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74화 (74/120)

착한 아이 (1)

툭―!

예술대학 옥상에 내려서는 네 개의 다리.

난 비행에 가까운 질주를 멈췄는데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차하얀을 차분히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안쓰러울 만큼 파르르 떨리고 있는 다리와 빗물에 푹― 젖은 뷔스티에 원피스 덕에 더 부각되는 골반과 가슴.

특히나 한껏 큰 곡선을 그리는 가슴에 착― 달라붙은 옷에 그녀의 흰색 브래지어가 그대로 주름졌다.

“…….”

그리고 이미 산발이 된 머리카락에도 여전히 빛을 잃지 않은 그녀의 청순한 외모.

비에 푹 젖어 그녀의 얼굴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머리카락 너머의 큼지막한 눈이 그제서야 그녀를 관찰하던 나를 응시했다.

아무 말 없이 꾹 다문 입술과 동공에 그대로 드러나는 진한 떨림.

슬슬 정신을 차린 듯하여 그녀의 허리를 휘감던 손을 조용히 거두었다.

“……읏―!”

허리를 휘감던 손이 빠지자마자 잠시 몸을 휘청이다 겨우 중심을 잡는 차하얀.

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상태가 좋아 보이는 그녀의 뒷목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갑작스런 낯선 손길에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치는 차하얀.

“뭐, 뭐 하시는 거예요?!”

난 혼란과 공포로 파르르 떨고 있는 그녀의 눈을 자세히 관찰했다.

인문대와 학생회관에서의 여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생기가 넘치는 눈동자.

남성 생존자들의 육변기 노릇을 하던 여자들에게선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반응이었다.

난 뒤로 물러난 차하얀 덕분에 허공에 붕 뜬 손을 거두며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그냥 다친 곳이 있나 해서.”

“…….”

내 대답에 안심은커녕 더 진한 경계심으로 물들어가는 차하얀.

그녀가 바들바들 떨리는 입을 겨우 열며 다시 한번 내게서 뒷걸음질 쳤다.

“누, 누구세요―. 누구신데 가, 갑자기 왜 저를…….”

난 누구이고, 또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벌인 건가.

그녀로서는 가장 궁금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물음.

난 거친 곡예비행에도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꾹 쥐고 있던 그녀의 의료 가방을 바라보며 태연히 입을 열었다.

“데리러 왔어.”

“……네?”

“데리러 왔다고, 처제.”

“…….”

이어지는 말에 그녀의 뒷걸음질이 뚝― 멈췄다.

그리곤 세상 해괴한 표정으로 내가 했던 말을 작게 되뇌기 시작했다.

……데, 데리러― 처, 처제……?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를 해석하는 것마냥 쉴 새 없이 했던 말을 중얼거리던 그녀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나와 눈을 맞췄다.

“……언니? 혹시 저희 언니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럼 하이퀸즈 차하얀의 언니가 차설희 말고 더 있나?”

“……그러니까 저희 언니가 보내신 분이란 말씀이시죠?”

“음― 설희가 보냈다기보다는 처제를 보호하려고 형부인 내가 직접 나선 거지.”

“……예?”

“처제를 보호하려고 형부인 내가 직접 왔다고.”

“……”

그녀는 한참을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다 다시 뒷걸음질을 재개했다.

“허, 헛소리―! 거짓말하지 마세요―!”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도 고음으로 울려 퍼지는 다급한 외침.

손을 쭉 뻗어 나를 가리키며 결국 반대편 난간까지 도달한 차하얀이 아주 열심히 고개를 도리도리 젖고 있었다.

“지, 진짜― 진짜 목적을 말하세요!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갑자기 왜 저를 납치한 건가요?!”

난 이런 급박한 순간에도 욕 하나 섞지 않고 존대를 이어가는 차하얀의 교양적인 말투에 헛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완전 제 언니와 딴판이네.

차설희였다면 아주 진심을 담아 비아냥이란 비아냥은 다 내뱉으며 비꼬았을 텐데.

“만약 저를 이용해 무슨 나쁜 짓을 하실 생각이라면 꿈도 꾸지 마세요―! 지, 지금 제가 어디까지 왔는지 보고 계시죠―?!”

조, 조금만 움직이셔도 바로 뛰어내릴 수 있어요!

옥상 난간 너머를 가리키며 예의 바르게 협박하는 차하얀.

난 왠지 모르게 그녀의 얼굴에 겹쳐오는 화려한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헛웃음을 내뱉었다.

……자매는 자매네.

“뭐 때문에 안 믿는 건지 솔직히 조금 궁금하기는 하네. 얼굴? 아니면 키?”

“무,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애초에 이런― 이런― 망한 세상에서 저희 언니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남자랑 결혼 같은 걸 했을 리가 없잖아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설하야.”

“…….”

───────.

내 대답에 시간이 멈춘 듯이 그대로 굳어버리는 차하얀의 얼굴.

뚜벅― 뚜벅―

난 얼음처럼 굳어버린 차하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에 들린 의료 가방을 내 손으로 가져왔다.

“이건 내가 인벤토리에 보관할게. 마침 빈 슬롯이 생겨서.”

“…….”

그녀의 손에 들린 의료가방을 뺏고 다시 인벤토리에 넣을 때 동안 말 그대로 미동도 없이 고정된 차하얀.

난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에 웃음기 섞인 말을 내뱉었다.

“말 그대로 가족만 알고 있던 비밀인가 봐? 이 정도로 충격받을 줄은 몰랐는데.”

“…….”

다시금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차하얀.

난 아직도 얇은 빗줄기를 내리쏟는 하늘을 올려다보다 다시 그녀와 눈을 맞췄다.

“일단 들어가서 마저 얘기할까? 슬슬 날도 어두워지고―”

투두두둑―!

이미 빗물에 흠뻑 젖어 그녀에게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는 옷가지가 시선에 들어선다.

“이대로 더 있다간 무조건 감기 걸릴 텐데.”

“……말도 안 돼요.”

툭―!

그녀의 뒷걸음질에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공간.

차하얀은 이미 난간에 등을 기댄 채로 나를 거부하듯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섰다.

“서, 설령 하셨던 말이 다 사실이라도 해도 이건 데려다주는 것도, 절 보호하는 것도 아니에요. 이건 명백한 납치라구요!”

그, 그리고―!

“그리고 이런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당신이 우리 언니의 남편일 리가 없어요―! 부, 분명 무슨 수작을 부리신 게 틀림없어요―!”

……오, 똑똑한대?

난 작게 새어 나오는 감탄을 숨기며 제법 반항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와 눈을 맞췄다.

농과대에 진입한 순간, 자연스럽게 느낀 혼잡한 분위기.

뒤따라오는 좀비를 목검으로 죽이는 이능력자와 누군가를 업고 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방울을 뻘뻘 흘리며 달리던 남성 생존자.

그리고 농과대에서 세상 급하게 뛰쳐나오던 차하얀이 그대로 머릿속에 되감겨온다.

‘끼에에에엑―!’

농과대 정문을 관찰하던 내게 달려드는 좀비 한 마리와 업고 있던 생존자를 들것에 옮기는 농과대 생존자들.

그리고 차하얀.

그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할까? 그쪽 생존자들에게 ‘사정이 이러이러해서 차하얀을 좀 데리고 가야겠습니다.’라며 양해를 구해야 했나?”

살짝 허리를 숙이며 그녀와 더 가까이 눈을 맞춘다.

“당사자도 믿기 싫어서 투정 부리고 있는 말을 그쪽 생존자들이 믿는다고?”

“예, 그러셨을 거예요.”

“농과대에서 도서관까지 그 머나먼 길을 갑작스레 나타난 남자의 말 하나만 믿고 쿨하게 보내준다고? 나였으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쇠 파이프로 대가리부터 후렸을 텐데?”

“아니요. 그분들은 당연히 저를 보내줬을 거예요.”

확신에 가득 차 단 한 순간의 떨림도 없이 답하는 차하얀.

학생회관과 인문대에서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던 믿음과 유대에 잠시간 그녀를 바라보던 고개를 돌렸다.

이젠 점처럼 꺼멓게 보여오는 저 멀리의 농과대.

지금껏 내가 만나왔던 캠프들과는 확연히 다른 유형의 캠프인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저를 강제로 납치하신 거잖아요. 그것 때문에 농과대 분들은 갑자기 사라진 저를 찾으려 엄청 무리하실 거예요. 어쩌면 대학 전체를 헤매며 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시겠죠.”

차하얀이 살짝 허리 숙인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아니, 분명 그러실 거예요. 안 그래도 공대와의 다툼 때문에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하신 분들인데, 저까지 이런 일을 당한 걸 아시면 더 무리하시겠죠. 그럼, 언제 사상자가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 되잖아요.”

당신.

사납고 가늘어진 차하얀의 눈빛이 나를 가리켰다.

“당신의 이 무책임한 행동이 아무 죄 없는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아마 그녀가 할 수 있을 최대한의 매도.

그 날카로운 비난에 오히려 선선한 미소로 화답했다.

“착하네.”

듣던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마음이 고운 아이였다.

이런 세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때 묻지 않은 정론.

“그래서 더 섭섭하겠다.”

설희가.

나지막이 흘러드는 끝말에 차하얀이 작게 눈썹을 들썩였다.

“매일 네 걱정으로 얼굴 필 순간도 없었던 네 언니보다 농과대 사람들이 더 걱정돼?”

“제가 그런 뜻으로―”

“차설희와 농과대 사람들.”

그 둘 중 누가 더 소중해?

차하얀의 대답을 강제로 끊으며 이어지는 질문에 그녀의 얼굴이 작게 일그러졌다.

“지금 그런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식의 유치한―”

“이게 왜 유치해? 지금 이것보다 중요한 질문이 어딨다고?”

또다시 끊긴 말에 불만스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차하얀.

난 그런 그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잘 들어, 처제. 지금 네가 해야 할 건 걱정이 아닌 선택이야.”

그리고 그 선택에 관련해서 몇 가지 말을 덧붙이자면―

“우선, 첫 번째. 지금 네가 하는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네 예상은 너무 꿈에 젖은 헛소리라는 거야. 그렇게나 서로를 아끼고 걱정하는 캠프라면 오히려 더더욱 낯선 존재인 나를 경계하고 조심하겠지. 그렇게나 소중한 너를 잃지 않기 위해 도리어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은데?”

난 그녀를 바라보며 두 번째 손가락을 펴 보였다.

“그리고 두 번째. 차설희는 농과대의 정 반대편인 도서관에 있고, 그 도서관에서 나올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야. 설마 농과대와 도서관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겠다는 꿈에 젖은 헛소리를 하진 않겠지, 처제?”

“…….”

“내 행동이 잘못됐다고 비난하는 건 마음대로 해. 납치범이라 생각하든, 데리러왔다 생각하든 그건 당사자인 네 마음이지, 내가 관여할 게 아니니까. 그래도 이건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히 하는 게 좋겠네.”

툭―!

한 발자국 더 그녀에게 가까이 가는 얼굴.

이젠 꽤 지근거리에 가까워진 그녀의 맑은 눈을 바라보며 난 나지막이 다음 말을 속삭였다.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야? 네 소중한 가족인 차설희야, 아니면 네 소중한 캠프인 농과대야?”

“…….”

내 질문이 끝나도 한참을 대답하지 못하는 차하얀.

투두두둑―!

옥상 바닥을 쉼 없이 두드리는 빗소리만 가득한 공간에서 난 작게 열렸다 다시 닫히기를 반복하는 그녀의 입술을 조용히 기다렸다.

“…….”

계속해서 선택을 내뱉지 못하고 달싹이는 분홍빛 입술.

난 빗물에 흠뻑 젖어 덜덜 떨고 있는 그녀의 눈을 지그시 응시한 뒤 출력된 메시지를 읽어내렸다.

“그래.”

그리곤 작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종일 네 걱정만 하고 있는 설희한테 가자.”

“…….”

“일단 비부터 피하고― 이제 슬슬 진짜로 감기 걸릴 것 같으니까.”

난 이미 빗물로 가득한 서로의 옷가지를 훑은 뒤 옥상 철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내 뒤를 천천히 따라오는 조심스러운 발걸음.

난 인벤토리에서 꺼낸 쇠 파이프를 까딱― 흔들며 철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끼이이익―!

열린 공간 너머로 나를 반겨오는 어둑한 시야와 짧은 계단.

우우웅―!

충분히 주변을 분간할 수 있는 시야였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부분 무능을 몸에 머금으며 따라오는 차하얀을 건물 안으로 인도했다.

“…….”

갑작스레 몸을 밝히는 왕권에도 전혀 놀라지 않고 차분히 내 인도를 따르는 차하얀.

난 닫히는 문과 함께 확연히 줄어든 빗소리를 느끼며 옥상 계단 아래 길게 이어진 복도를 응시했다.

[시각디자인과 학부생실]

천천히 걸어간 첫 번째 과방에 달려있는 명패.

“……미대였네.”

어두컴컴한 복도에 겨우 읽히는 과방 명패를 읊조리며 뒤에 선 차하얀을 조금 더 뒤로 물렸다.

부드러운 손짓에 그대로 열리며 안을 내보이는 과방 문.

난 제법 상태가 좋은 내부에 비해 왠지 모르게 쿰쿰한 공기를 맡으며 차하얀을 과방 안으로 안내했다.

달칵―

아주 조용히 들리는 문 닫히는 소리와 차하얀을 다시 닫힌 문에 등을 기대게 하는 손짓.

난 그녀를 최대한 과방에서 멀리 떨어트려 놓은 뒤 과방 안을 조용히 수색했다.

길게 이어진 테이블과 그 옆의 철제사물함.

꽤 푹신해 보이는 소파와 구석에 놓인 컴퓨터, 그리고 복사기.

마지막으로 작은 칸막이 뒤에 놓인 간이침대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야 문에 등을 기대고 있던 그녀에게 손짓했다.

뚝―! 뚝―!

원피스 밑단에 방울진 물방울들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겼다.

드르륵―!

바퀴 달린 의자를 당긴 후 잠깐 멈칫거린 그녀가 조용히 내 앞에 다가왔다.

“……가방 잠시만 꺼내주세요.”

고요에 젖은 과방이기에 더 선명히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차설희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미성인 차하얀의 요구에 인벤토리에 수납했던 그녀의 의료 가방을 다시 꺼내주었다.

툭―!

가방을 건네받고 다시 의자로 이동한 그녀가 의료 가방을 뒤적이더니 작은 수건 하나를 꺼냈다.

스윽― 스윽―

먼지로 가득한 의자 방석을 부드럽게 닦기 시작하는 차하얀.

그렇게 방석의 먼지를 다 걷어낸 그녀가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의자를 천천히 끌어당겼다.

드르륵―

그리곤 또다시 먼지 쌓인 방석을 정성스레 닦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원을 그리던 그녀의 손짓이 한순간에 뚝― 멈춘다.

이미 먼지를 걷어낸 의자와 자신이 닦고 있는 의자.

그리고 그 모습을 옅은 웃음으로 보고 있는 나를 번갈아 보던 그녀가 얕게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무언갈 고민하던 그녀가―

스윽― 스윽―

이내 의자의 먼지를 다시 닦아내는 모습에 저절로 감탄이 튀어나왔다.

갑작스레 자신을 납치한 남자가 앉을 의자까지 신경 쓰는 강박에 가까운 행동.

아니― 그녀를 이루는 근간, 기저 심리.

띠링―!

[착한 아이 증후군 (착한 사람 증후군)]

정말 차하얀에게 너무나도 어울리는 근간이자 기저 심리였다.

허나, 먼지를 다 털어내고 수건을 곱게 접어 의료 가방에 넣는 차하얀과 그녀의 기저 심리를 번갈아 응시하던 내게 작은 스파크처럼 선연한 의문이 깃들었다.

차하얀은 보기 드물 정도로 새하얗고 착한 사람이다.

그럼, 그렇게 착한 사람에게 왜 ‘증후군’이라는 부정적인 명칭이 붙을까?

그냥 착한 사람이 아닌 왜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는 기저 심리가 드러나는 걸까?

……답은 하나였다.

난 의료 가방을 무릎 위에 얹은 채로 지나칠 정도로 정자세를 유지하는 차하얀을 바라보며 진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착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착한 아이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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