강현은 어떤가.
‘말하면 좆된다.’
당연히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한테 ‘첫 경험은 다른 여자랑 갖기로 했어’라는 말을 해본 적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전 세게를 뒤져도 이런 말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이 있을까.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거다.
레이와의 약속을 말하는 즉시, 엘리스에게 큰 화를 입을 거라고.
하지만 거짓을 말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그건 말할 수 없어.”
효과적인 방법이라기보다는 유일한 선택지.
회피였다.
“왜요?”
눈을 게슴츠레 뜬 엘리스가 물었다.
순순히 대답을 회피해주게 할 생각은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이럴 때는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된다.
당당하게.
“당연한 거 아니야?”
살짝 격양된 어투로 말했다.
흥분한 사람을 진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반대로 화를 내는 거다.
그렇게 하면 의뢰로 많은 사람들은 평정을 되찾는다.
그렇기에 엘리스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 선의 언성을 높인 거다.
또한 고작 이런 것도 모르는 거냐는 의미도 담겨있었다.
사람은 무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식해 보이는 자신을 두려워할 뿐.
당연한 사실조차 모른다면 상대에게 무시당할 테니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여기서 어떻게 반응하는가.
두 가지로 나뉜다.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으며 성을 내거나, 납득할 만한 이유를 알아서 생각해낸다.
딱히 이쪽에서 먼저 제시하지 않더라도.
두 가지의 반응으로 나뉘는 가장 큰 이유.
상대가 아쉬운가.
자신이 아쉬운가.
그리고 엘리스는 어느 쪽일지 생각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다, 당연히 알죠. 그런데...”
엘리스는 생각했다.
상대에게 타인과 나눈 약속에 관해 캐묻는 건 애초에 예의가 아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날 좋아해 주는 건 고맙게 생각해, 그 마음에 진지하게 고민해서 대답해줄 생각이고. 하지만 서로 지켜야 할 게 있잖아.”
“만약 내가 너랑 나눈 비밀스러운 약속을 남한테 말하고 다닌다고 생각해봐, 기분 나쁘지 않겠어?”
엘리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의 말은 맞는 말이었으니.
“죄송해요, 제가 잠깐 흥분한 탓에 예의 없게 행동했네요.”
뭔가 불만스러운 눈치였지만 평정과 이성을 되찾은 엘리스는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대답했다.
“죄송할게 뭐가 있어. 솔직히 안 궁금한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해.”
강현은 엘리스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다행히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하며.
“그럼 이제 슬슬 일어날까? 시간도 늦었으니까 슬슬 잘 준비해야지.”
“으음... 키스 한 번만 더 하고요.”
“... 알겠어.”
순순히 넘어가 준 엘리스에게 보답으로 키스 한 번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키스의 맛을 알아버린 강현도 욕구를 참을 생각은 없었고.
“하움...”
그리고 다시 그 둘의 입술이 포개어졌다.
∴
레이, 아멜리아, 엘리스.
모두 한 차례씩 돌아가며 개인 면담의 시간을 가졌다.
그 후, 방으로 돌아온 강현은 아멜리아를 그녀의 숙소에 바래다준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레이는 맞은편 방으로 넘어간 듯했고, 엘리스만이 남아있었다.
드디어 이 개판에서 벗어나는 건가 싶었지만 강현에게는 아직 한 가지 남은 시련이 존재했다.
레이와 나눈 두 가지 약속.
첫 번째는 첫 경험.
두 번째는 동침이었다.
“오늘 하루만 따로 자자.”
어김없이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속살이 은근히 비치는 검은색의 슬립은 입은 엘리스에게 말했다.
“제가 잘 못 들은 거 같은데... 뭐라고요?”
은근한 눈빛을 보내고 있던 엘리스의 눈빛이 섬뜩해졌다.
다리를 꼬며 팔짱 킨 엘리스가 물었다.
“... 따로 자자고. 오늘 하루만.”
“싫은... 좋아요, 알겠어요.”
곧장 부정하려 했던 엘리스는 문득 든 생각에 대답을 바꿨다.
“으, 응?”
의외로 쉽게 수긍한 엘리스에 모습에 당황한 강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1년 동안 매일 주인님이랑 같이 잤는데, 하루 정도는 양보해줄 수 있어요.”
솔직히 양보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안된다고 떼써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
어차피 여러 여자에게 문어다리를 뻗은 강현을 좋아하기로 한건 자신이었으니.
또한 강현과 함께 자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 혼자만의 시간도 갖고 싶었다.
특히 지금같이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 날에는.
“그 대신 딱 오늘 하루 만이에요?”
강현을 껴안고 잠에 드는 것은 하루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포기하기로 했다.
“알겠어.”
“그럼 빨리 다녀와요.”
엘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현의 등을 떠밀었다.
어차피 보내주기로 한 거, 괜히 미련을 갖고 싶지 않았으며 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내일 봐.”
“주인님.”
“응?”
“설마 저랑 함께 잘 때는 그냥 쿨쿨 자기만 했잖아요?”
섬뜩한 미소를 지은 엘리스가 말했다.
“... 그래서?”
“설마 저한테만 그런 거면... 저 못 참을 거 같아서요.”
환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엘리스의 말은 섬뜩했다.
“그, 그냥 하룻밤만 같이 자고 오는 거라니까.”
“알겠어요.”
엘리스는 강현의 볼에 입을 맞췄다.
“잘 다녀와요.”
“응 다녀올게.”
∴
강현이 떠난 뒤, 엘리스는 곧장 강현과 연결된 감정의 공유를 막아버렸다.
강현은 멀리 떠나지 않았다.
바로 맞은편 방.
아마 레이와 동침하기 위해 따로 자자고 한 모양이었다.
“뭐.”
딱히 보내주고 싶진 않았지만, 여기서 그를 보내주지 않으면 그와 동침한다는 사실에 정당성이 사라졌다.
“오늘 하루정 도야.”
그리고 오늘만큼은 엘리스도 혼자 있고 싶었다.
왜인가.
살짝 투명한 검정색 슬립 안에 입고 있던 팬티를 벗고 확인해봤다.
“... 분명 한번 갈아입었을 텐데.”
음부와 맞닿은 부분은, 물에 들어갔다가 방금 막 나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애액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아멜리아는 바래다주기 위해 강현이 떠난 뒤, 레이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혼자 남았을 때, 속옷을 갈아입었었다.
대충 3분 정도 지났을까.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애액이 흘렀으면 속옷이 이렇게까지 젖는 걸로 모라자라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단 말인가.
강현과 키스를 한 뒤로부터 계속 이 모양이었다.
만약 다리를 꼬지 않았다면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애액을 강현에게 들켰으리라.
‘... 그냥 들키는 게 나았으려나.’
잠시 진지하게 생각한 엘리스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손가락에 걸려있던 팬티는 갑자기 사라졌다.
결국 그녀가 입은 의류도 자신의 일부이자 변신 능력으로 변환시킨 형태에 불과했다.
조금 움직여 거울 앞에 선 엘리스는 입고 있던 옷을 없애고 나체의 상태가 되었다.
흥분한 탓에 살짝 상기된 피부.
딱딱하게 굳어 솟아오른 선홍빛 유두와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와 넓은 골반.
애액으로 푹 젖은 음부와 길고 늘씬한 다리를 타고 흐르는 애액까지.
자기 자신의 몸을 본 것일 뿐임에도 음란하기 그지없는 상태였다.
완전히 발정 난 암컷의 모습이었다.
물론 아쉽게도 이 흥분은 스스로 해결해야 했지만.
“하아아...”
그리고 다시금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억눌러왔던 성욕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엘리스는 급히 침대 위로 누웠다.
“주인님...”
엘리스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은밀한 곳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손은 한 곳에서 멈춰 섰다.
아주 살짝 봉긋하게 솟아있는 음핵, 클리토리스 위에서.
“하읏... 으읏... 주인님...”
두 눈을 질끈 감은 엘리스는 머릿속으로 강현을 떠올리며 자신의 포피를 벗겨낸 뒤 음핵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강현이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아랫배 밑에 위치한 자궁이 꾸욱, 눌리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이미 흠뻑 젖은 상태임에도 멈출 줄 모르는 애액은 풍만한 엉덩이를 타고 흘러 침대를 적시기 시작했다.
“주인님... 좋아요...♡ 하읏,,, 거기... 흣...”
자신의 음핵을 문지르고 있는 손이 강현의 손이라고 상상하며 엘리스는 더욱 격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앙, 하읏, 학, 하아악...”
음핵을 몇 번 꼬집은 뒤,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문지르기도 하며 튕겨내기도 했다.
더욱더 강렬한 쾌락이 다가올수록, 무릎을 세운 채 벌린 엘리스의 다리는 더욱 벌어졌다.
일종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암컷인 자신을 애무해주는 수컷이 더욱 편하도록 해주기 위한.
“흐긋... 흐으읍...♡”
엘리스는 음핵을 자극하는 손의 반대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점점 거대해지는 신음이 옆방이나 맞은편 방으로 세어나가선 안됬기에.
“더, 더어... 해주세요... 하읏, 흣... 곧 갈 거 같아요... 흐으윽...!”
자신의 다리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에 시우를 향해 신음을 억누른 엘리스가 말했다.
무릎을 세운 채 벌리고 있던 매끈한 다리는 간헐적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음부에서는 더욱 많은 애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흐긋, 흐응. 흑♡ 흐읏...!”
자위에서부터 오는 쾌락은 엘리스에게 있어선 생소한 감각이었다.
그런데 고작 음핵을 조금 문질렀다고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다니.
만약 이게 자신의 손이 아니라, 강현의 손이었다면 도대체 얼마나 좋다는 말인가.
아주 잠시 동안 엘리스는 그런 생각을 품었지만, 음핵에서부터 척추를 거쳐 뇌를 관통하는 쾌락이 머릿속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그 순간 엘리스는 자신에게 절정이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흐으으응...!! 흐긋, 흐으읏...!!”
엘리스의 허리가 붕 떠올랐다.
그녀의 음부에서는 애액과 조수가 터져 나와 침대를 적셨다.
“하악, 하아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처음 해보는 자위에 쾌감에 감탄하고 있을 때 쯤, 부족함을 느낀 엘리스는 이번에는 자신의 유두와 음핵에 손을 얹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새벽 내내, 방 안에는 엘리스의 억눌린 신음이 울려 퍼졌다.
신음이 끊긴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