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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41화 (41/148)

〈 41화 〉 검신(?) 엘리스, 신살자(??者)의 검 (2)

* * *

검신 엘리스가 사용한 신살자의 검.

그리고 그 검 안에 남은 엘리스의 영혼.

강현은 신살자의 검에 물음에 답하기 전, 푸스탄트의 눈치를 살폈다.

검을 쳐다보고 말을 하는 꼴인 탓에 미친놈처럼 보이기 딱 좋은 상황이었지만 푸스탄트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눈치채고 있는 듯했다.

“예, 이강현이라고 합니다.”

강현은 짧게 인사를 건넸다.

그와 동시에 신살자의 검의 효과를 확인했다.

[에고 소드: 신살자의 검(평범)]

[검신, 엘리스가 자신의 영혼에 일부를 부여하여 사용했던 검입니다.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무기의 성능이 강화됩니다.

[능력 1. 신격을 제외한 모든 공격은 이 무기를 파괴할 수 없습니다.]

[능력 2.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검의 형태가 변환합니다.]

[에고 소드의 성장에 따라 새로운 능력들이 개방됩니다.]

파괴불가와 형태 변환.

아직 노멀 등급에 불과했지만 신살자의 검이 가진 효과는 같은 등급의 무기들과 비교도 안 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지금은 롱소드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단검과 레이피어로도 변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

또한 성장에 따라 새롭게 개방될 능력들.

그 능력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강현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강해지고 싶었다.

­제가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다는 것은, 세계가 다시금 전란의 시대를 맞이했다는 뜻이겠지요. 저의 적은 누굽니까?

그리고 신살자의 검이 지닌 자아는 이상한 착각에 빠져있다.

깊은 심해 속에 봉인되어있던 신살자의 검.

검을 봉인한 엘리스는 검에 부여한 영혼 파편에 한 가지 예언을 내렸다.

방금 검이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봉인이 해제되었을 때 세계는 전란의 시대를 맞이할 거라는 예언이었다.

물론 당연히 아니다.

강현은 이 세계에서 25살까지 살았다.

앞으로 12년 후까지의 미래를 알고 있다.

얇고 굵직한 사건이 여럿 터지긴 하지만 전란의 시대를 맞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왜냐면 전쟁 같은 건 벌어지지 않으니까.

“아닙니다, 세계는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그렇다면 곧 전란의 시대가 찾아오는 건가요?

신의 경지에 도달했으며 또 다른 자신이 내린 예언과 처음 보는 낯선 이의 말.

무엇을 믿을지는 뻔했다.

“아뇨, 말 그대로입니다, 세계는 평화롭고 앞으로도 계속 평화로울 예정입니다.”

­... 말도 안돼요.

검에서부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감정이 전해져 왔다.

에고 소드와 그 주인은 감정을 공유한다.

그렇기에 신살자의 검은 강현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의 예언과 전란의 시대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목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봉인되어있던 엘리스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제 말이 거짓이 아니란 건 알 수 있잖습니까. 뭐, 정 못 믿으시겠다면 직접 보시죠.”

강현은 신살자의 검을 허리춤에 매달고 페론을 다녀왔다.

평화롭고 활기찬 페론의 주민들을 본 신살자의 검은 전란의 시대가 아님을 그제야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직 반신반의한 상태인 듯했지만.

어쨌든, 다시 숲으로 돌아왔다.

당초의 목적은 검술을 연마한다는 것이었다.

강현은 검에 깃든 엘리스에게 자신에 관해 말해주었다.

현재 5 서클을 달성한 마법사이며, 검을 배우기 위해 당신을 소환했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당신을 성장시켜 먼 훗날 찾아올 전쟁을 대비하라는 것일까요...

신살자의 검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태로도 충분하다고 강현은 생각했다.

전란의 시대가 오든 말든,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은 변치 않았으니.

“그리고 제가 배울 검술은...”

강현은 엘리스에게 푸스탄트의 검술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강현은 엘리스가 놀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영혼과 육체의 속박을 대가로 치른 검술인 만큼 확실히 강력하겠네요. 그렇다면 제가 할 역할은 확실하게 정해졌군요.

엘리스에게서부터 의욕이 느껴져 왔다.

아마 예언으로 인한 착각에서부터 생겨난 의욕인 듯했다.

“뭐... 그렇습니다.”

­좋아요,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굳이 입으로 대답할 필요 없어요, 머리로 하실 말을 생각하시면 되니까.

[에고 소드: 신살자의 검(평범)이 계약을 걸어옵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잘 부탁드리죠.

[검과의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신살자의 검이 주인, 이강현에게 귀속됩니다. 이강현을 제외한 그 누구도 신살자의 검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일사천리로 엘리스를 소환한 뒤, 에고 소드의 계약도 체결했다.

앞으로 엘리스는 검술을 수련하는 것을 돕는 일종의 스승이 되어줄 것이다.

나누고 싶은 말과 궁금점들은 많았지만, 검술을 알려주기 위해 푸스탄트가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훈련이 끝난 뒤에 대화를 나눠도 충분하다.

­좋습니다.

그런 강현의 생각을 읽은 엘리스가 대답했다.

“오래 기다렸지. 할배?”

“괜찮다, 네 덕에 재미난 구경도 했으니 기다리는 시간이 심심치는 않더구나.”

끌끌, 푸스탄트가 웃으며 말했다.

­신격이 느껴지는군요.

머릿속에서 엘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검술 훈련을 시작하자꾸나.”

“응.”

고대하던 검술 훈련의 시작에 강현은 설렘을 느꼈다.

그 무엇이든 막아내고 반드시 지켜내는 검.

낭만이 차다 못해 넘쳐흘렀으니.

“검을 사용하기 위해선,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

“으음... 생력. 검을 휘두르기 위해선 힘과 민첩함, 체력이 필요하니까.”

마법사들은 자신의 경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평생 동안 마나를 쌓는다.

검사들은 검을 휘두르기 위해 자신의 육체를 단련함으로써 생력을 강화시킨다.

“네 말대로다, 강인한 육체가 있어야지만 검을 사용할 수 있고 육체가 강인해질수록 검에 담기는 힘 또한 강해지는 것이지.”

“그럼 하나 더 묻겠다. 검술은 무엇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으냐?”

“으음...”

강현은 고민에 빠졌다.

검이 아닌 검술의 첫 번째는 무엇인가.

짧은 고민 끝에 강현은 간단한 대답을 떠올렸다.

“자세?”

“정답이다. 검술을 이루는 초식을 펼치기 위해서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자세인지에 따라 초식이 펼쳐지는 속도와 가지는 위력에 차이가 생기지.”

“그리고 이게 내 검술의 기본자세다. 잘 보려무나.”

푸스탄트가 자세를 잡았다.

앞뒤로 벌린 양발의 사이 거리는 대충 어깨넓이와 비슷했다.

그리고 양쪽 뒤꿈치를 들어 올려 까치발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

왼손으로는 검집을, 오른손으로는 검의 손잡이를 붙잡고 있는 자세는 꽤 특이한 자세였다.

­어려운 자세네요.

­무슨 뜻이죠?

회귀한 이후, 강현은 언젠가 자신이 검술을 배울 날을 대비해, 검술에 대해 공부를 해왔다.

물론 마법에 더욱 집중했기에 검술에 대해서는 조예가 깊지 않았다.

푸스탄트가 취한 자세의 의도가 무엇인지, 강현을 알 수 없었다.

­당신이 말해줬죠, 그의 검술은 일정한 영역 안으로 돌아온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검술이죠.

­네.

­어차피 상대방과 싸우는 것에 의의를 둔 것이 아닌 아군을 지키겠다는 목적에 뜻은 둔 검술인 만큼, 안정성을 포기한 대신 유연함을 선택한 것이죠.

­흐으음...

엘리스의 설명은 아직 강현을 이해시키기엔 부족했다.

조금 더 명확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는데.

­더 쉽게 말해주자면 저 자세는 자신을 향한 적의 공격과 적을 공격하는 걸 준비하는 자세가 아니에요.

­언제, 어디서, 어느 방향을 향해.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공격을 쳐내는 것에 의의를 둔 자세입니다.

­으음... 확실히

그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푸스탄트의 자세가 지닌 의미.

­그래서 까치발을 들고 있는 거구나.

발바닥을 전부 땅에 붙이는 것보다 까치발을 든 상태가 방향 전환이 훨씬 수월하다.

­예, 그렇기에 어려운 자세라고 한 거죠, 초식으로 연계하기 위해선 저 자세를 완벽하게 유지해야 하니까요.

­완벽한 무게중심 제어와 균형감각을 요구하는 자세예요.

­설명 고맙습니다.

[비전 검술, 수호의 검의 기본자세의 이해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기본자세: 방어 준비를 습득하였습니다.]

푸스탄트의 시범, 엘리스의 설명, 플레이어 능력의 효과가 어우러져 곧바로 자세를 습득했다.

“그럼 이제 자세를 취해보거라, 앞으로 짧으면 한 달, 길면 반년 동안은 자세를 교정할 예정이다.”

“... 반년이나?”

“그래, 자세란 검술의 기본,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넘어갔다가는 결국 검술의 위력이 떨어지는 일을 초래할 게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번 익숙해진 자세를 교정하기로 어려워지지.”

처음부터 기초를 완벽하게 잡아두고 시작한다는 뜻이었다.

“좋아, 그럼 한번 봐줘.”

강현도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언젠가 푸스탄트를 뛰어넘고 자신의 손이 닿는 곳에 있는 사람들을 반드시 돕게 다는 강현이었기에.

“그래, 해보려무나.”

강현은 자세를 잡았다.

푸스탄트가 취했던 자세처럼 양 발을 앞뒤로 벌린 후, 발 뒤꿈치를 들어 올렸다.

허리는 곧게 세우고 시선을 전방을 향해 두었으며 손은 언제든 검을 뽑을 수 있도록 각각 손잡이와 검집을 부여잡았다.

“... 어때?”

자세를 취한 뒤 푸스탄트에게 물었다.

무게 중심과 균형을 잡기 힘든 자세지만, 아주 약간의 흔들림도 용납되지 않는다.

강현은 자세의 정확성보다는 무게중심과 균형감에 초점을 둔 채로 푸스탄트에게 물었다.

“바로 그거다, 아직은 조금 부족하나, 훌륭하다고 하기 충분하구나.”

강현의 자세를 살펴본 푸스탄트는 만족스러운 말투로 답했다.

아직 자세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어깨와 발가락에 너무 많은 힘이 쏠려있는 게 눈에 훤히 보였기에.

하나 완벽한 무게중심을 잡고 있었으며 아주 약간의 흔들림도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을 뛰어넘는 천재라고 푸스탄트는 강현을 평가했었다.

그건 마법뿐만이 아닌 검술 또한 마찬가지.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낸 모양이구나.”

고작 한번 시범을 본 것만으로도 가장 중요한 핵심을 파악하고 완벽하게 실행했다.

“검이 알려줬거든.”

자신을 향한 공격과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모든 공격을 쳐내기 위한 준비자세.

엘리스가 알려준 자세의 핵심은 큰 도움을 주었다.

“어찌 돼었든 그 검도 이제 너의 일부분이 아니더냐. 그리고 검에게 조언을 받았다고 해도 실행으로 옮기는 능력은 온전히 너의 것이었다.”

1달에서 반년.

강현의 자세를 최대한 완벽하게 교정하기 위해선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푸스탄트는 처음 검술을 개발했을 때, 자세를 잡는 것에만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으니.

물론 개발과 배움에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하지만...’

자세의 핵심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는 이상, 간단한 부분들만 교정하면 완벽해질 수 있다.

푸스탄트는 생각 했다,

너무 시간을 길게 잡아두었다고.

앞으로 1주일이면 충분하리라고.

‘엄청난 재능.’

또한 엘리스도 푸스탄트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엘리스의 영혼 중 일부분에 불과하기 대부분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지만 검술에 관한 지식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을 강현이라 칭한 남자는 천재였다.

‘역시.’

세계가 평화롭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자신이 남기고 떠난 예언.

어쩌면 검신의 경지까지 올랐던 자신과 비교했을 때, 동등하거나 그 이상인 재능.

수많은 사람들 중, 그의 검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무슨 의미가 존재할 것이 분명했다.

‘재밌겠네.’

그와 동시에 엘리스는 기대했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강현을 검사로써 성장시키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 될 거 같았기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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