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겜 속 중간보스와 히로인들이 내게 집착함-1화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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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신은 죽고 악마는 운명을 가지고 장난치기 시작한다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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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하던 성인용 게임이 있었다.

한 게임 사이트에 올라온 검과 마법, 중세, 아카데미가 섞인 판타지 물로, 아는 사람들만 즐기던 게임.

인디 게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자유도와 게임의 수준을 초월한 맵의 크기는 한 대륙을 그대로 옮긴 것만 같았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아름답고 멋진 모델링으로 사람들을 매혹시켰으며, 탄탄한 스토리와 셀 수도 없이 많은 콘텐츠들은 도저히 질릴 틈을 주지 않았다.

물론 떡신 또한 일품이었고.

이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야동을 본 적이 손에 꼽는다.

플레이시간: 4602.8

도전과제: 512/611

마지막 플레이: 방금 전

아침에 눈을 뜬 뒤, 알바시간이 되기 전까지 6시간 정도 플레이하고 게임을 종료했다.

오늘은 무려 거지 캐릭터로 시작해서 왕국의 제2 왕녀와 결혼한 기념비적인 날.

스크린 샷과 함께 일차면 플레이 일기와 비틱질 좀 하려고 커뮤니티에 접속할 때.

약간의 현기증에 눈을 감았다 떴더니 이 세계로 와있었다.

3일 정도 걸렸을까.

갑작스러운 이세계 환생에 당황한 강현이 상황 파악을 하기 전까지는.

강현은 골목길의 어린 거지로 태어났고 그가 즐겨하던 야겜, 페론티아 온라인 속 세계로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엔 기대했다.

게임 속 이세계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세계 특전이라던가, 스탯창이라던가, 자신을 거두어주는 아리따운 귀족집 영애가 있을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기 때문에.

그런데 기대는 강현을 배신했다.

이세계 특전은 무슨.

그보다 어린 꼬마 거지 무리들에게 처맞았다.

구걸로 받은 동화 두닢을 내놓으라고.

하늘에 대고 상태창, 정보창, 스텟 창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다른 거지한테 욕이나 배 터지게 먹었다.

그리고 귀족집 영애가 골목길에서 노숙하는 거지를 뭐하러 거둬주겠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현은 거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저분해졌고 머리는 떡졌으며 몰골을 점점 앙상해져만 갔다.

1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굶주림으로 인해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어 허기라는 어마 무시한 고통이 그를 덮쳤다.

결국 그는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일자리를 구해보려 했다.

하지만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어린 꼬마, 거기에 꼬질꼬질하기까지 한 거지를 채용하려 하지 않았다.

거지를 채용했다가 가게의 물건을 훔쳐 도망가는 일이 이 세계에서는 허다했기 때문에.

결국 그는 범죄를 저지르기로 했다.

굶어 죽고 싶지 않아, 도둑질에 손을 대기로 했다.

평생 문방구 100원짜리 불량식품도 훔친 적 없는 그였지만 상황이 그를 더욱 몰아붙였다.

그리고 어느 순백의 눈이 내리던 날, 딱 봐도 잘 살 거 같이 생긴 한 늙은이가 강현이 살던 마을로 찾아왔다.

사람들은 그를 무슨 성인군자라고 칭송하며 환영했고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자신이 대접하려 안달이었다.

자신에게는 보여준 적 없던 따듯함.

그 따듯함에 분노한 강현은 그의 돈을 훔치기로 했다.

늦은 밤.

성인군자가 머무는 집에 몰래 잠입하여 그가 잠든 방 안으로 들어가 그의 가죽 주머니를 뒤졌다.

금화 한 닢.

하루 종일 구걸해도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던 동화 한 닢보다 무려 일만 배는 비싼 화폐였다.

수없이 많은 금화 중, 딱 한 닢만 훔치려 했을 때.

“누구냐!”

집주인에게 걸려버렸다.

이 세계에서 거지와 노예의 인권 따위는 밭을 가는 소만도 못하다.

촉법소년이라는 개념도 전무하고 법이 내 생명을 지켜주지도 못한다.

강현은 좌절했다.

굶주려 죽는 것을 피하기 위해 했던 도둑질이 되려 자신의 생명을 앗아가는 원인이 될 것이니.

“무슨 일이신지요...”

그때, 잠에서 깨어난 성인군자.

그는 차분히 주변을 살피며 상황을 파악했다.

“푸스탄트님, 그게 이 놈이 도둑질을 하려 했던 걸 붙잡았습니다.”

“... 그 아이를 놔주시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이 아이는 제가 직접 훈계할 테니 그 쯤에서 용서해주시지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무, 무슨... 사과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하아...”

결국 푸스탄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성인 남성이 붙잡고 있던 나를 놓아주고는 방에서 나갔다.

“아이야, 대답해봐라. 너는 어찌 남의 것을 탐하려 들었던 것이냐.”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은 본 강현은 푸스탄트에게 대답했다.

굶어 죽기 싫어 억지로 먹었던 뒷골목의 쥐와 바퀴벌레가 너무나 역겨워서.

추위가 찾아오는 밤마다 아침에 눈을 뜨길 바라며 잠에 드는 것이 두려워서.

사람들이 차가운 시선이 괴로워서.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서.

“도둑질을 하여 많은 돈을 얻게 된다면 너의 삶이 평범해질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건 일시적일 뿐이 아니더냐.”

강현도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고자 했던 그였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말하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네 손에 쥔 것을 펼쳐보려무나.”

손에 금화 한 닢이 있었다.

“많은 금화 속에서 겨우 한 닢이라. 최소한의 양심인 것이냐.”

대답하지 않았다.

부끄러웠기에.

“이걸 받아가라. 그걸로 주린 배를 채우고 따듯한 곳에서 잠에 들어라. 그리고 다시는 하늘에 부끄러운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 떳떳한 사람이 되는 거다.”

그는 많은 금화가 담겨있던 가죽 주머니를 강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강현은 그에게 물었다.

고작 거지에 당신의 물건을 훔치려 했던 자신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냐고.

“어려운 이를 돕는 것은 하늘이 내게 점지해준 운명, 이 세상 모든 이를 도울 수는 없지만 내 앞에 이렇게 나타나 살고자 발버둥 치는 너를 돕지 않는다면 내 운명을 거스르는 것이지.”

그는 이렇게 큰돈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내어준다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일인 듯이 대답했다.

“이만 돌아가 여관을 잡아라. 곧 여관의 문이 닫힐 시간이 아니더냐.”

그 길로 강현은 여관에 돈을 내고 방을 구했다.

현대에서 먹던 것에 비해 턱없이 허접하지만 따듯한 수프와 폭신한 빵을 먹고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밤을 새워서 오랜 고민에 빠져있던 강현은 곧장 푸스탄트가 머문 집으로 찾아가 그를 만나 가죽 주머니를 돌려주며 말했다.

“그 하늘에서 점지해준 운명,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그의 앞에 엎드려 절하며 청했다.

이 세계 특전도, 스텟 창도, 귀족가 영애도 없었지만 그 대신 하늘은 내게 그를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십여 년간, 그를 따라 세계 곳곳을 부랑했다.

성인군자이자 모든 국가에서 원하는 명의였던 푸스탄트는 병든 자를 치료해주고 굶주린 자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었다.

어릴 적, 문상을 받기 위해 찾아갔던 교회에서 얼핏 들었던 예수님이 떠오르는 사람이었다.

마을의 역병을 치료하고 늙은 몸으로 거대한 몬스터들을 배어넘겼으며 마법으로 불태웠다.

강현은 그의 밑에서 약초학과 의술을 배우며 그를 보조하여 사람들을 돕는 삶을 살았다.

다행히도 강현에겐 여지껏 몰랐던 이세계 특전이 존재했다.

그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약초들과 짐승, 몬스터의 부산물들의 효능과 제련법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

그의 밑에서 배운 지 약 1년 만에, 제약에 관해선 푸스탄트를 뛰어넘었다.

판타지 세계인만큼, 검과 마법에도 흥미를 가졌지만 재능이 아예 없었기에 포기해버렸다.

약장사를 시작하면 떼 돈을 벌 수 있음에도 계속 푸스탄트와 여행 세계를 부랑했다.

이 세계 곳곳을 살펴보고 싶었으며 푸스탄트가 자신을 용서해준 운명이라는 것이 궁금했기에.

선행을 행하는 것도 적성에 맞았고.

물론 모든 것을 용서하고 기회를 주는 푸스탄트가 맘에 들지 않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가 좋았다.

강현에겐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으니.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핏빛 칼날이라 불리던 유명한 뒷 세계의 용병이자 강현이 즐겼던 야겜의 중간보스.

그 핏빛 칼날에게 푸스탄트가 암살당했다.

그는 강현에게 뒤를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고는 눈을 감았다.

그는 푸스탄트와 다르다.

자신 목숨을 노린 이들을 살려주고 갱생할 기회를 줄 만큼 선하지 않다.

하지만 그의 제자로써, 그가 나를 아들이라 불러줬기에, 그의 발자취를 따르는 인생을 살아갔다.

그리고 눈이 내리 던 어느 날.

“하아... 으윽...”

거적때기 같은 로브를 뒤덮은 여인이 눈밭을 붉게 물들이며 웅크러져 있었다.

피부 곳곳이 움푹 파여있고 손톱과 발톱이 빠져 있었으며 얼굴이 녹아내린 여인이 고통에 신음하며.

눈이 내리는 날이 좋다, 아니.

좋았었다.

잿빛으로 보이던 건물들이 순백의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고 있을 때, 그녀는 마치 선물처럼 내 앞에 나타나 어두웠던 내 세계를 밝은 팔레트로 칠해주었다.

비루한 삶이었다.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남의 것을 훔쳤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발가락을 핥았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했다.

이 시대의 성인군자라 칭송받던 자를 무참히 살해했다.

그로 인해 상단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자산가의 의뢰를 받았기에.

노예와 마약을 닥치는 대로 팔아치웠다.

고작 노예의 신분에 불과한 내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기에.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동료들을 배신했다.

적의 수장이 동료들을 바친다면 나를 노예로 거둬들여 살려준다 하였기에.

노예들과 합심하여 수장을 처리했다.

나를 믿고 따르던 동료를 미끼로 삼아서.

결국 도망자가 되어 전 대륙을 돌며 도망치던 중, 겨울이 찾아왔다.

터를 잡지 못한 나는 굶은 채로 땅바닥에서 차갑게 죽어가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 비루한 삶을 연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까지 쌓아온 죄가 너무나도 후회스러웠기에.

더 이상 죄를 지어서 연명할 바엔 그냥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죽기로 했다.

죄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당신이 핏빛 칼날이신가요. 대륙 최강의 검, 검귀라 불리시는.’

추위가 따듯하게 느껴지고 점점 노곤해져 눈이 감기기 시작할 때, 자신이 입고 있던 가죽 망토를 내 위로 덮어주며 처음 보는 여인이 내게 물었다.

‘저를 위해 싸워줄 검이 되어주세요. 저를 지켜주실 방패가 되어주세요.’

그 뒤로 나의 삶이 달라졌다.

더 이상 길거리에서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길 빌며 잠에 들지 않아도 됐다.

굶주림이 찾아오는 식사시간이 찾아올 때면 영양분을 얻을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초라한 거적때기 대신 동화 속 공주님 같은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더 이상 더러운 일을 하지 않아도, 손에 피를 묻히지 않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행복한 나날이었다.

앞으로는 참회를 위해 살아가겠다는 결심이 생길 정도로.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이었다.

백작가로 찾아온 자작가의 장남에게 고백을 받았다.

거절했다.

나는 검이며 방패다.

연애에 할애할 시간이 없었으며 자신을 거둬준 은인이 자작가의 장남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 후로 내게 불행이 여태껏 밀린 이자까지 합쳐져 돌아왔다.

사랑하는 이의 사랑을 빼앗긴 그녀는 돌변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구타했으며 폭언, 폭설을 서슴치 않았다.

얼굴이 아름다워서 그의 마음을 도둑질한 것이라며 내 얼굴에 기름을 부은 채 불을 질렀고 손톱을 뽑고 이빨을 뽑으며 피부를 도려내는 고문을 매일같이 행했다.

새로운 삶을 얻은 만큼 선한 삶을 살고 지난날들을 속죄하기 위해 하루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다시금 시련대에 오른다는 말인가.

지난날들의 죄에 대한 심판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결국 이대로 가다간 죽을 운명이란 걸 깨달은 나는, 도망치기로 결정했고 운 좋게 기사들의 추격을 따돌려, 도주할 수 있었다.

순백의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던 세계는 다시금 잿빛으로 물들어갔다.

성탄절에 신은 죽었다.

“무, 무슨...! 괜찮으세요...?!”

내 위로 가죽 코트가 덮였다.

마치 2년 전 그날이 떠오르는 순간.

신이 죽고 악마는 내 운명을 가지고 장난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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