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60화 (60/120)

누구나 왕을 꿈꾼다 (1)

슬슬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려주듯 쨍―하고 내리쬐는 햇빛.

강청신은 너덜너덜한 전단지를 손차양 삼아 목적지를 응시했다.

큼지막한 시계탑을 랜드마크로 삼고 넓게 펼쳐진 중앙 광장.

초록색 노면 위에 세워진 여러 대의 농구 코트와 보기 좋게 군데군데 자리하며 시야를 환기하는 녹음의 끝에 위치한 5층 건물.

그로서는 동아리 활동 때문이라도 익숙할 수밖에 없는 건물.

반석대 학생회관이었다.

강청신은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에도 스산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학생회관을 가늘게 좁힌 눈으로 천천히 훑어내리다 서둘러 고개를 뒤로 돌렸다.

방금 전까지 그를 호위하다 떠났던 타격조장의 모습은 이제 코빼기도 남지 않았다.

“후우우―”

그는 슬슬 불안해지는 호흡을 길게 정리하며 서둘러 좌우를 훑었다.

아직은 그의 시야에 포착되지 않는 좀비들.

“후우우―”

그는 계속해서 가슴을 더부룩하게 만드는 긴장을 뱉어내며 마지막 점검을 하듯 몸을 탈탈 털었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들을 되뇌는 그의 머릿속에 어젯밤이 있었던 일이 선명하게 머리를 적셨다.

6층 중앙 라운지에서 아주 갑작스레 열린 단체 회의.

급조된 긴 테이블 위에 놓인 전단지를 모두 읽고 난 뒤 조용히 읊조리는 관장님의 말씀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했다.

새로운 적이 생겼고, 그 적이 어쩌면 전기를 사용하는 집단일지도 모른다는 말씀.

툭―! 툭―!

이야기 중간중간마다 함께 울리는 쇠 파이프 소리까지 그대로 뇌리에 재생된다.

‘우리의 목적은 초토화가 아닌 점령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능력자라는 것들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터지는 시한폭탄들이지.’

관장님은 무작정 쳐들어가는 건 그리 좋지 않은 방법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다.

‘그나마 나은 수는 그들이 바라는 손님이 되어주는 거지. 그렇게 일단 연못 안에 있는 물고기가 어떤 물고기인지 파악하는 게 점령의 가장 첫 번째 단계다.’

강청신은 관장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바로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염탐 겸 정찰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맥락을 파악하자마자 강청신은 본능처럼 손을 번쩍 들었다.

‘오…… 춘식이.’

그리고 그런 자신을 보며 빙그레 웃는 관장님의 얼굴.

“후우우―”

강청신은 길게 숨을 한 번 더 고르며 오른손에 든 피 묻은 렌치와 왼손에 든 전단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킁킁―

일부러 하루종일 뛰어다닌 덕에 온몸에 가득한 쿰쿰한 땀내.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이 주는 기분 더러운 축축함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기회였다.

관장님에게 눈도장을 아주 진하게 찍을 기회.

은근히 자신을 철통같이 견제하는 고자 선배도 이번에는 자신을 견제할 수 없었다.

이번 일은 고자 선배 같은 관장님의 최측근이 맡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버림패로 쓸 수 있는 카드.

그 애매한 카드에 적합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헛웃음과 함께 가볍게 휘저은 머리에 맺혀있던 땀방울이 후두둑― 사방으로 비산했다.

강청신은 원래도 신경 쓰지 않은 외모가 더 엉망이 돼 있을 걸 확신하고 쓴웃음을 맺었다.

그의 기억에서 스쳐 지나가는 신입생 OT와 어쩔 수 없이 필참해야했던 학과 행사에서의 자신.

그저 참석하기만 했던 씁쓸하고 낯부끄러운 기억들.

하지만 그게 잠입과 염탐이라는 키워드에는 그 어떤 행동보다 탁월하게 부합했다.

자신을 언제나 자괴감에 빠트리던 지우고 싶은 과거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장점이 된 이 아이러니의 극치.

그렇기에 강청신은 관장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을 번쩍 들었다.

여태껏 그가 봐온 관장님의 특징 중 하나가 잘한 일에는 상을 아주 후하게 준다는 것이다.

물론 벌도 아주 후하게 주시는 게 흠이었지만, 그건 애초에 벌 받을 짓을 안 하면 되는 일이고.

“……좋아.”

마지막 점검을 모두 끝낸 강청신이 짧게 읊조리며 서둘러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이왕 세상이 이렇게 됐고, 그걸 바꿀 수 없다면 그는 위에 있고 싶었다.

제일 꼭대기는 아닐지라도 중간보다 더 위에서 평소에 누리지 못했던 것을 누리고 싶었다.

관장님의 말처럼 그 이상을 누리고 싶으면, 그 이상을 보여드리면 된다.

자신이 쓸모가 있다는 것을.

탁―!

그렇게 호기롭게 시작한 발걸음이 다섯 번 정도 이어졌을 무렵―

꿀꺽―.

강청신이 바짝 마른 입을 침으로 적시며 계속해서 주변을 빠르게 휘적거렸다.

당장이라도 어디선가 좀비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한 느낌.

“……씨발.”

강청신은 짧은 욕지거리와 함께 호기롭게 이어지던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탁― 탁― 탁― 탁―!

주변에 아직 좀비가 안 보이는 것도 맞지만,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것도 맞았다.

자신을 호위해주던 방대화도 사라졌으니, 일단 똥폼을 잡아도 살고 나서 잡는 게 중요했다.

있는 힘껏 내달리는 속도에 점차 가까워지는 학생회관.

강청신은 평소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학생회관의 정문을 보자마자 서둘러 뜀박질을 멈추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자, 잠깐― 허억― 잠깐만요―!”

정문 앞에서 한 남자가 자신을 향해 무언가를 겨누고 있었다.

강청신은 그게 활이라는 걸 깨닫자마자 급하게 손에 든 전단지를 펄럭거렸다.

“이, 이거―!”

“…….”

“허억―! 허억―! 이, 이걸 보고 왔습니다! 여기 오면 안전하다고 해서…….”

서둘러 호흡을 정리하며 필사적으로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 자신을 보고서 천천히 활을 내리는 남자.

지금에서야 자세히 보니 활시위도 끝까지 못 당기고 겨누고 있던 자세도 어설펐지만, 일단 살상력이 있는 무기를 들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활을 밑으로 늘어트리고 자신의 옆을 턱짓하는 남자.

강청신은 들어오라는 무언의 지시를 알아듣고 천천히 정문 안으로 진입했다.

“…….”

계속해서 아무런 말 없이 턱짓으로 지시하는 남자.

그가 정문 조금 안쪽에 위치한 화장실을 가리켰다.

그 안에서 도란도란 흘러나오고 있는 누군가의 잡담.

“아― 넵―!”

강청신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이.”

그때, 그의 뒤통수에 들려오는 남자의 첫 마디.

“네?”

“그건 여기 두고 가야지.”

남자가 귀찮은 가득한 목소리로 강청신의 손에 든 물품들을 가리켰다.

“아―!”

강청신은 짧은 탄성과 함께 서둘러 남자 앞에 놓인 테이블에 피 묻은 렌치와 전단지를 내려놓았다.

손에 든 물품을 다 내려놓자마자 파리를 내쫓듯 팔을 휘적거리는 남자.

강청신은 고개를 굽신거리며 서둘러 화장실로 걸어갔다.

뚜벅― 뚜벅―

가까워지는 화장실 중 닫혀있는 남자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남자들의 목소리.

끼이이익―!

강청신이 문을 열자마자 잡담이 뚝 끊기며― 그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 씨발 또 꼬추네.”

그리고 강청신을 반겨오는 화장실 안의 첫 마디.

강청신은 자신을 보며 표정을 있는 힘껏 찡그리고 두 남자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중 여전히 잔뜩 찌푸린 미간으로 손에 든 초록 호스를 휘적거리는 남자.

강청신은 서둘러 그 남자의 지시를 따라 화장실 중앙에 자리했다.

“와― 생긴 거 존나 살벌하네.”

중앙에 선 강청신을 쭈욱 훑으며 키득거리는 두 남자.

“뭐하냐― 눈치도 존나 없네. 물린 거 있나 확인해야 하니까 입은 거 다 벗어.”

“……네?”

“입은 거 다 벗으라고. 좀비에 물렸는지 확인하게 이 오타쿠 새끼야.”

강청신은 살벌하게 으르렁거리는 남자의 명령에 멈칫했던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나체가 된 강청신을 향해 내세운 초록 호스에서 물기둥이 분사됐다.

“어푸―!”

갑작스레 얼굴에 집중적으로 끼얹어지는 찬물에 저절로 튀어나오는 아우성.

얼굴을 급하게 쓸어내리는 손 덕에 겨우겨우 뜬 눈에 대충 호스를 흔들어대던 남자가 몸을 한 바퀴 돌리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 보였다.

천천히 지시에 따르는 강청신의 몸을 적시는 아주 차가운 냉수.

이리저리 발을 동동 구르는 강청신에게 쏟아지던 무기질적인 물세례가 순식간에 멎었다.

“물린 자국 같은 건 없네. 빨리 옷 입어라. 존나 보기 괴롭다, 씹새끼야.”

물기에 범벅이 된 몸에 다시 옷을 입으라는 지시.

강청신은 혹시나 하는 시선으로 두 남자를 응시했다.

그 남자들의 손에 전혀 보이지 않는 수건의 존재.

강청신은 자신들을 훑는 눈에 점점 더 생동감 있게 찌그러지는 남자들의 얼굴에 서둘러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집었다.

이미 사방으로 비산한 물줄기 덕에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옷가지들.

속옷과 옷을 입을 때마다 축축하고 불편한 느낌이 몸을 덧대었다.

“야― 왔다.”

옷을 입던 와중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강청신이 고개를 들자 그의 시야에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여자와 정문 앞의 남자가 보였다.

“넌 또 그 활 들고 지랄하고 있냐?”

“왜― 병신들 쫄게 하는덴 이게 최고라니까?”

“병신들 말고 좀비가 달려오면 어쩌려고? 활도 못 쏘는 병신 새끼가.”

“씨발 그땐 바로 안으로 튀어야지, 어차피 형님이 다 알아서 할 텐데.”

“병신 새끼. 꺼져.”

“씨발 순서 통수 치지마라. 밖에서 다 들린다.”

“아― 알았다고.”

강청신과 여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이어지는 대화.

활을 거추장스럽게 들고 있던 남자가 화장실 문을 닫고 나서야 두 남자가 새로 들어온 여자를 응시했다.

“…….”

아무 말도 없이 달달 떨고 있는 여성 생존자를 연신 훑어대는 두 남자.

“야― 물린 자국 확인해야 하니까 저 중앙에 서 봐.”

호스를 든 남자의 지시에 두 손을 모으고 중앙에 서는 여성 생존자.

강청신은 다가오는 여성 생존자를 위해 서둘러 화장실 더 안쪽으로 위치를 옮겼다.

“옷 좀 다 벗어봐.”

그리고 이어지는 똑같은 지시.

“……네?”

처음으로 흘러나오는 아주 가냘픈 목소리.

성대가 진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파르르― 떨리는 물음에 호스를 든 남자가 다시금 지시를 되뇌어주었다.

“옷 좀 다 벗으라고. 감염 확인해야 하니까.”

“……여, 여기서요?”

“하아아―.”

여성 생존자의 물음에 길게 한숨을 내지르는 호스를 든 남자.

“이제 이 레파토리도 존나 질리네. 벗기 싫으면 벗지 마.”

툭―!

그 말을 끝으로 화장실 세면대 수도꼭지의 손잡이를 올렸다.

푸슈우우우―!

“어푸읍―!”

초록 호스에서 분사된 물기둥에 강청신과 똑같은 아우성을 내뱉는 여성 생존자.

빠르게 뒷걸음질치는 여성을 그대로 따라가 옷을 벗지 않은 그녀를 흠뻑 적셔댔다.

“벗기 전까지 물 안 끈다.”

그리 경고하며 호스의 끝부분을 세게 잡는 남자.

푸쉬이이익―!

더 강해진 물줄기가 집중적으로 손을 허우적거리는 여성의 얼굴을 공격했다.

강청신은 이리저리 방황하는 여성 생존자를 피해 화장실 끝부분으로 대피했다.

어느새 옷을 다 챙겨 입은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여성 생존자를 바라보며 낄낄거리는 두 남자.

“벗으라고. 감염 여부 확인해야 하니까.”

“…푸흡―! 어푸흡―! 풉풉―!”

갑작스런 냉수 세례에 계속해서 헐떡대던 여자가 허우적거리며 입고 있던 옷을 벗어댔다.

이미 물에 흠뻑 적셔져 축― 소리를 내며 바닥에 달라붙는 옷가지들.

바닥에 달라붙은 옷가지들에게서 검은 떼가 가득한 물이 천천히 새어 나오고 있었다.

“……오 빨통 봐라.”

그렇게 나체가 된 여성 생존자를 조용히 훑는 두 남자.

여성 생존자가 남자들의 희롱에 서둘러 덜덜― 떨리는 손을 휘감아 가슴을 가렸다.

푸쉬이이이익―!

“손 떼라,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그리고 그 손을 향해 집중적으로 분사되는 호스의 물줄기.

여성 생존자가 고개를 들어 두 남자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지만, 두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아마 눈빛으로 애원을 한 듯했지만, 그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푸쉬이이익―!

다시 얼굴을 공격하는 물줄기에 서둘러 가슴을 가리던 손을 얼굴로 이동하는 여성 생존자.

호스에서 분사된 물줄기가 이제 완전히 열린 여성 생존자의 특정 부위를 계속해서 씻어내렸다.

“……흑―!”

가슴을 집중적으로 씻어내리고 아래쪽으로 내려온 물줄기에 몸을 떠는 여성 생존자.

울음 가득한 목소리가 모멸감인지 추위인지 모를 떨림과 함께 몸을 떨어댔다.

“와― 못 참겠는데?”

“벌써?”

“씨발 지금까지면 많이 참은 거지.”

여태껏 호스를 든 남자 옆에 있던 가만히 서 있던 남자가 빠르게 바지를 바닥에 벗었다.

이미 천장을 향해 발기해 껄떡거리는 놈의 자지.

“팽현재 허락 없이 먹은 거 들키면 우린 다 뒤진다.”

“누가 그걸 모르냐? 씨발 안에만 안 싸면 되는 거잖아.”

“그걸 말하려 했던 거지, 병신 새끼야.”

아주 불길한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 물세례가 끊긴 여성 생존자가 덜덜 떨리는 몸으로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런 여성 생존자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는 바지 벗은 남자.

“왜, 왜 이러세요― 무, 물린 부위만 확인한다고―”

“와― 근데 이년 역대급으로 얌전하네.”

“그러게. 어제처럼 쥐팰 필요는 없겠다.”

“뭐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냐, 이년아. 다 너 들으라고 하는 말인데.”

달달 떨리는 그녀의 양 어깨를 잡은 남자가 강제로 그녀를 바닥에 눕혔다.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대지만, 남자의 완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지는 여성 생존자.

혀로 입술을 적시며 그녀에게 가까이 붙던 남자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강청신을 눈에 담았다.

“뭐하냐, 오타쿠 새끼야.”

“……예?”

“밖에서 망이나 보라고. 일 끝나면 같이 위로 올라가야 하니까.”

문밖을 눈짓하는 남자의 지시에 구석에 박혀있던 몸을 천천히 내뺐다.

제발― 제발― 이라 애원하는 여성 생존자의 가냘픈 목소리를 들으며 호스를 잡고 낄낄거리는 남자를 지나 화장실 문을 열었다.

“아― 개같이 뻑뻑하네. 야 호스 좀 다시 틀어 봐.”

“병신아, 침으로 해라. 물로 하면 더 뻑뻑해져.”

“아― 맞다.”

화장실 문이 닫히며 들려오는 남자들의 대화.

강청신은 화장실로 나오자 그런 자신을 보며 잔웃음을 토해내고 있는 정문 앞의 남자를 응시했다.

흐윽―! 흑―! 흑―!

곧이어 화장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입을 틀어막은 고통의 신음.

강청신은 익숙하다는 듯 하염없이 바닥에 양궁을 돌려대며 시간을 때우는 남자를 바라보며 잠시간 멍했던 생각을 정리했다.

이 집단은 전기와 더불어 물까지 사용한다.

또한 전단지에 적혀있던 ‘안전한 보금자리’는 그 의미가 다소 왜곡된― 아니.

거짓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쿵―! 쿵―!

그 순간, 들려오는 작은 진동에 바닥에 활을 돌리며 놀던 남자가 서둘러 자세를 바로잡았다.

“오셨습니까, 형님!”

“그래.”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강청신의 지근거리에서 들리는 중후한 음색.

“이 새낀 뭐야? 오늘 온 신참이야?”

“예, 맞습니다!”

“그리고―”

흑―! 흐윽―! 흑―!

와― 존나 따뜻하네.

“이 새끼들이 또 지랄이 났네.”

강청신은 자신 앞에서 화장실을 보며 혀를 차는 거구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저 시선을 마주한 것만으로 느껴지는 남다름.

그의 온몸에 박동하고 있는 근육을 보는 순간 자연스레 그가 ‘이능력자’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길 막지 말고 비켜.”

툭―!

가볍게 자신을 밀치는 손길에 강청신이 그대로 철퍼덕거리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렇게 문으로 들어간 공간을 확보한 거구의 남자가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이 새끼들아― 이 개새끼들아―”

“아으― 하으― 혀, 형님―!”

“오, 오셨습니까, 형님!”

바닥에 엎어진 탓에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화장실 안.

쿵― 쿵―거리며 들어간 거구의 남자가 두 남자의 머리를 가볍게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뼈 삭는다. 뼈 삭어, 이 새끼들아. 그리고 저거 새로 들어온 여자 아니야?”

“헤― 맞습니다, 형님.”

“새끼들아 팽현재가 알면 어쩌려고 이러냐. 이런 건 나도 커버 못 쳐준다.”

“안 그래도 안에는 안 쌌습니다, 형님. 게다가 팽현재는 얼굴부터 보고 고르지 않습니까? 그놈 취향에 이년은…….”

“자랑이다, 자랑이야― 새끼야.”

툭―! 툭―!

다시 머리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멋쩍게 웃어대는 남자들의 웃음소리.

“대충 정리하고 빨리 옷 입혀. 팽현재가 정문으로 들어오는 여자 봤다고 얼굴 봐야겠다고 난리니까.”

“아― 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쿵― 쿵― 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오는 거구의 남자.

그 남자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진 강청신을 병신 보듯이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꺼림칙한 눈빛에 강청신이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끼이이익―!

강청신이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축축하게 젖은 옷을 입고 덜덜 떨어대는 여성 생존자가 화장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미 한참을 울었는지 새빨개진 코와 시뻘겋게 충혈된 두 눈.

의지할 곳 없이 화장실을 나와 우뚝 멈춰있는 여성 생존자와 강청신을 바라보던 거구의 남자가 툭 던지듯 명령했다.

“따라와.”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새로운 생존자들을 안내하는 남자.

남자는 그래도 자신을 잘 따라오는 두 남녀를 응시하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팽현재가 너희를 찾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