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마법 수련(3)
* * *
마법에 있어서 독보적인 재능을 보이던 강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그만하고 슬슬 돌아가자꾸나. 벌써 해가 졌다.”
“조금만 더 하면 안 돼? 조금만 더하면 될 거 같은데.”
“흐으음...”
이 세계의 모든 마법사들은 대기 중에 흩어진 마나를 자신의 몸속으로 흡수함으로써 마나의 총량을 늘리고 서클의 개수를 늘린다.
더욱 높은 위계의 마법을 사용하고 높은 등급의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다른 모든 부분에서 엄청난 재능을 보이던 강현은, 마나를 흡수하는 것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분명 마나들을 내 쪽으로 끌어당기는 건 쉬운데.’
마나가 몸속으로 들어와 서클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끌어당겨진 마나들은 마치 겁먹은 아이처럼 통제를 잃고 강현에게서 다시금 멀어졌다.
‘... 어찌해야 할꼬.’
그런 강현의 상황을 보면서 답답했던 건 푸스탄트도 마찬가지였다.
마나 흡수의 1단계인 자연의 마나 끌어당기기는 가뿐히 해내는 강현이었지만 그다음 단계인 흡수에서 막히고 있었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아직 성장기의 아이가 아니더냐. 너무 무리했다가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아침부터 계속 공복의 상태 아니냐.”
“응, 당연히 나도 알지.”
아침에 잠에서 깬 뒤, 해가 질 때까지.
식사도 하지 않은 채, 같은 자리에 몇 시간이나 앉아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 종일 마나 흡수를 수련하는 강현의 끈기만큼은 높게 평가할만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벌써 1년째 지속되고 있다.
마나 흡수능력이 고작 1년 만에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타고난 재능을 지녔던 강현은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미 푸스탄트가 사용할 줄 아는 마법들 중, 익힐 수 있는 마법들은 대부분 익힌 상태다.
하지만 2 서클인 강현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라고는 고작 2 위계까지의 마법들.
2 서클 치고는 엄청난 마나통을 가진 그였지만 자신의 위계를 넘어선 수준의 마법들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나 때문에 계속 고생만 시키네, 미안해.”
“괜찮다. 나는 네 스승이 아니더냐. 제자의 훈련을 도와주는 것이 스승 된 사람의 도리지.”
하지만 1년이나 지난 지금,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요령을 전수해준 푸스탄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옆에서 지켜봐주기 밖에 없었다.
“내면세계는 아직이냐?”
“응... 들어가 보려고 하는 데 잘 안되네.”
마나는 자아를 지닌 하나의 생명체이다.
내면세계의 발을 들였던 전대 현자, 대현자들은 마나는 자아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푸스탄트는 강현이 지닌 마나가 다른 마나들의 흡수를 막고 있기에 그가 마나를 흡수하지 못한다고 가설을 세웠다.
강현도 어느 정도의 그의 가설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내면세계에 들어가서 만났던 생력과 마나는 포악하기로 소문난 드래곤의 형상의 띄고 있었으니.
그렇기에 내면세계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마나를 흡수할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이후, 강현은 단 한 번도 내면세계에 들어갈 수 없었다.
뭐가 문제인지 그도 모른다.
집중력의 문제는 아니다.
혹시 장소의 문제인가 싶어서 굳이 칸트루스 자작령에 있는 숲에 돌아가 명상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실패.
“하아... 어떡하냐, 진짜.”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라. 지금 너의 나이에 2 서클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업이 아니더냐.”
마법사들의 평균을 보자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마법을 수련한 마법사들의 경우 13살에서 15살 사이에 서클을 생성하여 수습생이 된다.
10대 후반이 될 때쯤에는 2번째 서클을 생성하여 하급 마법사로 승급하고.
지금 강현의 나이는 7살이다.
그 사실을 강현도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렇다 할 성취가 없었으니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답답하고 힘들었지만 견뎌내기는 쉬웠다.
푸스탄트가 죽은 뒤 생력을 연구한 5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었다.
“응,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할배.”
그렇기에 강현은 푸스탄트를 안심시켰다.
“후우... 그래, 한동안은 마법이 아닌 검을 수련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지. 잠시 마법은 놓아주고 검을 배우겠느냐?”
“...”
강현은 잠시 고민했다.
이 상태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모르는 상황.
마나를 흡수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시간낭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니, 안되면 될 때까지 해야지.”
자신에게 들이닥친 문제의 해결을 피하고 나중의 일로 미루는 것은 강현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것과는 달리, 수련의 성과는 부진했다.
년도가 바뀌어 8살이 된 강현은 아직도 마나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예 마나를 흡수하지 못했던 이전과는 달리, 마나를 흡수하긴 했다.
아주 극소량의 마나뿐이었지만.
“하아...”
밝은 달과 반짝이는 별들이 하늘을 수놓은 새벽의 시간.
남작령의 작은 마을을 점령했던 산적들을 소탕하고 페론티아 제국의 수도, 페론에 위치한 푸스탄트의 집으로 돌아온 강현은 밤하늘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막막하고 답답하다.
일이 없는 날에는 하루에 14시간씩, 마나 흡수를 습득하기 위한 훈련에 투자했다.
열심히만 한다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그의 생각은 현실이라는 벽에 막혀버렸다.
“담배라도 한 대 태우고 싶네.”
이왕 새로운 삶을 얻은 거, 몸에 나쁜 담배를 입에 대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던 강현에게 흡연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이쯤 되니 강현도 자신의 마나들이 새로운 마나의 흡수를 막아서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그렇다면 마나들은 뭐가 문제이길래 새로운 마나들을 거부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면세계 말고는 답이 없는데.”
마땅한 해결책이라고는 내면세계에 진입하여 자신의 마나가 새로운 마나를 받아들이도록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것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 산책이나 다녀올까.”
강현은 마음이 심란해질 때마다 밤공기를 마시며 새벽의 거리를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만약 푸스탄트에게 걸렸다가, 성장에 안 좋다고 혼날 수도 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기로 한 그는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뒤, 저택에서 나와 수도의 거리를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거리는 한산했다.
도시의 방범을 맡고 있는 기사들이 순찰을 위해 가끔씩 돌아다니고 있을 뿐.
덜그덕, 덜그덕.
시간이 흐르고, 도시의 성벽 근처를 지나가고 있을 때쯤, 강현에게 말밥굽 소리가 들려왔다.
‘투기장?’
마차의 짐칸을 뒤덮은 천막에는 작은 원형의 버클러 방패를 배경으로 2개의 롱소드가 교차된 그림이 그려진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직접 잡아다 온 몬스터와 투기장의 검투사들의 대결을 보여주는 투기장으로, 유흥거리가 몇 없는 이 세계에서 귀족들 사이에 상당한 인기를 차지하고 있던 터라 강현 또한 알고 있었다.
‘몬스터를 언제 잡아오는 건가 했더니만 사람들이 없는 새벽에 조용히 들여오는 거였구나.’
궁금증 하나가 풀렸다.
의외로 소득이 있었던 산책이라고 할까.
‘차라리... 영약을 만들까?’
투기장의 마차에 금방 흥미를 잃은 강현은 다시 사색에 빠졌다.
이 세계의 모든 약초와 제작법을 알고 있다.
마나를 늘려주는 영약쯤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재료비가 문제지만 돈이라면 다른 약을 팔아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마나가 거부하지도 못할 텐데.’
외부에서 마나를 들여오는 것이 아닌, 내부에서 증폭시키는 거라면 오히려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걸로는 안돼.’
영약은 복용할 때마다 그 효력이 급감한다.
영약으로 지금 당장 마나를 늘릴 수도 있지만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는 이상 완벽한 해결법이라 할 수 없다.
하아, 강현이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케르륵, 케륵!!”
“야, 야!! 저 놈 잡아. 빨리!!”
그의 등 뒤에서 고블린 특유의 섬뜩한 울음소리와 한 남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순간 강현의 머릿속에 한 기억이 스쳤다.
한스 투기장.
그 투기장의 주인인 한스가 감옥에 1주일 동안 갇혔다는 이야기.
왜 감옥살이를 했었는가.
새벽에 몬스터를 운송하던 중, 고블린 한 마리가 우리에서 빠져나와, 한 평민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상황이 강현에게 다시 일어난 거였다.
“야, 도망가!!”
얼굴이 창백해지다 못해, 완전히 하얀색으로 질린 한 남성 한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분명 최종 점검 때까지만 해도 고블린을 가둬둔 우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에서 탈출했다는 말인가.
고블린을 포획하기 위해 고용했던 모험가들이 고블린을 저지하려고 달려들었지만 거리가 벌어져있는 상태였다.
한스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걸 느꼈다.
혹시라도 저 꼬마애가 상처라도 입는 날엔 형벌을 면치 못할 것이 분명했기에.
[스킬: 2 위계 불 속성 마법, 화염의 화살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한스의 걱정과는 달리.
슈욱,
공기를 관통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 불꽃이 이글거리는 마법의 화살이 고블린의 인중을 관통했다.
‘도망은 무슨.’
고작 최하급 몬스터인 고블린이 무섭다고 도망치기엔 강현은 이미 2 위계 마법사였다.
“괜찮으십니까?”
마법을 사용하여 고블린을 처치한 뒤, 고블린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오던 2명이 강현의 앞에 서서 물었다.
가슴팍에 모험가 길드의 브러치를 달고 있는 걸로 봐서는 투기장에서 고용한 모험가겠지.
“괜찮습니다.”
“아이고... 꼬마야, 괜찮니? 어디 다친 곳은 없고?”
발랑 까진 머리와 툭 튀어나온 배, 덥수룩한 턱수염의 남성, 한스가 강현에게 물었다.
“미안하구나. 이 아저씨가 실수한 탓에 위험해질 뻔했어.”
“괜찮습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하아... 괜찮다니 다행이구나. 분명 관리인들이 점검했을 텐데, 면목이 없어.”
크게 안도한 한스는 강현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고 강현도 멀쩡한 상태였기에 불만은 전혀 없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마법을 사용하다니, 혹시 귀족가의 자제분이니?”
한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투기장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렸다고는 하나 결국 평민.
귀족가의 자제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무슨 벌을 받을지 모른다.
암살 미수로 사형까지 당할 수도 있다.
“아닙니다.”
“그렇구나. 그래, 이건 아저씨가 미안하다는 뜻으로 주는 용돈이란다, 부모님하고 맛있는 거라도 사 먹어라.”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한스가 금화 한 닢을 꺼내어 강현에게 건넸다.
‘이 만큼이나?’
금화 한 닢이면 4인 평민 가족이 1년 동안 생활할 수 있는 돈이다.
“돈은 괜찮습니다. 이 일은 비밀로 해드릴 테니 걱정하시 마시죠. 말하지 않았습니까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라고.”
8살 자리 꼬마한테 입막음비의 목적으로 준 것은 아닐 테고.
내 마음을 누그러뜨리려 하는 걸까.
“하하... 그래 준다면 고맙겠구나. 그래도 받아주면 좋겠는데.”
한스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고작 7살에서 9살 사이로 보이는데 말하는 것에서 세월이 느껴지는 듯한 위화감을 느꼈던 것이다.
“괜찮습니다. 스승님께서 재물에 욕심을 가지지 말라고 알려주신 터라.”
“오오... 그렇구나. 그럼 혹시 이름이라도 알려주겠니? 언제든지 나의 투기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이름... 이강현이라고 합니다.”
“이강현... 설마, 그 푸스탄트님의 제자?”
“예, 맞습니다. 알아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군요.”
하하, 강현이 가식적인 웃음소리를 내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푸스탄트의 제자라는 알려줄 때마다 상대의 태도가 바뀌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해했다.
그래도 투기장 무료 관람권의 유혹은 거부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한스 그에게서 느껴지던 위화감을 납득했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던 작은 체구의 모험가가 몸을 움찔 떨었다.
“푸스탄트님의 제자를 이곳에서 뵙다니, 이것 참, 영광이군요.”
“하하, 예. 다음에 스승님을 모시고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시간이 늦어져서.”
“아, 예예, 그렇죠. 오늘 일은 죄송했습니다. 살펴 들어가시죠.”
“그럼 안녕히.”
강현은 한스와 모험가들에게 인사를 한 뒤, 푸스탄트의 집으로 돌아갔다.
“강현씨...”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던 모험가. 레이가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
다음날, 강현은 명상 도중, 내면세계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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