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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38화 (38/148)

〈 38화 〉 지키기 위한 검 (1)

* * *

제국에 기둥이라 일컬어지는 4개의 공작가 중, 넓고 비옥한 초원이 특징인 북부를 지배하는 루이스플 공작가의 가주.

냉혈한 책사, 브라함 루이스플은 아멜리아의 성장을 원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멜리아의 비범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스스로 일어나 제 발로 걷기 시작했다.

생후 12개월이 되기도 전에 언어체계를 확립하여 문장을 구사하여 말을 하기 시작했다.

브라함이 인정할 정도의 명석한 두뇌와 빠른 눈치, 우수한 상황 파악 능력과 대처법을 겸비한 것이 6살이 되던 해였다.

아멜리아가 행하는 일은 항상 성공적이었다.

가문의 내실 다지기, 외교.

투자와 정책까지.

아멜리아는 누구나 원하는 뛰어난 인재였으며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애초에 첫 번째 자식도 아니며 여인의 몸으로 태어난 아멜리아가 상속권을 두고 자신의 친오빠와 경쟁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만큼 브라함은 아멜리아를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인정하는 것만큼이나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멜리아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일을 책임지고 진행해왔으나,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단 것이었다.

가문의 가신은 브라함의 말에 대답했다.

오히려 좋은 일 아니냐고.

아니다.

아멜리아의 아버지 된 자로써 기뻐할 일이 분명하지만, 그 누구나 최소 한 번쯤은 실패를 겪게 된다.

그 한 번의 실패 때문에 무너져버린 유능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왔던 브라함이었다.

그래서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아멜리아에게 약제학 명장의 포섭해보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북부의 대공인 브라함이 과연 약제학 명장의 정체가 누구인지도 몰랐을까.

그의 정보력은 암시장에서 제일간다는 정보 상인인 무명(無名)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또한 푸스탄트와 오랜 연을 쌓아 수시로 편지를 주고받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찾고 있던 약제학 명장이 푸스탄트의 제자인 이강현이란 사실을.

그리고 그 어떠한 수를 쓰더라도, 자신의 가문의 전문 약제사로 포섭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강현은 푸스탄트의 제자로써, 자신의 신념을 깊게 뿌리내렸다.

뿌리 깊은 나무는, 아무리 강한 폭풍이 들이닥쳐도 뽑히지 않는다.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명령.

브라함은 아멜리아가 실패를 겪게 만들었다.

“실패했다는 거냐?”

“... 죄송합니다. 아버님.”

아멜리아는 침울해하고 있는 상태였다.

첫 실패의 충격이 너무나도 컸던 탓일까.

“그래, 수고 많았다.”

브라함은 아멜리아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가르침을 내려주지도 않았다.

누구나 경험하는 첫 번째 실패는 스스로 이겨내야지 의미가 있었으며 아멜리아를 향한 신뢰였다.

브라함은 아멜리아의 아버지로서, 그녀가 겨우 이 정도로 무너질 만큼 연약한 여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슈레이츠 백작가의 몬스터 습격으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크고 작은 일들이 여럿 있었지만,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준 사건이란 것만큼은 확실했다.

어른으로써의 책임감과 목숨을 건 전투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생과 사가 공존하는 전장에서, 강현은 자신이 무슨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구체적인 성장도 있었다.

바로 5번째 서클.

“좋아.”

수도 페론에 도착한 강현은 하룻밤의 휴식을 취한 뒤, 아침 일찍 일어나 곧장 숲으로 향했다.

항상 찾아오던 숲 속, 애용하던 바위 위에 편히 앉았다.

5 서클을 달성함으로써, 지금껏 사용하지 못했던 마법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력의 강도 또한 높아졌고.

당장 마법을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먼저 할 일이 있었다.

“나와라, 이십의 흑견.”

[스킬: 4 위계 어둠 속성 마법, 흑견을 사용했습니다.][×20]

그전에 강현은 마법을 사용하여 흑견들을 불러냈다.

“내 그림자에 숨어있다가 몬스터들이 다가오면 나를 지켜, 알겠지?”

““아우우우!!””

강현의 말에 흑견이 울음소리를 내었다.

흑견들이 그림자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강현은 두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외부에서부터 느껴지는 모든 감각을 의식한 후, 강제로 차단했다.

모든 정신을 내면으로 집중시킨 뒤, 온몸을 순환하는 마나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현은 내면세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러 번 내면세계를 다녀왔던 강현에게 있어서, 내면세계에 들어가는 것은 더 이상 일도 아니게 되었다.

여전히 검은 공간이었다.

어둡고 칙칙하기에 처음에는 섬뜩함마저 느껴졌었으나, 전과 비교하면 꽤나 편해진 상태였다.

‘잘 지냈어?’

잠시 기다리니, 드래곤들이 강현의 앞으로 다가와 머리를 숙였다.

붉은 생력의 드래곤과 푸른 마나의 드래곤 4마리.

마지막으로.

‘5번째 드래곤... 잘 부탁한다.’

아직 체격이 왜소하며 느껴지는 마나의 힘 또한 미약한 헤츨링이 다가왔다.

고개를 들고 입을 움직이는 헤츨링의 모습에 머릿속에서 귀여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흐으음... 확인도 했으니까 갈게, 잘 지내라.’

내면세계에 들어와 5번째 서클을 확인한다는 목적도 완료했다.

마법을 사용해보기 위해 곧장 내면세계에서 벗어나려던 순간, 5번째 헤츨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 왜 그래?’

갑자기 5번째 헤츨링이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비상하기 시작했다.

5번은 어둡고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내면세계를 활강하고 있었다.

강현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드래곤들과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드래곤들은 강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강현은 드래곤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서로 말을 통한 대화는 불가능했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5번째 드래곤... 5번은 항의하고 있었다.

이곳은 너무 어둡다고.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높고 푸른 하늘을 원한다고.

그러자 1번의 머리가 5번을 향했다.

1번은 호통을 치듯, 입을 크게 벌렸고 기가 죽은 5번이 다시 내려와 강현의 앞에 앉았다.

‘으음...’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드래곤들은 이 어두운 내면세계에서 살아간다.

비단 강현이 내면세계의 들어왔을 때뿐만이 아니더라도.

확실히 이런 공간에서 생활하기란 여관 쉬운 일이 아닐 거다.

강현도 솔직히 내면세계 안에 있는 걸 딱히 좋아하진 않았다.

‘나도 뭘 어떻게 해줄 수 있으면 해 줄 텐데 말이지...’

이 드래곤들을 외부로 꺼내 줄 수도 없다.

붉은 생력의 드래곤은 심장이며 푸른 마나의 드래곤은 서클이니까.

밖으로 나가는 것부터가 불가능하겠지만 나가는 순간 죽는 건 확정이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강현은 드래곤들을 향해 물었다.

그리고 첫 번째 서클, 1번이 앞다리를 들었다.

날카로운 발톱은 허공에 무언가를 적어내기 시작했다.

발톱이 지나친 공간에, 푸른색의 글자가 적히기 시작했다.

[모르나?여기는 너의 세계.]

1번이 적은 글씨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그건 나도 알아, 근데 그게 어쨌다는 건데?’

1번이 글자를 적을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야 마땅하지만, 강현은 내면세계의 내부에서 항상 침착을 유지한다.

1번이 다시 발을 움직였다.

[이 세계 안에서너는 신과 같다. 창조와 소멸은 신의 권능.]

대충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알아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지를 몰랐다.

‘흠...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신의 권능이라면 뭐랄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닐까.

어둠으로 뒤덮인 이 공간의 바닥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이 만개한 드넓은 초원을 만든다거나.

‘그게 돼... 된다고?’

강현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 사방이 어둠으로 칠해져 있던 내면세계의 바닥이 변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한 드넓은 초원이 실제로 강현의 눈앞에 펼쳐졌다.

‘새하얀 구름이 펼쳐진 푸른 하늘’

내면세계에 하늘이 생성되었다.

‘태양.’

그 하늘에 밝은 빛을 내뿜는 태양이 생성되어 내면세계를 밝게 비추기 시작했다.

‘... 그렇구나.’

여기는 내면세계.

자신의 세계이기에, 원하는 풍경을 얼마든지 생성할 수 있었다.

가령 높은 절벽이라던가.

물이 쏟아져 내리는 폭포라던가.

폭포의 물을 받아주는 맑은 호수라던가.

높은 산이라던가.

강현이 생각한 대로, 내면세계에 생성되기 시작했다.

‘... 좋네.’

5번의 요구사항쯤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다.

‘얘들아, 원하는 거 있으면 빨리 말해라.’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내면세계 내부에서 시간이란 개념은 상당히 모호한 개념이었다.

내면세계와 현실의 시간 비율에는 정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으니.

어쨌든, 강현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강현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살폈다.

어두컴컴하고 칙칙했던 시절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강현의 내면세계는 생기가 넘치는 대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과, 형형색색의 꽃이 만개한 초원.

높은 산과 거대한 절벽에서부터 쏟아져 내리는 폭포.

맑고 거대한 호수까지.

드래곤들은 새로운 내면세계의 모습에 꽤나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장소를 골라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생력의 드래곤은 어디든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다들 이제 만족한 거지?’

오로지 생각한다는 것만으로도 내면세계를 뒤바꿀 수 있었기에, 드래곤들이 원하는 것들의 대부분을 생성해주었다.

그 탓에 정신적으로 꽤 지치기도 했지만.

그의 앞에 모인 드래곤들은 거대한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자신이 만족했던 사실을 열심히 알려주기 시작했고 뿌듯함을 느꼈다.

‘그럼 난 간다, 잘 지내.’

내면세계 테라포밍을 끝낸 강현은 자신의 의식과 오감을 되찾은 후, 내면세계에서부터 빠져나왔다.

그리고 내면세계에서 빠져나온 강현은 자신이 24시간 이상을 내면세계에서 머물렀단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강현은 푸스탄트에게 짧은 꾸중을 듣고, 24시간동안이나 명상을 하여지칠 대로 지친 탓에 그날 아침부터다음날 아침까지 깊은 잠에 들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직후, 강현은 푸스탄트와 함께 또 한 번 숲으로 향했다.

“약속했던 대로 네게 검을 알려줄 테니, 열심히 배우려무나.”

“당연하지, 할배.”

검을 배우기 위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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