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104화 (104/120)

우리들의

드드드드드―!

선공은 남도윤의 것이었다.

놈의 전신을 더 진하게 일렁이는 붉은빛과 놈의 주변에 위성처럼 자리 잡는 부유물들.

가로수, 차량, 예대 건물의 잔해물들이 일제히 목표를 폭격했다.

쿵―! 쿠웅―! 쿵―!

다량의 흙먼지를 일으키며 공터를 헤집는 인위적인 운석들.

난 가벼운 뜀박질로 폭격지점을 벗어나며 남도윤을 응시했다.

생각 이상의 아주 여유로운 회피에 더 선명해지는 붉은빛.

콰아앙―!

조금 전까지 내가 딛고 있던 땅을 무자비하게 내리꽂는 차량을 관찰하며 놈의 능력을 가늠했다.

‘왕’이라는 나와 비슷한 속칭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생각보다 여전한 출력.

백성이라 할 수 있는 캠프원들과―

영토라 할 수 있는 북측 단과대를 대부분 빼앗겼으면서도 놈과 처음 조우했을 때 보았던 능력의 파괴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애초부터 쉽게 올릴 수 없는 남도윤만의 전용 스탯이 존재하고, 그 하이리스크에 맞는 하이리턴을 지금 받고 있는 것이거나―

혹은 분노에 잠식되어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무리를 하고 있는 중이거나.

쐐애애애액―!

계속해서 한발 먼저 폭격을 회피하는 내게 들려오는 은밀한 파공음.

머리를 살짝 비튼 나를 스쳐 지나가는 날카로운 철근에 남도윤의 눈알에 새겨진 핏발이 더 넓게 번져갔다.

그 두 가지 가능성 중 어느 것이라도 대세에 큰 영향은 없다.

우우웅―!

공터를 울리는 가동음과 함께 오른손에 이어 왼손마저 앞으로 내뻗는 남도윤.

드드드드드드―!

놈의 부르르 떨리는 양손에 감응하듯 내 주변의 공터가 함께 공명했다.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내디뎌야 하는 땅 자체를 조종하겠다는 얄팍한 술수.

쩌저저적―!

허나, 지진이라도 난 듯이 갈라지고 있는 지반에도 위를 응시했다.

두 팔을 뻗고 조금 더 위를 부유하며 자연스레 거리를 조절하는 남도윤.

오직 저것만이 유일한 문제였다.

결국 땅을 딛어야 하는 나와 공중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남도윤.

이능력의 카운터 격인 이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에게 닿아야 그 능력을 발휘하는 부분 무능과 거리 유지에 탁월한 효율을 가진 염력 계열의 능력.

이 거리감을 돌파해야 백군의 왕을 처리할 수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귀찮게 앵앵거리는 날벌레를 붙잡는 일.

그 방법으로 내가 생각해낸 해결책은 아주 간단했다.

스스로 멀리 날아갈 생각이 없게 만드는 것.

“뒤져어어어어―!”

오직 나를 죽여버릴 생각만 가득할 남도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포효했다.

드드드드드―!

놈의 주변에 위성처럼 부유하던 잔해물들이 부르르 몸을 떨며 진동했다.

목표물을 재조준한 뒤 빛살처럼 바닥에 내리꽂히는 잔해물들.

쿠우웅―! 쿠웅―!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키는 운석들을 피해 내디딘 땅이 갑작스레 위로 솟아올랐다.

쿠르르르― 기나긴 공명음을 토해내며 땅을 딛고 있던 나를 위로 운반하는 지반 덩어리.

난 기다렸다는 듯 내게 쏘아지고 있는 철근 다발을 발견하곤 빠르게 바닥을 박찼다.

푸부부북―!

내가 사라지자마자 지반 덩어리를 꼬챙이로 만들어버리는 철근 다발들.

이미 엉망으로 헤집어진 땅바닥을 내디디며 들리지 않는 욕지거리를 내뱉는 남도윤의 입 모양을 응시했다.

“야아― 남도유우운―!”

그 순간, 크고 작은 굉음으로 가득 찬 공터를 울려대는 또 다른 목소리.

푸른빛이 맴도는 목검을 들고 달려오는 성준기가 시야에 담겨왔다.

공중에 부유하는 남도윤과 모종의 시선을 주고받으며 내게 돌진해오는 푸른 기운.

‘검’에 관련된 능력일 확률이 높았지만, 아직은 단정 지을 수 없는 새로운 이능력자의 개입.

“드디어 만났네, 이 씨발 새끼야―!”

허나, 난 그 기세등등한 살기에도 삐죽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꾹― 눌러 참았다.

탁―! 탁―! 탁―!

성준기가 바닥을 박찰 때마다 큼지막하게 줄어드는 거리감.

난 손에 들고 있는 쇠 파이프를 성준기를 향해 내던졌다.

텅―!

“……지랄하네―!”

같잖은 웃음과 함께 날아드는 쇠 파이프를 목검으로 내리치는 성준기.

난 놈의 목검 질에 핑그르르― 땅에 내팽개쳐지는 쇠 파이프를 지그시 관찰했다.

푸른 기운과 충돌한 후에도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쇠 파이프.

내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베기’ 관련 능력이 아닌 것을 확인하던 와중 어느새 지근거리에 다가온 성준기가 다시 목검을 휘둘렀다.

쐐애애액―!

강맹하게 바람을 짓누르며 치켜들어오는 상단 내려 베기.

있는 잠력이란 잠력은 다 끌어당긴 내려치기를 끝까지 응시하며 어깨를 비틀었다.

“…….”

한 끗 차이로 나를 타격하지 못한 목검 질에도 서로 교차하는 시선에서 성준기의 웃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타격에 실패했다는 걸 깨닫자마자 목검을 쥐고 있던 양손을 그대로 놓는 성준기.

우우웅―!

조금 멀리서 들리는 가동음과 함께 밑으로 내려치고 있던 목검이 스스로 방향을 선회했다.

쐐애애애액―!

내려치기에서 순식간에 내 머리를 노리는 올려치기로 변하는 검술.

난 허리를 뒤로 쭉 당기며 염력이 조종하는 목검을 피했다.

더는 여유로운 회피가 불가능한 불안정한 자세.

턱―!

아직 몸의 균형을 회복하지 못한 내 머리 위로 다시 양손을 맞잡는 소음이 들려왔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성준기의 완벽한 상단세.

허공을 움켜쥐고 있는 성준기의 양손으로 자연스레 빨려 들어가는 그의 목검.

“춤추냐, 병신아―?”

성준기의 이죽거리는 놀림에 작게 눈썹이 꿈틀거렸다.

퍼억―!

성준기가 검을 내려치기 전에 놈의 상체를 먼저 발길질로 밀어댔다.

쐐애애애액―!

놈의 상체를 발판으로 뒤로 밀려나자마자 그곳을 짓누르는 살벌한 파공음.

“……이 씨발 새끼가―!”

난 젖혔던 허리를 곧추세우며 경박한 욕설을 내짓는 성준기를 바라보았다.

촐싹맞은 입에 비해 너무나도 정돈된 몸짓으로 목검을 거두는 성준기.

전문가 특유의 ‘태’가 나는 검술과 놈의 전신에 일렁이는 푸른빛을 번갈아 관찰했다.

퍼어어억―!

성준기를 관찰하던 도중 내 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울리는 충격음.

난 그 소리를 좇아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푸스스스스―

공중에서 서로 있는 힘껏 부딪쳐 부서지고 있는 두 개의 흙덩어리 뭉치.

그 충돌에 자욱하게 일어난 흙먼지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듯 직선으로 내게 내리꽂혔다.

순식간에 시야 전체를 가리우는 흙먼지.

투두두둑―!

그리고 주변 대지에 소나기처럼 내리우는 흙뭉치와 돌덩어리들.

시야와 청각을 동시에 교란하는 환경에 남도윤과 성준기가 보지 못할 잔웃음을 흘렸다.

툭―!

여전히 청각을 교란하는 소나기 도중에 등 뒤에서 울려대는 소음.

다른 소음들과는 확실히 다른 선명함에 빠르게 등을 돌렸다.

그런 내 시야에 걸려 오는 큼지막한 돌덩어리이자 미끼.

쐐애애애액―!

남도윤의 미끼를 문 내 등 뒤로 목검의 맹렬한 파공음이 젖혀 들었다.

난 서둘러 몸을 돌려 흙구름을 해치고 일점으로 쏘아지는 목검의 찌르기를 피했다.

심장을 찔러 들어온 찌르기를 피하느라 또다시 무너진 균형.

내 자세를 흩트린 목검이 흙먼지를 가르며 위로 솟아올랐다.

목검을 따라 올라간 시선에 담겨오는 공중에 떠 있는 지반 덩어리와 그곳에서 낙하하고 있는 성준기.

이미 피할 수 없는 지근거리에 접근한 성준기와 뒤로 쭉 뻗은 놈의 양손에 자연스레 안착하는 목검.

쐐애애애액―!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내게 젖혀 드는 내려치기에 성준기의 입에 만연한 미소가 보였다.

머리를 목표로 내려 찍혀오는 목검을 막으러 올라오는 왼손을 바라보며 더 진하게 호선을 그리는 놈의 입가.

난 그 미소에 더 환한 미소로 답하며 들고 있는 왼손을 유지했다.

퍼어어억―!

목검과 내 왼손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굉음.

난 부서지는 나무 파편들과 함께 천천히 입을 벌리는 성준기를 바라보며 오른손을 뻗었다.

누구나 공격을 피하려 노력하는 상대방을 본다면 공격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나 공격을 피하려 노력하는 상대방을 본다면 그 공격이 유효한 타격을 줄 거라 믿는다.

턱―!

“케흑―!”

하늘에서부터 내려와 단번에 내게 목을 붙잡힌 성준기.

“……준기야아아아―!”

흙먼지를 거둔 남도윤이 바랬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경악했다.

우우웅―!

부서진 채 허공을 나풀거리던 목검 조각들이 일제히 솟아올라 내게 쏘아졌다.

난 가볍게 손을 흔들어 내게 목이 졸리고 있는 성준기를 방패로 내밀었다.

────.

성준기의 몸통 앞에서 부르르― 떨며 멈춰서는 나무 조각들.

“……케륵―! 끄르륵―!”

다리를 아등바등 흔드는 성준기 너머로 활화산처럼 붉게 달아오른 남도윤과 시선이 마주친다.

난 놈을 향해 밝게 웃으며 다리를 내질렀다.

끄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악―!”

비정상적인 각도로 뒤틀리는 성준기의 다리와 졸린 목을 뚫고 뛰쳐나오는 처절한 비명.

“이 씨발― 이 미친 새끼야아아아아―!”

남도윤이 덜렁덜렁 흔들리는 성준기의 다리를 응시하며 악에 받친 고함을 내질렀다.

우우웅―!

서둘러 성준기를 향해 손을 내뻗는 남도윤.

성준기를 붙잡고 있던 손에 성준기를 잡아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우우웅―!

난 성준기를 잡아당기고 있는 염력을 느끼며 놈의 몸에 내 부분무능을 쑤셔박았다.

성준기의 몸이 황금색으로 번져가는 동시에 서서히 사그라드는 남도윤의 염력.

난 염력이 통하지 않는 성준기를 바라보며 사납게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남도윤과 다시금 눈을 맞췄다.

끄드드드득―!

“……끄아아아악―! 끄르르르륵―”

반대쪽 다리와 똑같이 비정상적인 각도로 뒤틀리는 성준기의 다리.

난 게거품을 물며 눈깔을 위로 치켜드는 성준기의 목을 더 세게 졸랐다.

“……케르르륵― 끄르륵―!”

“준기야아아아―! 놔― 놓으라고 이 미친 살인마 새끼야아아아아―!”

멀리서 봐도 확연히 느껴지는 성준기의 처절한 경련.

목을 세차게 긁으며 으르렁거리는 남도윤의 손이 격하게 떨리며 성준기를 조준했다.

우우우우웅―!

그 어느 때보다 찬연한 색채로 빛나는 남도윤의 붉은빛.

우우우웅―!

허나, 이미 성준기의 전신엔 붉은빛이 끼어들 수 없는 황금빛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이 씨이발― 씨바아아아아알―!”

아주 잘게 떨리는 놈의 눈동자와 입 안에서 사방으로 분사되는 더러운 침.

난 순식간에 패닉에 빠진 남도윤을 응시하며 바닥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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