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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29화 (29/148)

〈 29화 〉 그 분은 누구신가요? (1)

* * *

백작가에 볼일이 있던 아멜리아와는 잠시 동안 헤어지게 되었다.

마을에 도착해서 또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잠시간의 편안한 여행은 끝을 맞이했고 마차에서 내린 강현과 푸스탄트는 우비를 걸쳐 입은 채, 몬스터들의 습격으로부터 지켜내야 할 마을로 향했다.

다행히도 지원을 요청한 마을은 백작성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에 거센 비 속, 노숙을 할 상황을 벌어지지 않았다.

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곧장 마을 입구에 서있는 경비에게 다가갔다.

“실례하겠습니다.”

푸스탄트가 경비원에게 말을 걸었고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놀란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말했다.

“푸스탄트님...? 저희 마을에 어쩐 일로...”

“몬스터들에게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저의 미약한 힘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푸스탄트님꼐서 도와주신다니, 아무래도 올해의 수확은 순조로울 듯합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따라오시지요. 촌장님의 댁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강현과 푸스탄트는 경비병을 따라 촌장의 집으로 이동했다.

촌장에게서 지원군 등록절차를 밟은 후, 머무를 숙소를 제공받았다.

몬스터들의 습격이 정확히 언제인지 특정하기란 불가능하다.

대력적인 습격 예상 기간을 파악하는 게 전부.

결국 앞으로 몬스터들이 습격해올 때까지는 이 마을에서 대기하고 있어야만 했다.

그런 부분에서 보자면 백작가의 준비성은 훌륭했다.

매년마다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기에 많은 수의 외부 인력이 필요한 만큼 숙소를 잘 준비해두었다.

평범한 가정집에 비하자면 훨씬 작은 4평짜리 원룸과 비슷한 형태였으나, 허허벌판 위에 천막을 펼치고 지내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강현은 곧장 포션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백작가에서 말한 습격 예상 날짜까지 2일이 남았다.

“... 뭐.”

혹시 포션에 쓸만한 재료가 있을까, 마을 근처의 강가와 초원을 둘러보고 온 강현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마을을 보며 생각했다.

듣기로는 다른 영지의 기사들에게 지원 요청을 보내고 모험가 길드에 모집공고를 내걸었다고 했었다.

하지만 아직 마을에 도착한 기사와 모험가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귀족가의 기사들은 아직 백작가의 성에 있을 테고.

‘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별다른 감흥은 딱히 없었다.

모험가들이 빨리 오든 제시간에 맞춰서 오든 강현이 상관할 바가 전혀 아니었기에.

그가 기다리는 것은 따로 있었다.

‘어디쯤 왔으려나.’

2일 전, 레이에게서부터 연락이 왔다.

슈 레이츠 백작령으로 출발했다고.

아직 레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정의 내리지 못한 강현이었지만, 그녀와의 재회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같은 회귀자로써 동료애도 느껴지고.

‘슬슬 도착할 때가 됐을 텐데.’

마을 입구에서 좀 기다리고 있을까.

입구를 지나가며 잠시 동안 고민해본 강현은 마을의 촌장이 마련해준 임시 공방으로 향했다.

앞으로 적어도 한두 시간 내로 레이가 도착할 거다.

그녀의 성격 상, 마을 입구에서 기다려준다면 꽤 기뻐해 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폭풍 전의 고요함에 속아 앞으로 닥쳐올 재난을 망각해선 안된다.

멀지 않은 미래에 마을을 습격하는 몬스터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전투를 벌이게 될 거다.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을 것이 분명했고.

약제사는 아쉽게도 치유 마법처럼 사람들을 즉석에서 바로바로 치유해줄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많은 준비를 해야만 한다.

강현은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평균적으로 2에서 3분 동안 제조하는 회복 포션을 만듦으로써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강현은 아쉬운 결정을 내렸다.

꼬르륵...

“... 먹을 거나 사가야겠네.”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했던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약초 채집을 한 탓에 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포션과 온갖 종류의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강현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마을에 있는 음식점으로 향하려 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등을 돌린 강현의 뒤편에서부터 수많은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마 상당히 큰 규모의 방문객이 마을에 도착한 모양.

확실한 것은 레이가 아님이 분명했다.

익숙한 마차들의 행렬이었다.

마차에 새겨진 문양은 루이스플 공작가의 문양이었다.

헤어지면서 내일쯤 마을에 도착할 거라 했던 아멜리아의 말이 떠올랐다.

마차는 마을 입구에서 일렬로 멈춰 서기 시작했고, 가장 후미에 위치해있던 마차가 멈춰 서자 제일 앞에 서 있던 마차의 문이 열렸다.

‘확실히 예쁘긴 예쁘네.’

마차에서 내리는 아멜리아를 보며 강현이 생각했다.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우아한 기품이 엿보이는 아멜리아였다.

그 뒤로 그녀를 따라오던 마차들의 문이 열리고 기사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여러분들, 저는 마을의 촌장을 만나러 갈 테니, 제가 돌아올 때까지 강현 님을 찾고 있으세요.”

“예!”

하나하나 수준이 높은 기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강현은 아멜리아를 봤지만 그녀는 강현을 보지 못했다.

“공녀님, 저는 무슨 일로 찾으시는 겁니까?”

“흐읏...!”

뒤돌아 있던 아멜리아에게 다가가 말하자, 그녀는 무슨 전기에 감전된 것마냥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 강현 님...!?”

“예, 이강현입니다, 공녀님.”

‘님’이라고?

고작 하룻밤 사이에 호칭이 바뀌어 의아함을 느꼈다.

“어, 언제부터... 거기 계셨나요오... 놀랐잖아요...”

몸을 꼼지락 거리며 시선을 내리깐 아멜리아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최근, 강현과 처음 만난 뒤, 매일 밤잠을 설치게 되었다.

그 원인이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어오니 아멜리아는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또한 공녀라는 권위에 안 어울리는 앙탈을 부려버렸다.

아멜리아의 뒤에 서있던 공작가의 기사들도 아멜리아의 기행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강현을 번갈아보며.

그들의 시선에 부담스러움을 느낀 강현은 그냥 못 본 척하고 지나가지 않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하지만 상대의 입에서부터 자신을 찾으라는 말을 듣고, 만나면 먼저 인사하겠다고 말도 해놨는데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침, 마을 근처에서 약초를 채집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 그렇군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힘겹게 대답한 아멜리아가 손을 내밀었다.

정확히는 강현을 향해 자신의 손등을 내밀었다.

“... 뭡니까?”

“어제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먼저 맞추치면.. 인사.. 해주신다고요...”

처음에는 좀 크게 말하나 싶더니만 점점 목소리가 작아져 마지막에는 결국 알아듣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

강현은 그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손등에 입을 맞추라는 의미였다.

보통 자신보다 높은 작위를 지닌 여성에게 하는 인사법.

하지만 이걸 항상 인사 대신으로 매일 하는 건 아니었다.

처음 만날 때와 오랜만에 다시 만났을 경우에만 하는 인사인데.

하지만 하라면 해야지 별 수 있겠는가.

아멜리아는 이미 손등에 입맞춤을 받으려고 작정한 모양이었고.

강현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아멜리아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흐응...”

그리고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느낌...’

바로 이 느낌이었다.

아멜리아는 생각했다.

자신의 손을 붙잡았을 때, 느껴지는 굳은살이 박힌 손의 감촉.

슈레이츠 백작가의 장남과 다른 느낌을 받은 이유였다.

손에 박힌 굳은 살은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삶을 살아오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따듯하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

입을 맞추고 살짝 붉어진 얼굴과 부끄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자신 올려다보는 모든 것까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해버렸다.

“단장님.”

“... 예, 공녀님.”

“죄송하지만 저 대신 촌장의 집에 방문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단장이라 불린 사내는 다른 기사들을 이끌고 마을 안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강현 님... 혹시... 식사하셨나요...?”

상대와 가까워지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아직입니다. 이제 막 먹을거리를 사려했던 참이었습니다.”

“그럼... 혹시 같이 식사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해야 할 일이 있는 지라 간단하게 먹을 음식을 사서 돌아가야 합니다.”

“그, 그런가요...”

식사 핑계를 대는 것은 허무하게 실패해버렸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와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이 아니라, 그를 포섭해야 하기 때문에.

“그, 그렇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는 없나요...?”

아멜리아가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으음...”

도와주겠다는 데 거절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포션을 제조하는 것을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잔심부름만 해줘도 능률이 크게 올라갈 테고.

무엇보다 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강현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제가 지금 포션을 제조하고 있는지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연하죠...!”

경연한 의지를 내비치며 아멜리아가 답했다.

포션 제작.

그 말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약제학 명장의 작업을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감히 공녀님께 도움을 좀 받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아니에요오... 이 정도로 뭘... 헤헤...”

강현은 점식식사로 양념에 볶은 돼지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선택했다.

아멜리아와 함께 공방으로 돌아와 짧고 간단한 식사를 마친 강현은 곧장 포션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도구나 재료에 대해서 간단하게 아멜리아에게 알려준 뒤, 최대한 그녀를 부려먹... 도움을 받았다.

‘... 어쩜 저리 멋지신 걸까...’

강현을 도와주며 포션을 제조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멜리아가 생각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한 폭의 명화를 보는 것 같았다.

진지하고 이지적이며 성실한 모습에 아멜리아는 한번 더 강현에게 빠져버렸고, 그가 들어간 모든 순간들의 장면은 언제든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뇌리에 새겨두고 있었다.

“이건 뭔가요?”

“근력 포션입니다. 복용하면 일정 시간 동안 복용자의 근력을 높여주지요.”

“오...”

좋은 타이밍이 찾아왔다.

그의 유능함을 칭찬하며 호감을 얻을 기회였다.

“머, 멋지세요... 강현 님...”

물론 말이 제대로 안 나와준다는 게 문제였지만.

“흐흐, 감사합니다.”

내심 아멜리아를 경계하고 있던 강현이었다.

공작가에서 찾고 있는 약제학 명장이 자신인 만큼, 그녀가 자신을 노리고 접근해온 것이 아닐까 해서.

하지만 게임 속 아멜리아와 현실, 현재의 아멜리아는 다르다.

20살의 아멜리아는 냉철 냉혈 하며 속이 검은 여자일지는 몰라도 지금은 어린 소녀일 뿐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북부의 지배자인 루이스플 공작가의 공녀인 그녀가 평민의 일을 성심성의껏 돕고 있겠는가.

버릇처럼 순간 아멜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지만 곧장 손을 거두어들였다.

“아...”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당해 다가오던 그의 손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아멜리아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흠흠, 그럼 이번에는...”

분위기가 어색해지려 한다는 걸 깨달은 강현이 곧장 말을 돌리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한쪽에 소중히 놓아두었던 통신 스크롤에 은은한 푸른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레이에게서 연락이 온 모양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에...”

그의 손이 무엇을 하려 했던 것일까라는 고민에 빠져있던 아멜리아였다.

­강현 씨, 방금 막 도착했어요.

아무래도 레이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아멜리아 님 잠시 나갔다 올 테니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네, 네? 무슨 일이신가요?”

강현이 나간다는 말을 하자 그제야 나가 있던 넋을 되찾은 아멜리아가 물었다.

“제 동료가 마을에 도착했다고 해서 마중 나갈 생각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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