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50화 (50/120)

합리의 시대 (1)

툭―!

쇠 파이프를 타고 들어오는 월척의 감각.

난 내 쇠 파이프에 등을 딱 대고 계단을 내려서는 남자를 한 번 더 위아래로 쭉― 훑었다.

이름, 방대화.

속칭, 방화범.

주로 찍은 스탯은 지능이고 이제 겨우 20을 달성.

전용 스탯 또한 존재하며 그 이름은 ‘화력’.

주 전용 스킬은 ‘앗 뜨거!’라는 괴상한 이름의 스킬이며 선택한 전문화는 ‘고기 타는 냄새’.

현재 놈이 속한 캠프는―

“……허.”

난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놈의 말이 생각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히― 히익―!”

헛웃음 때문에 잠시 멈춘 발걸음.

덕분에 내 쇠 파이프에서 등을 떼게 된 방대화가 역겨운 하악질을 내지르며 서둘러 먼저 나간 발을 회수했다.

꽤나 처절하게 다시 허공에 서 있는 쇠 파이프에 등을 붙이는 방대화.

다시 연결된 쇠 파이프를 따라 오돌오돌― 떨어대는 그의 몸짓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새끼가 슬슬 살 만한가 보네.”

툭―!

가볍게 밀어대는 쇠 파이프에 몸을 휘청이는 방대화.

허나 빠르게 다시 허리를 세워 쇠 파이프에 등을 맞댄다.

“아, 아뉩니다―! 줠대로 아뉩니다―!”

놈의 뒤에서도 확연히 보이는 퉁퉁 부은 볼살.

그 때문인지 필사적으로 내게 변명하는 놈의 발음이 심하게 뭉개졌다.

“그럼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너희 집이나 계속 안내해.”

“눼― 눼에―!”

툭―!

가볍게 미는 쇠 파이프를 따라 놈이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가며 절대로 쇠 파이프와의 연결을 끊지 않으려 발악하는 방대화.

저 쇠 파이프와의 연결이 끊어지면 반격을 준비하는 걸로 알고 알아서 대응하겠다는 말이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고 있을 터였다.

한 번 머리 깊숙이 때려 박은 공포는 절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그 세를 불린다.

지금 놈의 머릿속에는 내가 내민 쇠 파이프와 연결이 끊어질 때마다 아주 다양한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고 있겠지.

터벅―! 터벅―!

난 파르르― 떨며 힘겹게 계단을 내려서는 방대화를 바라보며 현재 우리가 내려가는 계단 아래층을 조용히 응시했다.

방대화가 속한 캠프의 위치는 인문대 2층 일대.

20여 명의 생존자와 한 명의 교수가 아주 버젓이 인문대 안에서 생존하고 있었다.

난 그 사실을 상기하자마자 다시 한번 더 헛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인문대로 돌아와 엘리베이터로 4층을 직행한 것과 옥상과 4층 일대만을 정리했던 것을 떠올린다.

아무리 그래도 등잔 밑이 이 정도로 어두워도 되는 건가?

그렇게나 많은 생존자들이 인문대 2층에 박혀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여, 여기 입뉘다.”

2층으로 내려오자마자 첫 번째로 보이는 강의실에서 걸음을 멈추는 방대화.

[교양 강의실]

난 위태롭게 일렁이는 불씨에 비친 강의실 명패를 바라보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대화가 속한 캠프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는 이미 머리에 박아놓은 지 오래다.

캠프 내에 실질적인 전투원은 오직 방대화뿐이고, 놈은 이미 내 손 안에 있다.

끼이이이익―!

난 강의실 문을 활짝 열고는 벌벌 떨고 있는 방대화의 등을 힘껏 발로 밀었다.

퍼억―!

“푸흐으으읍―!”

갑작스런 충격에 급하게 튀어나오는 숨결을 분사하며 철푸덕― 강의실 바닥에 미끄러지는 방대화.

“뭐, 뭐야―!”

“……씨발 뭔데 갑자― 형님?!”

강의실의 기다란 책상 곳곳에 놓여있는 초들이 갑작스런 바람에 흔들린다.

난 여러 개의 초가 휘청거리며 밝혀오는 강의실 안을 조용히 굽어보았다.

갑작스레 바닥에 슬라이딩을 하는 방대화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남학생들.

총 세 명의 남학생이 눈과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서둘러 엉거주춤 바지를 올려대는 한 놈과 그냥 눈만 동그랗게 뜬 채로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있는 한 놈.

지금, 이 순간에도 더럽게 허리를 놀려대는 좆같은 새끼 한 놈.

그리고 그들 아래 뒤진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여학생들까지.

“흐에― 흐에엣―!”

난 나를 노려보며 서둘러 바지춤을 추스르는 남학생 아래 깔려있던 여학생을 계속해서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보지를 쑤시던 성적 감각이 사라졌는데도 과한 신음을 흘리며 간헐적으로 몸을 떨어대는 모습.

딱히 그녀뿐만 아니라 교단 아래 바닥에 놓인 뒤진 개구리들 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그렇게 교단 아래에서 급하게 침입자를 경계하는 그들 외에도―

“…….”

마치 강의실에 들어온 것마냥 여전히 강의실 의자에 착석해있는 여학생들.

“흐잇― 헤에에― 흐헤헤―”

그녀들에게서 튀어나오는 괴상한 소리와 들썩이는 어깨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 이 씨바아알―!”

서둘러 바지춤을 정리하고 오른쪽 구석으로 달려가는 남자.

놈이 양손으로 무언갈 잡더니 서둘러 나를 향해 쭉― 내밀며 소리쳤다.

“이 씨발 새끼야―! 너 뭐야?! 너 뭐냐고 이 개 씨발 새끼야―!”

옅은 광원이 밝혀오는 놈의 무기가 눈에 심하게 익었다.

챠르르르르르―!

그 무기를 보자마자 자연스레 뇌리에 재생되는 아주 익숙한 굉음.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는 첫날의 병신같던 오줌싸개 아저씨.

놈이 내게 전정기를 내밀며 더럽게 침을 사방으로 분사하고 있었다.

“어쭈, 대답 안 해?! 이 벙어리 새끼가―”

“야아아아아아―!”

그런 정전기남의 아가리를 닫아버리는 필사적인 고함.

어느새 겨우 바닥에서 일어난 방대화가 놈을 향해 거친 고함을 내뱉었다.

“조용히 해―! 이 씨발 닥치라고 이 개새끼야아아아―!”

방대화의 아주 진한 욕설에 정전기를 든 채로 얼어버린 남학생.

그 남학생 주위로 빠르게 모이던 2명의 남학생도 그대로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하악―! 하악―!

거친 욕설의 여파로 빠르게 위아래로 들썩이던 방대화의 어깨가 서서히 사그라든다.

그리곤 헐레벌떡 내게 달려와 다시 등을 돌렸다.

툭―!

난 다시 쇠 파이프와 연결된 방대화를 바라보며 잔웃음을 흘려댔다.

퍼어어억―!

예고도 없이 그의 오금을 차버리는 발길질.

우당탕― 거리며 바닥에 엎어진 방대화의 머리에 발을 얹었다.

그리곤 잘근잘근 흔들어대는 발길질에도 조용히 그 굴욕을 감내하는 방대화.

“…….”

그제서야 반쯤 헐벗은 남학생들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해간다.

힘껏 내게 내밀고 있던 정전기가 발기가 풀리듯 다시 땅을 바라본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는것마냥 눈을 파르르― 떨어대는 병신 삼인방.

“…….”

난 이런 순간에도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착석해있는 대부분의 여자들을 조용히 휘둘러보았다.

계속해서 천장을 메아리치는 그녀들의 흐릿한 신음이 야릇하기보다 오히려 기괴했다.

끼이이익―!

뭔― 어디 공포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깨는 조용한 소리.

강의준비실 문이 열리며 구둣 굽이 바닥을 울린다.

뚜벅― 뚜벅―

그저 듣기만 해도 이상하게 정갈한 느낌을 주는 발소리.

난 규칙적으로 방대화의 머리를 부드럽게 돌려 밟으며 내게 다가오는 남자를 응시했다.

“평소보다 늦게 들어온다고 했더니 손님을 데리고 왔네, 대화야.”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

훤칠한 키와 군데군데 검게 때가 탄 비즈니스 캐주얼 룩.

갑작스러운 좀비의 출현으로 끝까지 듣지 못했던 교양과목 ‘역사와 미스테리’의 교수.

“……성종현.”

계집년들은 ‘성존잘’이니 뭐니라고 부르며 지랄발광을 하던 반석대 유명 교수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이야―! 가까이서 보니 너무 반가운 얼굴이네.”

나와 내 아래 깔린 방대화를 번갈아보던 성종현의 환한 웃음.

그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저음의 톤을 올렸다.

“신세계? 아니다―! 한세계 학생 맞지? 이름이 너무 특이해서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네.”

호감력 넘치는 진한 미소와 함께 선선히 내밀어오는 손.

“끄으읏―!”

난 그 손을 조용히 내려다보며 방대화를 밟고 있던 발의 압력을 높였다.

“……아― 내가 조금 빨랐나?”

대놓고 준 무안에도 장난스레 눈가를 찡긋거리며 다시 회수하는 손.

“그래도 내 수업을 듣던 학생이 아직까지 잘 살아있는 걸 보면 반가워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게다가―

“나름 한세계 학생이 우리 생명의 은인이거든.”

마치 동의를 구하듯 교단 앞에 얼어있는 남학생들을 바라보는 성종현.

그의 눈빛에 얼어있던 병신 삼인방이 삐거덕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한세계 학생이 그렇게나 빠르게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걸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거든. 그때부터 뭐―”

같은 학우를 물어 재끼는 학생들을 제지하려다 죽을 뻔하고, 남아있는 학생들을 인솔해서 강의실을 빠져나가려다 죽을 뻔하고―

“그러다 겨우 무기 비슷한 걸 하나 얻었는데 밖은 더 좀비 천지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인문대로 도망쳐 2층으로 올라가고― 무엇보다.”

톡―! 톡―!

성종현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부드럽게 토닥이며 나에게 웃어 보였다.

“한세계 학생과 똑같이 갑자기 뇌 자체에서 울리는 것 같은 알림음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끄아아앗―!”

난 여전한 놈의 뻔지르르한 미소에 방대화의 머리를 더 세게 짓밟았다.

“대화야 포인트를 모아야 할 시간에 이렇게 교수 수업이나 처 들으니까 네가 지금 이 모양이지.”

비스듬히 고개를 꺾어 교수를 바라보며 읊조리는 속삭임.

난 교수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리는 걸 바라보며 놈을 따라 하듯 환하게 웃었다.

“내 식량을 훔친 도둑놈 새끼들을 찾으러 왔는데 이거 무슨―”

부드럽게 눈을 굴리는 내 시야에 들어오는 강의실 교단의 구석.

이리저리 바닥에 널브러진 과자 봉지들과 이제는 아주 적은 양만 남아있는 내 식량.

“도둑질을 넘어 염치없는 돼지 새끼들이 꿱꿱 거리고 있네.”

툭―! 툭―!

내 허벅지를 리듬감있게 두드리는 쇠 파이프.

그 쇠 파이프를 조용히 내려다보던 교수가 자신을 보며 비웃고 있는 나를 향해 방긋― 웃었다.

“아하― 한세계 학생의 신경이 왜 이렇게까지 날카로워져 있나 했는데 그거라면 충분히 이해되지.”

아하~ 그래서였구나~

듣기 싫은 중저음으로 계속해서 감탄사를 내뱉으며 바닥에 깔린 방대화와 나를 번갈아보는 교수.

그가 나를 향해 한 번 더 빙그레 웃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이거 참 미안해서 어쩌지? 그래도 우리도 어쩔 수가 없었다는 걸 조금 생각해줬으면 좋겠네. 식량에 이름표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었잖아? 으음― 그래도 이건 내가 생각해도 우리 한세계 학생에게 적절한 보상이 필요한 문제야.”

부드럽게 자신의 턱을 쓰다듬던 그가 손날을 펴 책상을 가리켰다.

“이거 이럴 게 아니고 일단 자리에 앉는 게 어때? 그래도 나름 교수라 그런지 학생들끼리 싸우는 걸 보니 조금 마음이 아프거든.”

또 엿 같게 눈썹을 찡긋거린 놈이 먼저 의자에 앉으며 맞은편 의자 쪽을 손짓했다.

툭―! 툭―!

난 놈의 말을 무시하고 그저 찬찬히 강의실 전체를 다시 훑었다.

“아― 교실 안의 공기가 좋지? 이거 내 연구실이 인문대 2층에 있어서 다행이라니까― 내가 조금 말하기 부끄럽지만, 향기나는 초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거든. 지금에서야 이것보다 유용한 취미는 없겠지만.”

부드럽게 손을 펼쳐 강의실에 규칙적으로 배열된 향기 초를 가리키는 교수.

놈은 자신의 말을 단 하나도 듣지 않는 학생에게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면― 저걸 보고 있나?”

아주 은근한 물음과 함께 가리키는 손가락에 걸리는 나체의 여인.

“흐에엣―! 흐에에엣―!”

교단 앞에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리고 있던 여자가 갑작스레 허리를 들었다.

쪼르르르―

그리고 그녀의 보지에서 새어 나오는 소량의 물줄기.

“흐아아아― 하으으응―!”

다리를 파르르 떨면서도 멍하니 벌린 입과 이미 한참 전에 맛이 간 듯한 동공.

그렇게 허리를 바짝 들어 애액을 쏟아내던 그녀가 그 웅덩이에 그대로 엎어져 다시 몸을 떨어댔다.

“저게 내 능력이야. 너와 대화의 능력과는 또 다른 나의 능력.”

나만의 능력.

놈의 중저음이 아주 소름 끼치도록 부드럽게 들려온다.

“속칭은 다음에 말해줄 기회가 있을 거고― 전용 스탯의 이름은 ‘종속’. 처음엔 어른인 나에게 의지하는 여학생들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그 수를 늘려갔지. 그래서 저렇게 기분 좋은 꿈을 꾸게 된 여학생들을 미끼로 혈기가 아주 왕성한 남학생들을 끌어들인 거야. 아 끌어들인 게 아니고 윈― 윈인 관계라 해야 하나?”

난 다시 뒤진 개구리처럼 몸을 달달― 떨어대는 여자에게서 교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때? 이렇게 들으니 막 더럽고 역겨워?”

“…….”

툭―! 툭―!

난 잔웃음을 내뱉으며 그저 쇠 파이프만 허벅지에 조용히 두드렸다.

“글쎄― 그렇게 들어보니 내가 남 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아서.”

“알아.”

그런 내 웃음에 화답하는 놈의 더 진한 미소.

“그래서 말하는 거야. 한세계 너니까 내가 말하는 거야.”

그는 교단 앞, 그리고 강의실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들의 뒷모습을 훑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것 봐. 내 능력을 받아들이면 다들 저렇게 편한 상태가 돼.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지도 않고, 배가 고프다고 징징거리지도 않고, 군대가 언제 오냐고 내 팔을 질질 잡아끌지도 않아.”

그냥 살아있는 거야.

아주 얌전히― 우리 말만 듣는 아주 착한 어린이가 되는 거지.

“사람을 관리하는 데 이것보다 완벽한 능력이 있을까? 조금 더 자기 PR을 하자면 식량 문제에서도 자유롭게 된다는 거야. 저 여자들이 아주 내 약만 죽도록 찾거든.”

놈이 나를 올려다보며 진하게 미소 지었다.

“우리가 옥상에 있던 식량을 찾았고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네가 식량을 되찾으러 왔다는 건 한세계 네가 인문대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는 거고.”

그럼―

“그곳에 여기 있는 착한 어린이들과는 다른 생존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네?”

매일 밥달라 투정 부리고, 매일 슬픔에 젖어 표정을 재수 없게 찡그리고, 질질 울어대는 짐 덩어리들을 데리고 있을 수도 있겠네?

“여길 봐. 그리고― 너를 봐.”

부드럽게 톡― 나를 가리키는 놈의 손가락.

“지금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인문대를 나갔다 들어올 수 있는 네 능력. 우리 대화를 저렇게나 압도적으로 짓밟고 있는 네 능력.”

네 능력과 내 능력이 합쳐진다고 생각해 봐!

“네가 밖을 담당하고 내가 안을 담당하는 거야. 그럼 우린―”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와있는 성종현.

“우리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

내 귀에 아주 또렷이 들려오는 그의 부드러운 중저음.

“게다가 넌 언제든지 나를 죽일 수 있잖아. 네가 나를 이용해서 이 세계의 왕이나 신이 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어.

“…….”

그 부드러운 유혹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 이런 장면, 지금 이런 구도, 지금 이런 목소리.

정말, 정말 너무나도 익숙해서 계속해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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