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51화 (51/120)

합리의 시대 (2)

“그러고 보니 그때와 거의 비슷한 자리지 않나?”

한세계, 지금 네가 서 있는 자리가 말이야.

내 헛웃음에 옅은 미소로 화답하는 교수의 뱀 같은 속삭임.

그의 말에 아주 자연스럽게 그날의 내가 떠오른다.

지루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모두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지옥의 첫날.

“교단 위에 서면 굳이 안 봐도 될만한 것들까지 모두 보이는 법인지라.”

놈이 살짝 고개를 돌려 그날의 내 시선을 모방하듯 강의실 앞쪽을 차분히 훑는다.

시간도 때울 겸 멍하니 여학생들의 뒷모습을 희롱하던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

“아― 저기 있네.”

그의 시선이 가리키는 여리여리한 뒤태.

“우리 아름이.”

그의 부드러운 호명에 대답하듯 들썩이는 길게 뻗은 포니테일.

‘아, 네! 저는 유아교육학과 2학년 김아름입니다!’

‘아― 칼 세이건. 정말 좋은 명언이죠.’

교수의 긍정적인 반응에 하늘거리던 그녀의 잔머리가 저절로 떠올랐다.

여전히 남자의 묘한 부분을 자극하고 있는 그녀의 잔머리에 조용히 시선을 두었다.

“여기서 제일 반반한 년이야. 이제 네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년이기도 하고.”

원래는―

교수가 차분히 말을 이으며 내 아래 깔린 방대화를 잠시간 내려다보았다.

“우리 대화 전용으로 주려 했는데, 대화가 자기 취향의 여자가 아닌지 이상하게 손을 안 대서. 뭐―”

인제 와서는 전화위복도 이런 전화위복이 없는 거지.

“정말 지금 생각해도 겁이 얼마나 많은 제자였는지. 아마 약을 끊는다고 겁을 주면 네가 하고 싶은 플레이는 뭐든지 가능할걸?”

남자의 어둡고 진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긁어대는 목소리.

난 그날과 똑같이 제일 앞자리에 위치한 포니테일을 조용히 응시하며 그의 말에 답했다.

“뒤진 시체에 박아대는 취향은 없는데 저 상태에서 깨우는 건 못 하나?”

“……음― 굳이?”

“아름인가 다름인가 말고 이왕이면 여기 있는 여자들 전체를 맨정신으로 보고 싶은데.”

“…….”

내 말에 답하지 않고 비스듬히 고개를 꺾는 성종현.

난 점점 가늘어지는 놈의 눈가를 보며 살짝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인기 절정의 보급품인지라 이리저리 물어볼 게 많거든.”

처녀인지, 아닌지.

“뭐― 대부분이 처녀가 아니겠지만, 그럼 처녀가 아니면 전남친 작품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내 말이 이어질수록 놈의 눈가가 오히려 더 진하게 좁혀진다.

“상이랍시고 줬는데 오나홀보다 못한 목석같은 여자면 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잖아? 뭐 오히려 그런 면에 더 환장하는 새끼면 다행이겠지만.”

“……허.”

결국 내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끅끅거리는 교수.

그가 요란하게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 아니, 아니. 그런 면에선 조금 안타깝지만 이제 저게 저 아이들의 본모습이야. 굳이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놓는 병신 같은 짓거리는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래?

난 교수의 마지막 말에 고개를 주억이며 눈을 감았다.

우우웅―!

내 의지에 단번에 답해오는 황금빛 왕권.

전신을 가득 물들인 찬연한 빛을 느낌과 동시에 숨을 깊게 들이켰다.

스으으읍―!

마치 여과장치를 쓴 듯 갑작스레 상쾌해진 공기.

하아아아―

난 너무나도 선명히 느낄 수 있는 역체감에 다시금 헛웃음을 머금었다.

이능이 현실이 된 지금.

단 하나의 의문점도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

혼자 인문대 옥상에 올라온 이유로 왠지 모르게 강의실 안은 기분이 나빠서라고 답한 방대화.

단순히 강의실을 밝히기 위한 목적이라기엔 너무 많은 향기 초들.

그리고 어떻게든 부드러운 태도로 대화를 길게 끌려던 교수.

단서는 넘칠 만큼 충분했고, 나만의 작은 실험도 이것으로 끝이었다.

“……이런 느낌이네.”

의식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코를 킁킁거리게 만드는 기분 좋은 향기.

나도 모르게 너그럽고 관대해지는 여유 넘치는 마음.

게다가 이상하게 한 박자씩 느리게 작동하는 말과 생각.

“끄흐으읏―!”

난 감았던 눈을 뜨며 바닥에 깔린 방대화의 머리를 다시 한번 잘근잘근― 돌려 밟았다.

분명 나보다 훨씬 더 오래 저 기분 좋은 향기에 노출되었던 방대화.

그것의 여파 때문인지 교수의 이 기괴한 지배 체제는 인정했지만―

저 아름인가 뭔가 하는 년은 손대지 않았다라―

아마 방대화 이 새끼도 아주 자연스럽게 저 여자에 손을 대면 뭔가가 끝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아차렸는지도 모르지.

이를테면― 이능력자가 되며 얻은 이능력에 대한 자체적인 저항력?

아직 가설일 뿐이지만― 가능성은 적지 않았다.

“……음?”

그런 내 모습에 의문 가득한 단음을 내뱉는 교수.

일반인들에겐 아주 치명적이지만, 이능력자를 상대로는 꽤 긴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정신계 오염 능력.

그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았다.

하긴― 저게 방대화나 나에게까지 아주 치명적으로 작용했으면 날먹도 그런 날먹이 없겠지.

저 능력으로 이능력자를 오염시키는 데에는 아주― 아주 기나긴 시간이 필요할 듯싶었다.

나 또한 일부러 노출된 후에도 여전히 놈을 죽이겠다는 생각은 유효했으니까.

그저― 기다림이 아주 관대해지는 것뿐이었다.

좋아― 이 정도면 첫 번째로 조우한 정신계 능력자에게 뽑아먹을 건 다 뽑아먹은 것 같네.

“어이, 교수.”

난 나를 보며 표정을 옅게 찡그리고 있던 교수에게 다시 말을 붙였다.

“듣자 듣자 하니 어디 도떼기 리얼돌 싸개가 하는 말이 여간 건방져야지.”

투욱―!

길게 쭉 민 쇠 파이프에 강제로 앉았던 자리에 착석하는 교수.

난 어떻게든 얼굴로 튀어나오려는 당황을 서둘러 수습하는 교수를 내려다보며 작게 웃었다.

놈의 홈그라운드에 아주 자욱이 깔렸던 약이 무효화된 덕분에 머릿속이 너무나도 깨끗했다.

난 놈을 따라 하듯 여학생들이 자리에 앉은 강의실을 크게 휘둘러보았다.

“저런 건 네가 싸지른 애새끼 방구석 서랍을 뒤지면 넘치도록 있어.”

인간도 아닌 인형으로 격하된 질 떨어지는 오나홀.

“아― 그게 딸년이면 지애비 자지보다 큰 딜도가 있으려나?”

내 말이 끝나자마자 살짝 붉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성종현.

툭―!

그의 어깨를 다시금 쇠 파이프가 가볍게 짓누른다.

“쉬이이이이―”

조용히 하라는 입소리 덕분인지 혹은 그의 어깨를 은근히 짓누르는 쇠 파이프의 압력 덕분인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교수.

“좀 끝까지 들어.”

나도 네 얘기를 끝까지 들어줬잖아.

“교수가 왜 이렇게 예의가 없지?”

툭―! 툭―!

그의 어깨에서 이동해 가볍게 얼굴을 치대는 쇠 파이프.

그 둔탁하고 기분 나쁜 타격에 얼굴을 찡그린 교수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한세계 학생. 우리 이야기가 잘 진행되던 거 아니었나?”

“글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지.”

툭―! 툭―!

다시금 그의 얼굴을 치대는 쇠 파이프에 전신이 황금빛에 물든 내 전신을 번갈아보는 요란한 눈동자.

“지금 뭔가 심각한 오해를 한 것 같은데.”

“뭐― 오해여도 상관없고 아니어도 상관없고―”

여상한 대답이 끝나자마자 교수가 서둘러 말을 내뱉었다.

“아니―! 아니, 아니―! 우린 이 오해를 반드시 풀어야 해!”

“……왜?”

“순간의 충동적인 감정에 대의를 그르칠 순 없으니까! 네가 굳이 나를 죽여야 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으니까―!”

툭―!

단정한 얼굴에서 급박하게 사방으로 튀어대는 놈의 침.

난 그 침을 막기 위해 쇠 파이프로 얼굴을 더 세게 문지르며 말했다.

“굳이 사람이 죽는데 이유를 찾지 마.”

이제 그런 시대잖아, 안 그래?

투욱―! 투욱―!

난잡하게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쇠 파이프를 따라 마구 문질러지는 놈의 준수한 얼굴.

내 발아래 계속해서 깔린 채로 내 만족감을 채워주는 방대화.

“나이도 사회적 지위도 더 높은 어른이 가족을 들먹이는 모욕에도 살려달라고 빌어대는 세상이 온 거잖아.”

“……잠깐만―! 이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짓거리야!”

그렇게 얼굴이 추하게 뭉개지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입을 벌리는 성종현.

그가 나를 올려다보며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 이유 같지 않은 이유 말고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해!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내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넌 정말 하나도 모르고 있어!”

한세계―! 내 말 잘 들어―!

“만약 네가 안 죽고 계속해서 살아남는다면 너와 함께 있는 사람은 계속해서 더 많아지겠지. 관리하는 땅도 늘어날 거야. 유일하게 줄어드는 건 식량뿐이야―!”

그 식량이 도대체 얼마나 갈까―?!

“농사?! 허― 사냥?! 다 좆까라 그래! 지금 내가 관리하는 여학생만 해도 20명에 육박해! 그런데 점점 불어나는 생존자들을 고작 농사나 사냥 같은 불확실한 방법에 의지해야 한다고?! 그건 네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로 불가능해! 설마 식량을 포인트로 전부 사겠다는 병신같은 말을 하진 않겠지, 어?!”

점점 나를 올려다보는 놈의 얼굴이, 고함이 그 색을 진하게 내뱉는다.

“그런데 나만 있으면 그 모든 문제에서 해방돼! 지금 저년들을 보라고―! 밥을 안 먹은 지 며칠이나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여전히 숨을 쉬고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잖아―! 도대체 뭐가 문제야?!”

내가 도와준다잖아―!

“내가 너를 왕으로 만들어준다잖아―! 네가 제일 위에 있고 나는 알아서 밑을 깔아주겠다잖아―! 내가 충성을 바치겠다잖아― 이― 이이이이―!”

무언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려 하지만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부여잡은 건지 끝까지 참아내는 성종현.

난 놈의 붉어 터지려는 얼굴이 진정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한꺼번에 아주 많은 말을 쏟아낸 여파인지 여러 번 숨을 격하게 고르곤 다시 나를 올려다보는 놈의 눈빛.

“그러고 보니 성종현, 당신의 속칭을 아직 못 들었네.”

“…….”

전혀 뚱딴지같은 말에 미간을 찌푸리는 교수.

난 놈을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어주었다.

“왜? 기회가 있을 때 말해준다며. 난 지금 듣고 싶거든.”

……혹시 알아?

아주 사근사근하게 들이미는 속삭임.

“속칭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우리의 미래에 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눌지.”

“…….”

은근한 목소리에 옅게 떨리는 놈의 눈동자가 그대로 보여왔다.

옅게 달싹이던 입술이 차츰 열리는 게 훤히 보인다.

“……떠, 떨팔이.”

그의 입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그리 당당하지 못한 중저음.

“그래― 떨팔이 교수 성종현.”

난 그의 속칭을 호명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넌 떨팔이라 떨팔이 짓을 한 거고.”

툭―!

“이 새낀 방화범이라 밤에 오줌 쌀 짓을 한 거고.”

얌전히 내 발을 얹고 있는 방대화의 헝클어진 머리.

난 장난스레 교수의 얼굴을 치대던 쇠 파이프를 나를 향해 가리킨다.

난.

“그럼 난 무슨 짓을 할 거 같아?”

“…….”

나지막한 물음에 빠르게 답하지 못하는 교수.

난 턱 막힌 놈의 아가리를 비스듬히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드는 새끼는 살리고, 마음에 안 드는 새끼는 죽일 거야.”

네가 말한 그―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네가 죽는 이유야.”

한 마디로.

“그냥 내 좆대로 하겠다는 말이지.”

나도 모르게 머금은 웃음에 전혀 화답하지 않는 놈의 얼굴.

처음으로 뭐에 걸린 듯 턱― 멈춰버린 놈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계속해서 미소를 내보였다.

“그래도― 네가 한 말 중에 몇 개는 일리가 있어 보였으니 조금 진지하게 답해줄게.”

툭―!

“애초에 한 집단을 두 명이 관리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어딨어? 그러다 옛날 사람들이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고 치고박는 일이 아주 많았지 않았나?”

안 그래요, 사학과 교수님?

“…….”

길게 늘어트린 물음에도 그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게다가 네가 말한 방식대로 집단을 관리한다해도 사람들은 네 약에 종속된 거지, 내게 충성하는 게 아니잖아, 이 새끼야.”

투욱―!

쭈욱― 길게 놈의 얼굴을 밀어대며 놈의 대답을 재촉하는 쇠 파이프.

“이거 완전 알짜배기는 자기가 다 먹을 테니 난 밖에서 개지랄만 하라는 소리잖아. 잔대가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려요, 교수님.”

툭―! 툭―!

놈의 관자놀이를 가볍게 치대는 쇠 파이프에도 놈의 아가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그에 반해 아주 급박하게 좌우로 파르르― 움직이는 놈의 눈동자.

“이거 봐― 그냥 아까 뒤지지. 그랬으면 염라대왕한테 징징거리며 일러바칠 거리라도 있었을 거 아니야.”

난 끝을 체감하듯 달달― 떨리기 시작한 놈의 몸뚱어리를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툭― 툭― 쇠 파이프가 놈의 몸뚱어리를 건드릴 때마다 그 떨림이 급격하게 증폭되는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하지만― 이대로 죽이는 건 뭔가 성미에 안 맞았다.

난 놈이 내게 했던 것처럼 조용히 허리를 숙여 놈의 귓가에 다가갔다.

“그냥 재수가 존나게 없었다고 생각해. 아까 내가 한 말 다 잊고 그냥 이것만 기억하는 거야.”

네가 죽는 이유는―

“하는 말이 너무 건방져서, 하는 짓이 너무 같잖아서, 나중에 할 일이 너무 눈에 훤해서 죽는 거야.”

“……으으― 으으으으―”

그런 내 귓가에 들려오는 미약한 앓는 소리와 처절하게 삐걱거리는 고개를 좌우로 내젓는 바람의 감촉.

그리고 사실―

난 곁눈질로 뚫어져라 내 얼굴을 쳐다보는 성종현에게 속삭였다.

“그게 맞아.”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입을 열려는 그의 파르르― 떨리는 입술.

새하얗게 질린 얼굴 사이로 놈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내 손이 먼저 그의 목을 조여 잡았다.

턱―!

손아귀에 딱 들어맞는 목을 단단하게 조이며 자리에 앉은 놈의 몸을 그대로 벽에 처박았다.

퍼억―!

순식간에 벽으로 날아가 대자로 처박히는 성종현.

쐐애애애액―!

그런 그의 몸이 중력의 영향을 받기도 전에―

푸우우욱―!

회색빛 장대가 놈의 심장을 꿰뚫고 벽에 박힌다.

“끄륵―! 끄르르르르륵―!”

고통에 가득 차 온갖 방향으로 찌그러진 놈의 얼굴에서 새어나오는 피가래 끓는 소리.

아등바등거리며 가슴에 박힌 쇠 파이프를 향해 손을 가져다 대던 놈의 입에서 새빨간 피가 한 움큼 주르륵― 흘러내렸다.

툭―!

그리고 순식간에 몸을 축― 늘어트리는 성종현.

가슴에 박힌 쇠 파이프에 놈이 토한 피가 망울져 천천히 바닥으로 뚝― 뚝― 흘러내렸다.

띠링―!

[‘성종현’이 가진 잔여 포인트가 ‘한세계’에게 모두 이동합니다.]

[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놈의 사망 이후 확인 사살처럼 갱신된 메시지.

난 생각보다― 아니 이보다 쪼잔할 수 없는 보상에 잠시간 미간을 찌푸리며 메시지를 응시했다.

“…….”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 없이 다시 침묵에 돌입한 상태창 메시지.

……허.

난 마음속으로 연신 헛웃음을 내뱉으며 아래를 응시했다.

그곳에 아까보다 더 심하게 몸을 떨어대며 고개를 돌리고 있는 방대화가 보였다.

그의 고개 돌린 시야에 선명히 보이는 성종현의 최후.

그래― 내가 뭐 하러 귀찮게 성종현과 말씨름을 했겠나.

그걸 듣고 있는 놈들을 위해서지.

한 번의 짓거리로 다양한 이득을 얻는 건 효율의 기본이었다.

“야.”

내 짧은 물음에 교단 앞에 서 있던 삼인방의 몸이 아주 크게 들썩였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눈동자에 박혀 떠나지 않는 성종현의 시체.

왜 왕이나, 영주를 죽일 때 모두를 모아놓고 축제를 벌이듯 일을 저지르는지 확실히 알게 되는 순간이다.

으레 모든 집단의 우두머리는 상징적으로 죽어야 그 효과가 극적인 법이다.

난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처럼 어딘가에 박혀 죽은 성종현과 삼인방을 번갈아 응시하다 그들에게 손을 까딱― 흔들었다.

“이리 와봐.”

내 손짓에 얼어붙은 다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아장아장 걸어오는 삼인방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띠링―!

그 모습과 동시에 요란한 알림음과 함께 그들이 내게 ‘아주 강하게’ 굴복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오는 상태창.

난 시야를 난잡하게 어지럽히는 메시지를 시야 한 켠으로 옮기며 다시 그들을 마주했다.

이제 본격적인 뒤처리와 파밍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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