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31화 (31/120)

왕의 기원 (1)

[‘차설희’가 당신에게 ‘약하게’ 복종합니다.]

[복종 요인 : 계약에 대한 ‘강한’ 신뢰, 죽음에 대한 두려움, 상실에 대한 ‘아주 강한’ 두려움. 무력감을 회피할 도피처.]

차설희의 복종도와 복종 요인이 갱신된 지도 3일이 지났다.

그러니까 3층 사무실에서 차설희에게 조금 따끔한 조언을 한 지 3일이 지났다는 말이었다.

그날에서부터 오늘까지의 나날을 잠시 회상해본 나는 제법 만족스러운 충족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3층 사무실에서의 대화.

그날은 위태롭지만 제법 튼튼하게 버티고 있던 차설희가 드디어 무너져내린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두려움에 몸을 덜덜― 떨며 눈물을 줄줄 흘리던 그 가녀린 모습.

내가 계속해서 최악의 상상을 돋구며 그녀에게 속삭일 때도 그저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것으로밖에 저항하지 못하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내게 구속된 채로 구슬프게 엉엉― 울어대던 그녀를 품 안에서 껴안으며 확신했다.

이제 그녀는 내게 절대로 저항하지 못하다는 것을.

뱀처럼 스멀스멀 그녀의 하체로 향하는 손에도 정신없이 울어대기만 하는 모습.

그 처절하게 무너져내린 얼굴을 바라보고 나서야 하체로 향하던 손이 잠시간 멈췄었다.

지금이 매우 중요한 분기점임을 직감처럼 깨달았으니까.

현대인에게 복종이란 단어는 그리 친숙한 단어가 아니다.

권리와 의무, 그리고 계약과 거래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인간관계.

그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현대의 의무교육을 마친 이들이라면 당연히 복종이란 단어에 긍정적인 느낌을 받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현대에는 다른 형태로 대체되고 퇴색된 매우 부정적인 단어.

그 단어를 이끌어내는, 말 그대로 누군가를 내게 복종시킬 수 있는 요인들.

내 상태창에 보이는 그 요인들은 아주 당연하게도 그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요인들일 것이다.

그게 오히려 문제였던 걸까.

지금껏 내가 봐온 차설희와 복종 상태창에서 얻은 단서, 그로 인해 제법 정성스레 엮은 속삭임은―

내 생각보다 더 효과가 뛰어났다.

항상 내게 보이던 당당한 표정 대신 세상이 무너져내릴 것처럼 엉엉― 울어대는 차설희의 얼굴을 보면 더더욱 그랬다.

이대로 차설희를 바닥에 눕히고 내 품에 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정신을 부수는 것까지는 쉬웠는데, 그 이후가 내겐 조금 미궁이었다.

여전히 차설희답게 내게 틱틱거릴 수도 있었고, 아니면 정말 완전히 무너져내려 말 잘 듣는 오나홀이 될 수도 있겠지.

아니면 여동생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시간이 흐르는 것에 매번 경기를 일으키는 병신이 될 수도 있겠지.

불확실성.

그 미지의 확률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애초에 오나홀이나 좆집이 필요했으면, 그냥 도서관에서 그녀를 보자마자 바닥에 눕히고 강간했으면 될 일이다.

지금 이 작업의 최후가 오나홀이라면, 지금까지 내가 그녀에게 쏟아부은 시간과 정성은 다 물거품이라는 소리 아닌가?

그때 다시 한번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간의 정신을 만지는 일은 아주 섬세한 작업을 요한다.

부수는 걸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정말 짜증 나지만, 한 번만 더 인내하기로 했다.

그 인내를 버틴 열매가 세상 그 무엇보다 달콤할 걸 알기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참았다.

차설희는 내가 가진 첫 번째 보물이었으며, 실험체였고, 연습 도구였다.

난 그녀의 하체로 향하던 손을 다시 가슴으로 향했고―

그저 계속해서 엉엉― 울어대는 그녀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그녀의 뇌리에 때려 박던 속삭임을 계속했다.

그렇게 그날부터 오늘까지.

대략 3일 정도가 걸리고 나서야 차설희는 내가 알던 ‘차설희’로 돌아올 기미가 보였고.

난 그저 그날부터 계속하고 있는 ‘섬세한 작업’을 이어 나갈 뿐이다.

“쪼옥―! 하음―! 쪽―! 츄읍―!”

그리고 이게 그 인내라는 열매의 과즙이었다.

이제 매일 아침마다 반복하고 있는 아침의 입맞춤.

그 입맞춤의 주체가 이제야 올바르게 뒤바뀌어있었다.

내 어깨 위로 가지런히 놓여 목뒤에서 부드럽게 합쳐진 그녀의 양손.

“흐음―! 쪽―! 쪼옥―!”

내게 몸을 기대어 비스듬히 고개를 꺾은 그녀가 쉴 새 없이 고개를 흔들며 내게 봉사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가만히 있는 내 입술을 빨아먹으며 타액을 교환하는 차설희.

살짝 입을 벌려 혀를 내밀자 그녀가 곧바로 고개를 더 꺾으며 호응해왔다.

“츄릅―! 츄르릅―! 흐으음―!”

내 혀를 완전히 빨아당기는 야릇한 소음.

살짝 삐져나온 내 혀를 더 깊게 고개를 들이밀며 빨아먹은 그녀가 혀를 내밀어 서로의 혀를 야릇하게 얽혀 맸다.

원을 그리듯 천천히 굴리는 그녀의 혀가 자극해주는 기분 좋은 감각.

“푸하―! 하아―! 하읍―!”

귀여운 숨소리와 함께 숨을 고른 그녀가 다시 내 혀를 완전히 빨아당기려던 찰나에 그녀의 얼굴을 살짝 밀었다.

“……아아―.”

내 손짓에 얼굴이 밀린 그녀가 바로 내 손짓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위로 꺾으며 입을 벌린다.

난 무언가를 기다리듯 활짝 열린 그녀의 입가로 그녀와의 키스로 입 안에 잔뜩 모인 타액을 흘려보냈다.

잔뜩 찐득해진 타액이 길게 줄을 이루며 천천히 그녀의 입가로 떨어진다.

“아아―.”

계속해서 입을 벌리고 있는 그녀의 입 안에 잔뜩 모인 내 타액이―

“―꿀꺽.”

그녀가 일부러 크게 내는 꿀꺽임과 함께 사라졌다.

그녀의 입안에서 완전히 사라진 찐득한 타액들.

난 내 타액을 완전히 삼킨 차설희의 허리를 부드럽게 안았다.

원래부터 밀착했던 몸이 더 가까이 붙으며 그녀에게 요구했던 마지막 말을 재촉했다.

“……마, 맛있어요, 오빠.”

항상 당당하던 그녀에게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들만큼 작은 속삭임.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입술을 바짝 물고 있는 그녀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내가 원하는 대로 그녀를 길들일 것이다.

오나홀이 아닌, 완전히 내 취향대로 길들인 차설희를 만드는 섬세한 작업.

“그러고 보니― 벌써 3일이나 더 지났네.”

시간을 언급하는 여상한 말에 차에 치인 듯이 철렁이는 그녀의 표정.

다급히 내 옷을 쥐어 잡는 그녀의 간절한 손길에 안심하라는 듯 옅게 미소 지어주었다.

“걱정하지 마, 설희야. 네가 열심히 하는 만큼 나도 열심히 해주고 있잖아?”

“…….”

그녀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못하게 계속해서 들춰내며 그 빈틈을 내 취향대로 메운다.

“……한세계 씨, 제발― 제발―.”

“알아, 잘 안다니까, 설희야. 그러니까 네가 더 열심히 내 성욕을 충족시켜 줘야지. 그래야 한결 가벼워진 내가 남은 층도 빨리 정리하고 농과대로 영역을 넓힐 거 아니야?”

안 그래?

천천히 다독이는 말투에도 또다시 그렁그렁해진 그녀의 눈매.

난 그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녀와 있던 임시 거처를 나섰다.

그녀에게 다독이며 했던 말이 실제로 거짓말도 아니었다.

당연히 나도 3일 동안 차설희만 가지고 논 것이 아니었으니까.

지금 내 상황에서 차설희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그녀만 신경 쓸 순 없다.

실제로 그녀에게 했던 말 중 일부러 지어낸 거짓말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높은 확률로 차하얀이 속해있는 캠프에 나와 비슷한 존재가 있을 것이며―

난 놈에게서 차하얀을 되찾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양손의 꽃으로 차설희 자매보다 더한 꽃은 없을 테니까.

그 꽃들은 당연히 내 손에 쥐어져야겠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좀비 대가리를 부수고 있을지 모를 놈들에게서 뒤쳐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잔여 포인트 : 70]

3층에 이어, 파죽지세로 나 혼자 4층을 정리하며 얻은 두둑한 잔여 포인트.

이젠 포인트가 될 때마다 바로 찍는 방법보단 적재적소에 필요한 곳에 찍기 위해 포인트를 쌓아놓는 방법을 고수할 생각이었다.

3층에 이어, 4층에서도 마찬가지로 천장에서 발견한 털바퀴를 죽인 이후에는 더더욱 이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변종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내 스탯과 스킬 분배도 유연성을 갖춰야 했다.

“오셨습니까, 조장님―!”

임시 거처를 나서자마자 익숙하게 들려오는 우렁찬 인사.

난 누구보다 빨리 허리를 푹― 숙이며 인사하는 고장훈과 수색조를 휘둘러보았다.

아니― 이젠 ‘조’라고 부르기엔 너무 비대해진 수색조.

난 고장훈과 두 쩌리 뒤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들을 바라본 후 조금 더 옆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새로운 여성들.

도합 7명의 새로운 여성들이 저쪽 캠프에서 탈주한 후 우리 캠프로 합류했다.

그러니 자살자, 감염자, 사상자 등으로 25명을 유지하고 있던 저쪽 캠프에 또다시 7명의 탈주자가 발생한 것이다.

7명의 합류로 총 14명이 된 우리 캠프와 18명이 된 저쪽 캠프.

캠프 보유 인원의 ‘골든 크로스’가 머지않았다.

난 수색조 놈들의 성욕 해결을 위해 분배해준 여자들로 이젠 하늘 끝까지 치솟은 충성심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띠링―!

[‘고장훈’, ‘박우진’, ‘김민준’이 당신에게 ‘아주 강하게’ 복종합니다.]

[공통 요인 : 리더에 대한 ‘아주 강한’ 감사와 신뢰, 폭력에 대한 두려움, …… (더보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충성심과 갱신된 차설희의 상태창, 그리고 합류한 7명의 새로운 여성들.

당연히 ‘10’에 머물러있던 내 왕권도 폭발적으로 늘어 어느새 ‘30’에 도달해 있었다.

왕권이 30을 달성하는 순간엔, 새로운 스킬이 잠금 해제될 줄 알고 조금 설렜던 것도 사실이지만―

왕권 ‘30’에 새로운 전용 스킬이 해금되는 일은 없었다.

그저 [천박한 품위 Lv.1]의 스킬 효과로 보너스 스탯을 3씩 적용받는 베네핏뿐.

그것만으로 도합 6의 스탯을 공짜로 받은 거지만, 기분이 살짝 언짢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마 새로운 전용 스킬의 잠금 해제는 왕권 ‘50’이나 ‘100’이 된 후에나 얻을 수 있는 듯했다.

“헤헤, 좋은 아침입니다요, 조장님!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난 또 허리가 부서져라 굽신거리는 고장훈에게 옅게 웃어준 후 한 곳을 조용히 응시했다.

새로 우리 캠프에 합류한 여자 중 수색조의 선택을 받지 못한 여자들이 뭉쳐 있는 쪽이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파르르 떨고 있는 여자들 중 유독 심하게 몸을 떨고 있는 여자.

“재희야.”

어떻게든 내 눈에 띄지 않으려 몸을 필사적으로 웅크리던 그녀가 내 호명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거기서 뭐 하고 있니? 검사받으러 나와야지.”

하루종일 울었는지 얼굴이 퉁퉁 부은 그녀가 파들파들 떨리는 다리로 천천히 내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 벌써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의 이름은 성재희.

으레 여자들 무리에 하나씩은 있는 ‘대변인’ 비슷한 포지션의 여자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본보기’가 된 여자이기도 했다.

“그래 재희야. 아침은 잘 먹었니?”

“…예, 예. 조장님.”

내가 두 눈을 맞춰오는 것만으로 이미 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

“그래. 먹을만 했고?”

“…예. 조장님.”

“그럼 오늘 아침은 불만이 없겠네?”

“어, 없습니다, 없습니다, 조장님.”

다정하게 물어보는 내 목소리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휘젓는 성재희.

난 그녀의 동그란 두 눈에 더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며 읊조렸다.

“그럼 아직 다른 불만들도 남아있니?”

“어, 없어요―! 없습니다, 없습니다, 조장님!”

“그래― 다행이다, 재희야.”

난 그녀의 절실한 부정에 그제서야 웃어주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툭―!

그저 어깨를 한 번 두드린 것만으로 내 손에 묻어나오는 축축한 촉감.

어느새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가며 아래를 응시했다.

0