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56화 (56/120)

지배확립 (1)

“쪽― 으음― 쪼옥―”

기분 좋게 인중을 간지럽히는 콧김과 알아서 혀 구석구석을 애무해오는 따뜻한 촉감.

난 이제 너무나도 익숙하게 키스를 이어가는 차설희를 조용히 내려보았다.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자마자 시야에 들어서는 분홍색 혀.

“으음― 하음―”

내 입 안으로 들어와 천천히 시계 방향을 그리며 돌아가는 혀를 따라 끈적하고 야릇한 소리가 연신 방안을 울렸다.

“쪼옥― 쪽―”

그렇게 충분히 혀를 애무했다 생각했는지 다시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정성스레 빨아주는 그녀의 도톰한 입술.

난 내 양 볼을 조심스럽게 부여잡은 그녀의 손길을 느끼며 그녀와 속도를 맞췄다.

쪽―!

동시에 서로의 입술을 자극하며 느끼는 짜릿한 전기의 신호.

“흐응― 쪼옥― 쪽―”

살짝 부르르― 떨린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이 조금 더 강하게 내 볼을 부여잡으며 속도를 높였다.

눈을 꼭 감은 채 쉴 새 없이 파도를 치며 움직이는 차설희의 얼굴.

난 혼자 보기엔 너무나 아깝지만, 영원히 혼자만 보게 될 그녀의 표정을 감상하며 손가락을 쓸어내렸다.

부드럽게 위아래로 반복해서 움직이는 내 손을 간지럽히는 그녀의 머릿결.

난 점점 진하게 얽혀가는 서로의 타액을 느끼며 더 아래로 손을 내려갔다.

톡―!

부드럽게 그녀의 등허리를 두드리는 신호에 더 가까이 내게 붙어오는 차설희.

이미 간이침대에 앉아있는 내게 몸을 바짝 달라붙은 그녀가 다시 엉덩이를 들며 한 뼘 더 내게 다가왔다.

“쪼옥― 쪽― 쪽―”

여전히 내 얼굴을 붙잡은 채로 키스에 열중하는 차설희.

허나 그것보다 더 나를 자극하는 감각은 내 등허리를 교차하듯 감싼 그녀의 다리였다.

애무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헷갈리게 할 만큼 나를 강하게 옭아매는 보드라운 감각.

키스를 이어가는 중간중간 내 허리를 쓸어내리는 허벅지의 촉감에 이미 터질 듯 발기된 자지가 계속해서 껄떡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바지를 뚫을 듯 발기한 자지를 계속해서 건드리는 묘한 자극.

절대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확실한 자극에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더 선명히 자극을 느끼는 귀두를 부드럽게 쓸어내려 가는 그녀의 하체.

허리를 움직여 내 입술과 자지를 동시에 애무하는 그녀를 보며 저절로 진한 미소가 새어 나왔다.

처음 차설희를 보았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행동이었다.

마치 자지를 조르듯 천박하게 움직이는 하체와 눈을 꼭 감고 키스에 열중하는 상체.

그녀는 잠겨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디던 발자국.

팔목을 가볍게 젖히며 찰랑이던 얕은 파도를 지나―

어느새 바닥이 느껴지지 않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천천히 발을 놀리는 그녀가 있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단계는 단 하나.

차설희가 지금 천천히 놀리고 있는 발을 조용히 멈추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마음속 깊이 바라고 있던 애정 속으로 스스로 빠져드는 것.

하지만, 그걸 내 입으로 말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차설희의 성격상 그걸 내 입으로 말하는 건 역효과를 낼뿐더러, 아직 ‘차하얀’이라는 명목상의 계약이 존재하니까.

난 슬슬 입 안에 가득 고이는 타액을 느끼며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혔다.

툭―!

“아―.”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미는 손가락에 튀어나오는 고운 미성.

기나긴 입맞춤을 끝내게 된 그녀가 오래도록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기나긴 입맞춤 덕에 부족해진 숨을 고르는 야릇한 숨소리와 조용히 나를 올려다보는 촉촉한 눈빛.

그저 마주하는 것만으로 남자의 아주 깊고 어두운 욕망을 자극하는 감각에 고개를 천천히 가까이 다가갔다.

점점 가까워지는 내 얼굴에 조심스레 천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꺾는 차설희.

새하얀 도화지에 진하게 새겨놓은 나만의 영역 표시였다.

매일 아침마다 반복해서 그녀의 몸에 각인시킨 더러운 행위.

무언가를 받아먹기 위해 벌린 그녀의 입에 길쭉한 타액이 줄을 이어 내려갔다.

내 입 안에 가득 고여 섞였던 서로 간의 타액이 다시 그녀의 입 안을 한가득 채우는 추잡한 광경.

하지만 이것보다 남자의 정복욕과 독점욕을 돋우는 장면도 없었다.

길게 이어진 타액이 끊기자마자 입을 닫고 다시 고개를 세우는 그녀.

꿀꺽―.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 아래 목젖이 꿀렁이는 모습에 자지가 다시 터질 듯이 껄떡거려왔다.

“어때? 맛있어?”

“……어이가 없네요. 그냥 침 맛이 치약 맛이지 무슨 맛이 난다고.”

언제나처럼 그녀를 꽉― 안고서 장난처럼 던지는 물음.

내가 귓가에 흘린 물음처럼 그녀가 퉁명스레 내 귓가에 답을 던져왔다.

“하긴― 제대로 씻고 양치하기 전에는 조금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

나는 껴안은 몸을 통해 흘러드는 샴푸향을 가득 맡으며 조금 더 가까이 그녀의 귓가에 다가갔다.

“나도 차설희는 진짜 요정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더라고.”

“…….”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에 곧바로 반응하는 차설희.

“아닛― 당신은 뭐 얼마나 깨끗했었다고―! 당신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꽤나 민감한 문제였는지 득달같이 달려드는 반응에 가볍게 웃으며 껴안은 손에 힘을 줬다.

내 어깨라도 칠 생각으로 주먹을 쥐고 몸을 아등바등 흔들던 그녀가 가볍게 진압됐다.

어쩌면 숨을 고르게 쉬기도 불편할 만큼 서로를 압박하는 포옹.

허나 그녀는 그런 으스러지는 포옹에도 숨을 불편하게 내쉴지언정 내 포옹을 거부하지 않았다.

“하아아― 하아아아―”

어쩔 수 없이 고르지 못한 호흡에도 얌전히 내게 안겨있는 차설희.

누구도 착각하지 못할 직선적인 신호들.

이미 차설희는 그 직선적인 신호들에 길들여져 있었다.

“그냥 이대로 조금만 더 있을까?”

“……밖에 사람들 기다리잖아요.”

난 차설희의 대답에 열람실 문을 곁눈질했다.

그녀와 한창 입맞춤을 이어갈 때부터 이미 인기척으로 가득했던 문 앞.

6층 캠프원들이 열람실 밖으로 나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

난 포옹을 풀고 그녀에게 물었다.

내 반문에도 그저 얌전히 내 말을 듣고 있는 차설희.

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옅게 미소 지었다.

“우리가 그러고 싶다는데.”

“…….”

“차설희가 그러고 싶다는데.”

아주 나긋나긋한 말을 끝내곤 천천히 그녀의 얼굴에 다가갔다.

방금 전까지 이어졌었던 입맞춤을 재개하는 움직임.

차설희는 그런 내 얼굴을 보며 그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조심스레 앞으로 내밀어오는 입술을 바라보며 그녀의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툭―!

간이침대에서 가볍게 일어나 번쩍 든 그녀를 부드럽게 바닥에 착지시켰다.

“…….”

조용히 눈을 뜬 후에 나를 바라보는 차설희.

점점 빠르게 사납게 찌푸려지는 미간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그러기엔 누구 때문에 좀 징하게 키스를 오래 해서.”

“……정말 어이가 없네요.”

낮게 떨리는 목소리와 레이저를 발사할 듯 가늘게 모인 눈동자.

난 곧이어 다음 말을 길게 토해내려는 차설희의 엉덩이를 꽉― 주무르며 몸을 돌렸다.

“제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당신이― 하윽―! 뭐, 뭐하시는 거예요?!”

노골적으로 엉덩이를 희롱하는 손짓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

매번 질릴 만큼 이루어진 행위였지만, 지금 그녀가 열람실 문으로 강제로 걸어가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난 당황해서 말을 어버버 거리는 차설희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열람실을 향해 걸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중독성 넘치는 장난감처럼 계속해서 내 손에 착 달라붙어 오는 묘한 살덩이들.

계속해서 가까워지는 열람실 문과 나를 번갈아보는 차설희를 감상하며 제 1열람실을 휘둘러보았다.

간이침대와 화장품을 배치하기 위해 놓였었던 탁자 외엔 아무것도 없었던 제 1열람실.

텅텅 비워져 황량한 느낌마저 주던 열람실엔 어느새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구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교수 휴게실과 연구실에서 빼내 온 그나마 고급스러운 가구들과 구석에 놓인 책장.

차설희가 책 읽는 취미도 있다기에 배치한 책장엔 이미 그녀가 고른 책들이 한가득 꽂혀있었다.

“……흐윽―!”

배려심 없는 오로지 내 재미를 위한 손길에 계속해서 옅은 신음을 흘리는 차설희.

이미 세모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지만,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임을 알고 있기에 별 상관은 없었다.

난 오히려 그녀에게 보란 듯이 웃으며 손안에 가득 들어온 그녀의 엉덩이를 더 꽉― 쥐어짰다.

“하윽―!”

열람실 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새된 신음을 내지르는 그녀.

난 조용히 웃으며 그녀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이러다 밖에 있는 애들이 다 듣겠는데?”

“……흐윽―.”

내 경고에 서둘러 열람실 문을 응시하는 차설희.

난 그녀의 엉덩이를 다시 부드럽게 쥐어짜며 그녀를 재촉했다.

다시 열람실 문으로 걷기 시작하는 그녀와 어느덧 열람실을 부드럽게 감싸기 시작한 아침 햇살.

“그러고 보니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엉덩이를 희롱하는 손길에 대한 복수인지 매우 퉁명스러운 대답.

난 갑작스레 머릿속을 스쳐온 의문에 조용히 아침 햇살을 응시했다.

오늘이 월요일이었던가, 화요일이었던가?

그리 분명하지 않은 날짜 감각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제와선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게 더 신기한 느낌에 저절로 헛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지금와서야 생각하는 거지만, 어쩌면 요일이라는 건 쳇바퀴도는 일상에서 특별한 날을 구별하기 위한 장치였는지도 모른다.

틀에 박힌 듯 계속되는 일상 속에 특별한 날을 구별하기 위한 약속.

하지만 이젠 그 특별한 날을 구별할 필요가 자연스레 없어졌다.

틀에 박힌 일상은 이미 우리의 손을 떠났으니까.

오늘은 월요일이나, 일요일이 아닌―

성종현을 죽이고 도서관에 돌아온 지 4일이 지난 아침이었다.

킁― 킁―

난 열람실 문 앞에 서며 습관처럼 주변 냄새를 맡았다.

방대화가 언덕처럼 쌓인 시체를 태워버리고 난 뒤 도서관을 떠나질 않던 이상하게 고소한 내음들.

이제야 조금 그 고소한 냄새가 사라진 듯한 느낌에 제법 산뜻한 마음으로 열람실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아이고― 관장님― 정말 좋은 아침입니다, 헤헤―!”

문이 열리기 무섭게 손을 비비적거리며 나를 맞이하는 고장훈.

“어떻게 잠은 잘 주무셨는지요?”

난 눈을 쭉 찢으며 내게 살랑살랑 다가오는 놈을 보며 마지막으로 찰떡같이 감겨오던 살덩이를 몰래 꽉― 쥐었다 놨다.

“그래. 준비는 다 됐겠지?”

“물론입니다! 제가 관장님이 매번 나오시던 시간보다 딱 30분 먼저 미리 대기시켜놨습니다! 아이고― 사모님, 오늘도 너무너무 아름다우십니다―! 관장님, 사모님에게 조원을 붙여 모실까요?”

“……돼, 됐어요.”

난 고개를 푹 숙이고 귀가 시뻘게진 채로 앞으로 걸어가는 차설희 너머로 나를 기다리던 캠프원들을 바라보았다.

듬직한 체구로 절도 있게 나를 기다리는 박태하와 어느덧 부기가 조금 빠진 얼굴로 그 옆에 서 있는 방대화.

생각해보니 둘이 이름도 거의 엇비슷하네.

난 수색조장과 타격조장, 그리고 그 뒤의 조원들을 눈에 담으며 가볍게 고개를 주억였다.

오늘은 이제 슬슬 캠프에 적응했을 캠프원들을 전체적으로 순시하는 날이었다.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생기는 사내새끼들을 뒤에 주렁주렁 달고 속된 말로 힘자랑을 할 시간이라는 뜻이었다.

사람은 언제나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간절함으로 내 캠프에 들어왔을지 모르지만, 그 마음이 영원할 거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언제 편안함을 양분 삼아 쑥쑥 자라난 불만이 대가리를 내밀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그런 놈들의 머리에 확실한 공포를 박아주는 것이 중요했다.

과거의 왕들이 괜히 나라를 통일하고 지방 순시를 돈 게 아니니까.

아랫놈들에겐 언제나 미리미리 기를 꺾어놓으며 지배를 각인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헤헤― 모시겠습니다, 관장님!”

허리를 굽신굽신거리며 양손으로 앞을 가리키는 고장훈.

그의 손짓을 따라 복도에 길게 늘어서 있던 타격조와 수색조가 서둘러 중앙에 길을 텄다.

“정말 제게 이런 영광을 주신 관장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제가 관장님의 도서관 첫 전체 점검을 아주 성심성의껏 보좌하겠습니다!”

또 끝을 모르게 길게 이어지려는 고장훈의 장황설을 막기 위해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

“예―! 일단 제일 먼저 살펴보실 구역은 6층 식량―”

조금 뒤에서 서둘러 설명을 시작하는 고장훈과 우리를 뒤따르는 수색조원들과 타격조원들의 발소리.

쿵― 쿵― 쿵―

누가 들어도 걷기 위한 발걸음이라기보다는 특수한 목적을 지닌 위압적인 발 구름.

난 6층을 크게 울리기 시작한 발 구름을 들으며 헛웃음을 내뱉으며 고장훈을 바라보았다.

간사한 미소와 함께 특유의 굽신거리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고장훈.

……진짜 미친 새끼.

난 그의 미소에 짧은 헛웃음으로 화답하며 6층 식량 창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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