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4)
끼익―!
잠깐 사이 뒤척이는 몸을 따라 함께 비명을 지르는 간이침대.
난 기지개를 켜듯 몸을 쭉 뻗으며 자연스레 주변을 휘둘러보았다.
어느덧 어둠이 자욱이 내려앉은 6층 제1열람실.
아니, 이제는 나와 차설희만의 드나들 수 있는 둘만의 공간이었다.
어둑하게 나 홀로 존재하는 드넓은 공간을 밝혀오는 유일한 광원.
난 테이블 위에 올려진 기다란 양초를 바라보며 잔웃음을 내뱉었다.
저런 양초를 차 트렁크에 박아놓고 다니던 사람은 도대체 뭐하던 사람일까?
양초뿐만이 아니다.
이번에 버려진 차량들을 꼼꼼히 수색하며 제법 생각지도 못했던 물품들을 많이 노획했다.
그 덕분에 아침까지만 해도 텅 비어있던 제1열람실에 테이블 하나를 다시 배치해야 했고.
테이블에 올려진 양초와 다양한 색상의 화장품들.
여자가 차 주인인 걸로 보였던 하얀색 모닝에서 찾은 파우치에서 얻은 물품들이었다.
얻은 파우치를 곧바로 차설희에게 가져다주니 그녀가 하나하나 꺼내며 뭐라 중얼거리긴 했는데―
솔직히 지금도 뭐라 했는지 잘 모르겠다.
뭔 미스트, 립밤, 핸드크림까지는 알아들은 것 같은데…….
난 굳이 알아낼 필요도, 생각도 없는 잡념을 치워버리며 고개를 좌우로 털었다.
흔들리는 머리 덕에 찰랑이는 젖은 머리와 은은히 흘러오는 샴푸 향.
이젠 오히려 찝찝하지 않은 게 찝찝한 몸에 코를 가져대 킁킁댔다.
킁킁―!
코를 타고 들어오는 향긋한 바디워셔 향이 오히려 낯설었다.
끼이이익―!
오랜만에 샤워다운 샤워를 마친 감상에 빠지던 와중에 들려오는 열람실 문이 열리는 소리.
그곳에 수건으로 이리저리 긴 생머리를 털며 들어오는 차설희가 보였다.
양초라는 그리 밝지 않은 광원 덕에 조금 흐릿한 시야와 닫히는 문이 만들어낸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촛불이 만들어내는 야릇한 분위기.
난 간이침대에 천천히 다가오는 차설희를 보며 조용히 입을 벌려 감탄했다.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해진 하얀 피부와 한눈에 들어오는 길게 쭉 뻗은 몸매.
얇은 레이스 재질의 속옷을 제외한 그녀의 모든 부위에서 느껴져 오는 촉촉한 촉감.
갓 샤워한 여자에게서 흘러나오는 청초함에 다시금 되뇌일 수밖에 없었다.
아, 맞다.
저 여자 차설희였지.
끼이익―!
“뭐 하고 있는데 그렇게 멍을 때려요?”
머리를 털며 간이침대에 앉는 그녀의 여상한 물음.
난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답하곤 되레 질문을 던졌다.
“어땠어?”
“뭘요?”
“샤워. 제대로 한 건 꽤 오랜만일 텐데.”
탁탁탁탁―!
수건으로 머리를 비비듯 털며 내 말을 듣던 차설희가 ‘하아―’ 길게 숨을 내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좀 살만하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것 치고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
“당연하죠. 어떻게 물이 나오는지는 몰라도 고작 샤워에 귀한 물을 다 쓸 순 없잖아요.”
당신이 캠프원들에게 그렇게 살벌하게 경고하는 거 보면 물이 그렇게 충분하지도 않은 것 같고.
머리를 계속해서 털며 그리 뇌까리던 차설희가 다시 내게 눈을 맞췄다.
“근데 정말 이렇게 샤워에 물을 낭비해도 괜찮은 거예요?”
“이게 왜 낭비야?”
“…….”
내 대답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털던 손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좁히는 그녀.
난 그런 그녀의 뽀얀 볼을 어루만지며 빙그레 웃었다.
“안 그래도 예쁜 차설희가 더 예쁜 차설희가 됐는데.”
“……으으― 설마 했던 그대로 말하는 거 봐.”
내 대답에 질색을 하며 기겁하는 차설희.
그녀가 찡그린 얼굴 그대로 내 하반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려면 밑에 그건 좀 치우고 말하세요.”
그녀의 동공에 반사되는 어둑한 시야에도 팔팔하게 껄떡거리는 자지.
안 그래도 빳빳하게 발기된 자지가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더 크게 껄떡거렸다.
난 계속해서 촉촉하게 말랑거리는 그녀의 볼살을 가지고 놀며 속삭였다.
“물은 너무 걱정하지 마. 다 계획이 있으니까.”
일단 초반엔 강한 통제로 지하수를 충분히 저장한 후에 슬슬 말을 잘 듣는 캠프원 위주로 통제를 풀어줄 생각이었다.
물론 캠프원들의 위생 또한 중요하니 일주일에 한 번꼴로 단체 샤워 비슷한 걸 실시할 생각이었고 또 대소변 문제―.
아마 물을 통제함으로써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21세기의 청결한 대소변 처리에 적응한 캠프원들에게 지금의 처리 방식은 조선시대에도 하지 않았을 법한 불결한 방식들이었다.
그로 인해 자연히 느낄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의 자괴감과 불편함과 더러움.
이미 21세기의 방식에 적응된 그들이 다시 그 방법을 되찾기 위해 어디까지 포기할까?
내 말을 잘 듣는 이들이 특권처럼 화장실을 사용할 때 은근히 내게 반기를 가지고 있던 이들이 어떤 마음을 품을까?
난 그 마음이 사뭇 예상이 가서 더 진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이건.”
짧은 생각을 끝으로 숙인 고개에 걸리는 빳빳한 기둥.
난 그녀의 볼살을 가지고 놀던 손을 부드럽게 그녀의 뒤통수로 이동했다.
“설희 네가 치워줘야지.”
천천히 그녀의 고개를 내 자지에 가져다 대는데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저항감.
하긴― 밤마다 이루어지는 이 성처리는 이제 그녀에게 ‘습관’이 되었다.
내가 그렇게 되게 만들었으니까.
숙여진 그녀의 얼굴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숨결이 귀두를 간지럽혔다.
더는 참을 수 없게 하는 야릇한 쾌감에 그녀의 뒤통수를 더 깊게 눌렀다.
“츕―”
이제 뜨겁게 달구어진 자지를 감싸오는 끈적끈적한 촉감.
뜨겁지 않은 적당한 따뜻함이 가득한 폐쇄감이 천천히 내 자지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츕― 응― 쯥― 쭈웁―”
그리곤 이젠 내 손길의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내 좆대를 훑어대는 그녀의 입.
일정한 속도로 들썩이기 시작한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편하게 다리를 뻗었다.
끼익―
덕분에 작게 비명을 지르는 간이침대와 더 뒤로 물러난 허리 덕에 확연히 보이는 차설희의 등허리.
내 자지를 열심히 빨고 있는 그녀의 뽀얀 허리에 미처 닦지 못한 물방울이 그대로 맺혀있었다.
하얀색 브래지어 후크와 그 아래 길게 이어진 적당한 깊이의 기립근.
그 안에 은은히 빛나는 물방울을 따라 조심스레 그녀의 기립근을 쓸었다.
“츄읍― 흐응―!”
기립근을 쓸자마자 깜짝 놀라 허리를 들썩이는 차설희.
덕분에 한창 내 자지를 빨아대던 그녀의 이가 툭― 내 귀두를 건드렸다.
쓰윽― 쓰윽―
그런 그녀의 반응이 귀여워 더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손길.
“쯥― 흐윽―! 으으응―!”
내 손길에 간헐적으로 허리를 떨어대던 그녀가 자지를 문 입으로 묘한 앙탈을 부리더니 은근히 내 손길을 피하려 허리를 흔들었다.
계속해서 옅게 살랑살랑 흔드는 허리 덕에 오히려 더 거칠어지는 호흡.
난 그야말로 완벽히 내 아래에 놓인 백색의 직선을 조용히 감상했다.
새하얀 등허리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고개 덕에 계속해서 흔들리는 그녀의 젖은 머릿결과 질릴 때까지 가지고 놀고 싶은 그녀의 기립근.
그리고 그 너머의 보기만 해도 그녀에게 물린 자지가 껄떡거리는 유려한 곡선.
“흐윽―!”
기립근을 훑었을 때보다 더 격한 반응이 튀어나온다.
난 깜짝 놀라 몸을 들썩이는 그녀를 무시하며 더 노골적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꽈악― 붙잡는 내 손길을 따라 부드럽게 엉겨오는 그녀의 엉덩잇살.
“흐으윽―! 흐응―! 츄읍―! 츕―!”
그녀의 엉덩이를 떡 주무르듯이 가지고 놀 때마다 필사적으로 빨라지는 그녀의 고갯짓.
난 이젠 제법 참기 어려운 압력으로 내 자지를 자극하는 그녀의 입보지에 작게 입을 벌렸다.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내 자지를 빠는지 알 것 같은 느낌에 잔웃음이 새어 나왔다.
“왜? 불안해?”
열심히 자지를 빨아대는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조용히 읊조렸다.
“츄읍―! 츄릅―! 응―! 응―!”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의 엉덩이를 자극하는 노골적인 손길.
난 점점 더 깊게 파고드는 손길에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에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불안한데―
“이 축축한 건 뭐야?”
“흐으으응―! 흐윽―! 츄읍―!”
“슬슬 박아달라고 유혹하는 거지?”
팬티의 축축한 부분을 쓸어내리며 속삭이자 자지를 문 채로 서둘러 고개를 흔드는 차설희.
난 그 부정이 꽤나 괘씸해서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흐으으응―! 흐으응―!”
팬티가 아닌 속살에서 느껴지는 손길에 마치 애원하듯 붙잡고 있던 내 허벅지를 꽉― 부여잡는 차설희.
그녀의 필사적인 애원에 더 깊이 들어갈 듯 말 듯 뜸을 들이며 은근하게 속삭였다.
“그러니 보지 생각 안 나게 입보지로 잘해야지, 설희야.”
그냥 빨기만 하니까 슬슬 질리잖아.
“쭈읍―! 쯔릅―! 쯔극―!”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기둥을 감싸는 새로운 자극.
차설희가 혀로 원을 그리듯 내 자지를 빙글빙글 돌리며 정액을 구걸하고 있었다.
처음 그녀의 입에 강제로 자지를 물렸을 땐 생각도 하지 못했던 자극.
그녀의 입이 만들어내는 극상의 쾌감에 점점 자지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머리에 무언가 걸린 듯이 폭발하기 직전의 사정감.
“쯔릅―! 쭈읍―! 쭈읍―! 츕―!”
“큭―!”
난 머릿속에 하얗게 번져오는 쾌감을 느끼며 그녀의 머리를 빠르게 붙잡았다.
내 자지를 빨고 있던 그녀를 거칠게 간이침대에 내동댕이친 뒤 아까부터 계속 내 시야를 간지럽히면 그녀의 머리에 자지를 가져다 댔다.
뷰릇―! 뷰르르르릇―!
시원한 쾌감과 함께 자지에서 분출되는 새하얀 정액.
길게 줄을 이어 요도를 빠져나온 정액이 간이침대에 눕혀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더럽혔다.
하아― 하아― 하아―
침대에 눕혀져 부족했던 숨을 고르는 차설희의 머리에 흥건히 번지는 끈적한 정액.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영역 표시를 싸지른 쾌감에 나른함이 오기도 전에 다시 자지가 빳빳해지고 있었다.
천천히 턱과 입 주변에 흥건한 침을 닦으며 침대에서 일어서는 차설희.
그렇게 입 주변을 정리하던 그녀가 정액을 다 싸지르고 호흡을 정리하고 있는 나를 보며 눈을 좁혔다.
“……어?”
멍한 표정으로 다시 발기가 시작된 내 자지를 보던 그녀가 자신의 뒷머리로 손을 가져다 대고는 기함하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제 머리에 사정하신 거예요?”
“어. 매번 입이나 얼굴에 싸는 것도 질리잖아.”
쓰윽―.
난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도 귀두 주변에 번들거리며 남아있는 정액을 그녀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닦아냈다.
“꺄아아아아아악―!”
그런 내 모습에 뒤늦게 비명을 내지르며 내 허벅지를 때리는 차설희.
퍽―! 퍽―!
“미쳤어! 당신 진짜 미쳤어! 방금 샤워했는데 그걸 머리에 싸지르면 어떡해요?! 이거 진짜 제대로 된 변태 싸이코네, 이 미친 변태 새끼!”
그렇게 자기 분이 풀릴 때까지 내 허벅지를 난타하더니 서둘러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휴지를 찾았다.
난 테이블 위에 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향해 일어서려는 그녀를 강제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곤 나 또한 그녀와 마주 보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설마 이대로 자라는 건 아니죠?”
꽤 오랜만에 보게 되는 것 같은 차설희의 진한 경멸의 눈빛.
난 그 눈빛에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내일 아침에 샤워하면 되잖아.”
“오늘 한 샤워를 내일도 하라구요?!”
“원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하루에 한 번씩 샤워하는 게 기본이야. 아이돌은 좀 다른가?”
그거랑…… 이거랑…… 지금―!
더럽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기가 찬다는 듯 말을 어버버 거리는 차설희.
난 누운 채로 그녀의 생동감 있게 구겨지는 얼굴을 감상하며 킥킥댔다.
“하아아― 어떻게 보면 이건 낭비잖아요. 제가 오전에 샤워를 하면 당신이 충분한 물을 모았다고 생각할 시간이 늘어날 거고. 그럼 누군가는 감수하지 않아도 될 불편함이나 더러움을 감수해야 겠죠.”
“뭐 어때, 내 물인데.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쓴다는 데 누가 뭐라 할 거야? 게다가 밑에 있는 놈들은 불만을 가질 틈도 없을걸.”
난 침대에서 아래층을 가리키는 용도로 검지를 밑으로 쿡쿡― 찔렀다.
“지금 한창 파티 비스무리하게 먹고 싶었던 거 마음껏 먹고 있을 텐데 무슨 불만이야.”
그런 새끼가 있다면 진짜 제대로 불만을 가질 이유를 만들어 줄 용의가 충분했다.
“……왜 아끼던 식량을 한껏 풀고 당신은 위에 올라와 있는 거죠?”
“가끔씩 눈치 볼 필요 없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날도 필요한 법이거든.”
너무 꽉 조이기만 하면 결국 언젠가는 부서진다.
사람을 오래 쓰려면 이렇게 한껏 풀어주는 날도 분명 존재해야 한다.
때마침 식량 잭팟을 터트렸다는 명분도 있겠다, 생각했던 그날을 오늘로 정했을 뿐이다.
게다가 큰일을 하기 전에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또 내가 저 밑에 땀내 나는 남자 새끼들이랑 부대껴서 뭘 하겠냐? 나는 너랑 같이 있는 게 훨씬 재밌고 좋아.”
“……으으―”
내 말에 또다시 미간을 와락― 찡그리며 앓는 소리를 내는 차설희.
틱―!
그런 그녀의 볼에 손가락을 튕기자 ‘악―!’이라는 작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분명 내가 그럴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여전히 여자들 일을 도와준다며?”
“……가만히 있는 건 성미에 안 맞는다고 했잖아요.”
“에이― 그게 아니라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야?”
“……예?”
“고자가 그러던데. 여자애들이 너를 상전이 아니라, 주인님 모시듯이 굽신거린다고.”
동경의 대상이자 신기함의 대상인 아이돌을 보듯이 보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자신보다 더 높고 우월한 상대에게 필사적으로 굽신거리는 복종의 행동들.
“하긴― 중전마마가 납시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그게 더 불편하겠지.”
“……아니에요.”
“허― 누가 뭐래? 알아서 잘 굴러가고 있구만.”
틱―!
다시 그녀의 볼을 장난스레 두드리곤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여자애들이 전적으로 너한테 의지하고 있다는 거겠지.”
“…….”
“앞으로 여자들의 노동에도 상당한 차별을 둘 거야. 지금은 초반이라 모두 다 빡세게 굴리고 있지만― 슬슬 안정화되고 나서는 수색조에 선택받은 여자들은 거의 노동에서 면제될 거야.”
한다고 해도 진짜 간단한 소일거리나, 단순노동 정도?
난 부연 설명을 붙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에 반대로 선택받지 못한 여자들은 좀 빡센 일에 투입될 거야. 그러니 너는 모인 여자들에게 이왕 이렇게 된 거 수색조에게 선택받는 것이 낫다고 은연중에 말을 흘려.”
“…….”
“어차피 세상이 망했는데 정상적인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조금 강제적이지만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얻게 되는 거라고 말이야. 나름 합리화할 수 있는 샛길을 주는 거지.”
아― 또.
“한 번 배급― 아, 배급이라고 하니 좀 그렇네. 한 번 맺혀진 인연? 그래. 내가 한 번 맺어진 인연을 무르거나 뺏을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도 언급해. 그냥 선택된 남자 한 명과 계속 부부 같은 인연을 이어가는 시스템. 조금 변질된 결혼이라고 순응하자는 식으로 여론을 조성해.”
인간을 공동체에 묶어두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공동체에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강력한 동질감은 역시 가족이겠지.
이건 남자 캠프원이나 여자 캠프원 모두에게 공통되게 적용되는 법칙이며 아주 효과적으로 그들의 충성과 복종을 이끌 방법이기도 했다.
“……당신은 보면 볼수록 조금 이상해요.”
그런 나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던 차설희의 읊조림.
“오늘도 그 이상한 힘으로 바퀴를 뜯어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차량을 수색하고, 좀비를 죽이고…… 어떻게 보면 당신이 가장 열심히 일했잖아요.”
그녀의 조용한 동공이 내 눈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왜? 도서관을 점령하면 하루종일 너를 옆에 끼고 흥청망청 놀 줄 알았어?”
“예.”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며 잠시간 어쩔 수 없는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모두를 모아놓고 그런 쇼까지 해서 우두머리가 됐는데 흥청망청 노는 것도 웃긴 일인데.”
“……모두가 당신 같지는 않아요, 한세계 씨. 특히 회사의 케어를 받던 제가 누구보다 잘 알아요. 누군가를 관리하는 일은 충분한 대가를 받는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실장님, 팀장님, 매니저님.
그녀의 조용한 미성에서 흘러나오는 과거의 이름들.
“그렇게 나쁜 사이가 아니었던 분들인데도 가끔씩 화를 내고 기분 나쁜 티를 내셨거든요. 저희도 마찬가지였구요. 저희 그룹이 뜨고 난 뒤에도 여전히요.”
“……그럼 너는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쪽 아닌가?”
그녀의 목적을 이루기엔 그 이상한 사람이 훨씬 나을 테니까.
내 물음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러니 당신이 제 머리에 정액을 싸도 이렇게 가만히 누워서 시시덕거리고 있죠.”
“…….”
그건 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그녀와 맺었던 계약이―
생각을 이어감에 따라 자연히 꿈틀거리는 눈썹.
마주 누워 그런 내 표정을 살피던 차설희가 스윽―하는 소리와 함께 내게 가까이 붙어왔다.
“그냥― 당신이 원하는 대로 당신 말을 잘 따르고 있다구요. 지금도 머리가 끈적거려 죽겠는데 얌전히 있잖아요.”
그리곤 조용히 나를 올려다보는 얼굴에 저절로 처음 만났을 때의 그녀의 얼굴이 그려졌다.
그때의 차설희는 알고 있을까?
아니면 늦은 밤에 홀로 찾아왔던 차설희는 알고 있을까?
그 자기 주도적이고 무표정이던 그녀의 얼굴이 이렇게 아양을 떨어대는 고양이처럼 바뀌게 될 줄.
슬슬 그녀의 행동 원리가 달라지는 것이 확연히 체감됐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보다, 내게 아양을 떨어 무언갈 얻어내는 방식으로.
난 내게 가까이 붙은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사범대를 확보하고 도서관이 확실히 안정화되면 내가 당분간 없어도 안전해지는 순간이 있을 거야.”
“…….”
그녀가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은근히 흘리는 말에 더 밝게 반짝여오는 그녀의 눈빛.
“그때 여건이 된다면 차하얀을 데리고 올 수도 있겠지.”
난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말하며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던 손을 입술로 이동했다.
츄읍―.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입을 벌려 내 손가락을 빨기 시작하는 차설희.
찔걱― 찔걱―
열심히 내 손가락을 빨아대는 차설희와 빙글빙글 돌리는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야릇한 소리.
난 조금 거칠게 돌리는 손가락에 이쁘게 망가지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차설희, 너니까 그렇게 해주는 거 알지?”
이게 다 세상에서 너를 제일 아껴서 해주는 일이야.
계속해서 뇌까리는 속삭임에 무언가가 내 자지를 부여잡았다.
천천히 기분 좋은 압력으로 자지를 훑어내리는 손길.
쓰윽― 쓰윽―
난 얌전히 내 손가락을 빨며 나를 올려다보는 얌전하지만 망가진 얼굴.
그리고 밑에서 열심히 내 자지를 훑어주는 그녀의 손을 느끼며 부드럽게 웃었다.
“으븝―!”
갑작스레 그녀의 혀를 꽉 잡아당기는 손가락.
덕분에 혀를 길게 내빼며 더 우스꽝스럽게 변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더 진하게 미소 지었다.
“더 빠르게 흔들어야지.”
탁탁탁탁―!
내 명령에 곧잘 속도를 높여 대딸을 이어가는 차설희.
난 왠지 모르게 마이크를 붙잡고 노래를 부르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나 더 만족스레 그녀의 혀를 길게 뺐다.
“으브으으―”
마이크 대신 좆을 흔들어대는 아이돌이라―
난 이보다 더 천박할 수 없어진 차설희의 목을 유심히 응시했다.
그곳에 그녀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보이지 않는 목줄이 있었다.
내가 벗으라 해도 절대 벗지 않고 끝까지 메고 있을―
그리고 점점 더 부풀어 오를 그래서 벗어날 수 없을 목줄.
“계속 그렇게 하면 하얀이를 구할 수 있을 거야.”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