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91화 (91/120)

운명 충돌 (1)

“야.”

툭―!

다시 한번 더 장덕구의 볼을 치대는 쇠 파이프.

나는 볼살을 파들파들 떨어대는 장덕구에게 물었다.

“죽고 싶냐고 묻잖아.”

“…….”

대답을 종용하는 눈빛에 그제서야 놈의 고개가 홱― 홱― 돌아갔다.

툭―!

필사적으로 고개를 내젓는 놈을 붙잡는 쇳덩이.

“왜.”

난 어느새 핏물로 범벅이 된 놈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물었다.

“내가 너를 왜 살려줘야 하는데?”

장덕구의 볼을 치대던 쇠 파이프가 아주 우악스럽게 놈의 얼굴을 밀어댔다.

아무런 저항 없이 얼굴과 몸을 휘청이는 장덕구.

놈이 내 쇠 파이프질이 멈추고 나서야 겨우 중심을 잡고 어버버 거리는 입술을 열어댔다.

“저, 저는― 유진이가―.”

이유진을 언급하는 장덕구의 눈알이 자연스레 아래를 훑었다.

여전히 놈의 발아래 방치된 이유진의 시체를 바라보며 더 파르르 눈을 떨어대는 장덕구.

꿀꺽―

쉴 새 없이 목울대를 꿀렁이던 장덕구가 아주 조심스레 눈을 들어 다시 나를 응시했다.

“아니 저, 저 여왕벌년이― 저는 저 여왕벌년이 시키는 일만 했습니다, 관장님―!”

말이 이어질수록 더 처절하게 뒤바뀌는 놈의 목소리.

툭― 툭―

별다른 말 없이 놈의 볼을 치대는 쇠 파이프에 자동응답기처럼 더 자세한 설명이 쏟아져나왔다.

“애초에 이 미친 짓을 꾸민 것도 저 미친년이고, 실행한 것도 저 미친년입니다―! 저, 저도 저년이 독으로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협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장님―!”

불안함에 파들파들 떨리는 손이 계속해서 자신의 아래에 놓인 시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관장님도 보셨잖습니까, 말은 저년이 다 하고 저는 한마디도 안 한 거―! 저는, 저는 한마디도 안 했습니다, 관장님―!”

결백과 간절함을 표하듯 서서히 다가오는 장덕구의 손.

“…….”

허나, 내 옅게 찡그린 미간에 반응한 놈의 손이 허공에 멈춰섰다.

“저는 진짜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저는 그냥 저년이 협박한 대로 벌레 몇 마리 움직여준 게 답니다, 관장님!”

“독이 들어간 벌레를?”

“예, 예―! 맞습니다, 관장님! 관장님의 캠프원들을 죽여댄 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저 여왕벌년의 독입니다! 제 벌레들은 관장님의 캠프원들을 죽일 능력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었습니다―!”

툭―!

허공에서 수전증처럼 떨리던 놈의 손이 내 쇠 파이프를 붙잡아왔다.

파르르― 쇠 파이프로 전달되는 놈의 떨림과 울먹임 가득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장덕구.

“그러니까 이유진의 독을 벌레를 이용해서 도서관으로 운반한 게 네 역할이라는 거잖아.”

“맞습니다― 맞습니다, 관장님―! 저는 저년의 독과 일체 관련이―”

“그게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한 거야, 이 새끼야.”

“……예?”

갑작스레 낮아진 음색에 튀어나오는 멍청한 대답.

난 사납게 일그러진 얼굴로 놈을 향해 조금 더 고개를 숙였다.

“그 말은 네가 없었으면 이유진의 독이 이렇게 쉽게 도서관에 퍼질 일이 없었다는 거잖아.”

“……예? 아, 아니― 아니 아니― 저는 그냥 벌레 몇 마리―”

“이 새끼가 누굴 병신으로 아나.”

퍼억―!

놈이 붙잡고 있던 쇠 파이프가 한순간에 쏘아져 놈의 이마를 가격했다.

우당탕거리며 의자에서 추하게 넘어지는 장덕구.

어느새 의자 주변을 흥건히 물들이고 있던 핏물이 작게 찰팍이며 핏물을 사방으로 뿌렸다.

“……으으― 으으으으―!”

한껏 낮아진 시야에 더 선명히 들어서는 이유진의 시체.

장덕구가 핏물이 스며들고 있는 옷을 질질 끌며 필사적으로 시체에서 멀어졌다.

찰팍―! 찰팍―!

점점 멀어지는 장덕구를 빠르게 따라잡는 발걸음.

장덕구가 핏물을 밟으며 다가오는 나와 이유진의 시체를 번갈아 쳐다보다 뒤로 질질 끄는 발길질을 멈췄다.

찌익―! 찌익―!

핏물을 벗어났는데도 신발 밑등에서 울려대는 묘한 소음.

하얀 바닥을 수놓는 검붉은 핏물에 장덕구가 서둘러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관장니임―!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쇼, 제바알―!”

쌕― 쌕― 쌕― 쌕― 쌕―

손 비비는 소리가 로비에 울릴 정도로 손을 비비적거리는 장덕구.

난 파리처럼 손을 비비적거리는 장덕구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제발― 제발, 관장님, 한 번만 제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쉴 새 없이 목숨을 구걸하는 장덕구에게 흘리는 은근한 속삭임.

내 속삭임을 듣자마자 눈을 찢어질 듯이 크게 치뜨는 놈에게 다시금 속삭였다.

“그렇게 할래?”

“…….”

장덕구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릎을 이용해 엉금엉금 기어 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놈이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거렸다.

“그럼 일단 그 벌레인가 뭔가부터 내 앞으로 불러 봐.”

우우웅―!

순식간에 온몸이 회색빛으로 물드는 장덕구.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던 놈의 시선을 따라 태생적으로 불쾌한 소음이 잇달았다.

왜애애애앵―!

소름 끼치는 소리로 내 눈앞에서 비행을 이어가는 모기 한 마리.

놈을 향해 손가락을 뻗으니 장덕구가 눈치 빠르게 조종하던 모기를 내 손가락 위에 올렸다.

“…….”

내 손가락 위에서 조용히 장덕구의 지시를 따르는 모기.

난 손가락 위에 모기를 올린 채 장덕구를 향해 몸을 숙였다.

“아.”

장덕구의 입으로 손가락을 뻗으며 내뱉는 짧은 음성.

내 몸짓을 이해하지 못한 장덕구가 멍청하게 눈을 깜빡거렸다.

난 조금 더 가까이 놈의 입가에 손가락을 뻗으며 더 확실히 속삭였다.

“아아―.”

놈의 코앞까지 뻗은 손을 보고서야 경악에 물드는 놈의 눈망울.

“…….”

장덕구가 바싹 말라붙은 입술을 더 꾹 다물며 코앞에 놓인 모기와 나를 계속해서 번갈아 응시했다.

지시에 따르지 않는 놈의 행태에 빠르게 굳어가는 눈빛.

점점 차가워지는 내 눈길에 장덕구의 얼굴이 표백이라도 된 듯이 하얗게 질려갔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열려가는 놈의 아가리.

우우웅―!

조금 더 앞으로 내민 손가락 위에 앉아있던 모기가 천천히 날갯짓을 시작했다.

왜애애앵―!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장덕구의 아가리로 사라지는 모기.

난 손수 놈의 아가리를 닫아주며 짧게 명령했다.

“삼켜.”

“……우욱―!”

아가리가 닫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헛구역질로 몸을 들썩이는 장덕구.

아직 벌레를 제어하고 있다는 걸 나타내는 진회색 빛무리 너머로 또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이 반짝였다.

눈물을 질질 흘려대는 장덕구의 꾸물거리는 입가.

꿀꺽―.

난 놈의 목울대가 꿀렁인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아가리를 닫고 있던 손을 거뒀다.

“…….”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얼음처럼 굳어있던 장덕구.

“……우욱―!”

이내 딸꾹질처럼 헛구역질하는 동시에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우웨에―”

퍼어억―!

더 격하게 몸을 들썩이는 놈의 얼굴을 밀어버리는 발길질.

다시금 장덕구가 우당탕거리며 로비를 뒹굴었다.

“…….”

갑작스런 발길질 탓에 뚝― 멈춰버린 토악질.

장덕구가 몸을 일으킬 생각도 없이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뭐라 했더라― 며칠 뒤에 발병할지 모르는 소량의 독.”

뚜벅― 뚜벅―

다시금 놈에게 다가가며 조용히 뇌까리는 속삭임.

“사람이 울 여유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가시로 온몸을 찔러대는 고통. 그렇게 울지도 못하고 온몸을 비틀다 한순간에 꽥―!”

장난스레 이유진이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하는 목소리에 놈의 동태 같은 눈깔이 서서히 움직였다.

“보아하니 그런 모기 새끼로 내 캠프원들에게 독을 주입했었나 본데 모기가 무는 거나, 모기를 먹는 거나 별 차이는 없겠지?”

“……우웨에―”

퍼억―!

하얗게 질려 토악질을 시작하려던 놈의 얼굴을 가격하는 발길질.

난 또다시 강제로 토악질을 멈추게 된 장덕구의 가슴 위에 발을 올렸다.

턱―!

놈의 가슴을 짓밟으며 위에서 아래로 마주치게 된 서로의 눈동자.

“물론― 너를 그냥 놀리려고 꺼내는 말은 아니야.”

블러핑이었다.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한 아주 공포스러운 블러핑.

아주 공포에 새하얗게 질린 놈의 얼굴을 보니 놈은 아직 시전자가 뒈지면 그 이능력이 사라진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그렇다면― 그 점을 아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독이 있으면 당연히 해독제도 있겠지.”

우우웅―!

비웃듯이 실실 웃는 미소와 마주친 시선의 중간에서 빛나는 황금빛.

난 놈을 향해 부분무능에 휩싸인 손을 내밀며 속삭였다.

“그 해독제를 너에게 팔고 싶은데.”

몇 시간도 아닌 몇 분 만에 완벽히 뒤바뀐 입장 차이.

“솔직히 나도 양심이 있지, 그렇게 큰 걸 바라진 않아.”

계속되는 농락에도 장덕구는 아무 말 없이 파르르― 입술만을 떨어댔다.

끄득―!

“끄흐으윽―!”

살짝 힘을 준 발길질에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는 장덕구.

난 고통에 부릅뜬 눈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뇌까렸다.

“먼저 사과부터 받고 싶은데.”

툭―!

가슴을 지나 머리를 가볍게 치는 재촉에 서둘러 자세를 뒤바꾸는 장덕구.

난 몸을 바짝 숙이며 내게 절을 하기 시작한 놈의 머리통을 다시금 후려 찼다.

퍼어억―!

“나 말고 내 캠프원들한테 이새끼야.”

“……끄흑―!”

머리통을 양손으로 붙잡은 채로 서둘러 방향을 바꾸는 장덕구.

허나, 난 이번에도 놈의 사죄를 방해하며 연이어 말했다.

“너만 사과하면 끝이야?”

“…….”

바짝 엎드린 자세로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보는 장덕구.

난 놈과 시선을 맞대며 엎어진 테이블에 여전히 방치되어있는 무언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년이랑 같이 벌인 짓인데. 사과도 같이해야지 새끼야.”

“…….”

“저렇게 벌러덩 누워있으면 누가 사과한다고 생각하겠냐― 안 그래?”

“…….”

“출발.”

툭―!

놈의 엉덩이를 쭉― 밀어대는 발길질.

물기에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장덕구가 엉금엉금― 기어서 이유진에게 다가갔다.

“…….”

그녀의 시체 앞에서 더 세차게 몸을 떨어대는 장덕구.

“……흐흑― 끄흑―!”

이내 참지 못한 울먹임을 토하며 파들파들 떨리는 손을 그녀에게 내뻗었다.

“……끄흑― 우웨엑―! 끄흐흑―!”

울음과 헛구역질을 반복하며 벌러덩 누워있던 이유진을 절하는 자세로 뒤바꾼 장덕구.

그렇게 캠프원들에게 공손히 절하는 자세가 된 이유진과 나란히 절을 시작했다.

“죄송합니다아아―!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들―!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아아―!”

로비를 쩌렁저렁 울리는 아주 진실된 사죄.

“오― 진짜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잘 바꿨네.”

난 바닥과 한 몸이 된 듯 몸을 바짝 숙인 장덕구의 대가리에 천천히 발을 올렸다.

“그런데 딱 한 부위만 이유진이랑 다르네.”

“……으으으― 으으으으― 으으으으으―”

조용히 읊조리는 나와 삐걱거리며 겨우 고개를 이유진에게 돌린 장덕구가 함께 바라보는 곳.

“그래도 동료였는데 다른 부분이 있으면 안 되지.”

이유진의 움푹 패인 대가리를 바라보며 살짝 들어 올리는 다리.

“……으아― 으아아― 죄송― 죄송합니다아아―! 죄송합니다아아아―! 제발― 제발― 진짜 제바아아알― 죄송, 죄송합니다아아아―!”

쿵―! 쿵―! 쿵―!

자신의 대가리에서 다리가 사라지자마자 발광하기 시작하는 장덕구.

놈은 진실됨을 증명하듯 쉴 새 없이 이마를 바닥에 박으며 사죄를 울부짖었다.

툭―!

다시 놈의 대가리에 다리가 올라오고 나서야 발광을 멈추는 장덕구.

오히려 대가리를 머리에 짓밟히고 나서야 안심하는 이 아이러니한 행태에 저절로 옅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한 번만 사과하고 끝낼 거야?”

“……죄송합니다아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아아아―!”

난 다시 사죄를 시작한 장덕구를 내려보다 그 사죄를 받고 있을 캠프원들을 휘둘러보았다.

쉴 새 없이 죄송을 울부짖는 장덕구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는 캠프원들.

제각기 다른 표정으로 장덕구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거의 공통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감정은 하나였다.

“…….”

오히려 장덕구보다 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치는 캠프원.

어느새 흘러내린 식은땀과 함께 입술을 파르르 떨어대는 캠프원.

그리고― 처음 보는 표정으로 아주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차하얀.

파르르 떨리고 있는 그녀의 눈망울에 가득 찬 경악과 충격.

그리고 공포를 마주하던 나는 다시 시선을 내려 장덕구의 머리를 짓눌렀다.

“나한테는 안 하냐, 이 새끼야?”

“……죄송합니다, 관장님―! 죄송, 죄송합니다― 관장니이임! 죄송합니다아아악―!”

하악―! 하악―! 하악―!

호흡을 고를 틈새도 없이 고래고래 내지른 사죄.

“그래. 이 정도면 사과는 충분하지.”

그 여파로 금방이라도 뒈질 듯이 숨을 몰아쉬던 장덕구의 얼굴이 서서히 풀려갔다.

내 인정에 놈의 목을 쥐어짤 듯이 조르던 긴장이 서서히 풀려가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까딱거리며 몸을 일으키라는 손짓에 엉거주춤 다시 무릎을 꿇는 장덕구.

“그럼 이제 너희들이 입힌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겠는데.”

“…….”

“왜? 그런 말뿐인 사과로 내가 입은 피해가 복구되는 것도 아니잖아?”

“…….”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흐물흐물 녹아내리던 장덕구의 얼굴이 더 심하게 녹아내렸다.

“너희들의 헛짓거리 때문에 날린 내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 거야?”

“…….”

“그 시간 동안 외부 수색을 했으면 얻을 수 있었던 물자가 몇 개고, 살릴 수 있었던 생존자가 몇 명이야?”

“…….”

“뭐― 딱 봐도 거지새끼인 너한테 뜯어낼 수 있는 물자는 당연히 없을 테고.”

온몸에 진이 다 빠진 듯 저항이나 반항의 조각조차 없는 얼굴.

허나,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는 내 시선에 놈의 표정이 다시 살아난다.

“아니면 그건 어때?”

까닥― 흔드는 쇠 파이프와 놈의 고간을 내려다보는 내 시선.

“테이블에서 정신 사납게 긁는 걸 봐선 없어도 별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

“……흑흑흑흑― 흑흑흑―”

애처롭게 허벅지를 오므리며 꼭지라도 돌린 듯 얼굴을 줄줄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

멍하니 벌린 입과 턱에 계속해서 망울지는 눈물들.

“왜? 그건 좀 가혹해?”

“…….”

장덕구가 내 물음에 고장 난 인형처럼 고개를 힘없이 끄덕였다.

“그럼, 저거 말고 뭘 할 수 있는데?”

“……뭐든지― 흑흑― 뭐든지 하겠습니다, 관장님.”

제발― 제발―

시뻘게진 눈으로 세상 간절히 나를 올려다보는 눈동자.

띠링―!

[‘장덕구’가 당신에게 ‘아주 강하게’ ‘굴복’합니다.]

[굴복 요인 : 상실에 대한 ‘아주 강한’ 두려움, 폭력에 대한 ‘아주 강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아주 강한’ 두려움……]

그 눈동자 너머로 출력되는 메시지를 응시하며 조용히 몸을 숙였다.

힘없이 바닥에 무릎 꿇은 장덕구와 수평으로 놓이는 시선.

난 독 관련 이능력자보다 훨씬 쓸만해 보이는 벌레 관련 이능력자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당장 벌레라는 키워드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으로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아이디어들.

시체 및 쓰레기 처리 관련 문제, 여름철 벌레로 인한 위생 관련 문제 등등―

하지만 그중 가장 내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였다.

“그럼 밖에서 벌 좀 잡아 와라.”

벌 그리고 꿀.

어쩌면 끝이 안 보이는 식량 문제를 크게 해결할 수 있을 법한 새로운 식량.

난 놈의 옆에 절하는 자세로 죽어있는 이유진을 턱짓하며 다음 말을 읊조렸다.

“저런 여왕벌 말고 진짜 여왕벌 좀 데리고 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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