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확립 (4)
서로 맞댄 맨살을 통해 공유하는 따스한 온기.
난 가슴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결을 만끽하며 상체를 쭉― 뻗었다.
끼이이익―
뒤로 살짝 기우는 내 몸을 그대로 따라오는 차설희의 상체.
자세를 고쳐잡는 동안 발생한 작은 틈으로 하늘거리는 그녀의 머릿결이 내 몸을 기분 좋게 간지럽혔다.
“그러면 당신은 평소에 좋아했던 음식 같은 거 있어요?”
내 몸을 또 다른 침대 대용으로 쓰고 있는 차설희에게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목소리.
그 고운 미성 덕에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눈이 조금씩 감기고 있었다.
저절로 하루의 노곤함을 녹여주는 듯한 간질간질한 따뜻함.
“저기요― 듣고 있어요?”
차설희가 그저 조용히 이 묘한 기분을 만끽하던 나를 재촉했다.
툭―!
마치 투정을 부리듯 가볍게 내 어깨를 치대는 그녀의 뒷머리.
끼이익―!
난 깨어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뒤로 살짝 기댄 상체를 다시 일으켰다.
“…….”
그리곤 아무런 말 없이 몸을 숙여 그녀의 상체를 부드럽게 껴안았다.
그녀의 몸을 크게 옭아매는 살결에 고스란히 느껴지는 몽실몽실한 감촉.
차설희는 내 포옹에 그대로 눌러진 가슴에도 아무렇지 않게 포옹 중인 오른손을 잡아 왔다.
난 양손으로 나름 힘을 주어 오른손을 잡아끄는 힘에 그대로 몸에 힘을 풀어주었다.
그녀의 양손 덕에 포옹이 풀린 오른손이 차설희의 허벅지에 안착했다.
대화만 나누기엔 뭔가 심심했는지 내 오른손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차설희.
“좋아했던 음식 같은 거 있냐구요.”
난 여전히 그녀를 안고 있는 왼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매만지며 작게 웃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상이던 그녀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낯선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이 시간과 반복이 만들어내는 마법적인 대조였다.
아주 형식적이고 딱딱한 안부에서부터 시작해서 이런 도란도란한 잡담에 이르기까지.
“갑자기 그런 걸 묻는 걸 보니 뭐 먹고 싶은 음식이라도 생긴 것 같은데?”
“……아니거든요.”
내 오른손을 이리저리 가지고 놀던 차설희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눈을 가늘게 좁혀왔다.
작게 움직이는 그녀의 머리에 함께 하늘거리는 머릿결 덕에 또다시 기분 좋게 간지러워지는 감각.
난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서로를 선명하게 자극하는 맨살을 조용히 눈에 담았다.
어둑한 밤에 서로 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반복적인 과정.
오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풀어진 모습과 장난기 어린 농담들.
오직 그녀에게만 보여주는 특별하고 진솔한 비밀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젠 오히려 그녀가 이 시간을 더 기다리는 듯 미리 침대에서 나를 기다리던 기억들이 자연스레 머릿속을 장식했다.
“게다가 그런 말을 들으니 갑자기 제가 막 음식 투정 부리는 어린애라도 된 것 같잖아요.”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닌데.”
“저도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에요.”
“아― 그럼 내가 설희 네 말을 조금 오해했나 보네.”
난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조금 더 깊게 끌어안았다.
그런 내 다독임을 듣고 나서야 다시 정면을 향해 돌아가는 그녀의 얼굴.
“그런 뜻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던 거구나―.”
난 계속되는 다독임에 다시 내 오른손을 이리저리 만져대는 그녀를 향해 은근히 말을 길게 끌어댔다.
그럼―
“먹고 싶은 음식이 뭔지는 안 물어봐도 되겠네.”
“…….”
툭―!
내 말이 끝나자마자 너무 티 나게 몸을 멈칫거리는 차설희.
난 그녀의 뒷머리를 바라보며 조금 더 말을 이었다.
“혹시 모르지― 초능력처럼 건물에 물도 나오게 하는데 좋아하는 음식도 소환할 수 있을지―”
“…….”
무의식적으로 내 오른손을 꼭 쥔 듯한 차설희가 다시 고개를 돌려왔다.
“……가, 가능해요?”
어두운 밤에도 유독 그녀의 얼굴에 진하게 묻어있는 홍조.
난 너무나도 솔직한 그녀의 반응에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
저 부끄럽지만 솔직한 물음이 내가 공들여 만든 환경의 진짜 마법이었다.
어떤 비밀도 없는 둘만의 비밀의 공간.
서로 볼꼴 못 볼 꼴을 모두 공유한 상대이기에 보일 수 있는 솔직함이었다.
어쩌면 좀비가 세상을 무너트리기 전에도 보일 수 없었던.
“아니.”
“…….”
단호한 대답에 이젠 가늘어지기보다 튀어나올 듯 커지는 그녀의 눈.
홍조보다는 시뻘건 주전자처럼 붉어지는 그녀의 얼굴에 서둘러 뒷말을 이었다.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는 미리 알고 있는 게 네가 먹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을걸? 알고 있어야 건물 수색할 때 더 주의 깊게 찾아볼 수 있는 거고.”
“……이러면 이야기가 또 도돌이표가 된 거잖아요. 전 음식 투정 부리는 어린애가 아니라니까요.”
투정을 부리지 않겠다면서 뭔가 투정을 부리는 듯한 끝말.
난 그녀와 눈을 맞추며 비스듬히 얼굴을 꺾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해?”
“당연하죠! 이런 말도 안 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뭔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고 떼쓰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잖아요! 제가 영화 볼 때마다 그런 어린아이들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아세요?!”
“어― 방금 그 말은 공인으로서 조금 부적절한 말인데.”
“뭔 상관이에요! 어차피 저희 둘밖에 없는데.”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는 덕에 함께 자극받는 상체의 맨살들.
난 아직도 홍조가 남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씩씩거리고 있는 그녀를 보며 작게 웃어주었다.
“그렇게 투정 부리는 게 어때서?”
난 이런 와중에도 내 오른손을 조용히 쓸어대던 그녀의 손을 벗어나 그녀를 다시 안았다.
“여동생도 구해주기로 약속했는데, 먹고 싶은 음식이 뭐라고―.”
조용히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그녀를 옭아매는 포옹에 점점 힘을 더했다.
“원하는 건 뭐든지 말만 해. 내가 다 들어줄게.”
그녀를 꽉 조여가는 포옹 때문인지, 그녀의 귀를 갑작스레 간지럽히는 따뜻한 입김 때문인지 점점 거칠어져 가는 그녀의 숨결.
난 그녀를 조인 팔에서 여실히 느껴지는 호흡의 갈구에 더 억세게 그녀를 안아갔다.
“하아― 하아―”
점점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는 그녀의 호흡.
허나 그녀는 그 불편함 속에서도 얌전히 내 으스러지는 포옹을 받아내고 있었다.
“괜찮아. 우린 서로에게 누구보다 특별한 사이잖아. 매일 한 이불 덮고 같이 자던 사람이 있었어? 하얀이랑도 그렇지 않았잖아?”
그렇지?
부드러운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차설희.
“나도 네가 처음이야.”
난 그녀의 대답에 칭찬하듯 그녀의 새빨간 귀를 살짝 깨물었다.
“흐윽―!”
살짝 치아에 힘을 주자마자 묘한 신음을 흘리는 그녀.
난 옅게 떨리고 있는 그녀의 귓가에 다시금 입김을 불어 넣었다.
후우―
“하으으읏―!”
난 낯선 간지러움에 좀 더 진하게 몸을 떨어대는 차설희를 꽉 안아주며 다시 속삭였다.
“괜찮아. 네가 원하는 건 내가 전부 다 해줄게.”
그녀를 꽉 조여주던 포옹이 천천히 풀리며 양손이 서로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하얀이도 찾아주고, 먹고 싶은 음식들도 마음껏 먹는 거야.”
스르륵―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유영하는 양손.
“그러니까 몰래 울상지으면서 도움도 안 되는 마음고생 좀 그만하고.”
내 당부에 천천히 고개 돌린 그녀의 살짝 커진 눈동자.
그 안에 소용돌이치는 아주 복잡한 감정을 마주하며 몽실몽실한 감촉의 끝단을 엄지와 검지로 살살 돌렸다.
“흑―!”
이미 딱딱하게 발기된 유두를 부드럽게 애무하는 감각에 귀여운 신음이 튀어나왔다.
몸을 파르르― 떨며 다시 정면을 보는 그녀의 귓가에 계속해서 은근한 말을 속삭였다.
“따지고 보면 하얀이와 떨어진 게 네 탓도 아니잖아.”
하아― 하읏― 하으응―
귀와 가슴을 동시에 자극하며 마지막 남은 손이 그녀의 가장 비밀스런 곳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너만큼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제 계약 이런 거 상관없이 하얀이는 무조건 되찾아줄게.”
파들파들 떨리는 허벅지 안으로 파고들어 밑에서부터 위로 부드럽게 둔덕을 쓸어올렸다.
“우린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잖아.”
하으으으응―!
쓸어올리는 손을 반겨오는 촉촉한 습기와 순식간에 위로 향하는 그녀의 허리.
난 밑으로 파고든 내 손을 막아서듯 꽉 조여오는 그녀의 허벅지를 느끼며 부드럽게 손가락을 세웠다.
위아래로 반복해서 쓸어내리는 손가락에 묻어나는 찐득한 애액.
“하읏― 하으으응―!”
난 가슴을 애무할 때보다 더 격하게 허리를 파닥거리는 그녀의 반응에 더 부드럽게 손가락을 돌렸다.
위아래를 반복하는 동작에 가끔씩 섞어 넣는 둥근 원.
“아흐으읏― 자, 잠깐만여― 잠시만― 이, 이거― 하으으읏―!”
찌걱거리는 야릇한 소리와 함께 갈 곳을 잃었던 그녀의 양손이 보지를 애무하던 손을 붙잡았다.
간절한 외침과 함께 내 손에 그대로 전달되는 그녀의 떨림.
쪽―!
난 아무 말 없이 그녀의 귀에 입을 맞추며 나지막이 같은 말을 속삭였다.
“괜찮아, 설희야.”
괜찮아.
주문처럼 그녀에게 스며든 속삭임에 내 손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힘이 사라지는 게 선명히 느껴졌다.
찌걱―!
“하으으읏― 이거 기분이 너무― 하응―!”
미처 말을 끝내지 못할 정도로 이어지는 선명한 쾌락.
쪽―! 쪽―!
난 그녀의 붉은 귓불을 입술로 간지럽히며 그녀의 보지를 지분거리는 손가락에 속도를 높였다.
찌걱― 찌걱―
“하으으응― 제발― 제발― 제바으으응―!”
무언가를 애원하며 애타게 내 손을 붙잡은 손을 꼼지락거리는 차설희.
난 그 여린 떨림을 무시하며 계속해서 그녀의 보지를 지분거렸다.
이미 애액으로 흠뻑 젖은 소음순과 애무를 이어가는 손가락에 계속해서 걸려대는 클리토리스.
난 이미 잔뜩 발기한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빙글빙글 강하게 돌려댔다.
“으흑―! 끄흐으읏―! 아흐윽―!”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반응.
난 이미 활처럼 휘어진 그녀의 허리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유두를 간지럽히던 손을 위로 향했다.
“하으응― 케헥―!”
보지를 지분거리는 것과 동시에 한껏 벌려진 그녀의 입 안을 헤집는 손가락들.
이미 그녀의 입 안에 가득 고인 타액들이 손가락에 휘저어지며 야릇한 소리를 내뱉었다.
찌걱― 찌걱― 찌걱―
위에서 나오는 건지, 아래에서 나오는 건지 모를 야릇한 소리들.
“케흑―! 켁―! 케헥―!”
거칠게 입 안을 헤집는 손가락에 연신 들려오는 사레들린 기침.
하지만 그러면서도 습관처럼 내 손가락을 휘감기 위해 움직여오는 그녀의 혀가 선명히 느껴졌다.
찌걱거리며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마구 문지르는 손길에 꽉 닫혀 내 손을 비비적거리는 그녀의 허벅지.
마치 무언가를 재촉하듯 간절하게 위아래로 비비적거리는 허벅지에 난 아까부터 계속 주문처럼 외우던 속삭임을 다시 재개했다.
“괜찮아.”
계속해서 반복하는 문장과 사레들린 기침 속에서도 요란하게 찌걱거리는 그녀의 입 안.
“괜찮아, 설희야.”
난 내 손가락을 향해 혀를 돌리면서도 점점 위로 향하는 그녀의 고개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을 희롱하던 손가락도 닿지 못하게 천장을 향해 올라가는 그녀의 얼굴.
“케흑― 흐읏―! 하으으으으읏―!”
연신 보지를 지분거리는 소리만 가득하던 침소에 짐승 같은 신음이 울려 퍼졌다.
푸슛― 퓨수우우우우―
천장을 향해 잔뜩 올라간 허리와 보지를 자극하던 손을 한가득 젖혀오는 물줄기.
난 조수를 내뿜으며 위태롭게 파들파들 떨리는 그녀의 가녀린 다리를 조용히 눈에 담았다.
점점 가늘어지는 물줄기와 함께 다시 침대로 가라앉는 그녀의 허리.
“하읏― 하으응―”
난 내게 축― 기대어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쾌락에 경련하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보짓물로 축축한 손이 거칠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하으으― 하읏―”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잡아당기는 강압적인 손길에도 아무렇지 않게 내 손길을 따르는 차설희.
다시 강제로 나를 향해 돌려진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이미 쾌락에 녹아 눅진눅진해진 그녀의 얼굴.
한 번도 본 적 없는 차설희의 멍청한 표정과 흐리멍텅한 두 눈이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
아무런 말 없이 한참을 서로 눈을 맞추던 와중에 차설희가 천천히 두 팔을 뻗어왔다.
습관처럼 내 양 볼을 붙잡고 빠르게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
쪽―! 쪼옥―!
난 그녀의 머리카락을 당기던 손에 힘을 빼고 그 입맞춤에 부드럽게 호응해줬다.
계속해서 깊게 내 입술을 빨아당기는 그녀의 입술 덕에 자꾸만 부딪히는 콧등과 턱.
이미 그녀의 얼굴에 한가득 맺혀있는 타액들이 계속해서 내 얼굴로 자리를 옮겼다.
쪼옥―! 쪽―! 쪽―!
허나,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마치 갈구하듯 내게 입을 맞춰오는 차설희.
난 얌전히 입술을 움직이며 그녀의 입맞춤에 호응해주었다.
똑― 똑― 똑―!
“관장님!”
그 순간, 열람실 문을 빠르게 두드리는 다급한 손짓.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관장님!”
문밖으로 나를 부르는 고장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
깜짝 놀라 서둘러 키스를 멈추고 얼굴에 느낌표를 띄우는 차설희.
난 간이침대에 어지럽혀져 있던 이불로 그녀의 몸을 가려주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툭―!
가볍게 터는 오른손에 차설희의 보짓물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난 차설희가 이불로 몸을 완전히 감싼 것을 확인하고 침소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어차피 문이 열리는 방향으론 차설희가 있는 간이 침대를 바라볼 수도 없었다.
“아―! 늦은 밤에 정말 죄송합니다, 관장님!”
열린 문으로 내가 나오자 서둘러 고개를 꾸벅― 숙이는 고장훈.
“무슨 일이야?”
난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 눈치 빠른 고장훈이 이런 늦은 밤에 나를 찾아올 정도면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관장님이 급히 확인하셔야 할 것이 있어 이렇게―”
말끝을 길게 늘이며 서둘러 내게 무언가를 건네는 고장훈.
난 놈이 내민 무언가를 조용히 건네받았다.
종이였다.
이리저리 잔뜩 구겨진 A4 용지 한 장.
“1층에서 경계를 서던 캠프원이 입수한 종이입니다. 아무래도 바람에 흩날려 도서관까지 날아온 것 같습니다.”
난 고장훈의 보충 설명을 들으며 종이에 적힌 내용을 천천히 읽어내렸다.
[이 종이를 발견한 모든 생존자분들에게 알립니다. 아직 생존을 포기하지 않은 모든 생존자분들은 학생회관으로 모여주세요. 학생회관엔 넉넉한 식량과 안전한 보금자리, 특별한 능력을 갖춘 학우들이 생존해있습니다. 이걸 읽으시는 모든 생존자분들은 학생회관에 모여주세요.]
일종의 전단지였다.
아직 살아있는 생존자들에게 학생회관이라는 안전지대를 홍보하고 그곳으로 이동하길 유도하는 전단지.
“…….”
난 아무 말 없이 다시금 천천히 전단지를 동공에 담았다.
전단지라는 존재 자체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나 또한 염두에 두었던 방법 중 하나니까.
내가 지금 내 손에 들린 전단지에서 놀란 건.
“…….”
난 고장훈이 밝혀주는 손전등 불빛에 선명한 전단지의 글자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훑었다.
연필이나 볼펜 잉크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프린트 잉크의 흔적.
난 고개를 들어 불빛이 사라진 도서관의 천장을 응시했다.
“6층 애들 다 깨워.”
“예―!”
툭― 내던진 지시에 서둘러 세미나실로 달려가는 고장훈.
난 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시금 전단지를 내려보았다.
전단지 혹은 삐라.
확실히 아직 대학 도처에 깔려있을 생존자들을 확보하기엔 너무나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수신자를 특정하지 않은 초대장은―
툭―!
짧게 끊어친 검지가 가볍게 전단지를 두드렸다.
언제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부르는 법이다.
지배확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