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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8화 (18/148)

〈 18화 〉 또 다른 회귀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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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화를 따라와 주시는 독자님들께 알립니다. 이전 회차가 수정되었으니 해당 회차를 읽으시며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공지를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오로지 상실에서 오는 고통뿐만이 아니다.

소중한 사람이 차지하고 있던 마음속 텅 빈 공간에서부터 오는 외로움.

그 외로움을 지닌 채,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무력감.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후회.

강현은 그 감정을 너무나도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괴로운 감정이기에, 최소한 자신의 손이 닿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 그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그렇기에 강현은 최상급의 생력 포션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순조롭게 회복 중이네.”

레이의 맥을 짚은 강현은 안심할 수 있었다.

아직 실험조차 해보지 못했던 최상급 생력 포션.

그 효과는 확실했다.

불규칙이던 생력의 순환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심장 부근에 위치한 생력의 그릇은 금이 가고 구멍이 뚫려있었지만 서서히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릇이 이전보다 더욱 거대해졌으며 더욱 강인한 생력이 그릇에 모이기 시작했다.

치료는 완벽한 성공이었다.

귀하디 귀한 최상급 성수로 제조한 생력 포션이었지만 아깝지 않았다.

피차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어떻게 보면 동료라고 할 수 있다.

선한 사람이 된 그녀다.

게임 속에서 중간보스의 역할까지 맡았던 캐릭터였기에, 이번 생에는 그 힘을 좋은 방향으로 아낌없이 사용해주길 바라며 최고급 생력 포션을 사용했다.

‘그런데 또 내가 구해줬다는 건 무슨 말이지.’

수면제에 취해 잠에 빠지기 전, 레이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던 말을 떠올린 강현은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그녀를 도와준 것은 강현이 기억하는 한에선 전생과 바로 지금.

단 두 번이었다.

하지만 전생을 기억할 리는 없고.

분명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와준 것이 분명하리라.

‘나중에 일어나면 물어봐야겠네.’

궁금증을 해결하는 건 언제나 즐거웠기에.

‘뭐, 어쨌든.’

레이의 치료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요한은 위해 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무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약속했던 좋은 소식을 전해줄 시간이었기에.

“요한 씨, 분명 괜찮을 거예요.”

“으응... 그렇겠지.”

메르시라고 불렸던 여인이 요한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애정이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연인 사이가 아닐까, 강현은 추측해보았다.

“치료가 끝났습니다.”

“끄, 끝났어...?! 레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요한이 강현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치료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레이는 회복 중에 있습니다. 한번 확인해보고 오시죠.”

강현이 전해준 소식에 요한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사경을 헤매던 소중한 제자가 죽음에서 빠져나왔다.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긍정적인 감정이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다행이다... 진짜... 고맙다, 강현.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아직 확인도 안 하셨잖습니까. 한번 보고 오세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 강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뿌듯함을 느낌으로써 보상은 충분히 받았다.

한때는 이런 말을 했던 푸스탄트가 호구 같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요한 씨, 어서 가봐야죠.”

메르시가 요한을 부축해주었다.

“응, 그래야지.”

요한은 메르시와 함께 레이의 상태를 살피러 의무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운 레이.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표정으로 새근새근, 잠에 들어 있었다.

‘이게... 기적.’

더할 나위 없다.

불규칙적이고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았던 생력이 다시 활기를 되찾아 온 몸을 순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강인해졌다.

레이의 붉은 검기는 생력을 소모한다.

말 그대로 목숨과 교환하여 얻는 힘.

더욱 강인해진 생력은 레이의 붉은 검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사용 후의 위험을 현저히 줄여줄 것이 분명했다.

레이는 강현에게 치료 받음으로써 더욱 강해졌다.

이전보다 훨씬.

‘어떻게 한 거지...?’

그 푸스탄트의 치유도 생력을 회복시켜줄 뿐이다. 생력을 강화시켜준다는 이야기는 듣도보도 못했다.

“... 어때요?”

“완전히 다 나았어. 건강한 상태야.”

검과 마법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평범한 일반인인 메르시가 요한에게 물었고 그는 대답했다.

그 후, 의문을 남긴 채, 의료실에서 나왔다.

“확인은 끝나셨습니까?”

“역시 푸스탄트님의 제자야, 고마워, 정말로.”

“하하, 다행히도 요한 님의 근심을 덜어드릴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다행이군요.”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는 요한을 보며 강현이 말했다.

“그런데 따로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 당연하지. 집무실로 가자. 따라와.”

집무실로 이동한 그들은 메리시에게 마실 음료를 부탁한 뒤, 탁자를 사이에 둔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다.

“일단, 궁금해하실 걸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레이를 치료해준 것인지.”

미래의 검성, 요한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레이의 생력이 치료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화되었다는 사실을.

“맞아, 그것뿐만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어. 푸스탄트님께서도 이렇게까지 하시진 못했을 텐데. 어떻게 한 거야?”

사사로운 궁금증에 의한 질문이었다.

약제사에게 있어서 자신이 소유한 약에 관한 정보는 곧 약제사 개인의 가치로써 나타난다.

말해주면 궁금증이 해결되어 좋겠지만 말해주지 않더라도 전혀 불만은 없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부디 이해해주시길.”

강현은 요한이라는 캐릭터를 잘 알고 있다.

가볍고 방정맞은 성격이지만, 생각이 깊으며 성실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인물이었다.

은혜를 절대 잊지 않으며 입이 무겁다.

든든한 조력자 캐릭터로 등장했었다.

“역시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의 강현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하기 위해선 생력 포션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숨겨야 한다.

생력 포션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면 분명히 생력 포션을 노리오는 놈들이 생길 것이 뻔했기에.

“그리고 레이를 치료해준 대가로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 뭐든지 말해. 편지에 적었던 대로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부탁을 들어줄 테니까.”

요한은 당장 목이라도 내어줄 기세로 진지하게 답했다.

“레이를 치료해준 사람이 저라는 걸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누가 묻거든 푸스탄트님께서 치료해주셨다고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이미 스승님과 이야기는 끝났으니 걱정하지 마시길.”

“응?... 그래, 알겠어.”

생각보다 쉬운 부탁에 요한은 의아해했다.

생력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위업임이 분명하다.

부와 명예가 따라오는 건 당연지사.

그 사실을 숨기려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뭐, 네가 그렇게 해달라면 그렇게 해줘야지. 네가 직접 치료해줬다는 사실을 아는 건, 나랑 메르시, 레이밖에 없으니까 알아서 입단속시킬게.”

그 푸스탄트의 제자다.

스승과 마찬가지로 부와 명성에는 관심이 없는 거겠지.

또한 알려져서는 안 될 무슨 사정이 있을 테고.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입으로만 한 약속, 구두계약이었지만 강현은 요한이라는 인물 자체에 가지고 있던 신뢰를 믿기로 했다.

“그... 이제 떠날 예정인가?”

“아뇨, 적어도 레이가 깨어날 때까지는 이 근처에서 머물 생각입니다. 치료 결과를 확인해봐야 해서.”

“그렇구나. 다행이네.”

흐흐, 요한이 웃으며 말했고 강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다행이라는 걸까.

이미 치료는 다 끝났는데.

“그게 실은... 내가 말해줬다는 건 비밀이다?”

“네... 뭐, 알겠습니다.”

뭔가 재밌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요한에게서 들은 얘기는 마냥 재밌다고 할 순 없는 얘기였다.

7년 전, 레이가 6살이었을 당시,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길드로 찾아왔다.

모험가를 시켜달라며.

요한은 그녀에게 모험가가 되고 싶은 이유를 물었고 강현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질감을 느꼈다.

7년 전, 강현이 회귀한 것도 7년 전이었으니.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푸스탄트를 도왔으니.

그 시절, 미처 인지하지 못한 레이와의 연이 있었던 거겠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강현인 한 질문으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그렇게 제가 보고 싶었던 거면 찾아오면 되지, 왜 여태껏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겁니까?”

실제로 푸스탄트에게 은혜를 입어 수도, 페론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일주일에 최소 2번, 많으면 일주일 내내, 사람들이 찾아왔었고 푸스탄트는 그들의 방문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런 만큼 자신이 보고 싶으면 페론에 잠시 들리면 되는 거였기에 강현은 요한에게 물었다.

분명 어떠한 이유가 있으리라.

그것도 그녀가 전생과 다른 삶을 살게 된 원인과 관련된 무언가가.

“몰라, 무슨 약속을 했다고 하던데, 무슨 약속이었는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알려주더라.”

“약속... 말입니까?”

아쉽게도 회귀한 후의 강현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이성과 인연이 없었다.

세계를 방랑하며 많은 이성들과 대화를 나누긴 했으나 약속을 맺었던 기억은 전무하다.

심지어 적발 적안은 흑발 흑안에 비할 수는 없지만 꽤나 희귀한 머리색, 눈동자 색이었기에.

플레이어 능력을 지닌 강현의 기억이 잘못되었을 리도 없다.

“으음... 아, 맞다. 딱 한번, 딱 한번 알려줬던 적이 있었지. 알려줬다기보다는 혼잣말하는 걸 주워들은 거긴 한데.”

“그게 뭡니까?”

“속죄가 어쩌고...”

“... 예?”

“속죄해야 한다고 했었나... 속죄할 거라고 했었나...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어쨌든 그렇게 말했어. 레이가 혹시 너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거야?”

얼굴을 찡그리며 힘겹게 짜낸 지난날의 기억을 말해준 요한의 말을 들은 강현은 충격에 휩싸였다.

“...”

속죄.

속죄하는 삶을 살겠다.

전생에 그녀와 나누었던 약속이었다.

자신과 만나기 위해 속죄를 하겠다.

그렇다면 요한의 말마따나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회귀 후, 레이에 대한 기억은 일절 없었던 강현이었다.

“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좋게 해결했으면 좋겠네, 매일같이 네 얘기만 할 만큼 많이 좋아하는 거 같고. 레이가 좀 무뚝뚝한 성격이긴 해도 마음씨는 엄청 곱거든.”

강현의 침묵을 다른 의미로 해석한 요한은 자신의 제자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레이의 좋은 면을 강현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요한 님.”

“... 응?”

“혹시 이 근처에 잠시 동안 머물만한 곳이 있습니까?”

“어... 응, 메르시한테 말하면 비어있는 길드 숙소로 안내해줄 거야. 필요하면 거기서 머물러.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감사합니다. 그럼 그만 일어나 봐도 괜찮겠습니까?”

“응, 그래. 오늘 고생해줘서 고마워. 이미 여러 번 했던 말이지만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네, 그럼 실례해보겠습니다.”

강현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 고생 좀 하겠네.’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그들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 요한은 레이의 사랑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메르시의 안내를 받아 모험가 숙소를 배정받은 강현은 침대에 누워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며 밤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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