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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1화 (11/148)

〈 11화 〉 마법 수련(2)

* * *

평범한 사람들이 마법사가 되기 위해 족히 5년은 투자하는 마나 감지와 서클 생성, 마나구 생성을 단 3시간 만에 성공했다.

거기에 더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마나구는 아름다운 구체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손 위로 마나를 뭉치기만 해도 만족하고도 남는 결과였을 것이 분명한데 이 정도라니.

“이제 여기서 어떻게 하면 돼?”

“잘 보고 따라 해 보거라.”

푸스탄트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바닥 위로 푸른색의 마나가 뭉치기 시작하더니, 강현이 만든 것과 똑같은 마나 구가 생성되었다.

“다음 단계인 방출, 가장 기본적인 매직 미사일부터 시작해보자꾸나.”

푸스탄트의 손 위에 형성되어 있던 푸른색의 마나구가 방출되어 바로 옆에 서 있던 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나무의 중앙이 원형으로 움푹 파였다.

[0 위계 무 속성 마법, 매직 미사일을 습득 중입니다.]

[100%]

[새로운 스킬: 매직 미사일을 습득하였습니다.]

“매직 미사일은 마법의 기본이 되는 마법으로, 술식의 구상력과 제어력을 익히지 못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지.”

“이렇게?”

[스킬: 0 위계 무 속성 마법, 매직 미사일을 사용했습니다.]

강현의 손 위로 응축되어 있던 마나구가 사출 되었고 푸스탄트가 맞춘 나무를 정확히 타격했다.

“완벽하구나.”

푸스탄트는 흡족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매직 미사일이었다.

마나를 끓어 올리고 응축, 사출 하는 일련의 과정들 속, 군더더기라고는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매직 미사일을 처음 사용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수준급의 마법사들이 강현을 본다면 최소 정식 마법사급이라고 생각하리라.

푸스탄트가 생각했다.

“뭐, 생각보다 쉬운데? 그냥 쏘면 되는 거잖아.”

강현은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피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접어 총 모양을 만들었다.

“빵, 빵.”

[스킬: 0 위계 무 속성 마법, 매직 미사일을 사용했습니다.]

[스킬: 0 위계 무 속성 마법, 매직 미사일을 사용했습니다.]

그가 총소리를 입으로 낼 때마다 엄지손가락에 생성된 마나 구가 총알처럼 사출 되었다.

“개쩐다.”

자신이 하고도 놀란 강현.

짜릿하다.

판타지 세계 속으로 들어왔음에도 손가락 빨면서 구경만 했던 마법들.

이제는 그 손가락에서 마법이 발사되는데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년간의 튜토리얼 세월이 아깝지 않았다.

“할아버지, 빨리 다음 마법...”

꼬르륵.

“... 마을로 가서 밥부터 먹자.”

강현은 현재 6살짜리의 남자아이인 상태다.

이 허기짐의 초인종 소리는 어린 몸 때문이다.

강현은 그렇게 정신 승리했다.

“그러자꾸나.”

강현은 푸스탄트와 함께 레드 보어를 가지고 마을로 돌아갔고 마을에서는 레드 보어의 고기를 이용한 잔치가 열렸다.

카운 공작령, 세이브리스 지부의 모험가 길드 숙소 401호실.

모험가 길드장, 요한 윌은 적발 적안의 소녀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2 일정 도 밤낮으로 기다렸을 때.

“... 으읏...”

“일어났냐?”

무리한 검기의 사용으로 기절해있던 레이가 드디어 깨어났다.

“여긴... 길드 숙소.”

“맞아. 기억나지? 대련하다가 갑자기 기절한 거?”

레이가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네가 기절한 탓에 곧장 여기로 옮겨왔어, 참고로 간호하느라 고생한 건 나다? 잊지 말고.”

레이는 주변을 살폈다.

전생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목을 노리는 암살자들과 모험가, 용병, 기사들이 즐비했다.

수면에서 깨어날 때마다 주변을 살피는 것은 그녀의 오랜 버릇이었고 회귀한 이후에도 버릇은 쉽게 버리지 못했다.

“이 방안에는 나 밖에 없으니까 안심해.”

“요한.”

“응? 맞아 내가 요한이야, 이 길드 대빵.”

익숙한 체격과 항상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대검.

얼굴 중앙에 횡으로 새겨진 깊은 흉터까지.

레이가 기억하고 있던 그대로였다.

10년 후의 당대의 검성이 되는 요한 윌.

“꼬마야, 너 몇 살이냐?”

좋게 말하면 친근한, 나쁘게 말하면 가벼운 성격까지 완전히 똑같았다.

“... 6살.”

“어리네, 어려. 그것도 엄청.”

2일 전의 대련을 떠올렸던 요한은 감탄했다.

고작 6살의 어린 소녀가 검기를 사용했다는 건 보통의 일이 아니기에.

제1대 검성조차 10살 때부터 검기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이름은?”

“레이... 성은 없어요.”

“레이... 음, 예쁜 이름이네. 그런데 검은 어디서 배운 거야? 네가 쓴 검기라는 거,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닌 건 알지?”

레이는 고개를 끄덕여 요한의 말에 동의했다.

검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니까.

“몰라요. 그냥 쓸 수 있었어요.”

레이는 뻔뻔하게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과거로 회귀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

“으흠... 그래?”

뭔가 구린 게 분명히 있다.

도망친 노예.

6살짜리 검기 사용자.

적발 적안.

얻을 수 있는 키워드를 아무리 조합해도 그럴싸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지만.

아무래도 이 꼬마한테서 뭔가를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그렇기에 요한은 본론으로 넘어가고자 했다.

“뭐, 너도 말이 안 된다는 건 알테지만... 말할 생각은 없어 보이니까 묻진 않을게. 것보다 너한테 투자하라고 했지? 무슨 투자?”

“모험가 시켜주세요.”

“으음... 역시 그건가?”

모험가 같은 건 얼마든지 시켜줄 수 있다.

구린 게 있든 없는 6살에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하늘이 내린 재능의 소유자다.

자신의 지부의 모험가로서 활동해준다면 길드 실적도 당연히 늘고 요한, 자기 자신의 이득으로도 연결된다.

그리고 레이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렇게 당당히 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모험가가 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문제였다.

“모험가는 왜 되고 싶은데?”

요한의 질문에 레이는 침묵했다.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무언의 대답이었다.

“미안하지만 그걸 알아야지 모험가를 시켜주든 말든 하지. 네가 막,”

크아앙.

요한이 레이를 향해 괴물 흉내를 냈다.

하지만 차갑게 내려앉은 눈은 아주 미세한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요한은 뻘한 마음에 헛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애들은 이런 장난 좋아하던데.’

조금 억울했다.

“흠흠,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쁜 목적을 지닌 걸 수도 있잖아? 그냥 편하게 말해. 거지 생활에서 벗어나고 노예의 각인을 지우기 위한 돈이 필요하다던가, 명성을 쌓고 싶다던가. 응?”

“...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만나야 할 사람? 그게 누군데?”

“푸스탄트...”

“푸스탄트... 아, 그렇구나. 그렇게 된 거였어.”

레이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들은 요한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대의 성인군자라 칭송받는 그에게 은혜를 받은 자들은, 자신을 용서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받은 것에 보답하겠다고 일자리를 찾아 모험가 길드로 자주 찾아왔었으니.

모험가가 되고자 하는 거지나 도적, 산적, 범죄자들의 흔한 모험가 지망 동기였다.

“그의 제자인 이강현을 만나고 싶어서요.”

“이강현? 그 흑발 흑안 남자애?”

“알고 있으신가요?”

“응, 당연히 알지, 흑발 흑안이 흔한 건 아니라서. 저번에 수도에서 한번 만났었어.”

어린놈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애늙은이 같던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애.

요한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남자애를 만나야 한다고? 푸스탄트가 아니라?”

“... 네.”

역시 이 세계에 강현이 있다.

레이는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오로지 그를 생각할 때만 느낄 수 있는 낯설지만 기분 좋은 심장박동이었다.

“오호... 그렇구먼, 그거네, 그거.”

요한이 레이를 바라본 채,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레이는 참 기분 나쁜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이거지? 내가 또 눈치 하나는 백단이거든.”

요한이 주먹은 쥔 채로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펴 레이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연인을 표현하는 손 모양.

레이는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함을 느꼈다.

“아, 아니에요. 저는 그럴 자격 없는 걸요...”

“으음... 뭐, 사정이 있나 보네. 어쨌든 한창 좋을 때지, 파릇파릇한 청춘이네.”

6살짜리 꼬마한테 청춘이라는 말이 과연 어울리는 걸까.

레이는 생각했지만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회귀한 순간부터 그를 위해 살기로 다짐한 레이였다.

그의 검과 방패가 되고자 했지만 연인이라...

죄인이자 그의 원수였던 자신이 과연 그런 관계를 꿈꿔도 괜찮을 걸까.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레이의 양심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푸스탄트님네 제자라면 칸트루스 자작령 변방에 있는 마을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마을에 역병이 돌아서 정화하러 갔다 하더라고?”

“그런가요?”

“생각보다 무덤덤하네? 그렇게 간절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가서 만날 수도 있잖아? 돈 필요해?”

“아뇨. 지금 만날 수는 없어요.”

지금 만나서는 안된다.

백작가의 기사에게 당해 죽어가던 그와 약속했다.

속죄하는 삶을 살겠다고.

모험가가 되어서 속죄를 위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당연히 그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의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한 삶을 살 거다.

“뭐... 네가 그렇다면야. 더 멋진 사람이 돼서 고백할 생각?”

장난스럽게 묻는 요한의 말은 레이는 무시했다.

“그래서 모험가, 시켜주실 수 있나요?”

“응, 당연하지. 내가 완전 엘리트코스로다가 쫘악, 투자해줄 테니까.”

요한은 과장된 몸짓으로 손을 펼치며 말했다.

“그리고 사랑도 얻어야 하잖아.”

“아니라고요.”

“크크... 그래그래. 몸은 좀 어때? 상급 체력 포션도 먹여줬는데, 비싼 거라고?”

“... 멀쩡해요.”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한 레이가 말했다.

“그럼 이제 일어나. 노예상부터 찾아가자.”

노예.

그 말은 들은 레이는 순간 심장이 철렁였고 요한을 노려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적대감이 서려있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노예 각인도 안 지우고 모험가를 할 생각이었어? 그러다가 잡혀가면 어쩌려고.”

“아... 죄송해요.”

오랜 시간 동안 노예 각인을 지닌 채 살아간 레이였다.

노예 각인이 있다면 노예상으로 언제든지 다시 잡혀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만 잊어버렸다.

핏빛 칼날이자 검귀였던 그녀를 도망 노예라는 이유로 잡아가다 노예상에 팔 생각을 하는 이는 아예 없었으니.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속죄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노예 각인을 지우는 게 필수였다.

“일단 그것부터 지우고 모험가 등록하자. 돈은 내가 낼 테니까 나중에 갚아라?”

요한이 장난스럽게 말했고 레이는 계산을 시작했다.

어린 노예 소녀의 몸값은 보통 금화 한 닢과 두 닢 사이.

“열 배.”

“응?”

“열 배로 갚을게요.”

레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검기 사용자인 그녀에게 금화 한 닢과 두 닢은 작은 돈에 불과했으니.

“뭐... 맘대로 해라.”

농담 삼아했던 말이었을 뿐이다.

요한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노예상에 도착한 레이는 노예의 각인을 지우며 생각했다.

‘강현 씨... 곧 찾아뵐게요.’

당신과의 약속을 지킨 채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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