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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32화 (32/148)

〈 32화 〉 몬스터 습격 (1)

* * *

슈레이츠 백작령의 마을은 규모가 크지만, 규모 대비 인구수의 수는 다른 도시와 마을들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았다.

물론 비수도권 인구에 비해 수도권의 인구가 월등히 높은 현대의 비율을 생각하자면 상당히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쨌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마을을 점점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온 지역에서부터 의뢰를 보고 한탕하기 위해 찾아온 모험가들.

슈레이츠 백작가와의 관계를 위해 파견한 다른 귀족가의 기사들.

슈레이츠 백작가의 병사들까지.

한산했던 마을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리고 백작가가 말한 날짜에서부터 이틀이 지난 지금, 마을은 수도, 페론의 인구밀도를 초월했다.

또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자연스럽게 장사꾼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자신의 물건을 팔아넘기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니까.

그렇게 슈레이츠 백작가의 마을은 모순적이게도, 몬스터의 습격이 예상되는 가장 위험한 시기가 1년 365일 중 가장 활기가 넘치는 기간이 된다.

"으음..."

"어떠십니까? 집에 장식하기 딱 좋은 꽃이 아닙니까?"

그 점을 강현을 잘 알고 있었으며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많은 장사꾼들은 곧 많은 물건들을 들고 올 것이며, 그중 사람들이 가치를 모르는 보물이 숨겨질 때가 자주 있으니까.

그중 대표적으로 약초를 들 수 있다.

이 세게에는 무수히 많은 식물들이 존재한다.

꽃과 나무, 씨앗과 뿌리, 열매와 잎들.

그리고 그들 중에서는 약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모든 식물들의 가치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많은 종류들의 식물들이 존재하며, 전문직인 약제학 특성상 약제사들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약초들의 효능을 본인들만 알고 있으려는 성격이 있다.

"이 꽃의 이름이 뭡니까?"

"이 꽃을 팔아준 채집꾼은 박백화라고 부르더군요, 반대방향이 비칠 만큼 얇으며 흰색의 꽃이라 그렇게 부르는 거 같습니다."

박백화가 그런 경우였다.

꽃잎이 엄청나게 얇은 것이 특징인 새하얀 꽃.

이 꽃을 이용해 만든 알약을 먹고 물과 함께 복용한다면 복용자의 집중력을 강화시켜주는 효능이 있었다.

이와 비슷한 효능을 지닌 약초가 존재한다.

한 뿌리당 무려 은화 50닢에서 70닢 사이.

"한송이당 얼마입니까?"

"개당 동화 10닢입니다."

무려 500배 차이.

효능을 비교하자면 박백화가 살짝 더 뛰어났다.

"흐음, 그렇군요..."

"몇 송이 사시는 건 어떠십니까? 저도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선물해주니 엄청 기뻐해 주더군요. 함께 계신 여인 분과도 어울릴 거 같습니다. 하하."

호쾌하게 웃으며 상인이 내게 물었다.

아멜리아를 보며 말하는 것이 아마 우리 둘의 관계를 연인관계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흐음..."

강현은 상인에게 일부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대한 싼 값에 박백화를 사들이기 위해서는 그를 속여야 한다.

직업 특성상 눈치가 좋을 수밖에 없는 상인들에게 여지를 준다면 곧장 박백화의 가치를 어렴풋이나마 눈치채고 가격을 올리려 할 테니.

이 세계에서 살아가며 강현이 쌓은 지식이었다.

"꽃이 아름답고 희귀하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비싼 것 아닙니까? 근처에 있는 상인이 파는 장미는 한송이당 3닢만 받고 있었습니다."

"흠흠..."

박백화의 가격이 비싸다는 걸 알고 있던 것인지 상인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상인들은 최대한 비싸게 물건을 팔아넘기려 한다.

꽃 한 송이에 동화 10닢이면 일단 비싸게 부르고 본 것이 확실했다.

"동화 3닢으로 하시죠. 마침 많은 꽃이 필요한지라, 최대한 많이 사가겠습니다."

"3닢은 너무 적지 않습니까?"

"그럼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하셔서 10닢이라 부르신 겁니까."

"..."

기선 제압이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강현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앞으로 적당한 가격까지 흥정한 뒤, 꽃을 사드리면 끝이었다.

"7닢으로..."

"3닢아니면 살 생각 없습니다."

"... 6닢."

그렇게 흥정이 시작된 후, 강현은 박백화를 한 송이다 동화 4닢이라는 가격에 사들일 수 있었다.

총 20송이를 사들이며 80닢의 동화를 지불했다.

또한 거래 인증서, 즉 영수증 비슷한 것까지 받았다.

나중에 백작가에 제출하여 재료값을 되돌려 받아야 하니까.

어쨌든 한송이당 꽃잎이 5장이 달려있으니, 집중력 자극제를 100병 정도 만들 수 있었다.

"느, 능숙하시네요...?"

아멜리아가 말했다.

원래의 목적은 그를 칭찬하고 뛰워주려 했지만 아직 제대로 말하기가 벅찬 아멜리아였다.

"네, 아무래도 제조한 약들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건 아니라서. 최대한 싼 값에 재료들을 구해야지 밥이라도 먹고 삽니다."

강현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강현과 푸스탄트는 세계를 방랑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도왔으나, 단 한 번도 대가를 요구하거나 바란 적이 없었다.

수익이라고는 황실에서 하사하는 포상금이 전부.

그 마저도 푸스탄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돈과 내 약초값만 받아왔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돈을 더 줄 바엔 더욱 좋은 곳에 사용해달라고.

그 결과 금전적이 여유가 거의 없는 지라, 최대한 싼 값에 약초들을 사들여야만 했다.

"그, 그런가요..."

누군가는 그의 모습이 있어 보이다고 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멜리아는 더욱 그가 마음에 들었다.

남자들은 항상 자신에 앞에만 서면 온갖 폼을 다 잡고 허세를 부림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

그런 유치하고 계산적인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던 아멜리아였다.

다른 남성들과 달리, 자신의 앞에서도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강현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자신이 얻은 이익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닌 남을 위해 사용했으니까.

없어 보이고 멋이 없으면 어떠한가.

아멜리아의 눈에는 금과 보석으로 치장한 다른 귀족들보다, 어떻게든 싸게 구입한 약초들을 양손 가득 들고 공방으로 향하는 강현의 모습이 훨씬 더 멋져 보였다.

"그런데 정말 이걸로 괜찮으신 겁니까?"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약의 제조를 돕는 강현은 어떤 식으로라도 레이와 아멜리아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속 그녀들의 도움을 받는데, 아무런 보답도 하지 않는 것은 양심이 없는 짓이었으니까.

그래서 강현은 그녀들에게 물었다.

뭔가 원하는 것이 없냐고.

레이는 약의 제조가 끝나면 자신을 숙소까지 바래다달라고 요구했다.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는 말을 덧붙이며.

아멜리아는 아침마다 약초를 구매하러 갈 때, 자신도 함께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고.

강현은 수락했다.

뭐든지 들어주겠다고 했고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요구였으니까.

"네에... 괜찮아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강현과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거다.

앞으로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멜리아에겐 1분 1초가 소중했다.

'진짜 어떡하지...'

레이에게 자신만만하게 잘 부탁한다고 말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 2일간 아멜리아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먼저 말을 걸어도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으며, 그가 말을 걸 때마다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도 못했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나아진 상태임은 분명했고 어느 정도 친분을 쌓은 것도 사실이었다.

며칠 동안이나 하루 종일 같이 있었는데.

하지만 이성으로서의 관계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대책이 필요해요.'

이 상황을 역전시킬만한 대책이.

그리고 그 대책은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찾아낼 수 있었다.

여느 때처럼 뿌듯함과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공방에서 나왔다.

"오늘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녀님."

"네에... 저는 이만 먼저 들어가 볼게요."

"살펴가십시오."

아멜리아는 별다른 말 없이 인사만 남긴 채,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아무래도 레이와 아멜리아 사이에서 맺어진 약속인 모양이었다.

"그럼 갈까?"

"네, 강현 씨."

강현이 레이에게 말했고 레이의 숙소를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레이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천천히 내딛으며 걸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강현과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단 둘이 있을 수 있었기에.

늦은 시간까지 약을 제조하느라 지친 강현에겐 미안하지만, 솔직히 이 정도 보상은 요구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도움도 많이 됐고."

강현은 그런 레이의 속도에 맞추어 걸어줬다.

그녀가 무슨 생각인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으며 상대의 속도에 맞춰주는 게 몸에 밴 강현이었다.

강현의 그런 모습을 보며 레이는 다시 한번 더 그의 상냥함을 느꼈다.

"고생은 강현 씨가 훨씬 많이 하셨는걸요, 헤헤..."

레이는 강현의 옆을 나란히 걸으며 답했다.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거리감을 느끼며.

"원래는 나 혼자서 해야 했을 일이었잖아. 너희들이 꼭 해야 할 일도 아니고."

강현은 진심으로 감사해했다.

그녀들의 도움으로 백작가에서 부탁한 포션의 숫자를 진작에 뛰어넘었으니.

"항상 고맙다."

강현은 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헤헤..."

레이는 수줍게 웃기 시작했다.

백작가에서 요청한 포션들의 제조도 다 끝났다.

최대한 많은 포션을 구비해두면 좋겠지만, 너무 과해선 다 쓰지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최근 며칠간, 피로가 쌓이기도 했고 강현도 몬스터의 습격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마나를 쌓기 위해 참전할 것이었다.

몬스터들이 습격해오기 전까진 자신은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일부터는 도와주러 오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 약 제조는 그만할 생각이거든. 지금까지 엄청 고마웠어."

"네? 어째서..."

"이미 충분히 만들어두기도 했고, 몬스터들이 습격해오기 전까진 좀 쉬고 싶어서."

"그, 그렇군요... 공녀님께도 말씀드린 건가요?'

"응, 아침에 말해줬어."

이미 아멜리아에게는 아침에 말해둔 상태였다.

앞으로 안 와도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절망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렇군요."

순간, 불안감을 느꼈다.

약을 제조하지 않겠다는 것은, 강현의 시간이 빈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먼저 듣게 된 아멜리아가 과연 가만히 있었을까.

강현의 앞에서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수줍은 소녀가 되는 아멜리아였지만 레이가 지금까지 봐온 그녀는 절대 기회를 놓질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강현과 단 둘이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는 기회를.

그리고 레이는 강현에게 아멜리아와 따로 만나기로 했는지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쿵쿵...

땅에서부터 미약한 진동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레이야, 너도 느껴지지?"

"네, 혹시..."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진동.

지진이 아닌 이상, 진동의 원인은 단 하나였다.

까앙...! 까앙...!

마을의 감시탑에 설치된 종이 울려왔다.

"... 몬스터다."

몬스터의 습격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왜 하필 지금...!!"

그리고 그 종소리를 들은 아멜리아는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서 절규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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